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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01화 (201/222)

201 화

크아아악!

"막아!"

"살려 줘!"

"멈추지 마!"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지상으로 추락한 검은 몬스터는 주변의 병사들을 먹어 치웠다.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창을 내질 렸다.

하지만 기사의 검도 제대로 박히 지 않는 몬스터의 몸에 일개 병사 의 창이 박힐 리가 없었다.

쥐의 꼬리를 닮은 굵은 몬스터의 꼬리가 주위를 쓸었다.

그러자 창을 내지르던 병사들이 한꺼번에 쓸려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은 겁에 질 렸지만,다시 몬스터를 향해 달려 나갔다.

병사들은 죽어 가면서도 몬스터 가 다시 날지 못하게 붙들었다.

그 와중에 수십의 병사가 더 죽 었지만, 결국 몬스터는 뒤이어 달 려온 기사들에 의해 숨이 끊어졌다.

몬스터가 죽은 것을 확인한 기사 들은 다른 곳을 향해 움직였다.

아직 추락한 몬스터들이 많이 남 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사들은 무척이나 지쳤음에도 신념이 가득 찬 눈을 하고 다음 몬스터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남아 있는 병사들의 눈에

는 그런 신념이나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한 병사의 말에 다른 병사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탈영해 버릴까?"

"하려면 연맹군하고 싸울 때 했 어야지. 너무 늦었잖아."

말을 꺼낸 병사도 실제로 할 생 각이 없는지 어깨를 으쏙일 뿐이 었다.

"도망친 놈들은 다 죽었겠지?"

"뭐,기사하고 마법사 놈들 손을 피했다고 해도,밖은 온통 검은

놈들 천지인데 살아날 리가 없 지."

연맹군의 방어선을 뚫고,몬스터 들의 땅으로 들어온 지도 벌써 몇 주가 지났다.

황제군은 공격해 오는 몬스터들 을 처리하면서 계속 남쪽으로 내 려갔다.

그들은 파괴된 영지들을 지났고, 이제 막 제국을 벗어나는 중이었다.

그동안 많은 병사가 죽었다.

기사도 죽고 마법사도 죽었지만, 병사들이 죽은 수에는 미치지 못

했다.

마법사들이 힘을 합쳐서 하늘을 나는 검은 몬스터를 떨구고.

병사들이 그 몬스터를 붙잡아 두 는 동안.

기사들이 달려와 처리한다.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었지 만,그 결과는 병사들의 전멸이었다.

그제야 병사들은 자신들이 소모 품인 것을 잘 알게 되었다.

이제는 황제의 연설도 소용이 없

었다.

단지 마법사와 기사들의 무력이 무서워서,혹은 달아날 곳이 없어 서,이들은 계속 나아갈 뿐이었다.

또다시 정면에서 검은 몬스터들 이 날아오고 있었다.

창을 든 병사들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죽음의 행군을 하는 황제군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뒤쪽 하늘.

그곳에 제이크가 있었다.

그는 은신 마법과 투명화 마법을 두른 채로 황제군을 바라보고 있 었다.

지하 세계에서도 걸리지 않은 은 신 마법인 만큼 그가 공격하지 않 는 한 사람이나 몬스터 중에서 그 를 알아볼 존재는 없었다.

-저 마법사들 있는 곳에 가까이 가면 걸릴걸요?

파티마의 딴지에 제이크는 피식 웃고 말았다.

군대의 중앙,황제 주위를 마법 사들과 기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제이크라도 저런 마나 공명 지역 에 걸리지 않고 접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들키지 않았다면 벌써 황제 멱 을 따 버렸을 거야."

거친 제이크의 말에 파티마는 대 꾸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제이크가 가진 황제에 대한 분노 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황제 목을 따지 않더라도 황제를 방해할 방법은 많이 있었다.

몰래 병사들을 기습한다든가,몬 스터가 공격할 때 대규모 광역 마

법을 터트리든가.

그럼에도 제이크는 몰래 지켜볼 뿐이었다.

서로 싸우는 디스트로이어들과 황제.

어느 한편을 도울 수는 없었기 에.

그렇게 물끄러미 군대를 보던 제이크가 불쑥 입을 열었다.

"자살하려는 걸까?"

그는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벌써 군대의 규모가 반 이상 줄 어들었다.

병사들은 지쳤고,기사와 마법사 들은 마나가 고갈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제군은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정말로 제국을 위해,인간을 위 해 싸우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제이크가 아는 황제는 절대 그럴 위인이 아니었다.

