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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07화 (207/222)

207화

검은 창살들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마도사님이시다!"

"와아!"

방책에 숨어 화살을 쏘던 병사들

이 환호했다.

그동안 저 검은 선들의 위력을 여러 번 보았던 병사들이었기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저 선들이 지켜 줄 거라 믿었다.

그사이 비행형 몬스터들이 지상 으로 추락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들 이 달려들었다.

그동안 기사들은 하늘을 보며 손 을 빨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들이 몬스터들을 떨어뜨릴 수 있는 숫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 이었다.

오랜만에 방책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산 중턱에 만들어진 나무 방책은 산맥을 따라 동서로 끝없이 이어 져 있었다.

물론 나무로 만들었기에 몬스터 가 들이닥치면 바로 부서지겠지 만,병사들의 안정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또한 그 방책은 벤도르 영지 경 계에도 세워져 있었다.

다만,벤도르에는 나무 대신에 흙과 돌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 었다.

던전 에고 빈크루의 마법 덕이었다.

벤도르 영지 근처의 몬스터들을 해치운 제이크는 바로 벤도르 영 지로 날아갔다.

병사들은 날아가는 제이크를 향 해 손을 흔들었다.

벤도르 영지는 다른 곳과 달리 이미 싸움이 끝나 있었다.

하지만 한쪽에 쌓여 있는 몬스터 들의 사체를 보니,몰려든 숫자는 훨씬 많았던 모양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에는 레이첼의 친위대와 루 이,두 사제,그리고 제시카가 있 었으니까.

"너무 늦어! 왜 이제 오는 거 야!"

땅에 내려서는 제이크를 보고는 제시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네가 없으니까 이놈들 잡는 데 별짓을 다 해야 했잖아."

지상으로 접근하는 몬스터들에게 그물을 던지고,발리스타를 쐈다.

거기다,제시카는 마법 신발을 써서 십 미터 이상을 뛰어오르기 도 했다.

나중에 가서는 지상으로 내려오 지 않는 놈을 잡기 위해 제시카가 투석기에 몸을 실어야 하는 경우 도 생겼다.

"역시 나는 높은 곳은 안 맞아. 지상으로 떨어질 때 무서워서 혼 났어."

제시카는 투석기로 날아갔을 때 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 제이크 님 말대로 몬스터 들이 몰려왔네요.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옆에서 정비를 하던 루이가 이어 서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막을 만했는 걸?"

"그거야,여기나 그렇죠. 다른 곳 은 피해가 잦았을걸요."

"하긴. 방어선이 넓어서 뚫린 곳 도 있겠다. 하지만,제이크가 난리 친 것 치고는 난이도가 높지 않았어."

웃음 띤 얼굴로 제이크를 보던 제시카가 표정을 굳혔다.

"설마,여기서 끝난 게 아니야?"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제이크는 바로 하늘로 떠올라 남 쪽으로 날아갔다.

"아니,말하다 말고 어디를 가!" 제시카가 황당한 얼굴로 남쪽 하 늘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대로 끝나는 게 아 닌 모양이죠."

"끙,아니길 바라지만,저런 얼굴 일 때는 꼭 일이 일어나니까……. 자! 모두 쉴 때가 아니야! 방어 준비! 사령부에도,다른 곳에서 소식을 전해!"

제시카가 크게 외치자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마법사들이 메시지 마법을 보내 고,말을 탄 전령이 사방으로 달

려갔다.

남쪽으로 내려가도 하늘에는 몬 스터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둥지들을 없앴다고 하지 만,이렇게 없었던 적은 없었다.

-설마,여기 있던 몬스터들이 전 부 올라온 걸까요?

제이크는 파티마의 질문에 대답 하지 않았다.

그는 남쪽을 향해 계속 날아갔다.

파괴된 영지들을 넘어,그는 제 국의 국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거대한 몬스터들의 물결을 보게 되었다.

-설마,지하에 있던 디스트로이 어들인가요?

지상에서 보았던 비행 몬스터들 이 아니었다.

공룡을 닮고,늑대를 닮고,곤충 처럼 보이는 몬스터들.

지하 세계에서,아니,복제 세상 에서 보았던 바로 그놈들이었다.

남쪽으로 날아가던 제이크는 급 하게 멈추었다.

슈우우욱!

지상에서 거대한 무당벌레들이

날개를 꺼내 들었다. 이어 괴물들 이 하늘로 솟구쳤다.

