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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18화 (218/222)

218화

환한 빛이 지하 세계를 뒤덮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너 무 큰 소리라 듣지 못한 것이었다.

소행성은 거대한 산 옆에 떨어 졌다.

처음 발생한 충격파만으로 산은 무너져 내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소행성이 부딪친 지면이 한순간 에 증발해 버렸다.

그 여파로 위에 있던 몬스터들 과 유적, 숲과 둥지가 사라지고 천 걸음이 넘는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뒤이어,엄청난 열풍이 사방으 로 퍼져 나갔다.

나무들이 불타고,땅이 녹고 디 스트로이어들도 타올랐다.

제이크의 실드도 그와 함께 붉 게 타올랐다.

상당히 멀리 피해 있던 그들 역 시 열풍을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

붉게 달아오른 실드와 함께 두 사람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한바탕 열풍이 지나간 뒤.

거대한 버섯구름이 솟구쳤다.

제이크와 제시카는 땅에 떨어지 기 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아,정신없어."

제시카가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면 맨날 더 심한 일이 터지냐."

겨우 고속 비행에 적응했는데, 이번에는 허공에서 때굴때굴 구 르고 말았다.

"엄청나네."

제시카는 거대한 버섯구름을 보 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에도 버섯구름을 본 적이 있

었지만,지금 것이 몇 배는 큰 것 같았다.

더구나 버섯구름 사이로 뭔가 떨어지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점처럼 보였지 만,마나를 눈에 실어 확인하니 큼지막한 바윗덩 어 리들이 었다.

제시카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천장 균열 속에서 돌과 바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운석이 균열을 통과할 때 절벽을 건드렸던 모양이었다.

"괜찮겠어? 빠져나가기 쉽지 않 을 것 같은데."

제시카가 걱정스럽게 균열을 바 라보았지만, 제이크는 지면을 살 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에 제시카가 다시 말했다.

"다 끝난 것 아냐? 저런 폭발에 서 누가 살아남겠어."

이윽고 버섯구름이 흩어지자, 지상의 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 어져 있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푹 파인 구 덩이.

구덩이 주변으로 수천 그루의 나무가 검게 탄 채로 밖을 향해

누워 있었다.

게다가 그 자리에 있던 디스트 로이어가 보이지 않았다.

모두 불타 사라진 것이다.

구덩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야 숯 덩어리가 된 디스트리 이어들이 보였다.

제시카의 말대로,살아남은 몬 스터는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제이크는 안심할 수 없었다.

평범한 디스트로이어였으면 살 아남을 수 없겠지만,복제 세상 에서 본 괴물 황제는 불사신에

가까웠다.

제이크는 긴장한 채로 다시 구 덩이를 향해 날아갔다. 실드 안 까지 열기가 느껴졌다.

그는 기감을 가득 펼쳤다.

다른 디스트로이어들이 모두 사 라졌으니,황제가 살아 있다면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구덩이에 거의 다 와서 도 그의 감각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이전보다 더 멀리 감지 할 수 있는 제이크였는데도 말이다.

땅속에 있지 않은 한 찾지 못할 리가 없었다.

'땅속?'

제이크의 머리에 반짝 불이 들 어왔다.

시간이 지났다.

땅을 불태우던 열기도 어느 정 도 가라앉았다.

안타깝게도 아직 균열에서 바위 가 떨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전 보다 더 떨어지는 것 같았다.

바위는 구덩이 안에도 떨어져 내렸다.

쿵,쿵.

충격으로 땅이 들썩였다.

쿵.

계속 들썩이는 바닥.

그러다 어느 순간,바위가 떨어 지지 않은 땅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푸악!

곧이어,들썩이던 땅에서 검은 몬스터가 솟구쳤다.

커다란 지렁이 모습의 몬스터였다.

땅에서 나온 검은 몬스터는 상 처 투성이었다.

녹아 버린 상처와 검은 피가 흘 러나오고 있는 상처들.

지상에 나온 몬스터는 몸을 부 르르 떨더니 모습을 바꾸기 시작 했다.

거대한 입만 달려 있던 얼굴은 사람과 비슷한 얼굴로 변했다.

몸통에서 굵은 팔다리가 튀어나 왔다.

