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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14화 (214/222)

214화

루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무척 행복했다.

과거 종자로서의 고통을 모두 잊을 정도의 시간이었기 때문이 었다.

반만 각성된 마나를 제대로 각 성시킬 수 있었고,과거 고통을 주었던 자와 정식으로 싸워 승리 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 었고, 먼발치에서만 지켜보던 여 인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거기다,정식으로 기사가 되어 이렇게 최고의 기사들과 함께 적 과 싸울 수 있다니.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뻤던 것은 섬길 사람이 생긴 것이었

다.

마법사라고 자꾸 뒤로 빼긴 했 지만,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낸 것은 바로 그였다.

마지막 싸움에서도 그의 앞을 지킨 것을 루이는 자랑스럽게 생 각했다.

'아델리안,미안.'

루이는 더 이상 방패를 쥐고 있 을 수가 없었다.

부서진 방패가 바닥을 굴렀다.

그 어떤 적들의 공격도 막아 내 던 방패였지만,갑자기 날아온 광선을 막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그래도 그의 방패는 자 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

적어도 루이의 뒤에 있는 사람 들은 지켜 냈으니까.

루이의 상반신이 반으로 갈라졌다.

제이크표 포션으로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처였다.

루이는 좀 더 싸우고 싶었고, 또 마지막으로 동료들을 보고 싶 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의지와 달리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숨이 끊어진 루이가 허물어져 갔다.

"루이!"

제시카가 비명을 질렀지만,이 내 폭음에 묻히고 말았다.

콰과과과쾅!

몬스터의 뱃속에서 튀어나온 광 선은 원을 그리며 공터를 휩쓸었다.

광선은 기사와 몬스터를 구별하 지 않았다.

광선에 닿은 모든 존재가 반으 로 갈라졌다.

십여 명의 기사와 비슷한 숫자 의 몬스터가 한순간에 목숨을 잃 었다.

황제와 싸우던 아인족 서포터 마법사도,도움을 주던 호족들도 죽고 말았다.

반으로 갈라진 몬스터의 윗부분 이 뒤로 넘어갔다.

몬스터의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단지 방금 먹혔던 검은 황제만 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을 뿐.

몬스터가 황제를 먹었던 것이 아니라,몬스터 안에서 황제가

몬스터를 먹어 치웠던 것이다.

그런 황제를 향해 제시카가 달 려들었다.

황제는 다시금 광선을 쏘아 댔 지만,분노에 차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제시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제시카의 검이 황제의 몸을 스 쳐 지나갔다.

그러자 단단하게 변한 황제의 몸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백작의 검과 달리 제시카의 검 기는 황제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껍질을 부수고 그 안까 지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더구나,황제가 입은 상처는 빠 르게 회복되었다.

잠시 제시카를 쫓던 황제는 귀 잖은 얼굴로 다른 타깃을 찾았다.

제일 먼저 그는 마법사를 찾아, 광선을 미친 듯이 쏘아 냈다.

좀 전에는 방패를 든 기사가 막 았지만,이번 공격은 막을 수 있 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황제에게는 안타깝게도 이번 공격은 너무 늦었다.

마법사의 정면 땅들이 마구 솟 아올라 그의 시야를 가린 것이다.

땅 정도야 충분히 뚫을 수 있지 만,상대가 보이지 않으니 맞출 방법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황제는 다른 목표 를 찾았다.

주변에 한쪽 팔로 지팡이를 두 들기는 주술사가 보였다.

다른 쪽 팔은 광선에 잘려 나간 상태였지만,그는 아직도 땅을 두드리고 있었다.

때문에 황제는 지금도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이대로는 앞으로 달려 나가기도 쉽지 않았다.

황제 등에 있는 날개가 펼쳐졌다. 날개가 펄럭이자,황제가 앞 으로 튀어 나갔다.

발을 구르지 못하면 날개를 쓰 면 그만이었다.

하늘을 완전히 날지는 못하지 만,지면에서 조금 떠 이동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멈춰!"

제시카가 따라붙었지만,그녀의 검은 또다시 황제의 몸에 작은

상처만 남기고 스쳐 지나갔다.

황제가 주술사 옆을 지나가며 길어진 손톱을 휘둘렀다.

서걱.