복제 세상 속에서는 물론,돌아 온 뒤 보여 온 행동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제이크는 더욱 지금 상황

이 이해가 안 되었다.

-이제 슬슬 더 쫓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연맹군도 황도를 향해 가는 중이 었다.

황제를 더 추격하다가는 연맹군 이 싸울 때 돕기가 힘들었다.

제이크는 멀어지는 황제군을 한 참 노려보았다.

황제군의 목표는 확실했다.

검은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균열이 목표였다.

하지만,거기로 가 봤자,의미가 없었다.

'아니,황제에게는 이유가 있을지 도 모르지.'

한참을 고민하던 제이크가 결정 을 내렸다.

"제길,돌아가자. 여기서 황제군 을 망가뜨렸다가는 후방이 위험 해."

결국,그는 분노와 욕망보다 이 성과 합리를 택했다.

-죽지 말고 기다려라. 넌 내가 죽일 거야.

마지막으로 황제를 향해 메시지 마법을 날린 그는 북쪽으로 몸을 돌려 날아갔다.

황제는 뜬금없는 메시지 마법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자신의 군대 와 마법사들뿐이었다.

황제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검 을 뽑아 옆에 있던 마법사를 베어 버렸다.

"뭐,같은 마법사니,억울해하지 마."

황제는 쓰러지는 마법사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다른 마법사들에 게 지시를 내렸다.

"쥐새끼가 숨어 있다. 찾아봐."

그러면서 황제는 생각했다.

"여기까지 숨어서 쫓아오다니, 보통 마법사가 아니군."

언뜻 떠오르는 마법사가 있기는 했다.

레이첼 뒤에 서 있던 젊은 마법 사.

"분명 그놈일 텐데……. 근데 서 기관 때만 본 게 맞나?"

황제의 머릿속에 나이 든 서기관 이 스쳐 지나갔다.

"정말 이해가 안 가네. 황후가 기사가 되고,처음 보는 여자 대 검호에,서기관 마법사라니."

아쉽게도 일을 벌인 놈을 알아내 지는 못했지만,지금은 그리 의미 있는 일도 아니었다.

이제 레타니아 왕국이었다.

좀 더 가면 고대 숲,그리고 끝 없는 균열.

거의 다 왔다.

오랜 세월 목표로 한 일이 성사 되기 직전이었다.

황제는 다시 한번 가슴을 쓰다듬 었다.

그 순간,황제는 서기관의 젊은 모습을 기억해 냈다.

황궁의 지하. 거대한 마법진,세

소년.

"설마,그놈이었나! 죽지 않았어?"

놀란 그가 뒤를 돌아보았지만, 하늘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하,맙소사. 뒤통수가 얼얼하 네. 돌아와서는 제일 먼저 인사해 야겠군. 최고야! 최고!"

황제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검은 몬스터의 괴성과 황제의 웃 음이 하나로 섞였다.

북으로 향하는 연맹군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연맹군이 지나는 곳은 반란이 일 어난 영지들.

황제의 수탈에 살기 위해 일으킨 반란군들이었다.

영주 식구를 내쫓거나 영주를 죽 인 반란군들이었으니, 연맹군은 그들이 필사적으로 반항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연맹군이 영지 안에 들 어오자 반란군들은 바로 항복을 했다.

영지에 접근하니,미리 와서 투 항하는 반란군도 있었다.

덕분에 연맹군은 빠르게 황도로 진격할 수 있었다.

다만 반란군의 투항은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었다.

"투항한 자들을 모두 죽여야 합 니다."

"맞습니다. 투항했다고 하지만, 영주와 귀족을 죽인 놈들입니다. 일벌백계하지 않는 한 위엄이 서 지 않습니다!"

귀족들이 달려와 레이첼 앞에서 소란을 피웠다.

레이첼은 투항하고 항복한 반란 군들 수뇌를 가두어 두고,일반인 들은 병사로 돌린 상태였다.

연맹군은 병력을 늘리고,배고팠 던 반란군들은 배를 곯지 않게 되 어 서로 좋은 결과였다.

수뇌가 아닌 반란군들은 단지 배 고픈 영지민들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대부분의 귀족은 레이첼의 결정에 반감을 품었다.

귀족에 상해를 입한 자들을 살려 둔다는 것을 그들은 인정할 수 없

었다.

"가둔 놈들이야 나중에 제대로 효수를 하기 위해 그런 것이겠지 만,나머지 놈들을 병사로 받아들 인 것은 잘못입니다."