두꺼운 꼬리는 사라졌고,여러 개의 관절을 가졌던 그의 몸은 사람의 몸처럼 변했다.

거대한 지렁이가 인간 형태의 이족 보행 괴물로 바뀌었다.

사람처럼 변한 괴물의 얼굴은 황제의 얼굴과 많이 닮아 있었다.

땅 밖으로 나온 디스트로이어는 황제가 변한 몬스터였다.

제이크의 예상대로,엄청난 폭 발에도 황제는 살아남았다.

땅속을 파고드는 몬스터로 변해 폭발을 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황제,아니,괴물은 온전 한 모습으로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가슴에 있던 달려 있던 에고 아 이템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폭발의 여파로 파괴된 것이다.

그 탓에 지렁이 형태로 모습을 변할 수는 있었어도,괴물 황제 는 디스트로이어들을 지배할 수 없게 되었다.

거기다 인간 형태로 변하면서 상처는 사라졌지만,멀쩡해진 것 은 아니었다.

몸의 균형도 이상했고,날개도 보이지 않았다.

괴물 황제는 어이가 없었다.

막 지상으로 나가려는 때에 이 런 일이 일어나다니.

무너진 산은 다시 만들면 그만

이었지만,망가진 에고 아이템은 다시 만들 수 없었다.

균열과 이어진 산을 만들어 놓 으면 디스트로이어들은 지상으로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자신이 직 접 지배하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자신은 이제 괴물 군단의 지배 자가 아니라 다른 괴물들과 같 은,또 다른 괴물일 뿐이었다.

황제,괴물이 분노했다.

[크아아앙! 누구냐! 어느 놈이

냐!]

괴물은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질 렸다.

괴물의 외침에 한 여성이 대답 했다.

"내가 한 건 아니야."

그러고는 괴물을 향해 제시카가 달려들었다.

엄청난 속력이었다.

그녀는 어느새 괴물의 앞에 도 착해 있었다.

그녀의 손에 쥔 단검이 빛을 뿌 렸다. 단검이 쭉 길어졌다.

제시카는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넌 또 뭐냐!]

놀란 괴물이 팔을 들어 올렸다.

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괴물의 팔은 딱딱한 껍질로 뒤덮였다.

빛나는 검과 껍질로 뒤덮인 팔 이 충돌했다.

끼이 익-

불꽃이 튀고,검이 갈려 나가는 듯한 소리가 퍼져 나갔다.

아쉽게도 빛나는 검은 괴물의 팔을 긁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괴물의 표정은 그리 좋 지 않았다. 괴물의 팔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어떤 기사의 검에도 상처를 입 은 적 없었던 괴물이었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괴물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자신에게 달려드는 계집 은 처음 보는 여자 기사였다.

아니,복장을 보면 용병에 가까 웠다.

황제는 이런 여자가 나타날 거 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남부 왕국 놈이냐! 아니면 아 인족이냐!]

괴물이 달려오는 제시카를 향해 가시와 손톱을 뽑아냈다.

가슴과 어깨에서 날카로운 가시 가 솟구쳤고,동시에 다섯 개의 손톱이 길게 늘어났다.

그녀는 길게 자라난 가시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가시가 자라는 한계는 제이크가 말한 것과 같았다.

"아닌데? 난 선량한 제국민이 야."

황제를 비웃으며 그녀는 다시 움직였다.

상대의 특기와 기술을 아는데

공격을 당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가 계속 괴물을 스쳐 지나 갔고,괴물의 몸에 상처가 늘어 갔다.

[크아악! 죽어! 죽어!]

황제가 괴성을 지르며 온몸에서 가시를 뽑아냈지만,제시카를 맞 출 수 없었다.

한편 제이크는 멀찌감치 물러서 서 둘의 싸움을 보고 있었다.

"역시 황제는 다른 몬스터를 먹 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어."

상처가 계속 늘고 있었지만,복

제 세상과 달리 괴물의 상처는 거의 낫지 않았다.

괴물이 회복하고 싶다고 해도, 주변에는 디스트로이어 시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제이크가 이곳에 소행성을 때려 박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몬스 터를 남기지 않기 위함이었다.

