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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80화 (180/222)

180화

제이크와 제시카가 이 지하 세 계로 떨어진 지 벌써 3개월이 지 나 있었다.

그동안 그들은 많은 곳을 지나 쳐 왔다.

처음 도착한 바위산에서 시작해 서 숲과 벌판,그리고 용암이 흐 르는 호수까지.

꽤 많은 수의 괴물들 옆을 몸을 숨긴 채로 지나치기도 했고,또 그 만큼 많은 수의 괴물과 싸우 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낡은 옷을 걸친 채로 괴물들에게서 도망치는 중이었다.

그들을 쫓아오는 괴물은 모두 하늘을 나는 괴물들.

두 사람은 알지 못했지만,지금

지상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는 그 괴물들이 었다.

"마법으로 숨을 수 없어? 이대 로 계속 도망쳐야 하는 거야?"

"전에도 말했지만,한 번 들킨 뒤에는 은신 마법이 효과를 보기 힘들어요!"

"그럼 언제까지 도망쳐야 하는 건데!"

"둥지에 너무 가까이 갔어요. 여기서 싸우다가는 아직 둥지 위 에 날고 있는 놈도 끌어들일 겁 니다. 최대한 눈에 안 띄는 곳으 로 가야 해요."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는 뒤를 돌아봤다.

코앞까지 따라온 십여 마리 괴 물 뒤로 멀리 둥지 위를 선회하 는 괴물들이 보였다.

그때,옆에서 제이크가 큰 소리 로 외쳤다.

"저 언덕만 넘으면 될 겁니다!" 그 말마따나,두 사람 앞에 꽤 높은 언덕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언덕을 타 넘 었고,그 뒤로 괴물들도 언덕을 날아 넘었다.

하지만,언덕을 넘은 순간 괴물

들은 멈춰서야 했다.

언덕 너머에서 먼저 달려간 두 사람이 괴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도 더러운데 잘됐다."

제시카는 단검을 뽑아 들고 공 중에 떠 있는 괴물들을 향해 이 죽거 렸다.

괴물들은 도망가던 먹잇감들이 갑자기 멈춰 서자 의아했는지 잠 시 멈칫거렸다.

하지만 곧 본능적으로 두 사람 에게 달려들었다.

카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피막 날개를 펄 럭이며 날아오는 괴물들의 모습 은 꿈에 보기에도 무서운 모습이 었지만,두 사람은 더 징그러운 모습을 요 근래 계속 봐 왔었기 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염병."

제시카는 추임새 같은 욕을 토 해 내며 제일 선두로 날아오는 괴물에게 몸을 날렸다.

휘익!

강력해진 마나와 마법 부츠의 힘으로 제시카는 순식간에 날아 오는 괴물의 정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놀란 괴물이 소를 닮은 양다리 를 그녀에게 휘둘렀지만,그녀는 공중에서 몸을 뒤집으며 괴물의 다리를 피해 냈고,이어 다리를 타고 괴물의 등까지 올라갔다.

마술과도 같은 몸놀림이었다.

하늘을 나는 괴물의 몸을 타고 등까지 오르는 것도 신기했고, 괴물의 등에 올라탄 채로 검을 양손으로 잡고 버틴 것도 신기했다.

그녀의 검은 괴물의 목 뒤를 찌 르기까지 빛나지 않았다.

마나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단검이 괴물의 목덜미에 부딪히기 직전,검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단검의 날이 백색으로 타올랐다.

그리고 다음 순간,검은 괴물의 뒷머리에 쑤욱 박혀 버렸다.

마나로 만든 검으로도 겨우 피 부에 상처만 주던 몬스터였다.

하지만,제시카의 검은 괴물의 목덜미를 뚫고 들어갔다.

중추 신경에 타격을 입은 괴물 이 공중에서 휘청거리자 제시카 는 바로 검을 뽑고 다음 괴물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가 검을 뽑았을 때도,검을 잡고 다른 괴물로 뛰었을 때도 그녀의 검은 빛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다음 괴물의 등에 올라 탄 제시카가 다시 검을 박는 순 간 검날이 다시 타올랐다.

푸욱.

또 한 마리의 괴물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제는 능수능란하게 마나를 수급하네요.

-3개월 동안 그 고생을 했으면 익숙할 만도 하지.

-하기야 그동안 잡은 괴물이 몇 마리인데…….

파티마의 말에 제이크는 지난 3 개월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따로 떨어져 있는 괴물들을 만 날 때마다 제시카는 괴물을 상대 로 검을 연습했다.

