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50화 (51/374)

50. 갑질(1)

-창천 길드가 사도염가였어?

-마혈대전 이후로 사라진 줄 알았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박정환이 사도염가의 마지막 후예 염사경이래.

-도대체 언제부터 속인 거야?

-주변에서 아무도 몰랐던 거면, 다들 병신 아냐!

-사술을 써서 정신을 지배했다잖아.

박정환의 정신 제압에서 해방된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사도염가의 사요공과 흑무흡정술이 펼쳐진 걸 발견했다.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았지만, 제압된 이들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과거 헌터들의 정신을 노예처럼 부렸던 사도염가의 만행을 알기에 여론은 분노했다.

-이거 혹시, 마도최가도 남아 있는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에서 마공을 썼다는 소문도 들리고.

-아무리 그래도 아카데미에 마인이 활보하고 다니는 게 말이 되냐!

-풍신이 아니라잖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감쪽같이 속였어! 그동안 얼마나 사람들을 비웃고 다녔을까?

-오빠 오빠 거리며 쫓아다닌 것들, 꼬시다!

-그래도 우리 정환 오빠가 존못들보다는 훨남!

-와! 정신 못 차리는 진성 빠순이가 아직도 있네.

수습하느라 정신없는 창천 길드는 핵폭탄을 한 방 더 맞았다. 사도염가의 후예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칠대가문까지 나섰다. 길드 연합에서도 이때만큼은 창천 길드의 편을 들어 줄 수가 없었다. 속속들이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이 한국을 뒤흔들었다.

잠잠했던 마도최가에 대한 의혹도 수면으로 올라왔다. 과거에 처리하지 못한 잔존 세력을 거론하며 찾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대로 사라진 연좌제를 들먹이는 행윈 옳지 못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후손까지 건드리는 건 좀 그렇지.

-사도염가지?

-연좌제는 불법이야.

-마도최가지?

반론하는 즉시 한통속이 되었지만.

파아앙!

화를 주체하지 못해 탁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감정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혐오하는 성향임에도,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후우우!

분노를 추스르고, 보고서를 재차 확인했다. 돌아가는 사태가 가관이었다. 예측했던 범주를 가뿐히 넘어섰다. 일전의 실패를 만회하기는커녕, 상부의 질책을 받을 사안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항시 현상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불가항력은 믿지 않는 실리주의자기에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다.

“우연일까?”

칠영의 판단을 믿고 맡겼다. 한데, 처음으로 실패했다. 아카데미는 당장 손을 쓰기도 어렵게 되었다. 교장이 주도하여 정보를 차단하고 있어 정확한 판단은 보류한 상태였다.

“빌어먹을!!”

전말을 알아 갈수록 화가 치밀었다.

생도들 간의 다툼을 이용하려다 스스로 실체를 드러낸 꼴이었다. 계획적이었다면 적절한 보복과 대응책을 모색하면 되겠으나, 연속된 우연에 지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제 발로 함정에 발을 들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점이 그리드6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설상가상으로 창천 길드까지 무너졌다.

“하필이면.”

창천 길드의 박정환은 대계를 이끌어 갈 중요한 인재였다. 사술을 이용한 노예의 양산이야말로, 계획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박정환이 실종되었고, 창천 길드의 정체가 탄로 났다.

창천 길드는 박정환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간과 자금은 물론 장비와 마석을 제공했었다. 적지 않은 투자로 이제야 겨우 쓸 만해졌거늘, 써 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

조사를 끝내고 돌아온 수하를 집무실로 불렀다.

아카데미는 어려워도 창천 길드는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어떤 놈들이야?”

“창황정가입니다.”

이번에도 천극창의 극의 파멸세였다. 부정하기에는 선명한 흔적이 ‘내가 범인이다!’라고 외쳤다. 일전의 일도 그렇고, 창황정가의 숨겨진 영웅을 거론했다.

끄응!

그리드6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간질로 보기엔 창황정가에서도 파멸세를 완벽하게 익힌 무인이 손가락 안에 꼽혔다. 하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짓을 할 만큼 멍청하진 않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인과, 알고서 움직였다고 본다면 내부자의 소행이 아니고선 불가능했다. 정보가 샜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했다.

