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179화 (180/374)

179. 국위선양(2)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찾아올 땐 언제고, 갑자기 신중한 척하기는.”

“이천, 나서라.”

장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친위대를 내세웠다. 친위대는 생도가 아닌 자신의 직속 호위로 아버지가 붙여 준 자들이다. 각성자들 사이에서도 선별된 초엘리트로 소국의 생도 따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작네.”

무진이 이천의 작은 체격을 보고 만만하게 여기자, 장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헐렁한 생도복에 가려져 있을 뿐, 이천은 이소룡처럼 다부진 근육을 자랑했다.

“그만 닥치고 시작해!”

“어쨌든 국가전인데, 상금과 내기가 빠지면 쓰나, 진 쪽은 100억을 주고, 1시간 동안 대가리 박기 콜?”

“후회나 하지 마라!”

“좋아, 그럼.”

손을 맞잡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무진과 이천은 힘차게 반대쪽으로 힘을 주었다. 힘과 힘의 원초적이고도 거친 사나이의 대결이 될 줄 알았는데.

파아앙!

이천의 몸은 반대쪽을 향했지만, 안타깝게도 팔은 무진의 쪽에 박혔다. 고무 속성이 아닌 이상, 비명은 당연했다.

크아아아아악!

“다음.”

무진이 태연히 다음 상대를 부르자, 장위의 동공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너무 빨리 끝나기도 했지만, 이천이 저리 허망하게 당할 줄은 미처 몰랐다.

‘젠장!’

비릿한 조소로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무진의 면상을 보자, 장위는 울화가 치밀었다.

씨익!

무진은 시간 낭비를 허락하지 않았다. 기저에 깔린 혐오, 차별이 조소에 고스란히 담겼다.

“대국은 인구가 그리 많은데 다음이 없네?”

“없기는! 호연, 나가!”

호연은 나가자마자 이천과 같은 꼴이 되었다. [금강동인]의 속성으로 육체를 강화했음에도, 직박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천과 같이 팔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 댔다. 두 번 다시 오른손을 쓰지 못하려나?

“다음.”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장위였다. 이건 예상했던 수위를 넘어섰다. 자신만만해하기에 좀 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압도적이다니.

안 되겠다 싶은 장위는 친위대 전부를 소모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순서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제아무리 아카데미의 힘캐라도 인간인 이상 지치기 마련이다.

‘어차피 최후에 살아남은 자가 이기는 거다!’

쪽팔림은 감수했다.

대국은 쪽팔림 따윈 없으니까. 거리에서도, 화장실에서도, 공항에서도. 언제나 세계를 놀라게 할 일을 스스럼없이 저질러 왔었다.

파아앙, 크아아악!

파아앙, 크아아악!

외팔이 검객이 중국 무협의 시조라고 했지, 아마.

무진은 모두 외팔이 병신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20명의 친위대가 줄어드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어느새 장위의 앞에는 3명이 덩그러니 남았다.

남은 친위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 봤자 생도라서 얕보고 있었는데, 보통 힘이 아니다. 이럴 거면 결투를 하는 쪽이 이로웠다.

찰칵, 찰칵!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카데미 생도들의 대화가 장위의 고막을 강타했다.

“미쳤네. 저 자식하고 팔씨름할 생각을 하냐!”

“다른 건 몰라도 힘 하나는 아카데미 원툴인데.”

“대국이라서 한 수 양보하는 건가?”

“양보치고는 꼬라지가 너무 한심하잖아.”

아카데미 입학시험은 전설로 남았다. 무진에게 힘으로 정면 대결하는 생도는 본 적이 없다. 하물며 결투도 아니고, 팔씨름으로 하다니. 처음부터 지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하기 힘든 구도였다.

“……나를 속였어!”

“언제?”

“격장지계를 썼잖아!”

“꼴에 유식하네. 한자도 많이 알고…… 아! 너넨 국어지.”

