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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89화 (189/222)

189화

"아니…… 처음 회의에 참석해서 저런 헛소리를 늘어놓다니……

"쯧쯧."

회의에 참석한 귀족들은 어이없 는 말을 꺼낸 마법사를 보며 혀를

찼다.

영주들은 레이첼을 슬쩍 보는 것 으로 부하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그녀를 질책했다.

하지만,레이첼은 오히려 한 발 더 앞으로 나섰다.

"그 영지 공략 때는 저희 영지군 이 선두에 서겠습니다."

사람들은 레이첼까지 나서서 말 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 었다.

그동안 레이첼이 보여 준 행동은 상당히 상식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귀족들이 응성거리는 동안,

오페우스 백작은 말을 꺼낸 마법 사를 계속 바라보았다.

어디서 본 듯한 모습.

그리고,그는 결국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내전 때 레이첼 영지 유격대의 활약.

그리고 감시역으로 보낸 기사가 보고한,모두 과장되었다고 생각 한 마법사의 실력.

'만약 과장이 아니라면?'

백작은 레이첼 뒤에 선 남녀를 바라보았다.

한 명은 보고를 믿기 힘들 정도

의 마법사였고,다른 한 명은 자 신보다 강할지도 모르는 마나 권 역을 가진 마나 사용자.

'그렇다면 해볼 만하겠군.' 하지만,그 전에 한 가지 확인을 해야 했기에 백작은 입을 뗐다.

"그 벌레 몬스터는 어떻게 하지? 다른 검은 놈들은 처리할 수 있다 고 해도 그 벌레 놈은 손도 못 댔 잖은가."

수많은 공격에도 버틴 많은 성이 결국 무너진 이유도,이번 작전이 산맥을 기반으로 세워진 이유도 그 벌레들 때문이었다.

백작의 말에 다른 영주와 귀족들 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레이첼은 바로 그에 대한 대답을 꺼내 놓았다.

"이미 그 벌레 몬스터를 상대해 본 적도 있고,모두 처리했습니다."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한 거였어?"

레이첼의 말에 천막 안은 시장 바닥처럼 변해 버렸다.

백작도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마 나를 실어 책상을 내리쳤다.

쿵,쿵,콰직!

힘 조절을 잘못했는지,결국 책 상이 박살이 났다.

그 덕에 겨우 천막 안이 조용해 졌다.

이윽고 백작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 레이첼 영 주의 의견을 수용하겠네. 작전을 변경해서 산맥 전체에서 검은 몬 스터를 밀어내는 것으로 하세."

레이첼 영주의 말을 못 믿는 사 람도 있었지만,어차피 아스굴론 영지군이 선두로 나선다고 한 상 황.

작전 지도의 방어선은 다시 산맥 과 같이 일직선으로 쭉 그어졌다.

뿌우우!

다음 날 아침.

어제까지 수많은 천막으로 뒤덮 였던 평야는 이제 천막 대신 사람 으로 뒤덮여 있었다.

각 영지에서 차출한 영지군들과 용병,그리고 영주들이 자랑하는 기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에서도 각기 다른 영주를 모 시고 있던 기사들은 한 곳에 모여 임시로 기사단을 이루고 있었다.

각자 갑옷도,망토도,문양도 달 랐지만,여러 차례의 싸움으로 이 제 어느 정도 기사단의 모습을 갖 추고 있었다.

그 가운데 루이는 기사단의 핵심 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기사단의 돌격 중심이자, 기사단 최후의 방어벽.

하지만,그 옆에 새로 나타난 여 성 용병은 기사들의 고개를 갸웃 거리게 했다.

여기사인 레이첼 이후에 또 나타 난 여자 마나 사용자라 무척이나 신기하긴 했지만,용병이 기사단 사이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주위의 껄끄러운 시선에 루이가 제시카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니,왜 실력을 감춰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거기다, 마나 권역이 조절 가능한 거였어요?"

"아니,제이크도 숨겼었는데 안 된다는 법 있어? 그리고,마나 조 절하는 거야,마나 모으고 집중하 는 거 1년 정도 계속하면 되더라

고."

