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Spotlight: Chosen Undead
에스트
Lv1
힘 : I0
내구 : I0
기교 : I0
민첩 : I0
마력 : I0
마법
[ ]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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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게..."
에스트의 등에 떠오른 계약을 보며 헤스티아가 중얼거렸다. 계약이 파기된 흔적이 그 몸에 남아있었으니 레벨 1부터 스킬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스킬의 설명과 이름이 헤스티아가 전혀 읽을 수 없는 문자로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 헤스티아는 듣고 보지도 못했다. 아마 수 많은 아이들을 이끄는 헤파이스토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그대로 힘을 쭉 빼고 있도록."
헤스티아는 생각보다 꽤 긴 계약에 신선함과 지루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에스트를 안심-물론 에스트 본인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었지만-시키며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사실, 찢어져버린 누군가의 계약을 자신의 팔나로써 다시 이었을 뿐이니 이렇게 오래 걸릴 필요도 없었다.
"혹시 이 도시에 오기 전에 누군가와 계약을 나눈 적이 있었느냐?"
에스트는 잠시 망설였다가 헤스티아에게 대답했다.
"...혼돈의 공주님."
자신을 쿠라그로 착각하고 있던 소녀의 이름을, 에스트는 알지 못했다.
그저 시종 엔지가 그녀를 공주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내었을 뿐이었다.
...물론 한 때 솔론도의 페르투스인가 뭔가 하는 인간의 포교에 반쯤 속아 백교의 주신 로이드와 계약을 한 적도 있었지만, 이건 논외로 치자.
"혼돈의 공주?"
헤스티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혼돈의 공주라. 어떤 신의 이명인 것일까?
혼돈이라고 하면 니알라토텝같은 정신나간 녀석들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다가 그런 이들은 대다수가 지상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하여 지상에 내려갈 권한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불쌍하고 약한 아이었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아이였어."
"만나보고 싶구나."
에스트가 입을 다물었다.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던 혼돈의 딸을 죽인 것은 바로 에스트 자신이었다.
아픔을 덜어주겠다거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심연에 잠식되어있던 자신이 본능적으로 계약을 끈을 따라가, 참혹하게 죽였을 뿐이었다. 그곳에 머무르고 있던 위대한 주술의 스승마저도 덤으로 베어버렸다.
에스트는 자조했다. 배신도 이런 배신이 있을 수 없었다.
"계약은 완료되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느냐?"
이제 일어나도 좋다. 헤스티아가 덧붙였다.
하지만, 에스트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계약하기 직전에 들은 팔나라던가 엑세리아라던가 하는 뭔가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에 대해서는 숙지하고 있었고, 이 도시에 관한 것과, 이 도시가 아래에 감춘 던전에 대해서도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아스토라의 기사가 남긴 사명을 잇는다는 목적도, 왕의 그릇을 왕의 소울로써 채운다는 목적도 모두 도달하고 말았다. 목적을 이룬 뒤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생각할 필요도 없었었다.
"잘 모르겠어."
"이루고 싶은 것이 없느냐?"
헤스티아의 물음에 에스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이루고 싶은 것이 없는 게 아니라, 무엇을 이루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뜻이었다.
"이 도시에서는 너희들이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이룰 수 있다. 천천히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야. 그래, 부는 어떻느냐?"
"필요없어."
"즉답인 것이냐... 그럼 명예는 어떻느냐?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영웅 같은 명예 말이다!"
그런 영웅들, 수 없이 쓰러졌어. 에스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명예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잘 이해하지못하는 에스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도움을 청한다면 도울 뿐이지, 그 행위에 있어서 다른 뜻을 품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으그그. 일단 던전에 들어가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길드에 대한 파밀리아 신청은 내가 할 터이니."
"...그렇게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