이대로 계속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찾아내야 했다. 그러려면 이쪽도 일정 부분 희생을 각오할 필요가 있었다.

‘두고 보자.’

***

“찾아냈는가?”

“송구합니다. 뒤를 샅샅이 캤음에도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습니다.”

“심각하군.”

“그렇습니다. 단독 범행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완벽합니다. 뒤를 봐 주는 배후가 분명히 있습니다.”

교장은 정보 교관인 최선익의 보고에 골머리를 썩였다.

아카데미를 제 안방처럼 활개 치는 마인을 사로잡기는커녕, 생도가 나서서 해결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체면치레라도 하려면 마인의 배후를 파악해 뿌리를 뽑아내야 했다.

“마도가 부활했다고 봐야 하는가?”

“시신의 부패가 심하긴 하지만, 마도최가의 잠혈마공이 분명합니다.”

“창천 길드의 정체가 사도염가였다 하더군. 어쩌면 두 가문이 연합했을 수도 있겠지.”

“두 가문이 망할 때 서로 협조했다면 마혈대전의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할 텐데, 연합이라니요?”

“살아 보니 세상에 절대란 없더군. 현실만이 있을 뿐이지.”

가문이 망하고 칠대가문의 집요한 추적에 살아남으려면 연합이 아니라 더한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의문점이 너무 많았다.

여태 잠잠하다 갑자기 튀어나와선 신입 생도의 함정에 빠져 실패했다. 과정을 돌이켜 보면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데, 용의주도한 점조직처럼 꼬리를 자르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때마침 창천 길드의 길드장이 사도가문의 숨겨진 후예임이 밝혀졌다.

“창천 길드를 습격한 범인이 천극창을 썼다고? 이거야 원, 밝혀내기는커녕 점점 더 오리무중이구먼. 건질 만한 게 있기는 했나?”

“의혹만으로 창황정가를 조사하기는 어렵습니다.”

창황정가의 개입이 확실하다면 여태 마도와 사도를 추적했다는 뜻인데, 사건에 연루된 생도 중 정우민이 포함되었다.

정우민 생도의 독단적인 행동으로만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었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해결이 되기는커녕 뒤죽박죽이 되었다.

“힘들겠지만, 교관과 생도 신상을 전원 원점에서 파악해 주게.”

“그리하겠습니다.”

그대로 덮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많았다. 최소한 마인과 연관된 자들이나 배후는 찾아내야 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이상, 확신은 금물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전원을 조사해야 했다. 하나, 대외적으로는 이쯤에서 마무리되는 것으로 공표할 예정이다.

“생도의 부모에겐 확답을 받았나?”

“마땅치 않아 하지만, 별수 있겠습니까.”

“서류로 남겨 놓아야 하네.”

“그러실 줄 알고 받아 놓았습니다.”

20명의 생도가 연관되었다. 부모를 불러 얘기를 나누었다. 하는 말들이 거의 다 비슷했다.

-우리 애가 그럴 리가 없다고요!

-오해가 있을 겁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애들끼리 싸울 수도 있지 않소!

-그 나이 때는 싸우면서 의리도 배우고 그러는 겁니다.

학부모는 생도들 간의 단순 학폭으로 보고 있었다. 학폭 자체도 문제지만, 생도는 헌터를 지망하는 각성자다. 가벼운 폭력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었다. 그런 심각한 문제를 바라보는 학부모의 시선은 안일하다 못해 무책임했다.

영상으로 남긴 자료가 없었다면 적반하장은 기본이었다. 본 후에도 조작됐다고 화부터 내니 설득하기가 여의치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학부모가 아닌 헌터였기 때문이다.

생도들은 부상을 회복하는 대로 아카데미 교칙대로 처벌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또한, 개인적으로 무진 생도를 찾아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권왕가의 소속이니,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었다.

“언제 나올 수 있다던가?”

“일주일 후에 나오겠답니다.”

“상태는 괜찮고?”

“내상을 입었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거의 나은 듯했습니다.”

“진료 기록은 챙기도록 하게.”

불법인데!!

어쩌겠어, 상사가 까라면 까야지.

여하튼 무진 생도의 상태에 따라서 보상이 달라진다. 큰 부상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만약 일어나지 못할 중상이었다면, 합의를 보는 데 난항이 되었을 것이다.

