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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97화 (98/374)

97. 양동작전(1)

무방비인 상태에서 목을 잡고 기습적으로 돌렸다. 사람의 목이라면 닭 모가지처럼 돌아가야 했다.

웬걸, 잡은 목이 돌아가기는커녕 가만히 있었다. 힘을 더 주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사람 목이 아니라 거대한 쇠기둥을 잡은 것 같았다.

“뭐 하냐?”

“이런…… 크윽!”

아무렇지 않은 듯이 팔을 잡고 힘을 주자, 골다공증 말기처럼 팔이 바스러져 버렸다.

강운은 으스러진 진필운의 팔을 잡아 앞으로 메쳤다. 앗! 하는 순간 진필운의 시야는 천장과 바닥이 바뀌었다.

철퍼덕!

씨익!

내려다본 강운과 마주한 진필운은 오싹한 한기에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었다.

섬뜩한 기운은 죽음을 상기했다.

“잠깐……!”

우드드드득!

강운의 발이 진필운의 목을 밟았다. 목뼈가 바스러지듯 짓눌렸다. 마치 술 처먹고 철로 길에서 횡으로 잠들다 목과 다리가 기차 바퀴에 눌린 형태였다.

진필운은 변명조차 못 하고 비명횡사했다. 그때 위층에서 일이 끝났는지 확인차 내려오던 무인 둘이 있었다.

퓨웅, 퓨웅!

강운의 손가락에서 발출된 지풍이 무인의 이마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내 주었다. 영혼을 잃은 육체가 계단을 밟지 못한 채 고꾸라지며 굴렀다.

쿠다다다당!

방금까지 위층에서 간식을 먹으며 노가리를 깠던 동료였거늘, 손 속에 일절의 망설임이 없다.

강운은 무심히 돌아봤다.

허!

화들짝!

지호는 오소소 소름이 돋으며 등이 축축이 젖었다. 진필운이 강운의 목을 잡고 돌릴 때까지만 해도 기회가 생기는 줄 알았다. 하지만 찰나에 불과했다. 마치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순식간에 해치웠다.

스윽!

부르르르!

강운이 다음엔 너라는 듯이 바라보자, 지호는 피가 새하얗게 변하는 줄 알았다. 단순히 건방진 놈이라고 하기에는 보통이 아니었다. 가주는 대체 어디서 이런 놈을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좋다 말았지?”

“……내가 언제 그랬다는 거냐?”

“아쉽네. 당한 척이라도 할 걸 그랬나?”

“애초에 어떻게 할 생각도 없었어!”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속내를 들킨 사람처럼 강하게 부정하는 지호였다. 여기서 그렇다고 하는 순간 목이 밟히거나, 이마에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 입맛을 다시듯이 입술을 핥는 강운을 보자 확신이 생겼다.

“네 아버지라도 움직였으면 좋았으려나.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둘 걸 그랬어. 작당 모의라도 하게 말이야.”

“아버지도 나도 도망칠 생각 따윈 하지 않았어!”

“아니면 좀 더 명확한 명분을 줄까? 네 앞에서 아비를 갈가리 찢어 버리면 어때? 좋지 않아?”

“……미친놈! 그러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어이구, 이제 보니 효자였군.”

강운의 번들거리는 광기에 지호는 지저의 공포를 느꼈다. 애초에 자신과는 종이 다른 포식자였다. 이토록 광기에 물든 놈이 가문과 연이 닿아 있었다니, 가주의 광명정대한 성향을 알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 어미와 동생들이라도 나서 줬으면 좋겠단 말이야.”

“어머니와 동생들은 죄가 없어!”

“언제부터 그렇게 동생들을 위하셨나. 자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벌레처럼 보던 놈이.”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

지호도 어처구니없기는 매한가지였다. 돌이켜 보면 강운의 폭언이 단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동생들 따윈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 와 그들을 위한답시고 지껄이다니, 위선자가 따로 없었다.

‘……제기랄!’

고개를 숙인 채 자기혐오에 빠진 지호를 강운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리 검은 것들은 짐승이고,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이대로 주먹을 내지르면 지호는 머리 없는 주검이 된다.

하나, 그리하면 간곡히 부탁한 사부님과 지수를 볼 낯이 없다. 패륜 부자(父子)를 미끼로 쓰자고 한 것도, 선을 넘지 않으면 손을 쓰지 않겠다는 약조도 맘에 걸렸다.

