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성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괴물들 은 예상외로 다양했다.
까마귀 머리를 한 박쥐 같은 피 막을 가진 놈부터,거대한 독수리 로 보이는 놈.
그리고 마치 날개 달린 뱀처럼 보이는 놈까지.
검은 색 일색이라는 점 때문에 비슷하게 보였지만,크기와 모양, 그리고 가지고 있는 능력은 무척 이나 다채로웠다.
다른 괴물을 먹어 치운 뒤에 상 대의 모습과 기술을 훔쳐 오는 특 성 때문이었지만,아직 인간들은 그런 사정을 알지 못했다.
슈욱! 숙! 숙!
다가오는 검은 몬스터들을 향해 커다란 쇠창살들이 날아가기 시작 했다.
성벽 위에 세워 뒀던 발리스타에 서 쏘아진 창들이었다.
처음 검은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는 화살을 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검은 몬스터들을 상 대로 화살을 날리는 부대는 없었다.
일반인이 아니라 마나 사용자나 기사가 쏘는 화살도 검은 몬스터 의 피부를 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손을 떠난 무기는 신성력 을 담고 있기도 힘들기에 이제 투 사 무기는 발리스타 정도뿐이었
다.
퍽! 퍽!
캬아아악!
날아오던 몬스터 일부가 쇠창살 에 맞아 아래로 추락했다.
날개의 피막이 창에 뚫린 놈들이 었다.
몸통이나 머리에 창살을 맞은 놈 들도 있었지만,그 몬스터들은 창 을 달고 계속 날아왔다.
"아니,무슨 원수를 졌길래 이렇 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거지?"
데이브는 창에 꽂힌 채로 날아오 는 몬스터들을 보고 혀를 찼다.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나타난 악마라니,흑마법사들이 만든 키 메라니 말이 많지만,누가 알겠어."
그의 말에 옆 병사가 어깨를 으 쏙이며 대답했다.
"혹시 기사님은 들은 이야기 없 나요?"
다른 병사의 말에 알리바는 난감 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요."
알리바의 대답에 다른 병사들이 질문한 병사를 노려보았다.
"야,기사님에게 그런 거 묻지
좀 마."
"아,미안. 죄송합니다,기사님." 동료들의 질타 어린 소리에 병사 는 급히 사과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전 사제입니다. 기사가 아니니 그냥 사제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알리바는 다른 기사처럼 마나를 각성한 마나 사용자가 아니었지 만,같이 있는 병사들은 모두 그 를 기사로 생각했다.
그가 입고 있는 갑옷,그리고 그 의 싸움을 보면 기사로 생각하지 않는 게 더 어려울 터였다.
"옵니다! 모두 뒤로 피하세요!" 그때 알리바가 크게 소리를 쳤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멀리서 레 이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투 개시! 마법 일제 공격!"
성 아래에서 빛나는 구들이 솟구 쳐 성벽에 다가온 검은 몬스터들 을 덮쳤다.
푸악!
당연히 이런 마법 공격에 디스트 로이어들이 상처를 입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이 마법 공격의 목적은
적들을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빛나는 구가 터지며 성벽 위로 환한 빛이 쏟아졌다.
몬스터들에게 쏘아 보낸 것은 타 격을 위한 마나볼이 아니라,환한 빛을 내는 라이트 볼이었다.
카악!
갑자기 환한 빛이 쏟아지자 몬스 터들은 시력을 잃고 성벽 위 통로 에 처박혔다.
그중에 성벽을 넘어간 몬스터들 도 있었지만,성벽 위 병사들은 그런 몬스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알리바와 병사들이 있는 곳에도 몬스터 한 마리가 굴러떨어졌다.
앞이 안 보여 머리를 흔드는 긴 목의 몬스터를 향해 알리바가 달 려들었다.
그의 검이 몬스터의 가슴에 박혔 고,계속 밀어붙여 몬스터는 가까 스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알리바는 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몬스터의 긴 목을 누르고,갑옷 채로 몬스터를 타고 앉았다.
다른 이에게 신성력을 줄 수 없 는 알리바였지만,대신 그는 스스
로에게는 엄청난 신성력을 부여할 수 있었다.
신성력이 부여된 그의 검은 몬스 터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칼자루 만 보일 정도로 깊이 박혀 버렸다.
캬아악!
그에 몬스터는 비명을 지르며 몸 부림을 쳤다.
"크윽!"
그와 함께 몬스터의 검은 깃털이 일어나 칼날처럼 변해 버렸다.
수백,수천 개의 칼날로 변한 깃 털은 자신의 몸을 깔아뭉갠 알리
바를 난자했다.
갑옷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 만,깃털은 갑옷을 잘라 내고 관 절을 뚫고 들어갔다.
순식간에 알리바의 갑옷이 피로 덮였다.
