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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92화 (192/222)

192화

벌레 몬스터는 다른 이들에게는 손도 못 댈 적이었지만,제이크와 제시카에게는 그리 어려운 적이 아니었다.

더구나, 한번 상대해 본 적이 있

었기에 이번에는 더욱 쉽게 처리 할 수 있었다.

물론,그 쉽다는 것은 제이크의 입장에서 였다.

이번에는 두 마리뿐이었지만,제시카는 또다시 피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그동안 레이첼의 영지군은 포위 된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 었다.

큰 전력이었던 제시카가 빠진 탓 에 무척이나 고생스러웠지만,다 행히 더는 피해를 보지 않고 모두

죽일 수 있었다.

한편 영지군과 제이크는 남은 몬 스터들을 찾아 영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상황을 보고 있던 본진도 드디어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움 직이기 시작했다.

다만,마법사들은 움직이려는 기 미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다른 데 신경이 팔려 있었 기 때문이었다.

"마법 네 개 쓴 거 맞죠?"

"다섯 가지 아니었습니까?"

"폭 발형태 마법,검은 화살 쏘

는 마법,비행 마법,땅파기 마법. 이렇게 네 개잖아요."

"아,거기다 기척을 숨기는 마법 도요."

"아,맞다. 그것도 있었지. 그럼 다섯 가지인가요?"

"아마 맞을 거예요. 근데 그게 각각 한 가지 마법 맞나요?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마법들이라……

마법사들은 한자리에 모여서 제이크가 쓴 마법에 대해 떠드는 중 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이크가 마 법사들에게 보여 준 것은 무지막

지한 마력과 검은 화살을 쏘는 마 법,한 가지뿐이었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이때까지 제이크를 마도사급 염력 마법사로 생각했다.

하지만,그 생각은 조금 전 본 마법들로 인해 깨지고 말았다.

모두가 처음 보는 마법들이었다.

그리고 각각이 전혀 성향이 다른 마법들이기도 했다.

"서클을 엄청나게 가지고 있는 마법사인가?"

"아니,그 무시무시한 마력으로 서클 두 개 이상 돌리면 충돌로

바로 죽을걸요?"

"그보다 도대체 어디서 만든 마 법이지? 어떤 마탑의 비밀 제자인 가?"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마법사들이 었다.

그때,한 마법사가 인상을 찡그 리며 손을 들었다.

"잠시만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 닌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인가요?"

"다른 게 아니라,분명 마법사가 서 있던 곳의 마법진 말입니다."

"아니,그게 왜요?"

"그곳에 그런 마법진이 떡하니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아무리 봐 도 그 마법사가 그린 것 같은데요?"

"설마……

"아니,마법진을 그릴 수 있는 마법사가 어디 있습니까?"

"맞아요. 마법진을 그릴 수 있으 면 지금 마탑들에 남아 있는 마법 진을 보수도 못 하고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그렇죠. 마법진을 그릴 수 있는 마법사는 벌써 천 년 전에 대가 끊어져...

이야기를 이어 가던 마법사가 자 신의 말에 놀라,말을 멈췄다.

다른 마법사들도 입을 떡 벌리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설마,대가 안 끊어진 거야?"

"고대 마법사의 후계자?"

"그럴 리가……

"아니,그러면 말이 돼요. 저 다 양한 마법도,우리가 모르는 마법 을 쓰는 것도,마법진을 그릴 수 있는 것도."

"하지만,제가 알기로는 고대 마 법사들은 마법을 시전하는 데 오 래 걸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

마법사처럼 빠르게 못 해요."

"그도 그리 빠르지 않은 것 같은 데……. 그리고 고대 마법사의 마 법 시전이 느리다는 것은 풍문에 가깝잖습니까."

앞에 말한 마법사가 제대로 알고 있었지만,다른 마법사들은 뒤에 말한 마법사 편을 들었다.

"정말,고대 마법사의 후예일까요?"

"탑주님이나 장로님들은 고대 마 법사 이야기만 나오면 인상을 찡 그리던데……

"흠,후예가 아니라면 도무지 이

해가 안 되긴 하는데."

말이 슬슬 겉돌기 시작했다. 나 와야 할 말이 안 나와서 생긴 문 제였다.

한 마법사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잖습 니까."