속였다고 하기에는 무진은 처음부터 오픈했다. 믿지 않은 장위의 패착이었다. 더욱이 남은 3명도 관절 골절로 바동거리고 있었다.

장위만 홀로 남았다.

“다음 상대 어디 갔나. 대국민 어디 없나?”

“목소리 줄여라!”

“네가 더 커.”

“그건 반말이잖아!”

“언제는 존대했나?”

“……그렇군.”

기도 안 차는 현실과 마주했다. 장위는 이대로 내뺄까, 고민했는데 눈에 띄었다.

부르르!

미세한 경련이었다.

그럼 그렇지.

놈도 지쳤다.

이른 시간에 끝내기는 했어도, 친위대 20명을 상대했다. 그런데도 멀쩡하다면 패황 항우의 현신이겠지. 여태 아무렇지 않은 척한 건 자신을 고개 숙이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체력 회복제 좀 마실게.”

“……뭐야!”

“왜, 마시면 안 되나?”

“당연히 안 되지!”

장위가 발작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제야 빈틈이 보였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대놓고 빠져나가려고 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대국의 정의였다.

“치사하네.”

“내기를 제안한 건 너다!”

“너, 너무 당당하잖아.”

“시끄럽고, 어서 해라!”

시간을 끄는 건 위험하단 판단에 장위는 재촉했다.

확성 마법이 걸려 있는지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전부 들었다. 다들 장위의 추잡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저리 당당하게 말할 처지가 아닌데도, 뻔뻔함이 하늘을 찔렀다.

다들, 중국이라 수긍했다.

“중국이잖아.”

“중국이면 킹정.”

“엠페러정이지.”

“중국에서 이 정도는 약과야.”

“규칙은 지킨 거네.”

납득이 되면 안 되는 상황임에도 납득이 되는 매직이었다.

반면 장위는 인상을 찌푸렸다. 납득하는 분위기라 더더욱 기분이 나쁘다.

‘우리가 어때서?’

장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뭐가 잘못되었는지 몰랐다.

“빨리 해!”

“그러지.”

조금이라도 회복 시간을 줄이려는 장위였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기에 속성과 스킬을 전부 개방했다.

[육체제어],[역량증폭],[위압],[공포]

a급 이상의 스킬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물량의 대국다웠다.

무진은 중공의 인해전술로 인해 일사 후퇴의 아픔을 겪은 우리 민족의 한을 상기하며 전의를 다졌다. 러시아의 핵 개발을 무시하고 맥아더 장군이 핵을 쐈어야 했거늘.

헐!

아주 그냥 애국지사 나셨네!

비장한 각오만 봐서는 전력을 다하는 듯하지만, 지수는 저게 개수작이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장위인지 장웨인지, 저놈은 주석의 아들일 뿐 중국을 대표하지 않았다.

저런 무지렁이를 상대로 무진이 전력을 다한다고? 그것 자체가 낭비였다. 이는 마치 코끼리가 개미를 상대로 있는 힘을 다하는 비대칭 전력과 같았다.

저봐, 저봐!

표정만은 국가대표였다. 연기라고는 일절 하지 않을 딱딱한 얼굴로 저러는 것만 봐도. 어떤 사고를 쳐도 연기로 보답할 재능이었다.

근육까지 연기를 하고 지랄이었다. 생동감 있게 꿈틀거리는 근육의 섬세한 연기에 다들 깜빡 속아 넘어가진 않았다. 무진의 악명은 아카데미를 넘어 우리나라 전체에 퍼졌다.

중국이 워낙 땅덩어리가 커서 잘 모를 뿐. 대표하는 생도라면 알고 있을 텐데, 중국의 대빵이 아들을 너무 오냐오냐 키웠다.

“아까처럼 여유를 부려 보거라!”

힘이 다한 무진의 안간힘에 장위는 이죽거렸다. 자신이 원하는 결말이 머지않았다.

“어, 그래.”

“……?”

