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67화 (68/374)

67. 눈치 싸움(2)

5일이 흘렀다.

환술의 배움은 상원, 유정, 혜진, 4인방, 지수 순이었다. 지식전이를 사용하고도 서열이 가장 낮았다.

“내가 아주 큰 착각을 했구나.”

“말 똑바로 해라!”

지수의 두뇌가 상상 이상으로 모자란다는 걸 인정했어야 했다. 군주급 전투력에 속고 말았다. 보통 초일류급 헌터는 머리도 좋은 편이라고 들었는데, 일반화의 오류였다. 그래서 종종 무식한 게 힘만 세다고 하는 듯하다.

“……다들 대단하구나!”

무진의 자책에도 강 교관은 죽을 맛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생도들의 수준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며칠 만에 예상을 상회하는 결과물이 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환천비기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개나 소나 다 익힐 수 있다면 환술가가 천지 사방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생도들은 불과 며칠 만에 기본이 갖추어졌다.

“환술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위력을 가졌어. 그리고 교관님은 그런 비기를 우리를 위해 아낌없이 베풀고 있지. 그러니 교관님의 고가 성적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자.”

“뭔 소린지 모르지만, 알았어.”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해 볼게.”

“검술에 접목해도 될 것 같아.”

무진이 모처럼 모범적으로 솔선수범을 하고 있었다. 과신하지 않고 베푸는 모습이 이전과는 상전벽해를 일으켰다. 오만하고, 잘난 체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고 봐야 할까?

망할!

강 교관이 무진을 사람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워낙 무진이 싸질러 놓은 똥들이 많아서 금세 아카데미 전체로 퍼졌다.

‘이 새끼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러려고 가르친 게 아닌데, 주변의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많아졌다. 당연히 행동반경이 제한되었다. 이전처럼 안일하게 행동했다가는 정체가 발각될 수도 있었다.

‘아니지.’

따지고 보면 나쁘진 않았다. 어차피 낙오자는 있기 마련이다. 불안한 감정을 끄집어내어 꾀기만 하면 되었다. 자발적으로 다가온다면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한데.

쭉정이들뿐이다.

자기 계발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쭉정이들만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도구로 소모하기는 적합하나,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쓸모가 있을 만하면 무진의 때가 탔다. 그러면 자신이 나서도 별로 할 게 없어진다.

아쉬운 대로 부족한 생도를 골라서 테스트를 하다가 식겁할 광경을 목도했다.

“너희들, 조금 이상한데.”

“응, 어디가?”

“대충 봐서는 모르겠으니까, 이리 와 봐.”

“네가 뭔데 오라 마라야?”

“맞고 올래.”

“가고 싶었어!”

무진은 생도들의 몸에 붙은 부정한 기운을 끄집어냈다. 원래라면 알아채지 못할 변질된 기운이었다. 다행히 환술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감정의 변화도 곧잘 캐치할 수 있게 되었다.

‘헉, 저럴 수가!’

생도들에게서 부정을 빼앗는 광경에 강 교관은 기겁했다. 하는 수 없이 쭉정이들의 정신을 흔들어 보기 위해서 부정을 증폭했었다.

‘제기랄, 위험했잖아!’

만약 자신이 한 짓이란 걸 들켰다면 일이 곤란해질 뻔했다. 이제 시작이라, 의도적으로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세심하게 행동해야 했다.

저 개 같은 새끼가, 정말로 개코였다.

그러는 사이 무진이 다가왔다.

“부정한 기운을 증폭할 수도 있군요. 참 특이하네요. 이건 어떤 식으로 다루는 편이 효과적일까요?”

“그거야, 나도 잘.”

“흠, 정말입니까?”

“나라고 다 알 수는 없지.”

“하하, 농담도. 교관님은 알고 계십니다.”

이 새끼가 진짜로 알고 말하는 건가? 얼굴을 다시 봤지만, 그런 뜻으로 말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남은 밑천까지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대하겠습니다!”