"뭐 해요! 빨리 공격해요!"
그때,갑옷 안에서 알리바의 고 함이 들려왔다.
알리바의 목소리는 죽어 가는 사 람의 것이 아니었다.
"젠장,매번 보면서도 영 적응이 안 돼."
"서둘러. 늦으면 정말 시체를 보
게 돼!"
데이브의 말에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가 창으로 몬스터를 찌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창이라면 피부에 상처를 내기도 힘들겠지만,이 창들은 여 사제의 신성력이 부여되어 있었다.
퍽! 퍽!
날개의 피막이 뚫리고,다리와 몸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젠장! 창이 잘려 나갔어!"
"여기도 부러졌어."
하지만 신성력으로 강화되었다고 해도,창 자체가 튼튼해진 것은
아니었다. 몬스터의 깃털과 맞닿 은 창들은 그대로 잘려 나갔다.
"창 부러진 놈들은 빨리 물러서! 접근했다가는 팔다리가 잘려 나가 니까!"
데이브가 소리치기 전에 병사들 은 급히 물러났다.
다행히 병사들의 공격에 몬스터 의 움직임이 굼떠졌다.
몸에 뚫린 구멍이 스스로 메꿔지 고 있었지만,그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때마침 피범벅이 된 알리바가 몸 을 일으켰다.
일으키고서 몬스터의 가슴에 박 힌 검을 뽑아 몬스터의 목을 내리 쳤다.
퍼억!
마치 장작을 패는 듯한 소리와 함께 몬스터의 머리가 위로 튕겨 올라갔다.
목 아래만 남은 몬스터는 잠시 푸드득거리더니,더 이상 움직이 지 않게 되었다.
그와 함께 알리바가 은은한 빛에 휩싸였다.
스스로 회복 마법을 건 것이다. 그의 몸에서 흐르던 피가 멈추고
상처가 빠르게 나아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던전에서 얻 은 신의 갑옷이 스스로 수리되기 시작했다.
"난,오히려 이쪽이 더 적응이 안 돼."
다른 병사의 말에 데이브가 어깨 를 으쏙였다.
"어서 다른 곳을 도와야 합니다. 움직이죠!"
몸과 갑옷이 멀쩡해진 것을 확인 한 알리바가 성벽 위 통로를 달려 갔다.
병사들도 그의 뒤를 따랐고,데
이브는 힐끗 선망하는 여기사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우와!"
그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토 해 냈다.
성벽 위로 검은 피가 치솟았고, 거대한 몬스터가 성벽 통로에 나 뒹굴었다.
마차 크기 이상의 몬스터가 온몸 에 상처를 입고 바닥을 구르고 있 었다.
캬아악!
황소를 닮은 머리를 한 검은 몬
스터는 자신을 공격한 인간을 공 격하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 몬스터는 날개 이외에도 따로 두 팔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몬스터의 공격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마치 미리 공격을 알고 있는 것 처럼 여기사는 몸을 움직여 공격 을 피해 냈고,몬스터는 추가로 상처를 입을 뿐이었다.
결국,몬스터는 공격을 포기하고 바닥을 굴러 성벽에 기댄 채로 몸 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킨 몬스터는 마치 황소
가 두 발로 서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늘어진 날개가 추가되긴 했 지만,수많은 상처만 없다면 위압 감이 장난이 아닐 듯했다.
몬스터는 앞에 서 있는 기사를 보다 옆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시체가 된 다른 몬스터 가 보였다.
처음 이곳에 내려선 것은 황소 머리 혼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속도에 자신 있던 저놈이 순식간에 죽임을 당하고,자신만 남게 된 것이다.
황소 머리 몬스터는 흥분을 가라
앉히고 온몸의 기세를 올렸다. 몬스터의 몸에 난 상처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를 레이첼은 담담한 표정이었 지만,속으로는 무척이나 답답해 하고 있었다.
검은 몬스터들은 대수림에서 상 대하던 몬스터들과 달랐다.
마나에 대한 방어력과 재생력도 병사들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녀 같은 경우는 몬스터 의 지능이 더 문제였다.
흥분해서 마구 달려들던 몬스터 들도 지금처럼 흥분을 가라앉히고 기회를 엿보았고,혼자서 무리일 것 같으면 여러 마리가 협공을 하 기도 했다.
더욱 황당한 점은,이렇게 인간 을 보면 날뛰는 몬스터들이 필요 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철수를 한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여러 날 동안 성을 지 킬 수 있긴 했지만,오늘은 아무 리 봐도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캬아악! 캉! 캉!
뒤쪽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계속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고 있 었다.
성벽을 넘은 몬스터들이 성안에 펼쳐진 실드를 공격하는 소리였다.
처음 마법사들의 공격 이후 앰버 는 그녀 자신을 중심으로 실드를 펼쳤었다.
