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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19화 (219/222)

219화

[너 였냐!]

괴물,아니,황제는 마법사를 알 아보았다.

[하급 서기관 따위가!]

황제는 비아냥거렸지만,제이크

는 아무 말 없이 하늘을 향해 손 을 들어 올렸다.

하늘에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바위가 떨어지는 균열 바로 아 래.

다시금 게이트가 만들어지기 시 작했다.

소행성을 불러낸 그 게이트였다.

그 안에 또 다른 소행성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게이트 쪽으로 점점 다가왔다.

괴물의 표정이 변했다.

괴물 역시 게이트를 알아본 것 이었다.

[아이힌테일의 마법을 흠쳐 간 거냐!]

실제로는 좌표만 훔친 것이었지 만,황제에게는 다를 바가 없었다.

당연히 더 분노해야 할 황제였 지만,위기를 느낀 그는 제이크 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네놈이 고대 마법사라면,내가 왜 세상을 멸망시키려는지 알 거다. 차라리 나와 함께 세상을 멸 망시키자!]

다른 마법은 모르겠지만,저 별 을 떨어뜨리는 마법은 그도 무서 웠다.

어떻게 이 지하에 게이트를 열 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우선 별 을 떨어뜨리는 것을 멈춰야 했다.

황제의 말에 제이크는 피식 웃 었다.

그는 황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지만,그렇다고 황제의 말을 따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제이크는 황제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싫어."

서기관,아니,마법사의 비웃음 에 황제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분노가 이성을 삼킨 것이다.

황제는 마지막 남은 팔을 입안 으로 밀어 넣었다.

우적우적

괴물은 자신의 팔을 먹어 치웠다. 팔은 몸속에서 에너지로 변 했다.

광선을 쏠 힘이 다시 채워지자 괴물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목표는 제이크와 그의 뒤에 있 는 게이트.

콰과과과.

괴물의 입에서 광선이 쏘아졌다.

"블링크."

광선이 닿기 직전,제이크의 모 습이 사라졌다.

하지만,아직 게이트는 남아 있 었다.

황제의 눈에 게이트 안으로 쏘 아지는 광선이 보였다.

광선은 게이트를 통과해 다가오 는 소행성을 맞췄다.

먼 우주에 있는 소행성이 분해 되기 시작했다.

괴물은 계속해서 광선을 쏘았다.

소행성이 점점 깨져 나가는 모 습을 보면서,괴물은 의기양양해 졌다.

"걸려들었군."

블링크로 몸을 피한 제이크가 게이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이크의 눈에도 광선은 게이트 를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가 보는 것과 달리,

광선은 게이트를 지나 하늘로 치 솟고 있었다.

광선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이 지하 깊숙한 곳에 우주와 연 결하는 게이트를 만드는 것은 제이크도 불가능했다.

거기다 더 이상 연결된 소행성 도 없었다. 좀 전에 떨군 소행성 이 마지막이었다.

즉,게이트는 환상이었다.

그 안의 소행성도,소행성이 파 괴되는 모습도 전부.

"환상보다는 홀로그램 사기에

가깝나?"

원래 디스트로이어들에게는 마 법이 잘 걸리지 않았다.

공격 마법도,염력도. 환상마법 도 걸려들지 않았다.

그래서 황제가 변한 괴물은 눈 앞의 게이트를 진짜라고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제이크는 환상 마법을 걸지 않고도 환상을 보여 주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늘에 거대한 스크린을 띄우는 것이었다.

옆에서 보면 납작한 평면이었지

만,게이트 역시 평면이었으니 상관없었다.

게이트와 그 안의 소행성,그리 고 소행성이 갈라지는 모습까지.

제이크 제작의 블록버스터 영화 가 상영 중이었다.

황제가 쏜 광선은 구름을 뚫고, 지하 세계의 천장을 박살 냈다.

황제가 필사적으로 소행성을 부 시는 동안,광선은 천장을 훑고 균열을 헤집었다.

우르르르.

황제가 쏜 광선은 마지막 지지

대를 붕괴시켰다.

