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급 서기관의 회귀-200화 (200/222)

200화

레이첼을 놓쳐 버린 황제는 크 게 화를 냈다.

황제의 손에 근위 기사의 목이 달아났다.

"공간 이동이라니. 목적지를 알

수 있어?"

황제의 질문에 마법사들은 고개 를 저었다.

그들은 이동 마법진이 없이 공 간 이동하는 모습도 처음 봤다. 목적지를 파악할 리가 없었다.

마법사들의 목도 날려 버리고 싶었던 황제였지만,아쉽게도 더 성질을 부릴 수 없었다.

검은 몬스터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마지막 유희를 이렇게 망치는군."

황제는 크게 숨을 내쉬며 아쉬

움을 떨쳐 버렸다.

검은 몬스터들이 날아온다는 것 은 연맹군이 길을 막지 않고 있 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부수 면서 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기껏 열린 문을 이용하 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황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위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충성 은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병사들의 눈은 불안에 떨리고 있었다.

제국의 정예병이었지만,이곳까

지 오면서 보고 들은 것들이 있 었다.

연맹군이 선으로 불리고 자신들 이 악으로 불린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귀찮군."

황제는 가슴 어림을 누르며 인 상을 찌푸렸다.

에고 아이템을 가슴에 박아 넣 은 뒤에 묘하게 자제력이 약해지 고 있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저 쓰레기들이 필요했다.

황제는 마법사에게 신호를 보내

고 큰 소리로 외쳤다.

"연맹군이 길을 비켜 주었다. 이제 우리는 제국을 위협하는 몬 스터들을 쓰러뜨릴 것이다. 모두 돌격하라. 적의 심장까지 달려가 라. 나 엘리고스 사알 안드라스 가 그 심장에 검을 꽂아 넣을 것 이다!"

마법사의 확성 마법 덕분에 황 제의 말은 제국군 전체에 퍼져 나갔다.

황제의 말은 기묘한 울림을 가 지고 황제군 속에 스며들었다.

근위 기사들이나 제국 마법사들

처럼 세뇌를 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황제에 대한 신뢰를 끌 어올리는 정도는 충분했다.

"와! 와! 황제 폐하 만세!"

근위 기사들에게서 나온 환호가 황제군 전체로 퍼져 나갔다.

이어 마법사들의 마법과 궁사들 의 화살이 하늘을 수놓았다.

평범한 몬스터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검은 몬스터들 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군대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날아오던 검은 몬스터들이 격추 되었다.

황제군은 남쪽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벤도르 영지는 다시금 몬스터들 의 땅이 되어 있었다.

영지를 회복했던 연맹군은 성을 걸어 잠그고 다른 영지로 피한 뒤였다.

황제군은 마주치는 몬스터를 쓰 러뜨리며 영지를 관통했다.

몬스터 하나에 수십 명,수백 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었지만, 황제는 개의치 않았다.

황제군은 묘하게 생긴 영주성도 들리지 않고,계속 남으로 내려 갔다.

영주성 성벽 위에서 제이크 일 행이 지나가는 황제군을 보고 있 었다.

빈크루의 공간 이동은 던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곳 벤도르 영주성이 빈크루의 제2의 던전이 되었으니,그들이 이곳으로 공간 이동되는 것은 당 연했다.

"황제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던 것일까요?"

레이첼이 우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멀리 북쪽에는 연맹군이 남으로 내려가는 황제군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황제군은 뒤쪽에 모여 있는 연맹군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단지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글쎄요. 그 머릿속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제이크는 어깨를 으쏙였다.

황제의 말대로 몬스터들을 쓰러

뜨리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 바 아녔다.

물론 황제에 대한 분노는 가라 앉지 않았다. 하지만,저 군대 속 에 있는 황제를 쓰러뜨리기는 무 리였다.

더구나 지금은 쉬고 싶을 뿐이 었다.

황제군은 며칠 지나지 않아,벤 도르 영지를 관통했다. 그 뒤에 도 황제군은 계속 남쪽으로 향했다.

