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쿠앙!
하늘로 광선이 치솟아 올랐다.
광선은 구름을 꿰뚫고,이어 구 름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땅과 하
늘을 울렸다.
"미친!"
제이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가슴을 가린 그의 망토는 반쯤 타 버려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첫 공격에 바로 죽을 뻔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실드를 최대로 덮어씌우고 기다렸건만,한 방에 실드 전체가 날아간 것이다.
급하게 몸을 피했는데도 광선이 그를 따라왔다.
망토가 아니었으면 이미 산 목 숨이 아니었을 게 분명했다.
-망토의 마나가 모두 소실되었 습니다. 지금은 일반 망토와 다 를 바가 없어요.
"나도 알아."
그를 질리게 만든 광선은 황제 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젠장! 무슨 광선 쏘는 구더기 몬스터도 아니고. 입에서 광선을 뿜고 난리야?"
-입이 작아서 굵기는 크지 않 지만,벌레형 몬스터가 쏘는 광 선과 비슷한데요.
"뭐? 그냥 검은 색으로 변한 게
아니었어? 으악!"
상황을 파악할 시간도 없었다. 쿠앙!
다시금 황제의 입에서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뒤이어 구름 한쪽이 갈라져 버 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광선이 쏘아지 기 전에 미리 피할 수 있었다.
"설마 연사가 되는 거였어? 쿨 타임이 뭐 이리 짧아!"
-무슨 공격이든지 한계는 있습 니다. 한계에 닿으면 멈추지 않 을까요?
"그게 도대체 언제인데? 까딱하 다가는 한 방에 갈 것 같은데."
제이크는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비행 마법에 중력 마법,바람을 이용한 마법에, 염동력까지 사용 했다.
때문에 제이크는 공중에서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옆으로 날아가다가 뚝 떨어지 고,지그재그로 움직이다가 누가 끌어올리는 것처럼 하늘로 치솟 아 올랐다.
그로 인해 황제가 쏜 광선은 제이크를 한참 동안 맞추지 못했
다.
"어떻게 몬스터들이 위로 올라 왔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알겠어."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저 광 선으로 지하 균열 천장이 무너졌 을 겁니다. 면적은 넓지 않지만, 이 정도 파괴력이면 금방 길을 만들었을 게 분명해요.
정신없이 피하면서도 제이크와 파티마는 지상에 몬스터들이 올 라온 이유를 알아냈다.
꽤 긴 시간 동안 제이크가 피하 고 있으니,황제가 광선을 내뿜
는 걸 멈추었다.
[마법사가 저렇게 하늘에서 자 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건가?]
황제는 제이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이크로서는 겨우 잡은 기회였다.
바로 황제를 향해 뼈 창살을 날 리고,마법을 퍼부었다.
수백 개의 창이 지상으로 쏟아 졌고,하늘에서 번개가 퍼부어졌다.
"역시 마법은 무리인가."
제이크가 펼친 전격 마법은 황
제는커녕 몬스터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번개의 환한 빛은 몬스 터들의 눈을 감게 만들었다. 그 틈에 창살이 몬스터들을 꿰뚫었다.
그렇지만 쏟아진 창들은 황제에 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황제를 향해 날아간 창살들이 황제의 몸은 꿰뚫지 못했던 것이다.
황제의 몸은 창이 닿기 전에 곤 충의 껍질처럼 딱딱하게 변해 있 었다.
디스트로이어의 뼈로 만든 창들 이었지만,그냥 튕겨 나고 말았다.
제이크는 황제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가장 자신 있 는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곤란한 건 황제도 마찬가지였는 지 그가 주변을 보며 혀를 찼다.
중형 몬스터 여러 마리가 바닥 에 쓰러져 있었다.
황제가 올라타고 있는 거대 몬 스터의 몸에도 창들이 박혀 있었다.
거대 몬스터는 창이 박힌 자리
에서 검은 피를 흘리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황제 자신은 괜찮았 지만,몬스터들의 피해가 만만찮 을 게 분명했다.
