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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17화 (217/222)

217화

쿠응!

제국 마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마탑의 꼭대기 층에서 일어난 폭발이었다.

그 소리에 사람들이 놀라 창문 을 걸어 닫았고, 병사들은 서둘 러 마탑으로 뛰어갔다.

연기가 솟아오르는 마탑에서 두 사람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제이크와 제시카였다.

은신 마법을 건 덕분에 사람들 은 두 사람이 치솟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아니,뜬금없이 마탑은 왜 공 격한 거야?"

"찾을 게 있어서요."

"세상에, 필요한 게 있으면 조 용히 찾아볼 것이지,층 하나를

완전히 날려 버리는 게 어딨어! 마탑에 사람이 없다고 너무한 거 아냐?"

"시간이 없었어요."

제이크의 대답에 제시카는 한숨 을 내쉬었다.

"마법사가 갈수록 무식해지는 것 같아."

-정말이에요. 주인님 좀 혼내 주세요.

두 사람이 서로 안고 있는 덕분 에 파티마와 제시카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문제는 둘이 나누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제이크의 욕이었다.

제이크는 속으로 고개를 흔들고 는 남쪽으로 다시 방향을 잡았다.

"이번에는 한참 날아갈 겁니다. 꽉 잡아요!"

팡!

"깍!"

제시카는 대답 대신 비명을 지 르고 말았다.

제이크가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가 이렇게 빨라!"

"전에 지하 세계를 탈출할 때 쓴 방법을 개조했거든요. 마법으 로 날개를 만들고 마나를 후방에 서 지속적으로 터트려 추진력을 만드는 거죠. 제트기나 로켓 형 식의 비행이라고 할까요? 자유로 운 이동은 힘들지만,속도는 최 고예요."

"뭔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 겠어! 마법사들은 정말 못됐어!"

제시카가 느끼기에 제이크가 사 용한 마법은 여유로운 다른 비행 마법과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아쉽게도 다른 마법사

는 절대 쓸 수 없는 마법이었다.

마나를 지속해서 폭파하다니, 마법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제이크가 아니면 꿈도 못 꿀 마법이 었다.

제이크도 마나 소모가 걱정될 정도였지만,지금은 무리할 필요 가 있었다.

두 사람은 긴 꼬리를 남기며 남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정말 무지막지한 속도였다.

두 사람은 4시간 만에 제국 남 부 방어선 위를 지나갔다.

그리고,2시간 뒤에는 제국 국 경을 돌파했다.

다행히 비행 몬스터는 거의 보 이지 않았다. 그동안 근처의 둥 지들을 정리해 둔 덕분이었다.

하지만 국경을 넘자 비행 몬스 터들의 숫자가 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비행 몬스터들 대부분 은 자신들 위를 날아가는 두 사 람을 발견할 수 없었다.

모두 은신 마법 덕분이었다.

가끔 마법이 풀려 긴장하기도

했지만,비행 몬스터들은 멀거니 두 사람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비행 몬스터들이 따라가기에는 두 사람의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다.

제이크와 제시카가 떠나고,마 탑에서 폭발이 일어난 정신없는 하루가 지났다.

레이첼은 한밤중이 돼서야 겨우 침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녀는 금방 침대 맡에 놓인 편 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제이크의 인장이 찍힌 편지. 아무리 봐도 연서는 아니었다. 레이첼은 편지를 개봉했다. 편지는 그리 길지 않았다. 담담히 필체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제이크의 조언이 담겨 있 었다.

언제나 보아 왔던 제이크의 글 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든 내용은 절대 담담한 표정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편지에는 모두를 위해 홀로 고 통을 감내한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편지를 쓰다듬었다.

"제이크 발렌티노……

레이첼은 편지를 쓴 사람의 이 름을 잠시 되뇌어 보았다.

레이첼은 제시카가 부러웠다.

제시카는 모든 것을 무시하고 그를 따라나섰다.

레이첼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었다. 레이첼은 간만에 양어깨에 매달린 짐들이 무거워졌다.

제국과 제국민이라는 짐.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지기로 맹세한 짐이었다.

레이첼이 몸을 일으켰다.

짐을 벗을 수 없는 자신이었기 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었다.

