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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81화 (82/374)

81. 함정(3)

세상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으며, 그걸 넘는 순간 당위성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무인의 가치를 논하려면 정정당당하게 맞짱을 떠야 했다. 독, 저주, 스킬을 써 놓고 무인을 논하는 것부터가 모순이었다.

무진은 사전에 사부님에게 요구한 몇 가지가 있었다.

-초반엔 밀리는 척해 주세요.

-어째서냐?

-배후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확신하고 있구나.

유경운이 지수의 아버님보다 강하기는 해도, 사부님을 뛰어넘진 못했다. 정면 대결이 아니라, 암습을 펼쳐도 승산이 없다.

아들을 그리 신뢰하는 사부님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이었다. 거절한다면 제 말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슬슬 한계군.’

부정이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겠지만.

쩌어어엉, 푸아아앙!

반경을 무시한 창강이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창황의 절기인 천극창이었다.

단순한 찌르기, 베기에 회전력이 실렸을 뿐이거늘, 극에 이른 창술은 대적 불가의 파괴력을 완성했다.

쐐애애액, 슈슈슈슉!

일로일창에 실린 란나찰의 정수에 속절없이 밀리는 권왕이었다. 패배는 물론, 물러섬조차 용납하지 않았던 권왕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크하하하하, 어째서 반격을 하지 않는 것이냐? 혹, 할 수 없는 것인가!”

창황은 권왕을 조롱하며, 그간 느껴 보지 못했던 환희를 만끽했다. 젊은 시절부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과거를 보상받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타아앙!

쇠를 두드리는 굉음이 울렸다. 일순 창대가 거세게 진동하며 궤적을 이탈했다.

“재롱은 다 떨었느냐?”

흙먼지 사이로 걸어 나온 권왕이 창황을 응시했다. 불같은 노호가 아닌 가라앉은 무심한 시선이 창황의 폐부를 서늘하게 식혔다.

“끝까지 허세를 부리는구나!”

“허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지. 정상도 아닌 나를 여태 제압하지 못한 걸 보면 말이야.”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놈이, 언제까지 잘난 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봤자 한 번 패배자는 영원한 패배자일 뿐이다.”

너 따위는 예전에도 지금도 상대가 안 된다는 권왕의 오만함이었다.

창황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한편으로 이 지경이 되어서도 가오를 잡는 걸 보면 자존심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 한번 해 보거라!”

“그럴 작정이야.”

지금까지 밀리기만 했던 권왕이 선공을 취하자, 창황도 경각심을 가졌다. 저주, 독, 스킬에 당하긴 했어도 권왕의 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수차례의 패배를 통한 알고 싶지 않은 깨달음이었다.

“발버둥을 친다 한들 네놈은 결코 비참한 최후를 벗어나진 못해!”

권왕의 스산한 살의에도 창황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의만으론 대치 국면을 바꾸지 못할 내력의 손상이 보였다. 소모된 내력을 원상태로 복구하기는커녕, 권왕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다.

슈웅!

창황의 찌르기가 먼저였다. 권왕이 기세를 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파팟, 타타탕!

시야를 뒤덮는 창영, 권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권공과 창공의 정수는 절초가 아닌 기본에 있었다. 창과 권이 마주할 때마다 불꽃이 튀며 파공성에 일대가 진동했다.

눈으로 따르기 힘든 속도와 세계를 무너뜨리는 경천동지할 파괴력이 권왕과 창황의 격돌에 담겼다. 그들이 왜 한국을 대표하는 무인인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팽팽하게 이어지는 공방은 순식간에 100여 초를 넘겼다.

창강을 활화산처럼 분출하는 창황이 대결을 압도해야 하나, 권왕의 권로에 막히고 있었다.

그러다.

휘청!

창을 막아내던 권왕의 신형이 흔들렸다.

그 즉시 창황은 숨겨 두었던 비기, 무영세를 꺼내 들었다. 찌르는 창격 안에 또 하나의 창을 숨겨 두는 수법으로. 그 와중에도 밀리지 않으려는 권왕의 반격을 역으로 이용했다.

슈웅!