"역시. 탐지 벌레들도 있었군."

탐지 벌레로 불리는 몬스터는 은 신이나 투명 마법에 특화된 디스 트로이어 였다.

지하 세계에서도 탐지 벌레가 사 는 곳은 멀찌감치 돌아갔었던 제이크였다.

제이크가 검은 창살을 날렸다.

창살이 검은 무당벌레들을 꿰뚫 었지만,그 순간 그의 은신 마법 도 깨져 버렸다.

은신 마법이란 존재감을 줄이는

마법.

디스트로이어와의 전투 중에 은 신 마법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북쪽을 향해 움직이던 디스트로 이어들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캬아아아아!

몬스터들의 물결 곳곳에서 제이크를 향해 공격이 퍼부어졌다.

거대한 바위가 하늘로 솟구쳤고, 레이저를 닮은 검은색 물이 쏘아 졌다.

화염구를 닮은 검은색 구도 날아 왔고,강한 다리를 이용해 제이크 가 있는 곳까지 점프하는 디스트

로이어도 있었다.

콰과과광!

제이크 주변에 펼쳐진 실드가 마 구 깨져 나갔다.

깨지는 족족 다시 실드가 만들어 졌지만,이번에는 만들어지는 속 도가 깨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 했다.

-30초 이상 못 버텨요. 물러나야 해요.

제이크는 깨져 나가는 실드 너머 를 바라보았다.

남쪽 지평선까지 몬스터의 물결 은 끝나지 않았다.

"저 뒤 어딘가에 황제가 있겠 지?"

어디 있는지 알기만 하면, 싸움 이라도 걸어볼 수 있겠지만,이런 디스트로이어의 물결에는 제이크 도 버틸 수 없었다.

자신이 있는 곳까지 뛰어오른 디 스트로이어를 향해 수십 개의 창 살을 박아 준 뒤,제이크는 다시 북쪽으로 돌아갔다.

하루 뒤, 벤도르 영주성의 회의

실.

오페우스 백작은 어두운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수만 이상의 검은 몬스터란 말 인가..

제이크가 눈으로 확인한 것만 그 정도였지만,제이크는 더 숫자를 늘려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금 숫자만으로도 회의실은 충 격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여태 싸워 왔던 비행 몬스터의 숫자가 수천을 넘지 않았다.

그 숫자의 몇 배나 되는 군세라 니.

"마법사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방 어선을 지킬 수 없습니다. 병력을 뒤로 물려야 합니다."

"하지만,이 방어선 뒤로는 전부 평지입니다. 몰려오는 놈들을 막 을 수 없습니다."

"지금 방어선이야 산맥 기준이잖 습니까. 비행 몬스터가 못 넘어서 만든 방어선이니,다른 몬스터들 은 크게 차이가 없을 텐데요."

"차이가 없긴 뭐가 없습니까? 전 략 전술도 안 배웠습니까? 왜 성 벽이나 방책을 쌓는지 모릅니까?"

"하지만,방어선 전체를 지키기

는 무리입니다. 저 몬스터들이 방 어선 전체로 몰려오는 게 아니니 우리도 뭉쳐서 지켜야 합니다!" 충격이 지난 뒤에 사방에서 의견 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영주와 귀족들은 황도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지만,결과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어떤 방법으로든 막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병력을 더 모아야 합니다. 동부 와 서부의 군사도 모아야 하고 제

국 전체에서 징집해야 합니다."

"제이크 마법사의 말에 따르면 이곳까지 도착하는 데 삼 일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물러나야 합니다. 여 기에 있다가는 병력을 버리는 꼴 에 불과합니다."

"하지만,그렇게 되면 우리 뒤에 있는 영지민들은 어떻게 하죠?"

마지막 참모의 말에 모두 꿀 먹 은 벙어리가 되었다.

결국,모두의 시선은 백작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떠드는 말들을 듣고

있던 백작이 눈을 떴다.

백작은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놈들이 도착할 때까지 방어선을 지킨다."

참모와 기사들 사이에서 한숨이 홀러나왔다.

"제국인의 피난이 우선이다. 최 대한 북쪽으로 피난시키고,그사 이 우리는 적을 막아 내면서 후퇴 한다."

"하지만,피해가……

백작은 작은 소리로 웅얼거리는 참모를 노려보았다.