“……오냐!”

기어이 다 가져가야 속이 시원한 거냐?

***

산하는 이른 아침부터 회장실로 불려 갔다. 기실 며칠 전부터 심심치 않게 부르고 있었다. 그때마다 별다른 언질은 없었지만, 진 회장의 표정은 점점 굳어 갔었다.

더는 참지 못한 진 회장이 감정을 드러냈다.

“자네 정말 이럴 건가?”

“무슨 말씀이신지?”

“똑똑한 사람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군.”

“말씀을 해 주십시오.”

진 회장은 전부터 눈치를 주고 있었다. 지금쯤 소식이 들어오고도 남았어야 했다. 한데, 태수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다.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지만, 비서에게 물어 태수의 주변을 살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강 부장의 아들과 접촉조차 하지 못했다. 아예 따로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강 부장을 불러 아들의 근황을 계속 물었던 것이다.

아부하지 않는 강단은 인정하나, 솔직히 괘씸하다. 최소한 언질이라도 해야 하지 않냔 말이다. 회장의 말을 대놓고 씹어 놓고 저리 태평해도 되는 건가?

“태수와 만나지 않았더군.”

“그 점은 정말 송구합니다. 하온데 아들 녀석이 워낙 자기주장이 강해서요.”

“그래도 자네 아들이지 않나?”

“하아, 요즘 들어 제 말을 통 듣지를 않습니다.”

강 부장의 진한 한숨에 진 회장은 침음했다.

일 처리 하나는 똑 부러지는 강 부장의 생경한 모습이었다. 아들도 중학생 시절까지 모범생이라고 들었거늘. 아버지를 잘 따르는 줄 알았는데, 예상외의 대답이었다.

“저는 사실 아카데미에 가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이리됐는지 원. 회장님, 자식이 다 이런 겁니까? 회사 일보다 더 힘이 듭니다.”

“……잠깐, 나도 좀!”

강 부장의 쏟아지는 한풀이에 진 회장은 귀찮은 플러그를 뽑았다는 걸 깨달았다.

“제 엄마가 죽고,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이러면 안 되지요. 그렇다고 팰 수도 없고.”

“애들은 원래 반항하면서 크는 걸세. 그러다 나이가 들면 후회를 하고.”

산하는 혼신을 다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듯 심박 수까지 조절하고 있었다. 전신의 피가 거꾸로 쏠려 당장이라도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자식 농사 망친 재벌가 회장님을 흉내 냈다.

“나도 애들 키울 때는 속깨나 썩었었네.”

“그렇습니까?”

“자네처럼 나도 부인과 사별을 하지 않았나. 애들을 혼자 키우다시피 했지.”

“하, 역시 대단하십니다.”

사별했다고 하기엔 바람기가 장난 아닌 거로 알고 있는데, 첩을 3명이나 두어 후계 구도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듣고 있으면 눈물 없이는 듣기 힘든 애처가다. 사별한 부인을 여태 잊지 못하는 줄 알겠지만, 첩과 나이 차가 무려 서른 살이나 난다.

“제가 이 못된 녀석을 두들겨 패서라도 말을 듣게 해 보겠습니다!”

“아서게, 그러다 더 엇나가는 수가 있어!”

진 회장은 급히 강 부장을 만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카데미를 가지 않으려고 했던 아이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단 것부터가 보통내기가 아닌 듯하다. 이럴 때는 부모가 나서기보다는 애들끼리 해결하는 편이 낫다.

“제가 이 녀석을 키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시면 눈물이 앞을 가리실 겁니다. 무진이가 태어났을 때의 일입니다.”

“그만 나가 보게.”

“이제 시작입니다만.”

“업무가 바쁜 사람을 불렀구먼.”

계속 있으면 일이 얼마나 쌓일지 모른다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눈치를 챈 척, 산하는 급히 일어나서 예를 갖춘 후 회장실을 나왔다.

