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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03화 (203/222)

203화

"마나여,너의 힘으로 영역을 나 누어라. 안과 밖은 서로 다르니, 서로 왕래할 수 없다. 바람도,물 도,공기도!"

주문과 함께 목걸이에서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와,완드를 거쳐 마법으로 바뀌었다.

"큭!"

-하아,괜찮겠어요? 너무 과한 마나에요. 몸이 못 버틸지도 몰라요.. 윽.

-네 걱정이나 해! 벌써 정신 못 차리고 있으면서!

-아니,내가, 뭘,어째…… 우웅.

파티마의 말이 잘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에고 완드가 붉게 달아올랐고, 제이크의 팔은 온통 핏줄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제이크는 버텨 냈다.

그의 눈빛이 빛나는가 싶더니, 곧이어 제이크가 만든 마법의 이 름이 불렸다.

"실드 마크 2!"

-헤,엉망인 이름이당.

술에 취한 듯 어딘가 허술한 파 티마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와 상관없이 곧바로 마법이 구 현되 었다.

화아아아악!

황궁을 뒤덮은 실드 위로 또 하 나의 실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푸른 실드 위에 펼쳐지는 또 다

른 붉은 막.

약간의 사이를 두고 펼쳐진 새로 운 실드는 기존의 실드를 뒤덮었다.

그 광경을 모두가 두 눈으로 보 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황도 안에서도,연맹 군에 있는 마법사들도.

"저게 가능한 건가?"

"되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마 나가 있다면."

"저건 실드가 좀 다른 것 같은데?"

"근데 웬 실드지? 기존 실드에

한 겹 더 씌운다고 뭐가 달라진다 고..

그런 마법사들의 의문을 뒤로한 채로 이윽고 새로운 실드가 완성 이 되었다.

제이크는 발밑에 펼쳐진 새 실드 를 슬쩍 밟아 보았다.

출렁거리는 실드.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았다.

-출렁 출렁, 비눗방울 같당. 약 해,약해.

"그 정도로 약하지는 않아. 기사 의 검이나 마법 한 방에는 깨질 수도 있겠지만,그래도 인장력은

대단해. 웬만해서는 안 끊어질 거야."

-흐잉,하지만,누가 톡 건드리 면 빵 하고 터질 거야.

"설마 건드리겠어……. 후우,아

무래도 서둘러야겠다."

파티마의 말에 제이크가 빠르게 다음 마법을 시전했다.

"그냥 놔두면 너무 오래 걸리니 까…… 파이어!"

주문이 떨어지자 화염이 일기 시 작했다.

화염은 새로 만든 실드 내부에서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원래 있던 실드 를 뚫지 못했다.

화염은 두 실드 사이로만 퍼져 나갔다.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실드 안에서 보던 사람들도,모두 의아 한 눈으로 커져 가는 화염을 지켜 보았다.

실드 사이로 퍼져 나가는 화염은 곳 황도 전체를 덮었다.

밖에서 볼 때는 마치 거대한 화 염구가 황도를 덮친 것 같았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마법이었지 만,제이크가 그 마법을 펼친 의

미를 알 수 없었다.

화염 마법은 기존의 실드에 아무 피해를 주지 못했고, 새로운 실드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거리가 멀어서 황도 내부에 열기 를 주지도 못했다.

"무슨 마법이지? 설마 겁나게 만 들어 항복시키려는 것은 아니겠 지?"

"겁이 나긴 하네요. 황도가 모두 불에 뒤덮인 것 같아요."

성벽에서 병사들이 떠드는 말처 럼,황도에 있던 사람들은 겁먹은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이 불길에 휩싸인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불길이 점점 약해졌다.

제이크가 계속 마나를 불어넣고 있지만,더 태우는 건 힘들어 보 였다.

그런데 불길이 거의 꺼지려 하던 순간.

털썩.

"어? 왜 그래……

털썩,털썩,털썩.

거의 동시에 황도 안에 있던 사 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숨이 막힌 듯 입 을 뻐금거리다 쓰러졌지만,대부 분 사람들은 이유도 알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성벽 위에도.

거리에도.

황성 안에서도.

순식간에 황도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쓰러지고 말았다.

그것은 마탑 안에서 실드를 유지 하던 마법사도 마찬가지였다.

스르르륵

푸른 실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제이크가 사라지는 방어 실드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성공!"