"백성을 버리는 군대가 무슨 소

용이 있나! 레이첼 경의 말을 듣 고도 깨닫는 게 없는 건가!"

백작의 말에 참모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러움을 느낀 것이다.

"이건,인간들끼리의 싸움이 아 니야. 우리가 버리고 간 사람들은 모두 죽고 만다. 한 명도 버리면 안 돼!"

백작의 말에 많은 기사와 참모들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어디까지 피난을 시켜야 합니까?"

백작은 탁자 위에 펼쳐진 제국

전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국 중앙에 선을 그었다.

"황도 아래 전부."

백작의 말에 곳곳에서 놀란 목소 리가 들려왔다.

백작의 말은 제국의 반을 포기하 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피난민 중 최대한 징집하고,각 영지에 병력을 요청하도록. 황도 에도 소식을 보내고."

"거절하는 영지도 있을 텐데요." 아직 연맹군이 제국 전체를 지배 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다시 반란을 벌일 영지도 있을 게 분명했다.

"그 일은 황도에 맡긴다." 무책임한 말이었지만,백작은 레 이첼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백작의 결정에 따라 참모들은 세 밀한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작은 옆에 서 있는 기사에게 물었다.

"이런 폭탄을 던져 준 마법사는 어디 갔지? 자고 있나?"

거지꼴에다 피곤에 찌든 모습을 하고 있던 마법사였다.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긴 했지

만,차마 부르기도 미안할 정도였다.

"아닙니다. 무슨 지원을 요청한 다고 성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뜻밖의 말에 백작이 기사를 쳐다 보았지만,기사도 더는 알지 못했다.

"또 뭘 하려고 그러는 건지."

백작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그동안의 행동 덕분에 백작도 제이크의 행동에 긴장부터 하게 된 것이다.

* * *

백작의 걱정대로,제이크는 성의 지하 창고에서 마법진을 조정하고 있었다.

"잘했어. 이제는 혼자서도 꽤 잘 하는데?"

[헤햇,그럼요. 이제는 자신 있어요.]

마법진을 조정하면서 제이크가 꺼낸 말에 반투명한 요정이 몸을 비비 꼬았다.

그런데 칭찬은 빈크루에게 했는 데,덩달아 잘난 척하는 에고가

있었다.

-전부 내 교육 덕분이에요.

파티마의 잘난 척에 제이크는 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지만, 잘난 척할 상황은 아니었다.

"셀프 힐."

거기다 그녀의 말에 장단을 맞출 수 있는 상태 또한 아니었다.

열심히 자신의 몸에 마법을 사용 하고 있었지만, 정신적인 피로는 방법이 없었다.

어쨌거나 빈크루가 홀로 만든 이 동 마법진은 약간의 수정만으로

다른 곳과 연결되었다.

지금 지하 창고에는 마법진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원래 있었던 보존 마법진을 개조 해서 아스굴론 영지와 연결한 이 동 마법진.

그리고,제이크가 황도로 간 사 이에 빈크루가 새로 만든 이동 마 법진.

"얼른 갔다가 오자고."

제이크는 마법진 위에 올라서서 마법진을 가동했다.

마법진이 환하게 빛났고,잠시 뒤 제이크의 모습이 사라졌다.

제이크가 다시 나타난 곳은 브리 티 왕국의 수도.

백탑의 지하 마법진 위였다.

마법진 주위에는 놀란 마법사들 이 서 있었다.

아스굴론 마법 상점의 주인인 반 센의 연락을 미리 받고 기다리던 마법사들이었다.

"이게 정말 되는 거군요." 마법사들의 제일 앞에 제노 마법 사가 서 있었다.

그도 제이크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의 이동 마법진에 연결을 하 는 것뿐입니다. 원리만 알면 간단 합니다."

제이크의 말에 제노가 의미심장 한 미소를 지었다.

"저번에 거짓말을 하셨더군요." 제이크가 온전한 고대 마법사라 는 것은 이곳 백탑까지 퍼져 있었다.

"뭐,그때 상황은 어쩔 수 없었 죠. 그보다 새로 거래를 하러 왔 습니다. 가능할까요?"

제이크의 말에 제노가 팔을 펼쳤다.

"백탑은 준비가 되었습니다. 새 로운 탑주인 저와 이야기를 나누 시죠."

제노의 말에 제이크가 미소를 지 었다.

"마법사들이 필요합니다. 아주 많이. 대가는 고대 마법의 전수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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