제이크가 은신 마법을 풀고,달 려드는 괴물을 마법으로 멈춰 세 운 뒤, 제시카가 검으로 괴물을

공격했던 것이다.

굳어진 괴물 한 마리를 잡는 데 30분 넘게 걸린 적도 있었고,중 간에 마법이 풀려 도망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 그녀의 마나 다루는 솜씨는 더욱 늘어 갔다.

그녀는 필요할 때만 짧게 마나 를 뽑아내는 법을 익혔고,검 전 체가 아닌 검날에만 마나를 씌우 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마나를 가다듬어 더 날 카롭고 더 강하게 만드는 법까지

도 익힐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짧게 빛났다가 사라 지는 그녀의 검이었다.

-그래도 대단하네. 저 정도면 복제 세상의 미래에서도 몇 안 되는 대검호만 가능했었는데.

-설마,마나 사용자는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었어요?

-그게 그렇게 쉬웠으면 인간이 멸종할 정도로 밀릴 리가 없지.

-그럼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짓을 시킨 거였어요?

-아니,전부 제시카의 가능성을 보고 한 거야.

-그럴 리가 없네요. 분명,여길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 시켜보고 안 되면 어깨를 으쓱하고 말 거 였잖아요.

파티마의 음성에 제이크는 어깨 를 으쏙였다.

-다 잘됐으니 됐잖아?

뻔한 말을 늘어놓으며 제이크는 에고 완드를 위로 향했다.

제시카가 세 번째 괴물을 떨구 는 사이, 그녀를 향해 괴물들이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그동안 만든 무기를 써 볼까?"

그의 가슴에 걸린 목걸이에서 마나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와 손에 들린 완드로 몰려들었다.

제이크는 3개월 내내 느꼈던 감 각에 다시금 전율했다. 많은 준 비 없이 거대한 마나를 마음껏 쓰는 감각은 아직도 꽤 짜릿했다.

"가라! 천무!"

-오 이번에는 뭔가 그럴듯한데요? 웬일이래.

새로 메모리 스펠에 등록한 주 문은 파티마가 듣기에는 꽤나 신 비롭게 들리는 단어였다.

물론 알고 보면 제이크가 전생 에 살았던 나라의 다연장 로켓에 불과했지만,알 사람이 없으니 전혀 상관이 없었다.

제이크의 주문이 끝나자 그가 등에 맨 가방이 홀로 열렸고,검 은 선들이 앞으로 쏘아졌다.

마치 검은 선 수백 개가 괴물들 을 향해 내달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제시카에게 날아 들던 괴물들의 몸에 수많은 구멍 이 만들어졌다.

쉐이이엑! 콰콰콰쾅!

어이없게도 무언가 날아가는 소

리와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뒤늦 게 들려왔다.

거기다 공기가 터지는 소리는 전생에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나는 소리와 매우 비슷했다.

"깜짝이야! 좀 말하고 날려!"

"말하고 날리면 너무 늦어요." 제시카가 괴물의 몸에서 뛰어내 리며 제이크에게 소리를 쳤지만,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수많은 구멍이 뚫린 괴물들은 모두 지상으로 추락했다.

괴물,디스트로이어들은 몬스터 보다 강력한 재생 능력이 있었지

만,구멍이 저렇게 크게 뚫려 있 으니 살아나기는 힘들 터였다.

괴물들이 모두 죽은 걸 확인한 제이크는 다시 주문을 외웠다.

"리턴."

주문과 함께 멀리서 검은 쇠꼬 챙이 같은 것들이 돌아왔다.

조금 전 검은 선으로 보였던 화 살,아니,괴물들의 뼈였다.

모두 이곳까지 오면서 제시카가 잡은 괴물들의 뼈로 만든 것들이 었다.

제시카가 검을 훈련하는 동안, 제이크도 늘어난 마력을 사용할

방법을 고민했다.

지상에 돌아다니는 놈들은 신력 을 흉내 낸 자신의 마법과 지형 을 활용한 마법으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하늘을 나는 놈들은 그런 방법으로 상대할 수가 없었다.

한 마리라면 대마도사 아이힌테 일이 썼던 것처럼 무식하게 마나 자체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마리일 경우에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괴물들의

뼈였다.

마나 저항력 때문에 기사나 마 법사에게 전혀 쓸모가 없었지만, 뼈 자체는 괴물에게 상처 입히기 딱 좋은 무기였다.

어차피 일반 화살에 마나를 실 어 봤자,마나 저항력 때문에 괴 물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았다.