‘지수를 욕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거든.’

어딜 감히 사촌 오빠 새끼 주제에 여사친을 혼내. 오롯이 우정으로만 다져진 친구의 당연한 의무였다.

빠악!

강운으로 위장했던 무진은 1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고개 숙인 지호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왜?”

“때리기 좋은 각도라서.”

“……개새 ……컥!”

“욕하면 열 받지.”

지하 3층에 감금된 외총관은 얌전히 있었다. 생각 외의 반응이었다. 길길이 날뛰며 반항할 줄 알았다. 일전에 맛보기로 갈궈서 그런가? 사람이 의외로 심약하네.

‘귀찮네.’

죽이면 간단한데, 살려 두면 손이 많이 갔다. 나중에 배신하지 않을까도 염두에 둬야 하고. 여러모로 귀찮은 일임에도, 효율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인생이 참,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무진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삶의 고뇌를 배우게 되었다.

“밖에도 시끄러울 거야. 나오고 싶으면 나와도 돼.”

“안 나간다고~~~!”

유혹하듯 던지는 말에 지호는 치를 떨었다.

무진은 돌아서서 계단을 올랐다.

1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무인이 어리둥절한 기색을 보이다가 급히 손을 쓰려고 했다.

퓨웅!

커억!

직계혈족이 아닌 무인의 최후였다. 유언은커녕 단말마가 마지막이었다.

“요리는 맛있었는데.”

간단한 재료로 맛을 살리는 재주가 있었다. 다만, 내용물에 산공독이 들어 있어 요리사로서 실격이었다. 자고로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사형이라고 했으니, 황천길에 불만은 없으리라.

마침 기다리던 손님이 왔다.

무진은 천천히 문을 열어 주었다. 손님이 왔는데, 주인으로 대접하지 않을 순 없지.

문이 열리고 무인의 당황한 얼굴이 보였다.

그러면 쓰나?

퍼억, 뿌거거걱!

차린 건 없지만, 주먹은 있었다. 대가리가 박살 난 무인이 쓰러지려는 때. 남은 무인들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격이 되었다.

퍼펑!

일로삼형.

일격은 맨주먹이지만, 이격과 삼격은 무형권이었다. 바로 손을 써야 했거늘, 무인들은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단, 무형권은 최소 화경의 극에 올라서야 겨우 맛볼 수준이다. 절대경은 되어야 편의성이 올라간다. 애초에 경험의 여부로 비벼 보기에는 역량의 차이가 컸다. 개미가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코끼리의 발을 막아 낼 수 없듯이.

“……넌 뭐야?”

슈웅!

뭘 물어? 너희들한텐 살인잔데.

무진은 쇄도했다. 정면에 있는 선글라스를 낀 사내가 목표였다. 처음 볼 때부터 똥폼을 잡고 있었으니, 내가 이놈들의 대장이라고 나댄 격이다.

참 나.

사람들이 참 조심성이 없었다. 자고로 남의 집 문을 주인 허락 없이 열면 무형권이 나온다는 걸 모르나?

꽈아아앙!

지진이 난 듯 지축이 흔들리며 흙기둥이 솟구쳐 올랐다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별장 주변을 밝혔던 조명등이 흙더미에 가려졌다.

무진은 섬광이 되어 어둠을 관통하였다.

퍼퍼엉, 푸아앙!

일절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다. 무형권을 발출하여 사람의 형태를 뭉개 버렸다. 일순 20명이나 되는 손님은 마늘을 절구에 다진 듯 햄 패티가 되었다. 소를 갓 도축했을 때처럼 신선하게 꿈틀거리긴 해도. 살아 있다고 하기에는 인간의 형태와 괴리감이 컸다.

묻고 대답하는 전형적인 패턴을 지양했다. 많이 궁금하지만, 무던히 인내하며 안 물었다.

알고 싶어도, 답을 듣지 않는다.

전형적인 패턴에서 탈피하자, 시작과 동시에 끝이 나는 허망함이 맴돌았다.

“막았네.”

“……네놈은 뭐냐?”

그리드6, 조던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이 없었다.