방금까지 힘들어하던 무진이 장위의 팔을 반대쪽으로 꺾어 버렸다.

파아앙!

크아아아아악!

내 팔!

***

무진의 도발이 실패하면서 싱겁게 끝나는 줄 알았거늘. 장 주석 아들내미의 돌발적인 호응으로 소소한 에피소드가 장안의 화제로 바뀌었다. 교류전의 흥행을 극대화하는 역할로 차고 넘쳤다.

한중일의 관계를 고려하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사건이었다.

-저게 바로 k-민족의 정신이다, 이것들아!

-우리 무진이 살아 있네, 살아 있어!

-아주 그냥 조져 놨네, 외팔이 검객을 대량생산 했구나.

-힘캐라고 소문이 자자하긴 했는데, 진짜 장난 아니다.

-그런데 뭔 깡으로 팔씨름을 한 거냐?

-중국 주석의 아들이라잖아. 잘난 체하다가 되레 당한 거지, 뭐.

-이번 교류전은 정말 재밌겠다.

-재미로 끝날까? 중국이 이번에 이를 바득바득 갈 것 같은데?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는 항상 불리했었다. 억지가 분명한데도 항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적반하장의 연속이었다.

무진과 장위의 사건은 짤과 밈으로 남아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며 통쾌함을 선사했다. 교류전에서 승리한 것도 아닌데도, 인터넷에서는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오늘만 사나. 나 중국 무역 하는데, 망할!

-시비는 자기들이 먼저 걸었으면서 뭐래!

-쟤들이 언제 시시비비를 따졌냐고, 애초에 빌미를 주지 말았어야 했어.

-어차피 뭘 해도 시비를 걸었어. 마냥 사과하고 고개를 숙여야 해! 쟤들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이야!

-나이가 어리다고 끝날 문제야, 부모가 파산하면 애들은 무사하대.

-상식이 있으면 애들 싸움을 두고 국제 마찰로 비화하진 않겠지.

-대체 누구한테 상식을 따지는 거냐? 사드는 상식적이고? 걔들은 위상배열 레이더로 우리나라 다 보는데.

대체로 옹호하는 흐름이 대세긴 해도, 생계가 달린 사람에게는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차라리 자기들 문제로 인해 무역마찰을 빚으면 이해라도 하는데, 이런 식의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한 마찰은 대비조차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식의 호소는 이제 통하지 않았다. 중국과 사업은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감정적인 교류가 다분했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라지만, 결국에는 다 뺏기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상 자업자득으로 보았다. 여론이 내부의 속사정까지 자세하게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이래저래 중국에게 당한 억울함이 쌓여 있으니 무진의 승리는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 동시에 자부심을 주었다. 중국과 일본에겐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 된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하!

교류전의 우승을 위해서 마지막 점검을 마친 생도들에게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번 사건은 본국에서 더 일파만파였다. 정보를 숨기고, 최대한 조작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았다.

한국에게 망신당했다며 여론이 시끄러웠다. 특히 당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이는 장기 집권을 원하는 주석에겐 치명타였다.

중국 생도의 대표인 일룡이 넌지시 물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본인은 아니었다.

“제갈비, 장위에게 하지 말라고 전하지 않은 건가?”

“만류는 해 봤지만,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무책임한 소리를 잘도 하는군.”

“이 자리에서 장위의 성격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제갈비의 당당한 태도에 다들 미간을 찌푸렸지만,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제멋대로인 장위를 컨트롤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가 언제 남의 말을 듣기나 했던가.

실제로 그는 중국 생도를 대표하기엔 실력도 부족했다. 장 주석의 아들이라, 얼굴마담으로 데리고 왔을 뿐이다. 그러면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제 버릇 개 못 주는 건 인지상정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제갈비의 태도는 문제가 있었다. 일룡은 나이도 이 중에서 가장 많고, 소림의 미래를 이끌 무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래도 따라가서 확인은 했어야지 않나.”