더구나 귀족들은 옥사에 가둔 반 란군 수뇌들은 모두 죽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레이첼은 몰려온 귀족들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녀도 귀족이었다. 그것도 공작 의 딸.

하지만 그녀는 또 기사이자,대 수림과 붙어 있는 아스굴론과 루

테티아의 영주였다.

몬스터와 싸우는 데 귀족과 영지 민은 차이가 없었다.

차라리 기사나 마법사라면 그러 려니 할 수 있겠지만,눈앞에 있 는 귀족들은 쥐꼬리만 한 마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반란군을 모두 죽이면,앞으로 누가 투항을 하죠? 그들과 모두 싸워서 남들보다 빨리 황도에 도 착할 수 있나요?"

레이첼의 날카로운 말에 귀족들 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래도,귀족의 권위를 위

해서는..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있었지 만,차마 앞에 나서서 말하는 사 람은 없었다.

레이첼의 말대로 된다면 말을 꺼 낸 사람이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그렇게 반란군을 처리 한다면 우리와 싸우는 다른 영주 들은 모두 목을 베야겠네요. 모두 반란군이 잖습니까."

지금 남쪽으로 사라진 황제라면 얼씨구나 하고 목을 베어 버릴 테 지만,원래 영지전에서 상대 영주

목을 베는 법은 없었다.

인간끼리의 전쟁에서 진 귀족은 몸값을 내고 풀려나는 게 상식이 었다.

거기다,따지고 보면 연맹군도 반란군이 었다.

하지만 레이첼은 그 말은 꺼내지 않았다.

"반란군에 속했던 자들의 처리는 모든 일을 마치고 하겠습니다. 그 전까지는 모두 싸움에 도움이 되 는 방향으로 처리할 것입니다."

딱 부러지는 레이첼의 말에 귀족 들은 차마 더 말을 꺼내지 못했

다.

그때,귀족들 뒤쪽에 서서 일을 지켜보던 한 영주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 군인으로 만든 반 란군들이 도중에 도망칠 수도 있 잖습니까. 앞으로 더 인원이 늘면 정확한 인원도 파악할 수 없을 텐 데요."

레이첼은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베이크 자작.

제이크가 주의하라는 자였다.

지금 보니 지금 몰려온 귀족들의 뒤에는 자작이 속한 파벌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자작은 레이첼의 약점을 제대로 찔렀다.

병사들의 인원 파악도 제대로 안 되는 지금,반란군이었던 병사들 을 체크 해 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레이첼이 잇몸을 깨무는 순간. 그녀의 뒤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인원 체크는 이미 해 두었습니다. 필요하다면 확인도 시켜 드릴 수 있는데…… 원하십니까?"

레이첼은 들려오는 소리에 안도 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이크의 목

소리였다.

웅성거리던 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레이첼을 노려보던 자작의 눈이 슬쩍 옆으로 움직였다.

마도사 이상의 고대 마법사가 확 답했는데,시비를 걸 수 있는 사 람은 없었다.

레이첼은 귀족들을 보며 속으로 웃고 말았다.

"여러분의 이야기는 잘 들었으 니,이만 돌아가시지요."

레이첼의 말에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귀족들이 슬슬 자리를 피했

다.

자작을 포함해 모든 귀족이 빠져 나가자 레이첼은 제이크를 돌아보 았다.

"여기 대장이 내가 아니라 제이크 같아요."

"뭐,무지한 자들은 기사가 아니 라 기사가 들고 있는 칼을 무서워 하는 법이니까요."

제이크의 말에 레이첼이 피식 웃 었다.

"말은 잘해요,말은."

"맨날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다 보니...

레이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었다.

"오래 걸렸네요. 볼일은 끝났나요?"

"네,이제 황도에 도착할 때까지 따로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레이첼은 제이크가 어디 갔었는 지 알아차린 듯했지만,따로 묻지 않았다.

"그런데,언제 그런 체크를 해 두었나요? 고대 마법은 정말 신기 하네요."

레이첼의 물음에 제이크는 고개 를 저었다.

"그런 마법은 없는데요."

"네?"

"거짓말한 겁니다."

레이첼은 황당한 얼굴로 제이크 를 바라보았지만,제이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뒤로,반란군들의 항복은 계 속 이어졌다.

그 덕분에 연맹군은 누구보다 먼 저 제국 황도 앞에 도착할 수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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