지하 세계의 천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균열에서 폭포수같이 암 석이 쏟아졌다.

쩍.

하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번쩍.

괴물의 눈에 소행성이 터져 나 가는 것이 보였다.

마지막 남은 에너지도 다 써 버 렸지만,떨어지는 별을 부순 것 에 괴물은 만족했다.

그런데 소행성이 부서지자,게 이트도 사라졌다.

그 뒤에 보이는 광경에 괴물은 어리둥절했다.

천장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균열이 메워지고 있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사라 지고 있었다.

괴물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자신의 꿈이 사라진 것 은 알 수 있었다.

[이것도 들어줄 수 없다는 건 가.]

괴물은 넋이 나간 얼굴로 하늘

을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괴물은 뒤에 선 제시카 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그녀의 검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것 역시도.

제시카는 가지고 있는 모든 마 나를 검에 밀어 넣는 중이었다.

그녀는 복제 세상 때와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었다.

복제 세상에서 자신이 벌인 일 을 듣고 어이없었지만,현실의

자신도 같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이번에 끝내야 했다.

복제 세상의 일도 그렇지만,별 이 떨어졌어도 살아난 괴물이었다.

기껏 억지로 같이 와 놓고,겨 우 몸에 칼질만 남길 수는 없었다.

머릿속으로 도망치라는 제이크 의 메시지가 들려왔지만,그녀는 무시하고 필사적으로 검에 마나 를 밀어 넣었다.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결국 자신이 가진 모든 마나를 검에 밀어 넣 을 수 있었다.

제시카는 있는 힘껏 검을 휘둘 렸다.

검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

서걱.

괴물,아니,황제의 목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복제 세상 때처럼,제시카의 입 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머리가 사라진 황제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둘의 머리 위로 천장이 다가왔다. 천장 자체가 바닥까지 떨어 져 내린 것이다.

그 순간.

제이크가 제시카 옆에 나타났다.

제이크는 피를 토하는 제시카를 껴안으며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블링크 더블!"

번쩍!

제시카와 제이크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목 없이 꿈틀거리는 괴물뿐이었다.

쿠응.

그리고 괴물 위로 천장이 내려 앉았다.

"죽은 거지?"

"그럴걸요?"

"죽은 것 맞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살아 있 어도 별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그러려나?"

제이크와 제시카는 하늘 끝까지 이어져 있는 거대한 절벽을 올려 다보았다.

절벽은 천장까지 닿아 있었고, 옆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절벽은 멀리서 보면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한 원기둥처럼 보였다.

하지만,바로 앞에 있는 두 사 람에게는 그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일 뿐이었다.

바로 균열이 있던 천장이 무너 진 모습이었다.

천장까지 이어져 있던 산이 있 던 자리에는 이제 그보다 몇 배 이상 거대한 기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거대한 기둥에 눌리고도 살 아있을 생명체는 없었다.

거기다 머리가 잘리고 양쪽 팔 이 날아간 괴물은 더 살기 어려 웠다.

혹시나 살아 있다고 해도,회복 이 불가능할 괴물은 살아 나올 방법이 없었다.

만에 하나 살아 나온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 디스트로이어들은 지상으 로 올라갈 방법이 없었으니까.

"균열이 없네."

"네,드디어 막는 데 성공했어요."

천장에 보이던 거대한 균열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균열 주변 전체가 내려앉은 바 람에 균열은 기둥 안에 사라져 버렸다.

제이크가 절벽을 만지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소행성을 이곳에 때려박은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지상으로 통하는 균열을 막는 것.

아쉽게도 바로 막지는 못했지 만,괴물의 광선을 이용해서 결 국 성공한 것이다.

드디어 끝이 났다.

황제도 사라지고,지상으로 이 어진 길도 막아 버렸다.

아직 디스트로이어들이 남아 있 긴 했지만,지상에 남은 놈들을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 었다.

"에고고,그럼 쉬어도 되는 건

가."

제시카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신형 제이크표 포션을 먹은 덕분에 그녀는 내상만 남았다.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한참 고생 을 해야 하지만,제시카는 편한 얼굴로 지하 세계를 바라보았다.

