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Spotlight : Sanjouno Haruhime
"히히히, 못 가!"
"역시 모르페우스는 여자 꼬시는 재주 하나는 좋단 말이야. 천재적이야."
큰일났다.
앞을 가로막은 남신들을 보며 미코토가 중얼거렸다. 이 근방에서 옛 친구 하루히메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치구사와 일단 나오고 봤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신들에게 붙잡히게 될 줄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저기... 저희는, 사, 사명이..."
"말 더듬는 절絶†영影 쨩의 모습에 불탄다아아아, 타오른다아아!"
"으윽, 심장이... 타케미카즈치 자식, 이런 귀여운 아이를 데리고 있었을 줄이야... 절대로 죽인다."
글렀어. 이 신들 말이 안 통해.
"절絶†영影 쨩, 이왕 여기 온 거, 우리랑 놀지 않을래? 나는 케찰코아틀, 다른 이름으로는 에헤☆카틀! 웨헤헤헤."
"남신 님들,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밤은 짧다구요? 해 뜨기 전에 돌아가지 않으면 단원들에게 걸릴 거예요?"
청년의 목소리와 소녀의 목소리가 겹치는 동시에, 미코토의 어깨에 두 손이 올려졌다. 순간, 목소리의 주인을 잘 알고 있는 미코토의 등이얼음이라도 닿은 것마냥 덜덜 떨렸다.
"으음... 맞아, 이럴 때가 아니지. 늦어버리면 엘 카스티요 쨩의 서비스 타임이 끝날거야."
"생각해보니까 그랬지."
"아라라, 모두 지명을 하고 온 거예요? 저는 닌마흐 쨩에게 차여서리, 이번에 새로 하나 찾으려고 파밀리아 창고에서 돈을 살짝..."
"앗? 엔릴 군, 그랬어?! 이거 미안했네. 엔릴 군을 위해서라도 이런 곳에 더는 있어서는 안 되겠구만! 어서 가자고!"
""와하하하하하""
절대 놓아줄 것같지 않은 모습으로 미코토의앞을 막아서고 있던 남신들이 껄껄 웃으며 바람처럼 떠나간다. 사라져버린 신들을 뒤로 하고, 미코토는 기름칠 안 한 톱니바퀴 돌아가듯 끼긱끼긱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 여여여, 여기는 어어어떻게."
"그건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다. 뭣하러 이런 곳에 온거야."
"그, 그건 제가 미코토 쨩에게 도와달라고 그랬기 때문이에요! 옛 친구의 모습을 보았다는 소문이 있어서... 아무래도 찾아볼 수밖에 없어서..."
"아, 아닙니다! 저 역시 친구를 찾는 일이라면, 치구사의 부탁이 없었다 해도 먼저 움직였을 겁니다! 치구사에게 잘못은 없어요!"
"그래, 그래, 둘 다 마음씨 착하다, 착해."
벨프가 실눈을 뜨고 소리없는 박수를 쳤다. 미코토와 치구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없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고개를 푸우우욱 숙여버리고 말았다.
저번에 본 것으로 짐작하면, 치구사는 오우카인가 뭔가 하는 녀석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릴리가 벨을 여기데려오고 싶지 않아했던 것처럼, 치구사도 오우카를 데려올 수가 없었을 터. 그렇다면 의지할 사람이 미코토밖에 없다는 것도 나름 납득이 갈 만하-
"...릴리스케, 벨은 어디 갔냐."
"네? 방금 전까지 제 뒤에..., 어라?"
"벨 님도 여기 왔습니까?"
벨이 보이질 않았다. 덤으로 에스트도 없었다. 순수하게 물음표를 띄우는 미코토가 그들을 놓쳐버렸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던 벨과 릴리에게 쐐기를 박아넣었다.
""크, 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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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람이 많아서야..."
에스트가 혀를 찼다. 벨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벨프와 릴리를 뒤에서 잘 따라오던 벨이 중간에 인파에 휩쓸려 사라졌다는 것을 빨리 눈치챈 것까지는 좋았다. 사람이 너무 많았던 탓에, 계속 눈에 담고 있던 벨의 모습마저 어느 순간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었다.
사실 사람이 많은 건 둘째였다. 이국의 문화가난잡하게 늘어선 길거리는 방향감각을 죽여놓았고, 짙은 향수향기와 여기저기 곰방대에서 뻐끔뻐끔 피어오르는 마약의 잔향이 감각을 둔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사람의 열기에 의해서 활성화된 거리를 걸어본 경험이 적은 탓도 있었을 터다.
거리 자체가 의도적으로 행동을 둔하게 만들기 위해서 설계된 것만 같았다.
"곤란한데."
돌아가는 것은 크게 힘들지 않을 터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위치를 파악하기만 하면 될 일이니까.