그것도 별 상관은 없지만,손해 를 보는 것 같아 황제는 기분이 나빠졌다.
[결국 직접 움직이게 만드는군.] 황제가 검은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러자 넓은 피막이 펼쳐지 더니,크게 펄럭였다.
황제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됐다!"
황제가 날아오는 것을 본 제이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인님 연기력이 별로인데. 괜 잖을까 모르겠어요.
파티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면박을 주었지만,제이크는 그녀 의 말에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황제가 날아오르는 속도가 예상 보다 빨랐다.
급하게 뒤로 물러섰지만,황제 와 점점 가까워졌다.
이어서 황제의 입이 벌어지더니 다시 광선이 쏘아졌다.
"으악! 날면서도 되는 거였어?"
제이크가 허겁지겁 광선을 피하 는 바람에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황제가 제이크를 향해 손을 가 리켰다.
다섯 개의 손톱이 제이크를 향 해 쭉 길어졌다.
그 순간,제이크가 밑으로 푹 꺼졌다.
검은 손톱들은 제이크가 있던 공간을 꿰뚫었다.
"무기가 몇 개나 되는 거야!" 비명 같은 고함을 지른 제이크 는 낮게 지상을 스치듯 날았다.
그는 바로 근처의 숲 안으로 뛰 어들었다.
황제는 숲 위를 날며 지상으로 광선을 쏘아 댔다.
광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나무가 잘려 나가고,쓰러졌다.
숲이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제이크는 매번 아슬아슬하게 황 제의 공격을 피해 냈다.
광선을 피하고,나무를 피하고, 나무가 쓰러지는 것까지 피하느 라 제이크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 었다.
그러면서도 황제가 쫓아오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했다.
-힘내요. 좀 더 가면 되니까요. 그나저나 황제도 바보네요. 뻔히 보이는 연기였는데.
황제는 유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성격이 전과 다르지 않 다면 쫓아오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 추격전은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크는 원 하던 자리에 도착했다.
- 시작해요!
제이크는 광역 메시지 마법을
시전했다.
그가 보낸 메시지 마법을 숲 곳 곳에 흩어져 있는 마법사 모두가 들었다.
-설마 이게 가능할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고 대 마법사의 후계자가 된다고 했 으니 되겠지.
-고대 마법사들이 이런 마법진 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없던데.
-시끄러워! 모두 정신을 집중 해!
메시지 마법으로 떠들던 마법사
들이었지만,백탑의 탑주의 일갈 에 모두 입을 닫고 말았다.
위기는 곧 기회,
새로운 백탑의 탑주는 직접 이 번 작전에 참가했다.
제이크가 지정한 위치에 서 있 던 마법사들은 각각 자신의 서클 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마법을 시전했다.
"마나볼."
그러자 그들의 손에 마나가 모 여들기 시작했다.
한데 모여든 마나는 공으로 뭉
쳐지지 않고 주변으로 흐르기 시 작했다.
마법사들은 예상치 못한 광경에 눈을 부릅떴다.
제이크가 지시한 것은 평범한 마나볼을 만드는 마법을 계속 시 전하라는 것이었다.
원래 마나볼이라는 것은 마나를 모아 구 형태로 만들어 적에게 던지는 것.
하지만,마법을 완성시키지 않 으면 계속 마나볼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마법사가 그런 낭비를 계
속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마법사들은 처음으로 마나볼 마법을 완성시 키지 않고 유지하는 중이었다.
-마나볼 마법에 이런 게 있었 나?
-그럴 리가 없잖아. 저 고대 마 법사가 뭔가 장난을 쳤겠지.
-그럼 결국 그의 말대로 된다 는 거잖아?
놀란 듯 이어지는 대화와 함께 그들이 끌어 올린 마나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연결된 마나의 선들은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 냈다.
만약 마나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하늘에서 이 광경을 보았다면 마 나가 이어진 형상이 하나의 마법 진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 었을 것이었다.