-다들 숨 막혀 죽는당. 켁켁.

"알아,바로 해제할 거야."

제이크는 앞으로 펼쳐진 손을 거 두어들였다.

그러자 실드를 유지하던 마나가 끊어졌다.

푸른색 실드는 언제 있었냐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자 꺼져 가던 화염이 다시 확 불타올랐다.

"히 익!"

발밑에서 솟아오르는 화염에 제

이크가 깜짝 놀랐다.

다행히 작은 실드가 자동으로 몸 주위에 펼쳐졌다.

화염은 실드를 뒤덮은 뒤에 바로 사라졌다.

"와,이건 예상 못 했네. 까닥했 다가는 내가 만든 마법에 죽을 뻔 했다."

-바보 마법사. 실력은 높아졌는 데,아직도 덜렁이래요.

"뭐,안 다쳤으면 되는 거야."

-우웅,근데 저 사람들 어떻게 해요? 가만 놔두면 정말 바보가 되겠어요.

"산소 부족으로 쓰러진 거니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 아마 도……. 연탄가스도 아니었으니 일산화탄소 중독도 없었을 거고. 설마,화염 마법이 불완전연소는 아니겠지?"

원래 실드라는 것은 마법과 화 살,마나와 물체의 이동을 막는 마법이 었다.

하지만 제이크가 만든 실드는 달 탔다.

다른 실드에 비해 한 가지 막을 수 있는 게 더 있었다.

바로 공기였다.

제이크는 실드를 펼쳐 황도의 공 기를 외부와 격리했던 것이다.

그냥 놔두어도 시간이 지나면 황 도의 산소가 모두 소모되겠지만, 제이크는 화염 마법으로 산소를 태우는 것으로 시간을 당겨 버린 것이다.

실드를 없애는 과정에서 화염이 다시 치솟는 실수가 있었지만,제이크의 마법은 그의 예상대로 효 과를 발휘했다.

제이크는 바로 황궁 옆에 자리 잡은 제국 마탑으로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레이첼이 검을 뽑

아 들었다.

"전군 진격!"

신호용 불화살들이 하늘로 솟구 쳤고, 연맹군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 앞에 황도의 성벽이 맨살을 드러냈다.

제국 마탑은 다른 마탑과 달리 그리 높지 않았다.

황성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는 암 묵적인 관례 때문이었다.

낮은 마탑은 황실과 제국 마탑의 관계를 모두에게 알려 주는 산 증 거이기도 했다.

대신,그 내부는 무척이나 깊었다.

광!

마탑의 문이 박살 나면서 제이크 가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 마탑의 방어 마법도 가동 되지 않는군."

-아,어지러워. 그런데 이렇게 화려하게 들어와도 되는 건가요?

슬슬 파티마가 정신이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마나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빨라 진 것 같았다.

"뭐,마탑에 남은 사람이 거의

없을걸? 거기다 한번 이렇게 마탑 문을 부수면서 들어와 보고 싶었어."

복제 세상에서 서기관으로 지내 는 동안,황실 마법사들이 무던히 도 그의 성질을 건드렸었다.

제이크가 평범한 서기관이라면 모욕을 기억하지 않았겠지만,그 는 나름 평등한 전생을 기억하던 사람이었다.

이제 서기관 동안 당한 복수를 할 때가 돌아온 것이었다.

-웅,속 좁은 주인님.

파티마가 슬쩍 흉을 보는 사이

제이크는 가로막은 문을 부수면서 위로 올라갔다.

황도의 방어를 담당하는 마법진 은 마탑의 맨 위층에 있었다.

복제 세상에서 직접 가 보았던 곳이니,제이크의 움직임은 거칠 것이 없었다.

제이크의 예상대로 마탑은 텅 비 어 있었다.

황제가 대부분을 끌고 갔고,남 은 마법사도 성벽에 나가 있었으 니,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마법사들이 전부 황 제의 말을 따르는 걸까?"

계단을 오르며 제이크가 중얼거 렸다.

"근위 기사들이야 한번 결정을 내리면 뒤도 안 돌아보는 놈들이 지만,마법사는 항상 의심하고 또 의심할 텐데."

-흥,마법사가 아니라 마법 기술 자들이에요.

아직도 취한 게 남았는지 파티마 가 바로 딴지를 걸었다.

