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185화 (186/374)

185. 개인전(1)

-교류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대연무장은 5천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었다. 일반인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놓았다. 초고속 촬영 기법을 이용해 관람객이 놓치고 지나간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제공했다.

대결이 시작되고.

대회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3전 전패.

아카데미 3학년 양준길, 조영혜, 주용석이 일본과 중국에 나란히 패배했다. 성운맹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들도 엄연히 대형 길드에 속해 있는 유망주였다.

변명하자면 상대가 나쁘긴 했다. 중국의 소림과 무당, 일본의 천검가를 만났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문제는 경기 결과보다 내용에 있었다. 배우고 익힌 걸 여한 없이 펼쳐 보였다면 이해하겠지만, 일방적으로 밀린 채 무난하게 패배했다.

-이건 뭐, 한국만 만나면 자동 진출이네.

-어딜 감히 소국 따위가 대국에 대들어!

-한국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워밍업에 불과해.

-한국이 보약이었어.

-다음에도 한국 만나고 싶다.

-한국 좀 그만 패, 애들 운다. 크크크크!

1차로 30경기를 치러야 하는 가운데, 겨우 6경기가 치러졌을 뿐이다. 대결 초반에 불과하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다. 그러나 마치 전번 교류전과 데자뷔가 되니 우리의 실시간 댓글창이 더럽게 변하는 건 인지상정이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더니 역시나네!

-아니 무슨, 속 시원하게 싸워 보지도 못하고 막히다가 그대로 지냐!

-빌드업은 무슨, 무난한 패배를 위한 길이냐?

-기대를 하려고 해도 답이 안 나오잖아! 그렇게 할 바엔 전부 동해에 빠져 뒈져!

-이런 꼴이면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라고 해도 할 말 없겠다! 이게 우리나라 대회 맞냐!

-남의 나라 잔치에 숫자 채워 준 거지.

중국과 일본의 비아냥거림에 폭발한 여론이 비난 일색으로 댓글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댓글 차단 기능으로 심한 욕설을 배제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푸욱!

패배한 한국 생도들은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늘어졌다. 교류전의 개인전은 30분 시간제한에 점수제로 진행이 되었다. 점수판을 볼 때마다 한숨이 쉬어졌다.

30분이라도 채웠으면 모르겠지만, 대미지로 인해 피가 채워지면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는 생도들 간 과열된 양상으로 인한 위험성을 피하고자 마련한 규칙이기에 항의할 명분조차 없었다.

“단체전이 있으니, 너무 풀 죽을 필욘 없다.”

“예, 교관님.”

아카데미 교관의 위로에도 패배한 생도는 생기가 없었다. 패배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기엔 후회와 부끄러움이 컸다. 그렇다고 분에 못 이겨 자리를 떠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영상을 통해 대결을 복기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컸다. 단체전에서 만회하려면 생도들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더는 질 수 없어!’

‘이 대회만은 우리의 것이야!’

‘모두에게 보여 줘야만 해!’

패배한 생도들의 자괴감이 전염되고 있었다.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생도들의 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더는 패해선 안 된다는 부담감에 짓눌리는 듯했다.

최상급의 각성 능력을 갖췄다곤 해도, 생도들은 어렸다. 던전을 경험한 백전노장과 달리 생도들은 흐름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었다.

철혈구좌의 삼좌인 뇌마(雷魔) 전사진은 생도들을 관리하고, 멘탈을 케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의 눈에도 생도들이 불안해하는 게 보였다.

‘안방에서도 좌불안석이면 곤란한데.’

그나마 작금의 생도들은 환경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교류전을 치렀다면 사방에서 쏟아지는 야유와 편파적인 함성에 짓눌렸을 것이다. 때로는 고의적으로 위압을 가하는 자들도 있었다.

-나가 죽어!

-그것도 실력이냐!

-진짜, 내가 고작 이걸 보려고 그 먼 해남에서 온 건가!

-씨발, 눈이 다 썩네!

-이거 다 보면 화병으로 죽을지도.

-교류전에 돈 낭비하지 말자, 이제 개최하지 마!

어린 생도들에게 응원은커녕 욕설은 심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충분히 이해는 갔다. 나이를 따지기엔 국가를 대표하는 위치였다. 이 정도의 중압감도 이겨 내지 못한다면 크게 성장하기 힘들다.

‘쯧, 좋지 않군.’

멘탈의 케어는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 흐름을 되돌리지 않은 채 이대로 개인전이 계속된다면 단체전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우리 생도만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중국, 일본 생도들의 기량이 전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우리나라의 황금기인 권왕의 시대와 거의 흡사하다. 그걸 증명하듯 대결을 치르고도, 호흡과 기도가 안정적이었다. 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긴장이 풀렸다.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중국이나 일본도 발전했구나.’

경제력과 각성자의 수가 맞물렸으니, 인재의 배출에서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에 뒤처졌다. 일부 뛰어난 기량을 엿보이는 천재들이 나오기는 하나,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 보였다.

‘하필이면 황금세대와 맞물리다니.’

어쩌면 우리 생도들이 운이 없는 세대일지도 모른다. 세간의 기대와는 다르게 우리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미리부터 자포자기할 필욘 없었다.

교류전은 말 그대로 기량을 겨루는 자리일 뿐, 일생을 좌지우지하진 않는다. 생도에겐 성좌의 선택도 있고 하니, 다음을 노려 볼 수 있었다. 지금 못한다고, 졸업하고서도 실패한 인생이 되진 않는다.