몬스터들과의 싸움으로 병사의 숫자는 계속 줄어들었지만,황제 는 멈추지 않았다.

황제군이 벤도르 영지를 빠져나 가자 연맹군은 다시 영지를 회복 했다.

끊어졌던 방어선을 다시 이은 것이다.

물론,남쪽으로 향한 황제군에 대한 감시는 계속했지만,황제군 은 한 번도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그저 뚜벅뚜벅 남쪽으로 향할 뿐이었다.

황제군의 모습에 연맹군은 한숨 을 돌렸지만,다른 곳에서 들려 오는 소식에 다시 정신없이 바빠 졌다.

처음 들려온 소식은 동부 지역 의 전투 소식이었다.

동부 지역에서 벌어진 황제군과 연맹군의 싸움은 연맹군의 승리 로 끝이 났다.

하지만,그 승리에는 너무 많은 피가 흘렀다.

난전이 되어 버린 전투는 황제 군 절반 이상이 죽은 뒤에야 끝 이 났다.

연맹군의 피해도 만만찮았다. 10분의 2 이상의 병사가 죽어 나갔다.

황제군에 비해서는 적은 피해였 지만, 합쳐서 10만에 가까운 인 원이 죽은 전투였다.

거기다 몇 만이나 되는 포로와 그만큼의 부상병.

신관이나 포션으로 감당이 될 숫자가 아니었다.

연맹군과 오페우스 백작은 전투 의 뒷수습도 벅찰 지경이었다.

하지만 뒷수습할 시간도 없었다.

황제군이 지나온 영지들에게서 무수한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이 었다.

처음에는 황제군에게 약탈당한 영지민들의 생계형 반란이었다.

그들은 영주성을 불태우고,식 량을 찾기 위해 창고를 부쉈다.

하지만 영주성 창고라고 멀쩡할 리가 없었다.

그들은 세력을 이루고 부자와 귀족,다른 영지를 공격했다.

이어서,황제군이 몬스터들 사 이로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퍼진 뒤,영주들이 들고일어났다.

황제군에게 피해를 본 영주나 피해를 당하지 않은 영주나 상관 없었다.

영주들끼리 뭉치고 서로 싸웠다.

그렇게 덩치를 불린 영지들의 목표는 제국의 황도였다.

황제가 없는 제국의 다음 황제 가 그들의 목표였다.

그것은 연맹군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놈들에게 황도를 내어 줄 수는 없습니다. 세력은 우리가 가장 강대합니다."

벤도르 영주성 회의실에 모인

영주와 귀족,기사들의 눈이 욕 심으로 번들거렸다.

"동부에 주둔하고 있는 연맹군 도 모두 레이첼 님의 뜻을 따른 다고 합니다."

영주는 물론이고 기사도 서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레이첼은 슬픔에 젖은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 가족과 영지민들을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욕심으로 눈이 벌 게 있었다.

벌써 연맹군 안에 여러 파벌이

만들어졌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내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 으면 벌써 연맹군이 갈가리 갈라 졌거나,이 자리에서 끌려 내려 갔겠지.'

레이첼은 슬쩍 자신의 뒤를 바 라보았다.

그곳에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욕심이 없는 두 사람이 있었다.

제이크와 제시카.

제시카는 심심한지 한숨을 내쉬 고 있었고,제이크는 무심한 눈 으로 회의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최대한

제이크의 눈을 피했다. 가끔 목 소리를 높이려던 사람들도 그가 바라보자 바로 소리를 줄였다.

욕심이 없을뿐더러,일당백,일 당천인 사람들.

이 두 사람,아니,제이크 한 사 람 때문에 레이첼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계속되는 청원을 들으며 레이첼 은 생각에 잠겼다.

욕심이 가득한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그렇다고 제국을 이대로 놓아 둘 수는 없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 중이

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적어도 욕심은 보 이지 않았다.

하지만,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의 본성은 최후까지 그녀를 막아섰다.

이럴 때는 조언이 필요했다. 레 이첼은 고개를 돌려 제이크를 바 라보았다.