***

약간 창백하고 피곤한 기색을 유지한 채, 무진은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물론, 정당하게 얻은 휴가를 맘껏 즐겼다.

아카데미엔 집에서 요양한다고 전했지만, 실제는 정령술, 테이머 술식, 마법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한 기간이 되었다. 새로 얻은 세뇌술과 흡정술도 가다듬었다. 지수에게 보여 줬더니 단박에 간파되었었다. 어설프게 사용하면 들킬 수 있기에 새롭게 짜고 있었다.

-교장실로 오게.

여태 기다렸는지 아카데미의 정문을 통과하기가 무섭게 문자가 왔다. 무진은 정시가 아닌 2시간 늦게 등교했었다. 아마 다른 생도와 접촉하지 말라는 교장의 의도가 분명하다. 연루된 생도와 그 부모는 입막음해 놓은 것이다.

교장실로 가는 중 정령반의 조유나 교관을 봤다.

젊어서 그런지 의욕이 넘치신다. 수업 자료를 들고 가는 모습조차 아름답다. 확실히 정령과 친화력이 있으려면 외모가 받쳐 줘야 하는 듯하다.

이 정도면 훈훈하지.

“안녕하세요.”

“어, 몸은 괜찮아?”

“아파도 어쩌겠어요. 졸업하려면 출석은 해야지요.”

“넉살은 여전하구나.”

“마인은 잡았나요?”

“쉿, 비밀이잖아!”

“그렇죠.”

알면서도 거리끼지 않는 무진의 무책임한 발언에 조 교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들 사건이 유야무야 잘 마무리된 줄 알겠지만, 정작 가장 위험한 녀석이 시한폭탄임을 모르고 있었다.

“마도최가죠?”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

“멸문한 마인의 복수극은 흔해 빠진 스토리잖아요.”

“그런 얘기를 즐겁게 하진 말자. 교장 선생님 뒷목 잡는다고!”

“저 그렇게 무책임한 생도 아닙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번 사건도 제가 다 해결했고요.”

“겸손하면 어디가 덧나니?”

“저는 속물이거든요.”

조유나는 진실로 감탄했다.

수년을 생도들을 가르치지만, 무진 같은 생도는 처음이었다. 솔직함이 요즘 트렌드긴 해도, 대놓고 속물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생도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철판 같은 육체 못지않게 성격도 철판 제대로 깔았다. 이쯤 되면 교장의 뒷목이 아니라, 다른 것도 조심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령술은 진전이 있고?”

“그럼요, 조만간 정령왕을 수집할 겁니다.”

“어련하겠어, 잘해 봐.”

“예, 교관님도요.”

조 교관과 헤어진 후, 교장실에 당도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아카데미답게 교장실은 회장실처럼 규모와 품위를 자랑했다. 돈지랄이라고 하는 부류도 있겠지만, 외부 인사를 맞이해야 하는 교장실을 허름하게 지을 순 없지 않은가.

“저, 왔습니다.”

“잠깐 좀 앉아 있거라.”

“쉬엄쉬엄하세요. 저는 커피 마시겠습니다.”

“어, 그래라.”

무진은 교장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커피를 끓여서 잔에 따랐다. 아라비카 원두의 향이 일품이었다.

교장이 서류에 치이는 동안 무진은 내 집처럼 편안하게 이거저거 꼼꼼하게 확인했다.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고, 벽면과 바닥의 재질도 점검해 주었다.

업무에 집중하며 힐끔 보던 교장은 더는 못 참고 말을 걸었다.

“남의 집무실에서 뭘 하는 게냐?”

“소리가 다르네요. 내부에 비밀 공간이 있나 봐요.”

“……그만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

“저거 만드라고라주 아닌가요?”

“안 된다.”

“그냥 물어본 겁니다.”

침묵으로 무진의 초조함을 유도해 보려다, 도리어 정신이 사나워서 집중되지 않았다.

‘소리만으로 비밀 공간을 알아내?’

풍신은 무진이 만만치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반적인 생도라면 거북함을 느낄 텐데, 어색하기는커녕 자연스럽다. 옆집 할아버지를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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