창황은 무영세에 여의신창의 속도 증가와 반중력 속성을 결합했다. 이제 권왕의 최후가 머지않았다.

오싹!

섬뜩한 전율이 일었다. 권왕을 밀어붙이려던 창황은 본능적으로 창로를 틀었다.

푸스스스스스!

크윽!

창황으로선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펼쳐졌다.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여의신창의 예리했던 창날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창날이 없는 봉처럼 매끄럽다. 그뿐이랴, 인지 못 한 사이에 어깨에서 불같은 통증을 일었다.

찌리리릿!

창황으로선 사태 파악이 되지 않았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드러냈다.

“……이게 무슨?”

“놀라기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스스로 알아봐라.”

권왕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여 창황을 압박했다. 부지불식간의 역공, 연유를 모르는 공격에 창황의 창술이 흔들렸다.

‘대체 뭐였지?’

절대경에 도달한 무인의 감각을 희롱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럴수록 경각심이 들었고, 공세는 역전되었다.

빠드득!

전력 대부분이 깎인 권왕을 상대로 압도는커녕 밀리는 형국이었다. 창황은 부아가 치밀었다. 재차 승기를 잡기 위해서 천극창의 극의, 반중력, 치명타 스킬을 사용했다.

퍼어엉, 화르르르!

창황의 대응에 권왕은 신화천권의 기본과 오의를 적절하게 섞어 가며 변수를 만들어 내고, 화염마도를 펼쳤다.

권왕의 절묘한 대응에 창황은 선기를 다시 잡기가 여의치 않았다.

‘이런 빌어먹을!’

창황은 권왕이 이 정도로 마도를 능숙하게 다루는 줄은 몰랐다. 10년 전만 해도 기도 안 차는 초식에 화염을 도금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겉보기에는 워낙 화려해서 강력한 위력인 줄 알겠지만, 실제로는 권공이었다.

한데, 10년 만에 다시 마주한 권왕의 마도는 마도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전투적인 측면에서만 놓고 보면 그 이상이었다.

움찔!

이런!

화염포에 적중한 창황은 낭패한 기색을 비치었다. 찰나 오싹한 전율에 방어가 원활하지 않았다.

화르르르, 퍼어엉!

화염마도가 대단치 않은 건 아니나, 호신강기를 뚫어 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맞아도 되지만, 화염에 닿는 순간 내력 소모가 적지 않았다.

“빌어먹을 자식이, 치사한 수를!”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예나 지금이나 멍청한 건 여전하구나!”

권왕의 발언에 창황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다른 놈도 아니고, 권왕에게 멍청하단 소릴 듣다니! 두고두고 비웃음을 살 일이었다.

“제자가 그러더군, 이럴 땐 녹음이 최고라고.”

“닥치고, 죽엇!”

무시무시한 살의를 발산하며 창황이 달려들자, 권왕이 주먹을 스윽! 밀었다. 방향은 오른쪽 어깨였다. 그런데 창황이 느낀 본능은 왼쪽 어깨를 향하고 있었다.

“그딴 수작에 넘어갈…… 헉!”

몇 번이나 페이크에 당했기에 또다시 쓰기는 무리라 판단했거늘, 예상과 다르게 진짜 공격이었다. 피하지 않았다면 어깨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을 수도 있었다.

크윽!

초속재생 아이템을 사용해 출혈을 막았지만, 내부를 강타한 미증유의 전력에 소름이 돋았다.

‘무형강기?’

무형강기를 다루려면 절대경이어야 한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권왕과 자신은 동급의 무인이었다. 결국, 전투 스킬의 대결이 되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넘어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어?

뇌리를 스치는 불길함이 있었다.

절대경이라고 해서 똑같지는 않다. 그 안에서도 따지고 보면 세분화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무인이 절대경은커녕 화경에도 다가서지 못하기에 뭉뚱그려서 표현할 뿐이다.

“……설마?”

“이제야 눈치챘군.”

“말도 안 돼!”

“그게 너와 나의 차이다.”

무협 드라마를 많이 본 모양이다.

권왕의 오만한 대꾸에 창황의 낯은 악신처럼 일그러지며 치를 떨어야 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간의 절치부심이 부질없어진다.