밤이 늦었지만,지금 생명을 걸 고 싸우러 간 사람도 있었다.

그녀는 방을 나서며 명령을 내 렸다.

"당장 회의를 소집해. 기사들 전부 모이라고 해! 그리고 영주 들도."

내일 아침부터 병력을 움직이려 면,지금부터 서둘러야 했다.

레이첼은 한 손에 편지를 쥐고 회의실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제이크 제시카 두 사람은 거대한 균열 위에 도 착할 수 있었다.

멸망한 레타니아 왕국 고대 숲 에 있는 바로 그 균열이었다.

제이크가 개운한 얼굴로 기지개 를 켰고,제시카는 질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수고했어,파티마."

-아무리 저를 믿으신다지만, 몸 제어까지 맡기고 잠드는 것은 위 험한 짓이에요!

"맞아. 잠자면서 날아가는 사람 에게 매달리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아?"

파티마와 제시카가 동시에 화를 냈지만,제이크는 만족한 얼굴로 균열을 바라보았다.

아직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았다.

늦지 않은 것이다.

"그럼 내려가 볼까요?"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까지 날아오는 동안,제시카는 그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부터 혼자 가면 죽을 줄 알아!"

그녀는 복제 세상에서 황제와 싸웠다는 말을 듣고 화를 냈지 만,지금 멀쩡한 균열을 보고서 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홀로 힘든 싸움을 한 것에 화가 났지만,필요했던 일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때 였다.

번쩍!

균열 아래에서 광선이 솟구쳤다.

쿠쿵.

그와 함께 균열 깊은 곳에서 암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광선은 계속 이어졌다.

"빨리 가야겠습니다. 꼭 잡으세 요!"

제이크가 균열 안으로 뛰어들었다.

제시카는 눈을 꼭 감고,제이크

를 꽉 껴안았다.

치솟는 광선을 피하며 두 사람 은 거대한 틈 사이로 계속 내려 갔다.

금방 광선이 멎었다.

쿠르르릉.

벽이 울리고,암벽이 무너져 내 렸다. 돌들이 제이크의 실드를 강타했다.

제이크는 떨어지는 돌들과 함께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아직이야?"

눈을 감은 채로 제시카는 소리 를 질렀고,제이크는 아래를 내

려다보았다.

"좀 더 가 야해요."

그렇게 한참을 내려간 뒤, 다시 제시카가 물어보았다.

"아직이야?"

"거의 다 왔어요."

다시 시간이 흐르고.

"더 가야 해?"

"다 왔어요."

제시카가 버럭 화를 냈다.

"도대체 다 왔다는 게 얼마 남 았다는 거야!"

그녀의 말에 제이크가 대답했다.

"눈을 떠 보세요. 정말 다 왔어요."

덜컥 떨어지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제시카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녀의 눈앞에 끝없는 지하 세 계가 펼쳐져 있었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네."

"여기서 떠난 지 시간이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 도 변한 곳은 엄청나게 변했는데요."

제이크는 놀란 얼굴로 제시카의

뒤쪽을 보고 있었다.

제시카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지상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 한 그 산은 구름을 뚫고 지하 세 계 천장까지 닿아 있는 듯했다.

"인간 승리,아니,괴물 승리라 고 할까요."

그 황제가 홀로 광선을 쏘아서 만든 산이었다.

암석을 부숴 거대한 산을 만드 는 광선이라니,제이크는 그런 무기와 싸운 자신을 스스로 대단 하게 여겼다.

"아,저것 봐. 괴물들이야!"

제시카가 놀란 얼굴로 산을 가 리 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산을 오 르는 몬스터들이 있었다.

여러 모양의 검은 색 몬스터들 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작은 디스트로이어에서부터 거 대한 디스트로이어까지.

길이 험하면 길을 만들면서,몬 스터들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냐?"

이미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복 제세상에서 본 바에 따르면,몬

스터가 지상으로 넘어오게 되면 황제를 죽여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제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늦지 않았어요."

제이크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산 아래에도 엄청난 양의 몬스 터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검은색 일색 의 인간형 몬스터도 보였다.

황제가 변한 디스트로이어였다.

거대한 몬스터 위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인간이 아니라 몬스 터의 황제처럼 보였다.