마법사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잠시 뒤, 제비뽑기가 시작되었다.

* * *

몬스터 소탕은 빠르게 진행되었

다.

기사들이 영지를 휩쓸고 다니니, 몬스터들이 기어 나오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세간에는 기사 한 명이 검은 몬 스터 하나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기사단 전체가 움직이자 낙오된 몬스터들은 금방 정리가 되었다.

그렇게 기사단과 본진의 병사들 이 영지 전체를 쓸고 다니는 동 안,제이크와 레이첼,영지병들은 영주성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검은 몬스터 에게 점령당한 영지의 참상을 볼 수 있었다.

대로에는 반쯤 먹힌 채로 남겨진 시체가 널려 있었다.

거기다,곳곳에 피웅덩이가 아직 도 많이 남아 있었다.

마을은 폐허로 변해 있었고,마 지막으로 도착한 영주성도 이제는 성의 기능을 할 수 없어 보였다.

"잔해만 남았네요."

폐허가 되어 버린 영주성을 보며 레이첼이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

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성은 벌레 몬스터에 의해 부숴져 있었고,성을 지키던 병사들은 모 두 몬스터에 먹힌 듯,피만 남아 있었다.

친위대들이 성의 잔해를 수색하 며 남은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지만,성은 텅 비어 있었다.

"건질 게 하나도 없네."

제시카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부대에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을 까 방문한 것이었기에 다른 이들 도 그녀의 아쉬움에 동참했다.

하지만,제이크는 뭔가 찾는 것 처럼 계속 성안을 움직였다.

"뭘 찾는 거야?"

그를 본 제시카가 쪼르르 달려와 물었다. 제이크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벤도르 영지의 영주성에는 비밀 통로와 창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밀 통로?"

제시카의 눈이 반짝였다.

"영주의 침실에 입구가 있다고 들었는데,너무 많이 부서져서 침 실을 찾을 수가 없네요."

"그거 뜬소문 아니지?"

"확실한 이야기입니다."

물론,지금 세상에서 들은 이야 기가 아니라,복제 세상에서 미래 에 들은 이야기이었지만…….

이 성의 비밀 통로는 복제 세상 에서 황제와 벌인 내전으로 영주 가 죽은 뒤 발견되었다.

비밀 통로 안에 있는 창고에는 상자 가득한 은화와 각종 보물이 가득했다.

황제는 그 보물들을 황도로 가져 오게 했고,제이크는 그 보물들을 정리하면서 비밀 통로에 대한 이

야기를 들었었다.

"침실을 찾는 건 맡겨 둬!"

좀 전까지 시무룩한 표정을 했었 던 제시카의 눈에서 별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녀는 벽을 두드리고,바닥을 뒤집고,잔해를 헤집더니,마침내 한 곳을 가리켰다.

"침대보로 보이는 천이 엄청 고 급이야. 그리고 가구 잔해도 엄청 귀한 원목이고. 내가 보이기에는 여기가 영주의 침실이었던 곳 같아."

제이크는 하늘이 보이고 벽 일부

만 남은 폐허에 들어섰다.

제이크가 보기에는 다른 폐허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었지만,전직 도적인 전문가가 침실이었다고 하 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제이크가 바닥에 마나를 홀려 넣 어 보았다.

'이건!'

제시카의 말이 맞았다.

바닥 아래에 공간이 있었다.

'부술까?'

잠깐 고민하던 제이크는 곧 목걸 이의 마나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그때 였다.

"잠깐 기다려!"

제시카가 제이크를 급하게 말렸다.

"여기 입구가 있는 것 같아."

제시카가 바닥 한쪽을 가리켰다. 평범한 바닥에 네모난 금이 그어 져 있었고,한쪽에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설마,이런 곳이 비밀 창고 입 구는 아니겠죠?"

마치 지하실 입구처럼 단출하게 보이는 흔적에 제이크가 다시 물 었지만,제시카는 대답하기 전에 후다닥 자물쇠를 따고 문을 열어

버렸다.

"입구 맞는데? 제이크,넌 너무 기준이 높아. 마법이나 기관으로 비밀 통로를 만드는 귀족이 얼마 나 된다고 생각해? 그나마 있는 곳은 거의 마도 시대의 유적을 활 용한 것일걸?"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는 대답하 지 못했다.