문제는 벨 크라넬. 사람을 집어삼키는 이런 유사流沙구덩이 같은 곳에 벨을 두고 갔다가는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새하얀 종이같은 모습을 영웅 동경이라는 말도 안되는 마음가짐으로써 표백을 거듭한 모습이니만큼, 이런 곳의 향에도 쉽게 지지는 않겠지만, 이곳은 전문적으로 사람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마굴이다. 무릎 꿇지 않겠다면 강제로라도 꿇리는 것이 이곳에 사는 이들이 자랑으로 삼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생기면 혼나는 것은 단장 자리에 앉아있는 에스트였다.
"어라, 에스트 쨩? 여기서 모두 만나게 되는구나! 오래간만이야!"
"더더욱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어..."
몇 번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오자, 에스트는 목을 풀어 슬슬 짜증나기 시작한 머리를 진정시켰다. 이미 헤스티아는홈에 돌아갔을 테고, 울상을 짓고 있을 시점인데, 뱃속에 능구렁이를 몇 마리는 키우고 있는 신이 나타났다. 심지어 '모두 만나게 되는구나!'라고외친 걸 보면, 이미 벨을 만나고 왔단 소리였다.
에스트는 고개를 돌려 웃음을 얼굴 가득히 띄우고 있던 헤르메스에게 쏘아붙였다.
"벨은 어디 있지?"
"아하하, 첫마디가 그거라니, 심해. 인사라도 받아주라."
"두 번 안 물어. 벨은 어디 있어?"
"저기, 유곽 쪽에서 만났거든?"
"거기까지."
에스트는 그 뒤는 더 듣지도 않고 헤르메스가 가리킨 고급 요정을 닮은 건물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서 벨을 데리고 한시바삐 귀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조급한 마음이 일을 그르치게 될 줄을, 그 때의 에스트는 알지 못했다.
"-게게게게게게겍!!!"
"...?!"
"이크, 남자잡이인가... 인연이 있다면 또 만나자, 에스트 쨩."
유곽을 가득 울리는, 분위기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아니 울음소리. 로드란의 깊은 곳에서 더러 볼 수 있었던 저주를 품은 용종-바실리스크의 울음소리와 닮은 소리에, 에스트가 자기도 모르게 창고 속에서 에스토크를 뽑아들어전투자세를 취한다. 그 울음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안다는 듯이, 헤르메스는 모자를 푸욱 눌러써 얼굴을 모자챙이 드리운 그림자로 충분히 가리고서 골목 사이로 멀어져가기 시작한다.
저 멀리서 두꺼비를 닮은 한 명의 거한, 아니, 거녀가 길거리를 분쇄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인간의 사이즈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어쩌면 소울의 힘이라도 받아서 거대화한 것이 아닐까 의혹이 들 정도의 거대한 고깃덩어리 신체를 자랑하며, 눈앞의 모든 것을 박살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주변에서 아마조네스 몇몇이나타나 그것을 막아보려 하지만, 조금도 통하지 않고 휙휙 날아가 건물을 부숴버리거나, 땅에 내동댕이쳐져 피를 토한다.
그 앞에는, 저것이 쫓는 것은-
"도망치는 것도 재빠르구나, 토끼! 게게게겍게!!!"
"누가 좀 살려줘요-!"
"벨?!"
또 뭐에 얽힌거야. 에스트가 한숨을 내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도망치는 벨은 에스트를 보지도 못했던 것인지, 그녀를 스쳐서도 그대로 주우욱 도망가버리고, 그 뒤로 두꺼비녀가 우락부락한 손과 거대한 도끼로그녀를 막아선 아마조네스와 접객행위를 하던 아무런 연고 없는 창녀들까지 쳐날려버리고 계속 따라붙는다.
그리고, 폭주전차라도 된 기분을 느끼던 그 두꺼비녀가 자신의 앞을 막아서고서 무섭지도 않다는 듯이 가만히 서 있는 에스트를 보고, 이건 또 뭐야-라고 생각하며 도끼를 쳐 든 순간이었다.
"...하아."
"게겍?!"
결정 마법의 무기로 에스토크를 강화시켜두었던 에스트가 김빠진다는 목소리로 한 숨을 내쉬고서, 에스토크를 곧바로 두꺼비녀의 배에 내질렀다. 단 일격에, 그것도 휘둘러치기나 돌려치기도 아닌, 작은 한 점의 찌르기에, 키로따지면 1m, 몸무게로 따지면 150kg이상의 차이가 나는 두꺼비녀가 달려오던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데굴데굴 쳐날려진다.
"이건 아무리 나라도 조금 놀라운데."
"게겍....게게게겍... 뭐, 뭐냐, 네, 년은..."
배에다가 그 일격을 받고도, 피 조금 흘리는 것으로 끝난 두꺼비녀가 한 편으론 증오스런 눈길로 에스트를 노려보며, 또 한 편으로는 구토를 하며 도끼를 지팡이삼아 자리에서 일어선다. 에스트는 그 모습을 보며, 인간 육체의 단단함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작은 고찰을 해볼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인 줄알았잖아."
진심이 담긴 에스트의 말에, 두꺼비녀, 프뤼네의 얼굴에 핏줄이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