전사진은 중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생도들을 다독이던 중, 따로 노는 생도를 보았다.

허어!

어울리지 않는 평온함에 전사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 중압감과 패배감의 잔재에 시달리는 생도들과는 다른 차원에 있는 녀석들이었다.

“상원아, 커피 떨어졌다.”

“밤에 잠도 안 오고, 이뇨 작용도 심할 텐데, 무슨 커피를 그렇게 많이 마셔! 그리고 나 다음 경기야!”

상원의 어이없는 항변에도 무진은 시큰둥했다.

경기는 빨리 끝나든, 늦게 끝나든 30분의 대기 시간이 있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대결하면 된다. 더욱이 늦더라도 최소 15분은 기다려 주었다.

“지수도 마실 거지?”

“난 블론드 바닐라 트리플 샷 캐러멜 마키아또.”

양심 가출했냐?

믹스커피를 예상했던 상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신입 사원이 부장님보고 커피 타 달라는 줄.

곰곰이 따져 보니 설상가상이었다.

“별다방은 아카데미에 없잖아!”

“공간 이동 뒀다가 국 끓여 먹을 거냐?”

“그건 6계식이잖아, 난 4계식이라고!”

“그래서?”

“빨리 갔다 올게.”

“됐어, 느려 터져서는.”

커피가 식기 전에 돌아오라는 거냐?

국제공항까지 뛰어가지 않아도 되어 안도했던 상원은 무진이 아공간을 열어 커피머신을 꺼내자 할 말을 잃었다.

쿨럭!

하는 짓이 재밌어서 계속 지켜보던 전 교관도 기가 차서 헛기침이 나왔다.

‘중압감은커녕 경각심도 없군.’

전사진도 무진이 어떤 생도인지 가르쳐 봤기에 모르진 않았다. 타 생도와 비교해 원체 자존감이 강한 녀석이었다.

단순히 그런 점만 부각했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텐데, 마도의 수준이 굉장히 높았다. 자신감 못지않게 기량도 일취월장하여 3학년을 능가했다.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면 모범 생도로서 도장도 찍어 줬을 텐데, 아쉬웠다.

‘허허실실도 상황을 봐 가면서 해야 할 텐데.’

자신감에 취해 주변이 보이지도 않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그간의 사연들을 되짚어 봐야 했다. 1학년 생도가 겪었다고 하기엔 인생의 희로애락이 몇 번이나 찾아왔다. 일반 생도라면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압박에도 꿋꿋하게 버텨 냈다.

다들 그 사실을 잊고 있는데,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자신들이 무진의 나이였다고 가정해 봐라. 사방에서 집중포화를 받고 멀쩡할 수 있을지.

‘이조차도 의도했다면, 대단하군.’

무진의 여유가 거슬릴 수는 있어도, 중압감에 시달리는 생도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키긴 했다. 최소한 무진보다는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자기 집 안방처럼 여유가 철철 넘치시는군!’

‘저렇게 하는데도 비교되면 우린 얼굴 들고 못 다녀!’

‘반드시 이긴다. 지면 가문에서 쫓겨날지도 몰라!’

잠시 여유를 가지기는 했어도, 1승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과 일본에 또다시 압도당하는 수가 있었다. 반전을 위한 시작은 1승부터였다.

‘어르신이 걱정이구…… 아닌가?’

교류전에 교장의 자리가 걸려 있었다. 정부와 여론에서도 이번 교류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려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우리 생도의 연이은 패배에 노심초사할 줄 알았거늘.

교장은 태평했다.

“다들 기량이 대단하군. 우리 생도들도 보고 배우는 바가 크겠소이다.”

“자칫 교만해질 시기에 패배를 통해 스스로 성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오늘의 패배를 교훈 삼아 더 강해지지 않겠습니까.”

조바심을 내거나 감정 통제가 되지 않아도 시원찮을 판에 교장은 중국과 일본 생도를 칭찬했다.

언행만 봐서는 승자였다.

교장의 느긋한 태도에 남궁천, 시게노 교관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교류전을 아예 포기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아무렴, 패배야말로 가장 큰 가르침이지요.”

“승패 병가지상사긴 하나, 저는 한국의 건승을 기대합니다.”

“저도 교장께서 불편해하는 건 보기 힘듭니다.”

이기고 있을 때 비로소 예의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것이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유발하기엔 더더욱 효과적이고. 이미 그런 쪽으론 남궁천과 시게노도 노련했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아이템이나 스킬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속은 썩어 문드러지겠군.’

‘급성 화병이라도 오지 않으면 다행이지.’

기대도 역량이 되어야 하지, 지금처럼 수준 차이가 크고 기세까지 넘어갔다면 대결은 보나 마나였다. 혹시나, 일발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면, 김칫국에 지나지 않았다.

찌릿!

남궁천과 시게노는 교장을 제외하고 서로를 향해 경쟁심을 불태웠다.

‘이번에도 본 중화의 승리다.’

‘이번에는 다를 거요.’

교장은 두 사람의 경쟁 심리를 보며 피식! 웃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자기 멋대로 판단하고 김칫국이라니. 이런 건 나라를 막론했다.

‘그 마음 변치들 말게나.’

다음 경기부터는 마음 편히 관람하기 어려울 테니 말이야.

교장의 복심을 증명할 대결이 막을 올렸다.

권후 vs 팽천경.

권후는 한국을 대표하는 생도로서 중국과 일본에도 주의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1학년으로서 교류전의 대표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실력은 입증되었다. 이제는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도 통할지 보여 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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