그리고 그 덕에 한동안 마나에 강한 검은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 아 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물리력을 좀 더 강화한 것에 불 과합니다. 제이크가 있었더라면
제대로 만들 수 있었겠지만,저로 서는 이 정도가 한계네요."
레이첼의 감탄에 앰버가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지만,성안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모두 그녀 덕분이라고 레이첼은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어제까지 는 실드에 막힌 것을 알게 된 몬 스터들이 성벽으로 눈을 돌렸었는 데,오늘은 몬스터들이 계속 실드 를 공격하고 있었다.
저렇게 계속 공격하면 실드가 계
속 버틸 수 없었다.
어서 빨리 성벽 위에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실드를 공격하는 몬스터 들을 처리해야 하는데,눈앞의 몬 스터는 끝까지 자신을 붙잡을 모 양이었다.
'제이크가 있었더라면……
레이첼의 머릿속에 마법사의 모 습이 떠올랐지만,그녀는 바로 고 개를 흔들었다.
없는 사람을 떠올려서 도움 될 게 없었다.
그가 없는 1년 동안 수많은 일 이 일어났고,그녀는 최선을 다해
일을 처리했다.
그녀가 품에 안고 있는 영지민을 위해,제국을 위해,
그리고…… 제이크가 돌아왔을 때 자랑을 하기 위해.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이곳까지 달 려온 것이었다.
하지만,이제는 슬슬 지쳐 가고 있었다.
제이크가 살아 있다는 믿음도 사 라져 갔고, 자신이 왜 앞에 나서 야 하는지 회의가 생겼다.
그냥 자신의 영지만 지키면서 제이크를 기다릴 걸.
차라리,대수림을 넘어 제이크를 찾아 나설 걸.
이런 생각이 수시로 떠오르는 그 녀 였다.
하지만 이미 앞으로 나선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 성에도 수천의 사람이 몸을 피신해 있다.
그들을 몬스터들의 손에 넘겨줄 수 없었기에 레이첼은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얼마쯤 지났을까.
결국,그녀는 황소 머리를 한 몬 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레이첼은 실드 를 공격하는 몬스터를 처리할 수 없었다.
뿌우우우우.
우렁찬 고동 소리를 내며 접근하 는 거대한 몬스터가 있었기 때문 이었다.
레이첼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벌레 놈이 벌써……
마치 누에처럼 생긴 몬스터는 날
개가 퇴화됐는지 흔적만 남아 있 었고,다리도 없이 몸을 꿈틀거리 며 전진하는,언뜻 보기에는 처리 하는 게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 몬스터는 신체가 불리 한 만큼 다른 것이 강화되어 있었다.
첫째로 엄청나게 컸다.
성 앞 들판을 꿈틀거리며 다가오 는 모습이 마치 큰 저택이나 작은 성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둘째로는 저 껍질이 무척이나 단 단했다.
일반 기사나 마법사의 검도 저 껍질을 뚫지 못했고,레이첼의 검 도 흔적만 남겼을 뿐이었다.
그리고,마지막으로…….
세 마리의 벌레 몬스터가 꿈틀거
리며 다가오다가 입을 벌렸다.
콰과과과과-
입에 환한 빛이 모여들었고,곧 이어 빛이 발사되었다.
번쩍!
과와아아아앙!
마치 광선이 발사되는 것 같았다. 빛은 일직선으로 성 한쪽을 직격 해 성벽이 터져 나갔다.
"으악!"
"살려 줘!"
성벽 위에 있던 병사와 몬스터들 이 성벽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젠장!"
레이첼은 자기도 모르게 욕을 내 뱉었다.
저 벌레 몬스터가 나타났으니 이 제 물러서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비행형 몬스터들을 잘 막아 낸 레이첼이 영지를 빼앗기고 물러선 것은 바로 저 벌레형 몬스터들 때 문이었다.
다행히 저것들이 하늘을 날지 못 해 후방의 영지들은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지만,이곳은 저 벌 레형 몬스터를 막을 방법이 없었
다.
"모두 물러나! 탈출한다!"
레이첼은 목청껏 소리쳤다.
다른 무엇보다 저 벌레 몬스터의 공격은 앰버의 실드로 막을 수 없었다.
다시금 벌레 몬스터의 입이 벌어 졌고,빛이 모였다.
목표는 무너진 성벽.
성벽 뒤로 보이는 실드가 몬스터 의 타깃이었다.
그리고,빛이 쏘아졌다.
콰과과과과-
그리고,
실드가 깨져 나갔다.
쩌적!
쩌저적!
차례로 실드가 계속 깨져 나갔다.
하나,둘,셋…… 열…….
'어? 왜 사라지지 않지?'
빛이 사라진 뒤에도 반투명한 실 드가 그대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늦지 않았죠?"
멍하니 실드를 바라보는 레이첼 뒤로 마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