물론 그 1년의 기간을 생각하면 절로 몸서리가 쳐지는 제시카였다.

"거기다,이렇게 숨기고 있다가 짠! 하고 실력을 드러내야 모두의 환호를 받을 수 있는 거라고."

루이는 제시카의 말에 한숨을 내 쉬었다.

제시카답다면 제시카다운 말이었 지만,옆에 같이 있는 사람으로서 는 다른 사람들 눈치에 뒤통수가 무척이나 근질거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제이크 님은 이제 숨길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제이크도 임시로 마법사들을 모 아 만든 마법 병단에 합류했다.

다만 그는 다른 마법사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홀로 서 있었다.

그런데 다른 마법사들의 표정을 보니 그들은 제이크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법사들은 뭔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제이크 를 보고 있었다.

연맹군의 마법사들이 모인 자리 는 무척이나 조용했다.

평상시에도 그리 말이 많은 마법 사들이 아니었지만,지금은 긴장 감마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 리 마법사들은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말도 안 돼.

-누가 좀 가서 물어봐요!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마법으로 변형한 거 아냐?

-얼굴에 그런 마나 흔적은 없어.

-아니,저 정도 마력이면 우리가 눈치를 못 챌 수도 있어.

-그보다 어느 쪽 마법사죠? 백

탑 쪽? 아니면 제국 마법사? 거 기다 원소 마법 계열인지 지원 마 법 계열인지…….

-아니,풍겨 나오는 마력으로는 도무지 성향을 알 수가 없어.

-그보다,저런 마법사가 하늘에 서 뚝 떨어지다니. 누구 아는 사 람 없어요?

-누가 좀 나서서 진짜 실력을 좀 알아봐요!

마법사들 사이로 메시지 마법이 바쁘게 전개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새로 등장한 어 려 보이는 마법사에게서 쁨어져

나오는 마력이 마도사급 이상이었 기 때문이었다.

다른 마법사들은 몰랐지만,제이크는 메시지 마법을 중간에 도 청하는 중이었다.

-으아,속 시원해. 이제 여기서 제대로 된 마법을 시전해서 저 마 법 기술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 드는 거예요!

파티마가 신이 나서 제이크의 머 릿속에서 외쳤다.

그동안의 설움이 생각났는지,그 녀는 제이크를 향해 목청을 높였다.

"그렇게 안 해도 돼. 어차피 적 을 만나면 알게 될 텐데."

제이크는 혼잣말하듯이 파티마의 말에 대답했다.

혼잣말치고 제이크의 목소리는 꽤 컸다.

사실 그의 말은 메시지 마법으로 떠들던 마법사들 질문의 대답이기 도 했다.

어차피 마법을 쓰면 어디 소속인 지,어느 정도 실력인지 알게 될 게 분명했으니까.

-설마,메시지 마법이 도청당한 것은 아니겠지?

-말도 안 돼. 대마도사도 그건 못 할 텐데?

마법사들은 모두 부정하면서도 더는 메시지 마법을 이어 가지 않 았다.

떨떠름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마 법사들을 보며 제이크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가진 마력도,고대 마법 사라는 것도.

마법 목걸이를 걸고,그 마나를 모두 쓸 수 있게 된 지금.

그는 마법으로는 어떤 마법사도 상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제는 실력으로 고대 마법사의 부활을 알릴 때였다.

5만이 넘는 연맹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군대가 움직이자 거대한 해일이 평야를 휩쓸고 가는 듯한 모습이 었다.

물론 적은 평범한 무기는커녕 마 법과 마나검으로도 상처를 입히기

힘든 검은 몬스터,파괴자들이었다.

그런 몬스터들을 상대로 평범한 군인들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사 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마나검과 마법이 잘 통하 지 않는 지금,거대한 군대가 필 요했다.

평범한 병사들만 있다면 그냥 병 사들을 사지로 보내는 것에 불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사와 마법사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잘 잘리지 않는 마나검도,잘 타

지 않는 화염구도 10번,100번 반복하면 결국 잘리고,타기 마련 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병사들이 검은 몬 스터의 발목을 잡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건 인해전술이 었다.