진 회장은 넌지시 물었다.

“어떤가?”

“속이 썩어 문드러질 것 같습니다.”

“그 정도인가?”

“심박 수가 400 가까이 올랐습니다.”

“위험했군.”

한순간에 인재를 뇌출혈로 잃을 뻔했다. 얼마나 속이 터질 것 같았으면 저럴까, 진 회장은 측은지심이 들었다.

***

모처럼 아들하고 고깃집에 왔다.

‘왔다! 갈비집’으로 집 근처의 고깃집이다. 방송국과 각종 개인 관종들이 찾아와서 소개하는 지역 맛집으로 통한다.

산하는 아들과 테이블에 앉은 후, 물과 물수건을 가져오는 종업원에게 메뉴를 주문했다.

“소 생갈비 2인분 주세요.”

“아버지,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누나, 20인분 부탁해요.”

“……?”

근속 소울리스 알바라 목소리만 친절하고, 딱히 손님들에게 관심 없던 여대생도 잠시 귀를 의심했다. 2명이 와서 20인분을 먹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간혹, 하마처럼 닥치는 대로 처먹는 관종들이 있기는 해도.

“혹, 아까우십니까?”

“아깝기는, 어서 20인분 주세요.”

원자잿값 상승과 지출 비용 인플레이션으로 근래 물가가 폭등 중이었다. 소득이 늘어야 엥겔지수가 낮아지고 삶의 질이 좋아지는데, 소고기 1인분이 6만 원이었다. 시작부터 120만 원이 배 속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지역 맛집치고는 가격이 만만치는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이 몰리는 걸 보면 양극화라고 해야 할지 씁쓸했다.

산하는 이 정도에 놀라진 않았다. 업무상 접대비로 한 끼에 수백이 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어 왔다.

츠으으으!

소고기는 최고급 미국산 프라임 등급이었다. 미국산이라서 그런지 소리부터 맛이 있었다.

과거 광우병으로 고생한다는 소릴 들었지만, 무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증명되지 않은 일에 심력을 쏟는 일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었다. 무진지체를 완성한 이후로 어떤 병과 독에도 완전무결해졌다. 미래가 걱정된다면 반드시 만독지체를 이루길 바란다.

앙, 사르르르!

한우보다 마블링이 부족하긴 해도, 소고기 본연의 맛을 무진은 선호하는 편이었다. 기름이 너무 많으면 느끼할 때가 있었다.

“10인분 더 시켜도 됩니까?”

“벨부터 누르고 할 소리냐?”

종업원이 급히 오고 있었다.

이 집은 진짜 장사를 잘했다. 사장이 눈치를 채고 이쪽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반찬이 떨어지면 귀신처럼 나타난 종업원이 빈 접시를 채워 주었다. 평소와 다른 목소리와 얼굴이 조화를 이루었다.

“손님이 많은 이유가 있네요.”

“친절하지 않으면 맛이 아무리 있어도 안 가지.”

장사의 기본이란 어찌 보면 매우 단순했다. 사람들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매일 장사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본성이 나오게 된다. 그러한 본성을 참아 내고, 자기 살을 깎아 내야 장사를 오래 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아서 잘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흔치 않았다.

얼추 30인분을 채우고 나서야, 산하는 본론을 꺼냈다.

“회장님의 손자를 만나 보렴.”

“제가 왜요?”

“아니면 소고기를 다시는 먹지 못하겠지.”

“치사하게 굴기는.”

“너는 이 나이에 아비가 실직했으면 좋겠니?”

“만난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 전 아버지 때문에 제 인생을 거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말본새 하고는. 누가 그렇게 하라디!”

약속을 받는 것으로 부족해 녹음까지 꼼꼼하게 하는 산하였다. 무진의 녹음하는 버릇이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부전자전이었다. 나중에 얼굴 붉히지 않으려면 부모와 자식 간에도 녹음은 필수였다.