당연히 제이크는 그녀의 말을 무 시했다.

"어떻게 된 건지 이제 알아보면 되겠지."

어느덧 층계가 끝났다. 꼭대기 층에 도착한 것이다.

쾅!

제이크는 앞을 가로막은 문을 다 시 날려 버렸다.

제국 마탑의 최상층은 거대한 마 법진이 그려진 하나의 방이었다.

마법진 중앙에는 마법사 한 명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었고,벽 쪽에는 로브를 입은 소년이 쓰러 져 있었다.

"벌써 일어나면 안 돼."

제이크는 마법사의 뒷머리를 강 하게 내리쳤다.

컥!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던 마법사 는 다시 기절해 버렸다.

"마나가 부족할 판이라. 좀 미안 하네."

처음으로 목걸이의 마나를 한계 까지 쓴 제이크였다.

더구나,과한 마나 사용 덕분에 정신과 몸 상태도 그리 좋지 않 아,웬만하면 마법 사용은 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이 마법진은 뺏어 둬야 지."

제이크는 한숨을 내쉰 뒤,마법

진 중앙에 올라섰다.

황도 방어 마법진.

황도 지하에 있는 유적의 마나를 이용해 황도를 방어하는 마법진이 었다.

강대한 제국의 힘을 이용해서 유 적들의 마법진을 분석하고,연구 해 만든 것으로,고대 마도 제국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들어 진 마법진이었다.

"아니,내가 여러 개 만들어 냈 으니,마지막은 아니지."

-잘난 척이 심해요.

제이크의 말에 코웃음을 치던 파

티마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제국의 마법 기술자들 은 대단하네요.

-마법진이 하는 일이 유적의 마 나를 끌어다가 거대한 실드를 만 드는 것밖에 없지만,만든 것만으 로도 대단해요.

욕 같은 칭찬을 뒤로하고,제이크는 마나가 깃든 에고 완드로 마 법진을 고치기 시작했다.

복잡한 마법진의 선들이 지워지 고 새로 그려졌다.

잠시 뒤,허리를 두들기며 제이크가 몸을 일으켰다.

"암호 수정 완료."

-이제는 나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될 정도네요.

"청출어람이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잘 난 척하는 것은 알겠네요.

"별것 아냐. 마법진을 구동하기 위안 암호 패턴을 바꾸고,새로운 기능 좀 넣었을 뿐이야. 대충 나 하고 앰버 정도만 쓸 수 있으면 될 테니까."

솔직히 파티마는 제이크에 대해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목걸이로 마나 부족을 해결한 것

도 대단했지만,마법사로서의 실 력도 이제는 마도 시대의 마법사 들보다 뛰어나 보였다.

제이크는 마법 가방에서 로프와 수건을 꺼낸 뒤,마법사의 입을 막고 몸을 칭칭 감아 구석으로 던 져 놓았다.

마법사를 던져 놓은 곳 옆에는 수습 마법사로 보이는 소년이 깨 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성을 점령하는 건 다른 사람들 이 잘할 테니,난 이쪽이나 확인 해야겠다."

제이크는 한쪽에 있는 의자를 수

습 마법사 앞에 끌고 와서 자리에 앉았다.

아직은 어려 보이는 소년 마법 사.

-솔직히 몇 살 차이도 안 나는 데요.

파티마의 말에 피식 웃은 제이크 는 정신을 차린 소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넌 황제가 좋냐?"

평범한 질문이었지만,소년의 생 각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기도 했다.

* * *

세뇌를 당한 마법사와 기사의 저 항이 있었지만,그들 이외에는 아 무도 연맹군을 가로막지 않았다.

처음부터 황제를 따를 생각이 없 던 시민들이었다.

더구나 황도를 뒤덮는 마법을 본 뒤로는 연맹군에 저항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연맹군도 다른 진압군처럼 난폭 하게 굴지 않았다.

레이첼의 지시 때문이기도 했지 만,레이첼 뒤에 있는 마법사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잘못한 병사에게 마법사가 표식 을 달아 놓는다는 소문이 돌았기 에 병사들은 점령군이 아니라 황 도의 치안병처럼 행동했다.

그렇게 레이첼과 연맹군이 황도 를 안정화하는 사이,제이크는 마 탑과 황성을 뒤집고 있었다.

황제의 숨겨진 방을 찾기 위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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