머리가 잘려 나가는 마지막 순 간까지,주술사는 지팡이를 놓지 않았다.

황제는 쓰러지는 주술사를 지나 멀리 뒤쪽에 서 있는 두 소년, 소녀를 향했다.

"멈추란 말이야! 제발 멈춰!"

뒤쪽에서 처음 보는 여자 마나 사용자가 소리를 질렀지만,황제 에게는 듣기에 좋은 소리일 뿐이

었다.

알리바가 이네트 앞을 막아섰다.

'제발 힘을 주세요.'

알리바는 신에게 기도했다.

갑옷을 내려 준 가이아 신에게, 그리고 자신의 신인 저울추의 신 겔드에게,다른 모든 신에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저 괴물 을 막을 힘을 달라고.

이네트를 지킬 힘을 달라고.

알리바가 든 방패는 황제의 손 톱에 그대로 잘려 나갔다.

그의 팔도 동시에 잘렸다.

하지만,알리바는 표정도 변하 지 않고 다른 팔로 황제를 껴안 았다.

팔이 끊어진 고통은 뇌를 뒤흔 들었지만,이 정도의 고통은 참 을 수 있었다.

"달아나!"

알리바가 뒤에 있는 이네트를 향해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그의 배에서 살이 뚫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푹, 푹, 푹.

저.

검은 가시가 그의 몸을 꿰뚫었

다.

그럼에도,알리바는 버렸다.

이네트가 피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그가 버틴 시간은 잠깐 이었다.

가시에 배가 뚫리고,잘려 나가 도 버틴 그였지만,바로 앞에서 쏘아진 광선까지 버틸 수는 없었다.

번쩍.

알리바의 상반신이 한순간에 사 라졌다.

이네트가 멍하니 그 모습을 바 라보았다.

그녀는 도망갈 수가 없었다.

어느새 길게 늘어난 황제의 손 에 목이 잡혀 있었으니까.

황제의 등을 향해 휘두르던 제시카의 검도 더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황제는 팔을 줄여 이네트를 자 신 앞으로 끌어당긴 후 몸을 돌 렸다.

그의 손에 매달려 있던 이네트 는 출렁거리며 그를 따라 회전했다.

바로 앞에 제시카가 단검을 늘 어뜨린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길게 빛을 늘이던 검은 평범한 단검으로 돌아가 있었다.

황제는 이네트의 몸을 돌려 제시카를 보게 했다.

[자,이 여자애를 구해야 하지 않겠어?]

황제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무슨 말을 하든 살려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황제는 제시카가 어떻게 할지

궁금할 뿐이었다.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싸움할 맛이 나지 않았다.

조금 전에는 상당히 위험한 순 간도 있었지만,지금은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제시카가 이네트를 보았다.

이네트는 편안한 얼굴로 제시카 를 바라보았다.

담담한 그녀의 모습은 순교자의 얼굴이었다.

제시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 왔다.

황제는 그 모습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며 비웃었다.

제시카는 이를 악물었다.

검을 잡은 손에 힘줄이 튀어나 왔다.

동시에 제시카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고,그녀의 검에서 검붉은 빛이 솟구쳤다.

전과 다른 빛이었다. 불안한 듯 이 출렁이는 빛이었다.

그녀의 마나를 모두 쏟아부어 만든 빛.

제시카의 광검이 황제를 향해 휘둘러졌다.

놀란 황제가 반대쪽 손으로 검

을 막았다.

서걱!

놀랍게도 그녀의 검은 황제의 팔을 잘라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제시카도 온전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주저앉아 피를 토해 냈다.

한계 이상으로 마나를 썼기 때 문이었다.

놀란 표정으로 제시카를 바라보 던 황제는 피식 웃고 말았다.

[정말,대단하군. 하지만,난 이 정도 상처는 금방 회복…….]

황제는 제시카를 비웃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멀리 마법사가 만든 흙벽 위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쇠뇌를 들고 있는 로브 차림의 남자.

제이크였다.

쇠뇌는 정확하게 그를 겨냥하고 있었고,쇠뇌에 장전된 화살은 마치 녹아내릴 것처럼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마찰 감소,가속,증폭. 마찰 감소,가속, 증폭,바람의 힘이 여,화염이여. 바람이여……

제이크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검 은 화살에 마법을 부여하고 있었다.