제이크도 제시카 옆에 앉았다. 제시카가 입을 열었다.

"내가 도움된 거 맞지?"

"네."

"그럼 내가 원하는 것 한 가지

만 들어줄래?"

제이크가 제시카를 돌아보았다.

제시카는 회상에 잠긴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러죠."

"그럼,나한테 반말 써."

"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반말 쓰 고 네가 존댓말하는 게 이상한 것 같아. 내가 존댓말하긴 싫으 니까. 네가 반말 써."

제이크는 피식 웃고 말았다.

뭔가 대단한 요구가 나올 줄 알 았는데 의외로 별거 아닌 요청이

었다.

"그러죠,뭐."

"지금부터."

"아,그럼……. 그래,알았어." 제시카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지금 반말 쓰라는 거야?"

제이크의 물음에 제시카가 주먹 을 불끈 쥐었다.

"승부야. 저쪽이 권력으로 밀어 붙이면,이쪽은 친밀함이야. 서로 반말하는 사이라면 엄청 부러워 하겠지."

"푸하하하하!"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는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생각 없이 웃는 것은.

제시카도 놀란 눈으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근데,여기는 이제 어떻게 되 는 거지?"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가 다시 지하 세계를 바라보았다.

도망쳤던 검은 몬스터들이 돌아 오는 것 같았다.

숲 위로 검고 긴 목이 불쑥 올

라오는 게 눈에 보였다.

고대 마법사들이 병기로 쓰기 위해 만든 괴물들.

그리고 제어가 불가능해 그 괴 물들을 몰아넣은 지하 세계.

나중에 써먹기 위해 제대로 가 두지 않은 것이 마도 제국의 멸 망 이유였다.

하지만,이제는 제대로 가두었 으니 안심이 되었다.

"글쎄요. 이대로 둘까요,아니면 늙어 죽을 때까지 천천히 정리할 까요?"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은 이제 지상과 연결이 끊 어졌다면서. 근데 어떻게 나중에 정리해? ……어라?"

말을 하다 말고 제시카가 머리 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나가지?" 놀란 표정이었던 제시카가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맞다. 아인족들 있는 곳에

통로가 있었지? 제이크는 빠져나

갈 수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면 될……

제시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졌다.

"맙소사. 거기까지 가야 되는 거야? 또 이 지하 세계를 관통해 야 하는 거?"

"말도 안 돼. 그 고생을 또 해 야 한단 말이야? 난 못해. 내상 까지 입었단 말이야. 아니,분명 다 끝난 것 아니었어? 날 죽여. 안 해,못해!"

눈을 감고 마구 머리를 흔드는 제시카였다.

한참 좌절하고 있는 제시카의 귀에 제이크의 목소리가 멀리서 울리듯 들려왔다.

그녀가 투덜거리는 사이에 따로 움직인 모양이었다.

제이크는 허리를 구부리고 뭔가 그리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마법진 그리는 중입니…… 아 니,중이야."

제시카가 어기적거리며 일어났다.

"무슨 마법진?"

"공간 이동 마법진."

제시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그게 되는 거야?"

"거리가 꽤 멀지만,벤도르 영

지도 던전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얼추 될 거야."

제시카는 후다닥 제이크에게 다 가갔다.

제이크 말대로,그를 중심으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미리 말했어야지! 나 혼자 뭔 짓을 한 거야."

그 말에 제이크는 피식 웃으며 마법진을 활성화했다.

"빈크루!"

마법진이 환하게 밝아지고,마 법진 아래에서 반투명한 요정이 나타났다.

"주인님,부르셨어요?" 환한 미소를 짓는 던전 에고. 제이크는 그녀를 보고 묘한 기 분이 들었다.

그러다 곧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자."

"네."

마법진이 환하게 빛이 났고,마 법진 위에 있던 제이크와 제시카 가 사라졌다.

홀로 남은 빈크루는 지하 세계 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세상이었다. 빈크루 는 다음에 이곳에 놀러 와야겠다

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내 빈크루도 마법진에 서 사라졌다.

마법진의 빛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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