그리고,그 마법진의 모습은 과 거 균열에 만들어져 있던 마법진 과 똑같았다.
하늘을 난다는 관념 자체를 봉 쇄하는 마법진.
제이크는 균열에 있던 마법진을 마법사들을 이용해 만들어 냈던 것이다.
제이크가 숲 가운데 만들어진 공터에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황제는 다시 입을 벌려 광선을 쏘려다가 입을 다물고 말았다.
-딱 알맞게 바닥난 모양이네요.
제이크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봉쇄. 하늘을 나는 모든 것." 쿵!
제이크의 주문과 함께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한순간에 뭔가 달라진 것을 제이크와 황제는 알
수 있었다.
다음 순간,제이크와 황제의 몸 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황제가 놀라 날개를 퍼덕였지 만,날개는 황제의 몸을 눈곱만 치도 위로 올리지 못했다.
착,쿵!
지상에 가까웠던 제이크가 가볍 게 지상에 착지를 함과 동시에 황제가 바닥에 충돌했다.
땅이 푹 파였다. 황제의 몸무게 가 무척이나 무거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황제는 전혀 충격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
바로 일어서더니 황제가 날개를 줄였다.
[마법인가? 별 신기한 마법도 다 있군.]
"날개가 있는 것을 보고도 대응 하지 않으면 마법사가 아니지."
황제의 말에 제이크가 대답했다.
빈크루의 눈을 통해 황제의 모 습을 본 제이크였다.
날개가 있는 몬스터는 날개 봉 쇄가 먼저였다.
제이크의 창들이 통했다면 필요 없었겠지만,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들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황제가 공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공터를 감싼 숲에서 사 람들이 공터 안으로 들어오고 있 었다.
기사들이었다.
[역시 함정이었나? 꽤 머리를 썼군. 다른 건 몰라도 나는 것을 막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하늘을 날지도 못하고, 디스트 로이어들과 떨어져 있는데도 황 제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한 거지? 제
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 었던 건가?"
정면에서 다가오던 오페우스 백 작이 슬픈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하,이건 나름 재미있는 장 면이네. 나의 검술 선생이 나를 막아 서다니. 전쟁이 재미없어질 까 봐 걱정했는데,이것도 나름 괜찮군.]
어린 시절 황제에게 검을 가르 쳤던 백작이었다.
"황제가 되기 전에는 비록 말씽 꾼이었지만,이런 식으로 미치진 않았던 거 같은데."
백작의 말에 황제였던 검은 몬 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황성 지하에 있는 유 적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 아니,그래도 내전으로 망하고 대수림을 넘고 있었을 지 도 몰라. 안 그래? 서기관.]
황제가 제이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이크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황제도 대답을 바라지 않은 듯했다.
대신 그는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그 가슴에 있는 게 에고 아이 템인가?"
황제는 갑옷도 입지 않은 검은 색 맨몸이었다.
몸 가운데 걸친 것이라고는 가 슴에 달려 있는 쇠뭉치뿐이었다.
황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에고 아이템을 알아? 어떻 게 알지?]
제이크는 황제에 질문에 대답하 지 않고 질문을 이어 갔다.
"그 에고 아이템이 몬스터들을 제어하는 건가?"
[하하,이건 또 재미있군. 설마
약점을 물어보는 거였어? 싸움을 앞에 두고 이건 또 웃기는 일인 데. 뭐,맞아. 이게 몬스터들을 제어하는 에고 아이템이야.]
제이크는 빠르게 메시지 마법을 전했다.
-저 몬스터의 육체는 갑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가슴에 달린 에고 아이템을 노리세요.
제이크의 메시지 마법은 기사 모두에게 전해졌다.
모두 검을 움켜쥐는 순간.
황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 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내가 제어하는 놈들은 지금 여기도 있지.]
황제의 말이 끝나는 순간.
푸아아아악!
흙이 하늘로 치솟으며 땅속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