시체로 산을 쌓아 적을 죽이는, 인권을 무시한 병법이었다.

병사들도 그런 자신의 처지를 알 고 있었지만,그럼에도 묵묵히 앞 으로 나아갔다.

그래도 귀족의 땅따먹기에 소모 되는 것보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

람을 지키기 위해 죽는 것이 백번 나았다.

레이첼이 외친 가족, 국가주의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대부대는 남부 산맥을 끼 고 이동하면서 방어선을 치기 시 작했다.

산맥의 협곡을 메우고,장애물을 만들고,병력을 배치하고.

"아니,싸우러 온 게 아니라 막 일을 하러 온 거 같군!"

병사들의 투덜거림이 들려왔지

만,연맹군의 수뇌는 몬스터가 보 이지 않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렇게 영지 하나를 가로질러 방 어선을 만들고, 다음 영지에 도착 했을 때,몬스터들이 보이기 시작 했다.

멀리서 길게 이어진 군대의 모습 을 본 여러 마리의 검은 몬스터들 이 날아들었다.

첫인사치고는 상당히 많은 숫자 였다.

몬스터들이 다가오자,지상에서 마법이 쏘아졌다.

펑,펑,펑.

실드를 만들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쏘아진 마법들이었다.

불화살,화염구,얼음 송곳,마나 볼 등.

여러 개의 마법이 날아가 몬스터 들을 후려쳤지만,예상대로 몬스 터들은 마법에 상처 입으면서도 계속 날아왔다.

그에 마법사들은 급하게 실드를 만들기 시작했고,이어 궁사들이 화살을 날릴 준비를 했다.

물량을 퍼부어 몬스터들을 바닥 에 떨굴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궁사들이 화살을 쏘기 전

에,어디선가 검은 쇠꼬챙이 몇 개가 하늘로 치솟았다.

펑! 퍼엉!

캬아아악!

그리고 뒤이어 힘차게 날아오던 검은 몬스터들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마법사들은 질린 얼굴로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본 곳에는 젊은 마법사가 몇 개의 검은 쇠꼬챙이를 공중에

띄워 두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쇠꼬챙이가 하늘로 쏘아진 것을 보지 못했지만,거대 한 마나의 유동은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젊은 마법사 뒤로 엄청난 흙먼지가 퍼져 나가는 것 또한 볼 수 있었다.

그런 엄청난 광경에 마법사들은 메시지 마법으로 이야기를 나눌 정신도 없었다.

생전 처음 보는 마법이었고,말 도 안 되는 방식의 마나 사용법이 었다.

거기다,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마나양은 마탑의 탑주에게서나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쿵. 쿵.

마법사들이 놀란 사이에 쇠꼬챙 이에 날개가 뚫린 검은 몬스터들 이 지상과 격돌했다.

어떻게 이렇게 쉽게 몬스터들이 떨어져 내렸는지 모르겠지만,다 시없을 기회였다.

부대 중간에 있던 기사단이 달려 나갔다.

그때,말을 타고 내달리는 기사 단 앞에 한 사람이 쏙 빠져나왔

다.

그녀는 말도 타지 않고 두 다리 로 달리고 있었다.

말보다 빨리 달리는 여성 용병.

제시카는 몬스터들과 가까워지자 단검을 뽑아 들었다.

'집중,강화,회전…… 증폭.'

그녀는 마음속으로 마나를 음직 였다.

마나는 그녀의 단검을 환하게 빛 나게 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밖으 로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환한 빛이 길게 뽑혀 나 왔다.

동시에 제시카는 몬스터 옆을 지 나가면서 검을 휘둘렀다.

푸아아악!

개를 닮은 몬스터의 머리가 하늘 로 치솟았다.

뒤를 따르던 기사들의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제시카는 기사들의 표정 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무심한 표정으로 다음 몬 스터를 향해 달려갔고,그녀의 검 이 지나는 자리마다 몬스터의 목 이 차례로 떨어져 나갔다.

그 광경에 주위에 있던 모든 기

사와 병사,마법사들이 새로운 검 호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 었다.

제국 최초의 여성 검호. 역사상 가장 강한 대검호.

검후 제시카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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