결국 제이크는 마나를 아예 씌 우지 않고, 물리력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날카로운 마나를 속도로 대체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그런 속도를 만

들기 힘들었지만,마법 목걸이가 들어온 이상,화살을 원하는 속 도까지 올릴 수 있었다.

바로,소리를 넘어서는 속도까 지.

그 결과 훌륭한 대공 병기가 만 들어진 것이다.

날아온 가공된 뼈들은 다시 제이크의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뼈마다 새긴 회수 마법진이 잘 가동되고 있었다.

뼈 하나하나마다 마법진을 새기 느라 엄청 고생했지만,음속을 돌파하는 뼈 화살을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백번 나았다.

뼈 화살을 챙긴 제이크는 제시카와 함께 방금 넘어왔던 언덕을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둥지를 확인해 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다른 놈들은 움직이지 않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가? 에고. 이 곳으로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 데……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잖 아요."

"하지만,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3개월 내내 검을 휘두르고 도망 치고 숨어 다니는 나날이었다.

실력은 말도 안 되게 늘긴 했지 만,그만큼 말도 안 되게 힘든 시간이었다.

"뭐,저도 반쯤 기대를 하긴 했

지만요."

뭔가 찔리는지 말을 돌리는 제이크였다.

제시카는 제이크를 향해 눈을 흘기고는 언덕 너머를 바라보았다.

멀리,하늘을 나는 괴물들의 둥

지와 그 위쪽,구름 위 천장에 거대한 균열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이곳이 레타니아 왕국의 균열 아래였던 것이다.

처음 공간 이동으로 지하세계에 떨어진 제이크는 추적 아이템으 로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추적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루 이와 레이첼,앰버,그리고,나머 지 추적 아이템이 있는 던전.

그들까지의 거리와 방향,그리 고 가지고 있는 지도로 제이크는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제이크 일행이 처음 공간 이동

된 곳은 제국의 서쪽 바다 아래 였다.

바다 아래에 있다는 말에 제시카는 겁에 질린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다행히 구름 위 천장에서 물이 새어 나오지는 않 았다.

위치를 확인한 제이크는 이동할 경로를 루테리아 왕국을 거친 뒤 아인족의 땅으로 향하는 것으로 했다.

그가 아는 괴물들의 출구가 그 두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처음 목적지는

그가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뭐,하늘을 나는 괴물들이었으 니 날아서 가는 게 맞겠죠."

혹시나 균열로 통하는 절벽이나 기둥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했 지만,아쉽게도 그런 것은 보이 지도 않았다.

"근데 왜 이놈들은 숫자가 이거 밖에 안 돼? 난 우리가 왔던 유 적과 같은 건지 알고 신나게 달 려갔다니까."

"글쎄요. 저도 궁금하네요. 둥지 크기를 보면 엄청난 숫자가 있을 것 같은데,겨우 수백 마리밖에

안 보이다니. 그것도 어린놈이거 나 알을 지키는 놈들밖에 없는 것 같고."

괴물들 대부분이 균열을 통해 지상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었지 만,아직 제이크는 그 일을 알지 못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비행 마 법으로는 제시카를 안고 저 괴물 들 사이를 뚫고 균열로 올라가기 는 무립니다. 거기다 혼자 간다 고 해도 균열 중간에 비행 관련 마법을 막는 마법진이 있어요."

마법진이 전에 본 위치에만 있

다면 모를까,훨씬 아래에도 또 있다면 중간에서 오도 가도 못 할 게 분명했다.

이미 마법진이 부서졌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제이크로서는 이 균 열로 나가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저 유적처럼 보이는 것 이 괴물들의 둥지인 걸 확인했으 니 깔끔하게 포기하는 편이 좋아요."

그렇게 말하며 제이크는 괴물들 이 선회하는 아래쪽의 검은 건물 들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일색의 낯선 양식으로 되어 있는 건물들이었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 수 없는 유적. 하지만,지금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시카가 멀쩡한 유적이라고 착 각하기 충분했다.

아마 가까이 다가갔을 때 괴물 들이 날아오르지 않았으면 제이크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몰랐다.

이곳에 유적이 남아 있다는 것 만으로도 조사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긴 했지만,아직도 수백이

남아 있는 괴물들을 뚫고 둥지가 된 유적을 조사할 상황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아쉬운 마음을 품고 다시 길을 나섰다.

다시 3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벽을 만나게 되었다.

이 지저 세계의 동쪽 끝.

그리고,아인족 세상으로 통하 는 입구가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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