그러나 부정한다고 현실이 바뀌는가? 그건 패자의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심권이라니!”

의념이 현실화하는 무공의 극의. 무인이라면 누구나 도달하고자 하는 신화의 경지였다. 무형강기도 의념이 실렸다고 할 순 있으나, 심권과 비교하기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물질로 비교하면 밀도의 차이가 최소 10배 이상이었다.

부르르르르!

창황은 따라잡았다고 여겼다. 솔직히 저주나 독을 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좀 더 수월하고, 완벽한 처리를 위해서 암수를 쓴 것이다.

한데, 자신과는 한 단계 이상의 차이가 벌어져 있었다니. 절대로 따라잡지 못할 격차에 분노했다.

이런 불공평한 현실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이놈, 죽여 버리겠다!”

“아까부터 계속 죽인다고 했으면서. 어째? 나 아직 팔팔해.”

권왕의 변죽에 창황은 머리끝까지 분노가 뻗쳤다.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는 살의가 일대를 장악했다.

빌어먹게도.

언제 어느 때 목숨을 노릴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심권인지 권격인지, 화염마도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 순간 창황은 묘한 부조리를 찾아냈다.

응?

심권을 쓰는데, 다른 걸 쓸 필요가 있나? 같은 수준에 이르지 않고서는 심권을 막지 못한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창황의 입꼬리가 얄팍한 호선을 그렸다.

“너, 완성되지 않았구나!”

“그래도 너 하나쯤은 문제없다.”

불완전하다고 해도 심권이었다. 경지의 차이가 벌어진 데다 전투 스킬에서도 권왕은 일반적인 무인과는 궤를 달리했다. 이대로라면 창황은 결국 권왕의 권에 쓰러질 수밖에 없다.

“그럴지도 모르지. 유경운! 어서 합세해라!”

“……너는 진정 수치도 모르느냐!”

유리한 형국이었던 권왕에게도 창황의 대응은 당혹스러웠다. 명색이 한국을 대표하는 무인이란 놈이 이렇게까지 치졸하게 나올 줄은 미처 몰랐다.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네 아비의 배후를 노려!”

창황의 고함에 권왕은 다급해졌다.

아들이 대결에 끼어드는 순간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변한다. 무엇보다 더는 아들의 변심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지금 당장 창황을 재기 불능으로 만들어야 했다.

‘이번 수로 끝내야 한다!’

창황의 말대로 권왕의 심권은 초입에 불과하다. 단순히 의념이 형태를 이룬다고 하여 심권을 완성했다고 볼 순 없다. 권의 극의를 초월하여 의지만으로 삼라만상을 제압할 수 있어야 했다.

현재로선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하는 데다가 내력의 소모가 극심하다. 평상시라면 막대한 내력의 소모에도 연달아 심권을 펼칠 수 있으나, 작금의 상태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끝내야 한다는 조급함을 숨기기도 어렵다. 능구렁이 같은 창황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저 아들이 합류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늦게 움직이기를 바랐다.

우우웅!

권왕의 살의를 마주한 창황의 안색이 변했다. 버티기만 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발끝에서 머리끝을 강타하는 전율이 일었다.

크윽!

창황에게서 다급한 신음이 토해졌다. 권왕이 노리는 걸 알고 있는데도, 심신에 압박을 받았다. 반중력마저 거스르는 심권의 공능에 치가 떨렸다. 정면에서 받게 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피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이게 심권인가?

‘……죽는다!’

너 죽고 나 죽자는 권왕의 결기가 이번에는 창황을 당황스럽게 했다. 심권을 쓰기 위해서 무리하게 내력을 운용하느라, 입가에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꽈아아앙!

권폭이 일어나며 권왕의 권로가 비틀렸다. 심권이 제 위력을 내지 못했다. 창황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창환을 쏘아 보냈다.

쿠다다다당, 차악!

바닥을 구르다 일어선 권왕의 눈동자는 노을처럼 슬프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 녀석, 기어이!!”

살면서 느껴 보지 못했던 분노와 자책이 권왕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이 사태를 되돌리기에는 늦고 말았다.

쿨럭, 주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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