제이크는 다시 위를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균열 끝에 실낱같은 빛 이 보였다.

무너져서 산이 만들어졌기 때문 인지,균열은 전보다 훨씬 넓게 벌어져 있었다.

"폭은 충분해."

제이크는 제시카를 한 손에 안 은 채로 다른 손을 앞으로 내밀 었다.

손에 들린 완드가 수평으로 눕 혀 졌다.

"꼭 잡아야 해요. 충격이 심할

테니까."

"무슨 마법을 쓰려고!"

제시카는 자기도 모르게 제이크 의 목을 꽉 껴안았다.

제이크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고대의 주문을 시 전하노라! 숨겨진 진실이여,문 을 열고,너의 힘을 하늘에 토해 내라!"

원래 이 주문은 제이크가 만든 주문이 아니었다. 먼 옛날 다른 고대 마법사가 만든 주문.

그 주문은 제국의 황실로 대를

이어 내려왔고,당대에 마탑에 탑주에게 전해졌다.

제이크는 그 주문을 조금만 바 꾸었다.

바로 전개되는 위치만을 말이다.

그러자 제이크의 몸에서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그와 함께 균열 끝에 보이는 빛 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균열이 펼쳐진 지상,고대 숲 위.

쩌저적!

높디높은 하늘이 금이 가기 시 작했다.

이어 금이 가던 하늘이 점점 틈 이 벌어지더니,검은 구멍이 만 들어졌다.

게이트였다.

사람과 물건을 옮기는 포탈과 달리,먼 두 장소 사이에 문을 만들어 두는 마법.

죽은 대마도사가 파괴된 도시 위에 만든 그 게이트였다.

구멍이 점점 커졌다.

검은 구멍 안으로 반짝이는 별

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별들 가운데 한 별이 빠르게 커졌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그때,균열 아래서 제이크가 외 치는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아니,들려왔다.

콰앙!

별,아니,소행성 하나가 게이트 를 빠져 나왔다.

거대한 크기의 별똥별이 지상으 로 떨어져 내렸다.

대마도사 때와 달리 엄청나게 높은 곳에서 만들어진 게이트였다.

소행성은 한참을 떨어져 내렸 고,대기에 가열돼 불길을 뿜어 댔다.

소행성은 점점 지상에 가까워졌다.

구름이 뚫리고,바람이 사방으 로 불어 댔다.

이윽고 소행성은 결국 지상에 충돌했다.

쏙.

소행성이 땅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균열 사이로 떨어져 내린 것이다.

과과과광!

얼마 전에 들려온 폭음보다 훨 씬 큰 폭음이 균열에서 들려왔다.

마치 균열 전체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제시카가 멍하니 균열을 올려다 보았다.

뭔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다.

"저게 뭐야?"

"대마도사의 메테오 스트라이크 에요. 황도를 출발할 때 빼 왔죠. 다행히 주문식이 대마도사의 방 에 숨겨져 있었어요."

"뭔가,위험해 보이는데."

"그렇겠죠. 도시 하나를 반파시 킨 놈이니까요. 거기다 위력을 높이느라 게이트를 더 높이 만들 었어요. 균열을 통과시키느라 고 생이 심했지만,위력은 확실할 거예요."

"설마,높으면 더 위력이 세지

는 거야?"

"뭐,공기 마찰 때문에 한도는 있지만,그 대신 열 에너지가 높 아지니,더 강해지긴 하죠. 거기 다 마법으로 속도를 계속 올라가 게 했으니,"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더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서 더 세지는 거라면,균열을 통과하는 높이도 포함된 거지?"

제시카의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제이크의 머릿속에 수식이 마구

흘러갔다.

그때 파티마가 크게 소리를 질 렸다.

-으악! 도망가야 해요! 위력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없어요!

그 말에 제이크의 얼굴이 하얗 게 변했고,제시카가 비명을 질 렸다.

"또,실수한 거야?"

제이크가 정신없이 마법을 시전 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균열 사이에서 불 타는 별이 빠져나왔다.

제이크에 안긴 제시카의 눈이

커졌고,산을 오르던 몬스터들이 불게 달아올랐다.

지상에 있던 몬스터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고,황제도 불타는 별 을 쳐다보았다.

별이 지하 세계의 땅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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