제시카는 신이 나서 지하로 내려 갔고,제이크도 라이트를 공중에 띄운 채로 제시카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한참 통로를 내려간 두 사람은 앞을 가로막은 나무문을

보게 되었다.

"오오- 분명 보물을 숨겨 둔 창 고가 분명해!"

신이 난 듯 제시카가 방방 뛰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녀의 말이 맞았기에 제이크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마법은 안 걸려 있지?"

"제시카도 기준이 너무 높아요. 비밀 창고에 마법이 걸려 있는 곳 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그나마 마도 유적을 활용한 곳에서나 마 법이 걸려 있을걸요?"

제이크가 바로 반격을 하자,제시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홍이다. 어쨌거나 마법이 안 걸 려 있다니까,연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나무문을 열 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제시카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안에는 제이크의 예상대로 갖가 지 보물들이 있었다.

각종 은화와 유물,보조 마법이 걸려 있는 마법 아이템까지.

하지만,두 사람은 뒤쪽에 펼쳐 져 있는 보물을 볼 새가 없었다.

창고에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어린 남매가 피골이 상접한 모습 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매는 이 영지의 마지막 생존자 이자,영주의 자식들이었다.

영주가 마지막 순간에 두 남매를 음식과 함께 보물 창고에 숨겨 뒀 던 것이다.

한 달 이상 어두운 곳에서 지냈 는데도 남매는 다행히도 정신이 온전해 보였다.

두 사람은 남매를 데리고 얼른

비밀 창고를 서둘러 빠져나왔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누군 가 구하러 온다면 분명,동부 연 맹군. 레이첼 여남작이 올 거라 고

마법 가방에서 꺼낸 간단한 죽을 먹은 오빠가 레이첼에게 또박또박 영주의 유언을 전해 주었다.

레이첼은 동생을 품에 안고 오빠 의 말을 들었다.

어린 동생은 레이첼의 품에 안겨 편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레이첼 여남작님이 오

시면 이미 망한 영지를 드리고 몸 을 의탁하라고 하셨습니다."

편하게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소년의 말에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거야?"

"저도 그렇게 들었으니까요."

제시카와 제이크가 얼빠진 대화 를 나누었다.

"좀 놀랐어. 너무 갑작스러운 이 야기인데. 그러지 말고 우선 몸을 추스르고 이야기를 하자."

"전 아버지의 말씀을 전해 드렸 을 뿐입니다."

어린 소년의 똑 부러지는 말에 레이첼도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애가 저렇게 어른스러워. 근데 가능한 이야기야?"

"뭐,황실의 허락이 있고,귀족들 의 동의가 있어야 하긴 하지 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가 능할 것도 같은데요?"

"세상에……. 레이첼 영주님이 영지를 하나 더 가지게 되는 건 가?"

"영지민도 없고 패망한 땅일 뿐 이긴 하지만요. 그리고,아직 어떻

게 될지 몰라요."

"쳇,누군 영지도 얻는데,난 보 물 창고에 들어가서 빈털터리로 나오고……. 세상은 불공평해."

영주의 자식들이 살아 있으니 보 물 창고에 있는 보물들은 남매의 소유였다.

한껏 기대했던 제시카에게는 보 물 대신 먼지만 가득 먹고 만 결 과였다.

"우선,본진과 합류하자. 너희들 도 씻고 쉬어야지. 온전한 정신으 로 다시 이야기하자."

레이첼이 동생을 안고 몸을 일으

켰다.

레이첼과 영지병들은 성을 나섰 고,성주의 아들은 마지막으로 파 괴된 성을 돌아보았다.

'죄송합니다,아버지.'

그는 조금 전 레이첼 여남작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의 아버지가 남긴 유언은 영지 를 레이첼 여남작에게 주라는 것 이 아니라,남매를 후견인으로 삼 아 달라는 것이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 레이첼 여남작 의 지원을 받아 다시 영지를 재건 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그는 영주가 되고 싶지 않았다.

천재 소리를 듣는 그였지만,한 달의 시간 동안 그는 겁에 질려 버렸다.

솔직히 자신이 정신이 온전한지 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남은 재산으로 조용히 위험 하지 않은 곳에서 살고 싶을 뿐이 었다.

그는 다시 레이첼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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