연이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권왕가와 창황가가 대결을 벌이는 이날을 택했다. 권왕가 내부의 문제를 끄집어내기 위한 언론플레이는 유경운과 유지호를 포획한 이후를 위한 포석이었다.

그런데도 안심이 되지 않아 직접 행차했다. 별장의 인원 배치가 의심스럽긴 해도 작금의 난장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별안간의 기습이나, s급 아이템인 [흑천의 방패]를 사용하고도 충격을 받았다. 내부를 휘젓는 전사경은 이제껏 알고 있었던 무인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자연히 상대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외관으로 봐선 고작 해 봐야 스물 중반을 넘지 않았다. 저 나이에 권왕과 같은 절대경에 오른 고수라니, 상식적인 선을 넘어섰다.

“시간을 끌려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 이런!”

모른 척하려던 조던은 급히 고속이동을 펼쳤다. 무형권이 대가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퍼퍼퍼퍼펑!

고속이동으로 완성된 다중 잔상이 무형권에 적중하며 태양 빛에 닿은 운무처럼 사라졌다.

위기일발의 순간 고속이동에 이어 [그림자 중첩]을 꺼내 들고 나서야 겨우 본신을 지켰다.

하나,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어느새 시야의 사각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휘릭!

조던은 [점멸]을 발동해 주변을 암흑의 장막으로 뒤덮었다. 시야를 가린 후,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였다.

‘……또 따라붙었어?’

[그림자 중첩]과 [점멸]은 a등급의 스킬이었다. 연속으로 사용하고도 이득을 얻기는커녕 놈의 일보에 걸렸다. 보기에는 걸어오는 것 같았는데, 유령처럼 공간을 장악했다.

퍼퍼퍼퍼퍼펑!

일보군림, 일권만영.

일보에 공간을 장악하고, 일권에 만개의 그림자를 완성한다. 무공의 결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본질의 극한에 도달했다.

허억!

마나를 전력으로 소모하고,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음에도 조던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어디로 움직여도 놈의 권역이었고, 잔상을 일으켜도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이나 다름이 없었다.

씨익!

무진은 여유롭게 조소를 날려 주었다. 넌 내 밥이다, 그러니 얌전히 식량 노릇이나 하라는 듯.

음.

조던의 눈빛이 깊이 침전되었다. 이득을 챙겼다고, 마치 다 이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격은커녕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나, 전투란 누가 더 강한가의 싸움이 아니다.

‘강하긴 해도, 멍청한 놈이었군.’

무형권은 분명 위협적인 수단이지만, 승패를 결정하는 만능키는 아니었다. 절대경의 무인에게도 내력에 부담을 주는 기술이거늘, 자만이 전투의 흐름을 가렸다.

그런 빈틈을 조던은 놓치지 않았다.

일방적인 흐름 속 경각의 사로(死路)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차곡차곡 죽음의 기운을 뿌려 놓았다. 풍년을 기대하는 농부처럼 이제 놈의 주변에 뿌린 씨앗을 거둬들이기만 하면 되었다.

멈칫!

일권만영의 수로 잔상을 흩어 내던 무진이 주춤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내력이 원하는 대로 무형권에 전달이 되지 않았다. 위력과 속도가 느려졌다.

“뭘 한 거지?”

“이미 늦었다.”

조던의 본질인 죽은 자의 탐욕이 발동되었다. 데리고 온 수하들은 강령을 위한 매개체였다. 오래전부터 심어 놓은 어둠은 죽음을 통해 새로운 육체를 얻는다.

스윽!

바닥을 뒤덮은 핏물이 꾸물꾸물 살아 있는 물질처럼 주검과 함께 일어섰다. 부서진 머리는 핏물로 형태를 이루어 기괴한 모습이었다.

언데드의 일종인 좀비와 비슷하지만, 움직임이 살아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죽은 자이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산 자를 탐하는 죽은 자의 욕구는 섬뜩했다.

“이따위 얄팍한 수작…… 이 자식이!”

“걸렸다.”

조던의 수는 다중연계였다.

죽은 자의 탐욕은 강령술의 일종일 뿐, 조던의 속성은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단일이 아닌 다중연계로 이루어진 복잡한 형태의 함정으로. 상대의 심리적인 부분까지도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꽈아아아아악!

[보이지 않는 손]이 육신을 잡아채고 있었다. 마치 중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움직임을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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