"제이크 마법사도 한마디 해 주 세요."

레이첼의 말에 회의실이 조용해 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언을 구하다 니.

한때 돌았던 레이첼 여남작의 숨겨진 애인설이 다시 떠오를 정 도였다.

하지만,마법사 앞에서 그런 소 리를 할 용감한 사람은 없었다.

모두 긴장한 얼굴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장난이 심해요.

제이크의 메시지 마법에 레이첼 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고개를 돌리고 있어 제시카 이외에는 그녀의 미소를 보

지 못했다.

레이첼은 고의로 그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었다.

그의 입지를 더욱 올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뛰어난 마법사이자, 레이첼이 신뢰하는 조언자로.

어쨌거나 그는 레이첼의 말에 대답을 해야 했다.

제이크는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도 황도로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우리는 이 방어선을 계속 유지하고 제국에서 몬스터

를 몰아내야 합니다. 다른 영주 들과 정치 싸움을 할 시간이 없 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기사들과 귀족 일부가 움찔했다.

욕심 때문에 당면한 일을 놓쳤 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지 않은 자들도 제이크의 말에 반색했다.

어쨌거나 그들과 같은 의견이었 기 때문이었다.

제이크를 빤히 바라보던 레이첼 은 잠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시 사람들을 향해 고

개를 돌렸다.

"가겠습니다. 황도로 가서 제국 을 안정시킴니다. 출정합니다."

레이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사방에서 고함과 환호가 들려왔다.

"흠,황도를 차지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제국을 차지한다는 건가?"

제시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하자 남아 있던 사람들이 질겁 한 얼굴로 방을 빠져나갔다.

"그런 이야기를 내놓고 말하면 어떻게 합니까. 모두 도망가 버 렸잖아요."

"흥,어차피 똑같은 이야기인데. 빙빙 돌려 말하면 괜찮은 건가?" 제국 황실에 대한 공포는 황제 가 몬스터의 소굴로 사라진 뒤에 도 없어지지 않았다.

용병인 제시카는 달랐지만, 전 생에 왕이 없는 세상에서 살았던 제이크마저 느낄 정도였다.

다행히 레이첼은 그런 공포는 없었다. 한번 결정을 내리자 그 녀는 현실적인 부분을 확인했다.

레이첼이 제이크에게 물었다.

"다음으로 후계자 서열이 높은 사람이 누구죠?"

황도를 장악하기로 한 만큼,황 제가 살아 돌아오더라도 황제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 황제를 세워야 했다.

제대로 된 후계자든,아니면 꼭 두각시든,제국의 황제는 다시 세워져야 했다.

복제 세상에서 황제가 죽은 뒤 에도 서기관으로 지냈던 제이크 였다.

그보다 더 후계 서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레이첼의 물음에 제이크는 물끄 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요?"

빤히 자신을 바라보자 레이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이크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이 든 황후의 모습을 겹쳐 볼 수 있 었다.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다른 세상에서는 제 눈앞에 계 신 분이 황후셨지요. 당연히 황 제가 죽고 서열 1위는 황후시고

요."

제이크의 말에 레이첼이 그를 째려 보았다.

"지금은 황. 후. 가 아닙니다 만."

아무래도 황후란 말에 화가 난 모양이었다.

제이크는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지금도 다

르지 않습니다."

제이크는 눈이 동그랗게 변한 레이첼을 보며 말을 이어 갔다.

"개국 공신인 루테리아 공작가 의 후계자이자 신조의 주인,그

리고,예비 황태자비를 넘는 후 계자는 없습니다."

지금 황제는 독자였고,전 황제 의 형제는 전 황제의 취임식 때, 그리고 황제의 사촌들은 이번 황 제의 취임식 때 목이 잘려 나갔 었다.

먼 친척은 아직 남아 있겠지만, 레이첼의 서열보다 높은 황족은 남아 있지 않았다.

"다음 황제는 레이첼 영주님, 당신이십니다."

제이크의 말에 레이첼이 딱딱하 게 굳어 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