“아버지, 그 전에 부탁이 있습니다.”

“뭔데?”

“양념으로 10인분만 더 시켜 주세요.”

“양심이 있으면 꼭 만나라.”

생갈비 다음 양념갈비는 관례이자 기본 옵션이었다. 이후 볶음밥 5인분과 냉면 5인분으로 입가심을 했다. 압권은 아버지를 고려해서 이쯤에서 멈췄다는 무진의 당당함이었다. 누가 보면 일사 후퇴나 보릿고개를 넘긴 녀석인 줄 알겠다.

“그룹의 회장이란 분이 팔불출이었네요. 혹시, 손주가 아니라 아들 아니에요?”

“쉿, 누가 들을라!”

어딘가에서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을 노인네가 있기는 있었다. 주변에서 잘 먹고 있던 손님이 사레가 들린 듯 연신 마른기침을 했다.

“없는 데선 나라님도 욕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식당에서 듣기는 누가 들어요?”

“이거 회장님이 사는 거다.”

“이런, 실례를! 제가 꼭 만나겠다고 전해 주세요. 그리고 입가심을 했더니 식욕이 다시 돋네요.”

“아무래도 명퇴각이구나.”

무진은 아버지와 시답지도 않은 개소리를 즐기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자고로 모로 가도 소고기를 먹으면 된다고 그랬다.

‘만나고 싶다면 만나 드려야죠.’

‘적당히 패라.’

‘재벌 3세가 뻔하잖아요.’

‘드라마는 그만 보고.’

중요한 대화는 전음으로 이어 갔다. 근래 집중 강화 훈련을 통해 아버지의 전음입밀이 상당히 매끄러웠다. 확실히 내공이 높으니까, 배움이 빨랐다. 앞으로도 천년 내공을 위해서 직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방학 때 사부님과 할 일이 있어요.’

‘위험한 일은 아니지?’

‘전 괜찮아요.’

‘너 말고 네 주변 말이야!’

산하는 아들이 발작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누구 하나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담았다. 분명한 믿음과 신뢰가 있기에 의심하진 않았다.

‘저 사람들도 피곤하겠네요.’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

돈 주는 사람은 돈값 못 한다고 하고, 돈 받는 사람은 일만 시킨다고 하고. 이렇게나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점이 달랐다. 안타깝게도 서로 이해하고 수긍하는 건전한 합의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고용주와 노동자는 항상 대립된 존재였고, 서로를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꼭 만나라.”

“알았다니까요.”

부자(父子) 사기단의 메소드 연기였다.

산하는 조촐하게 식사를 마치고, 회장님이 주신 로열골드카드를 사용했다.

띠링!

어딘가에서 울릴 아름다운 메시지. 분기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

-강무진입니다. 겁이 나지 않는다면, 똘마니 5명까진 허용하겠습니다.

통보에 가까운 문자였다.

대궐 같은 집에서 방학 첫날의 여흥을 만끽하려던 태수는 문자의 내용에 헛웃음이 나왔다. 앞뒤의 문장이 하나도 맞지 않지만, 그마저도 의도한 것이 분명했다.

“사람 열 받게 하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네!”

아카데미에선 모양이 빠질 것 같아서 방학 기간에 따로 시간을 내려고 했었다. 여태 만나자고 사람을 보내도 헛소리를 지껄인 녀석이 이런 식으로 선수를 칠 줄은 미처 몰랐다.

“일단 저장.”

캐톡과 sns를 뒤져 보았다. 개인사는 sns로 얼마든지 엿볼 수 있는 세상이었다. 어떤 사진, 어떤 글을 썼는지가 그 사람의 성향을 드러내는 지표였다. 자기 딴에는 허세, 구라, 과장으로 가렸겠지만, 사람들이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 족족 네티즌 수사대에 걸리는 연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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