온통 검은색인 화살.

검은 창살과 같이 디스트로이어 의 뼈로 만들어진 화살이었다.

마나와 마법을 받아들이지 않는 디스트로이어의 뼈.

제이크는 그동안 창살 외부에 마법을 부여해서 사용했지만,지 금은 검은 화살에 직접 마법을 걸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화살은 마법을 거부 했다.

하지만,말도 안 되는 양의 마 나를 써서 열 번,스무 번 마법 을 걸게 되면,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마법은 의지의 힘.

의지가 특성을 파괴했다.

화살은 곧 녹아내릴 정도로 망 가지는 중이었지만, 제이크는 디 스트로이어의 뼈에 마법을 담을 수 있었다.

심상치 않은 화살이었다. 놀란 황제가 이네트로 자신의 몸을 감 쌌다.

방아쇠를 당기려던 제이크의 손 이 멈추었다.

순간 제이크와 이네트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소리 없이 말했다.

'쏘세요.'

멈추었던 제이크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힘을 주어 방아쇠를 당겼다.

마법을 실을 수 없는 화살은 마 법이 담긴 채로 발사되었다.

창살이 날아갈 때처럼 검은 선 이 아니었다.

화려한 빛의 꼬리를 달고 화살

이 쏘아졌다.

슈아아아악!

한순간이 었다.

화살은 광선처럼 이네트의 배를 관통했다.

푸악!

그리고,황제의 등을 뚫고 나왔다.

황제가 이네트를 떨구었다.

황제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 았다.

그의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 달려 있던 에고 아이템 도 박살 났다.

피를 토하던 제시카도,아직 살 아있는 사람들도,부서진 에고 아이템을 보았다.

드디어 부수는 데 성공했다.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지만,결 국 저 아이템을 부술 수 있었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푸하하하하!]

황제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망가진 아이템을 몸에서 뜯어냈다.

가슴에 뚫린 구멍이 점점 메워

지고 있었다.

[정말 한 방 먹고 말았어. 목표 가 이놈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 네. 덕분에 즐길 거리가 모두 사 라지고 말았잖아!]

황제는 화난 표정으로 으르렁 거렸다.

하지만,그 표정은 바로 사라졌다.

황제는 비웃는 얼굴로 입을 열 었다.

[이놈이 몬스터들을 제어한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건 정답 이야. 근데 결과를 잘못 생각한

것 같아.]

황제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걸 부수면 어떻게 될 줄 알 았던 거야? 디스트로이어들이 얌 전히 지하로 돌아갈 걸로 생각했 나? 아니면 모두 목을 쥐고 죽어 버릴 거라고?]

황제는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단지 내 제어가 풀릴 뿐이야. 그럼 어떻게 되겠어?]

황제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쪽 결과를 기다리며 검은 몬 스터들과 대치하고 있는 제국군 이 있는 방향이었다.

황실 직할령 경계,강의 남쪽. 몬스터들의 진영이 무너졌다. 크아아아아아앙!

크앙! 크앙!

잠잠히 서 있던 몬스터들이 날 뛰기 시작했다.

검은 몬스터들은 옆에 있는 몬 스터와 싸우고,작은 몬스터를

그대로 씹어 삼켰다.

한자리에 뭉쳐 있었던 덕분에 몬스터들은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그 공격은 오래가지 않 았다.

언제 인간들의 냄새를 맡았는 지,싸우던 몬스터들이 모두 북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앞에 강이 있었지만,몬스터들 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연맹군,아니,제국군은 쏟아져

내려오는 몬스터들을 보고 하얗 게 질려 버렸다.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레이첼 주변에 있던 영주와 귀 족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눈들이 모두 도망치자 고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레이첼은 검을 뽑아 들 었다.

그녀는 마나를 실어 외쳤다.

"전투 준비! 뒤에는 우리 가족 이 있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마 라!"

그녀의 목소리가 퍼져 나갔다.

차차차창-

사방에서 검을 뽑는 소리가 들 려왔다.

아직도 겁에 질린 얼굴들이었지 만,병사들은 모두 검과 창을 들 어 올렸다.

레이첼이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신이여,그를,그들을 부탁합니다.'

마지막 기도를 마치고 그녀는 투구를 눌러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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