얼마간 싸움을 지켜보던 제이크 가 등에 멘 가방을 내려놓았다.

마법 가방 속에는 디스트로이어 의 뼈로 만든 수백 개의 창살이 들어 있었다.

디스트로이어와의 싸움에 대활

약을 한 무기였지만,동시에 꺼 림칙한 물건들이기도 했다.

쥐를 잡는 게 고양이라지만,마 법사가 마법 이외의 물건을 의지 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복제 세상에서는 미리 준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제대로 된 마법을 쓸 때였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그가 계획했 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텅 빈 거대한 구덩이와 그 안에 떨어져 내린 여러 개의 바위.

제이크는 손에 든 커다란 마석 을 앞으로 던졌다.

마석은 떨어지지 않고 구덩이 가운데로 가서 멈춰 섰다.

제이크는 주문을 외웠다.

"오랜 시간 굳어진 자들이여, 움직여라!"

흔들.

구덩이 안에 박혀 있던 바위들 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우로 흔들리던 바위는 결국 박힌 몸을 뽑아냈다.

바위들은 굴러가기 시작했다. 공중에 떠 있는 마석을 향해.

마치 마석을 박살 낼 듯이 굴러 가는 바위들.

하지만 마석에 달려든 바위들은 다른 바위나 마석을 부수는 대신 서로 찰싹 달라붙었다.

커다란 바위에 작은 바위들이 붙었고,남은 작은 바위들은 서 로 달라붙기 시작했다.

바위들은 팔이 되고,다리가 되 고,머리가 되었다.

마석은 바위에 가려 더 이상 보 이지 않았다.

바위들이 몸을 일으켰다.

머리로 보이는 돌에 눈처럼 보

이는 빛이 들어왔다.

거대한 바위 인간. 스톤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쿵. 쿵.

골렘이 걷기 시작했다. 거대한 로봇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괴물 황제는 골렘이 다가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제시카의 공격에 한눈을 팔 시 간이 없었다.

괴물 황제가 알아차린 것은 골 렘이 바로 뒤에 도착했을 때였다.

십 미터가 넘는 거대한 돌 인형

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골렘의 주먹에는 환한 빛이 어려 있었다.

[마나?]

괴물 황제는 갑자기 나타난 골 렘보다 골렘의 주먹이 빛나는 것 에 더 놀랐다.

골렘이 주먹에 마나를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가 만든 골렘이 마나를 품다니!

그때,돌 주먹이 아래로 떨어졌다.

괴물 황제는 몸을 피하려고 했

지만,괴물이 서 있는 땅이 물컹 하게 변해 버려 그럴 수도 없었다.

"지형 변환."

제이크의 또 다른 마법이었다. 괴물의 다리가 땅에 파묻혔다. 쿵!

주먹이 괴물을 내리찍었다. 땅 이 울리고 흙먼지가 공중으로 치 솟았다.

그 순간.

번쩍!

바닥을 친 주먹을 뚫고 광선이 치솟아 올랐다.

괴물 황제가 쏜 광선이었다. 광 선은 아래로 움직여 골렘의 몸을 갈랐다.

마석으로 강화된 골렘도 광선을 막지는 못했다.

반으로 갈라진 골렘이 좌우로 넘어갔다.

쿵.

골렘이 쓰러졌지만 제이크의 표 정은 나쁘지 않았다.

"역시 광선을 쏠 수 있었어." 제이크는 골렘이 쓰러진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골렘이 쓰러지면서 돌 주먹이 옆으로 밀려났다.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엉망이었다.

한쪽 팔로 돌주먹을 막았는지, 팔은 제 모습을 잃어버렸다.

더구나 황제를 닮은 얼굴도 반 쯤 뭉개져 있었다.

괴물이 땅에서 몸을 뺀 뒤,뭉 개진 얼굴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 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굴이 회복되는 것만큼 뭉개진 팔이 몸속으로 말려 들어 갔다.

몬스터 대신 망가진 팔을 이용 해 자신의 몸을 치료한 것이다.

괴물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분노를 더욱 부채질하 는 사람이 있었다.

"괴물이 된 황제는 정말 쓰레기 군."

괴물의 머리 위에서 제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괴물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마법사가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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