“구파는 훈련하고, 우린 도련님 수발이나 들라는 겁니까?”

“비하가 심하군.”

“명백한 실수라면 책임을 지겠지만, 억지까지 받아 줄 순 없습니다.”

구대문파와 팔대세가 간의 미묘한 기류가 있었다.

일룡과 제갈비의 기세 싸움이 구파와 팔대세가의 신경전으로 번졌다. 하나라도 더 공을 세워야 하는 판국에 장위의 실수를 책임져야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골치 아프게 하는군.’

제갈비를 질책하기는 했어도, 어차피 일룡의 책임이 더 컸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중국 생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임을 분배했을 뿐인데, 그마저도 과민하게 반응하니 머리가 아팠다.

“알았으니 이만하지. 이런 식의 자중지란은 저들의 의도에 넘어가는 짓이니 말이야.”

“저도 분란을 일으키고 싶진 않습니다. 그저 억울한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일룡은 제갈비의 강경함이 팔대세가의 합의된 결정임을 느꼈다. 하물며 와룡의 현신이란 말이 나오는 제갈비였다. 장위가 어떻게 행동할지 몰랐다는 것도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구파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 장위의 일탈을 방관했을 수도 있었다.

‘장 주석이 너무 오래 하긴 했지.’

팔대세가로선 구파를 지지하는 장 주석의 장기 집권을 마냥 좋게만 보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 그런 의도를 드러내는 건 어리석었다. 장 주석의 탄탄한 지지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총리의 기반이 아직은 부족해.’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자가 현자라고 했다. 제갈비는 이번 교류전에서 구파보다 성적을 내서 영향력을 확대할 야심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어떤 흠도 용납할 수 없었다.

“장 주석께선 교류전의 승리를 원하신다. 그것도 압도적인 승리를. 대중화의 영광을 위해서라도 결과를 내어야 하니, 협력해 주기를 바란다.”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룡은 구파와 팔대세가의 분열을 막기 위해 장 주석을 이용했다. 아들의 일탈로 좋지 않은 분위기였다. 만약 교류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구파나 팔대세가나 당의 지원을 받기는커녕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었다.

‘그나저나 거슬리기는 하는군.’

일룡도, 제갈비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장위에게 있다는 건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대응이 예상보다 더 집요하고, 치졸했다. 걸려들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유도하였고, 장위의 성격까지 이용했다.

이로 인해 대륙의 실수, 망신이란 말이 떠돌고 있었다.

애초에 놈이 도발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도 했다.

‘본보기를 보여야겠군.’

그런 마음을 확실히 먹은 이유도 있었다.

-왜 100억 안 줘.

***

하하하하하하!

배를 부여잡으며 웃었다. 참으려고 해도 참기 힘들었는지, 발까지 동동거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하야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저히 본국의 고귀한 존재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는 엉망진창인 모습이었다.

“이 새끼 존나 웃기네!”

“말씀을 좀.”

“뭐, 어때. 우리만 있는데.”

“평소에 행실을 똑바로 해야 탈이 생기지 않습니다.”

“하여간 강박감의 하야토 아니랄까 봐.”

미츠키는 영상을 보고 또 봐도 자지러졌다. 근래에 심심했는데, 빅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남의 집 싸움이 재밌다고, 중국과 한국의 싸움이라서 더 재미가 있었다. 자기들끼리 물고, 물리면 우리로선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쇼타와 비교하면 어떨까?”

“힘 싸움으로 간다면 100% 집니다.”

“역시, 이 새끼! 그저 그런 놈은 아니었어.”

“권후의 호위무사이기도 합니다.”

“나름 머리도 있고, 위트도 있네. 아이, 좋아라.”

“그런 쪽은 절대 안 됩니다.”

“어떤 쪽?”

“……아닙니다.”

하야토는 제발 발동이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잘못했다가는 교류전이고 뭐고, 이상하게 변질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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