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208화 (209/374)

208. 단체전(2)

‘너무 티 나는 거 아냐?’

‘이 정도는 해 둬야지.’

‘우승하려면 우리 쪽 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긴 하지. 그런데 괜찮겠어?’

‘대비하면 문제는 되지 않아. 정 안 되면 네가 처리해.’

‘귀찮은 일은 나만 시켜.’

‘내가 하면 더 이상하니까 그렇지.’

‘빚진 거야, 갚아야 해.’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갚을게.’

‘뭐든지 다 들어준다고 해야지!’

‘그딴 무책임한 약속을 내가 왜 해.’

선배와 동기들은 무진과 지수가 전음을 나누는 걸 알고 있었다.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고, 입술을 달싹거렸다.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굉장히 궁금하다.

부담스러운 시선이 쏠린다.

하는 수 없이 태수가 총대를 멨다. 평소엔 맹주 대접도 안 해 주면서 이럴 때는 눈총을 준다.

“둘이서만 뭘 또 쏙닥거리는 거야? 어차피 우리도 알아야 할 일이면 그냥 말해.”

예슬, 혜진, 유정은 귀를 쫑긋 세웠다.

“죽일까, 말까?”

“지수가 그러는데, 죽이는 건 걔들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짓이니까 사지 중 하나는 잘라도 되지 않냐고 했는데요.”

“……?”

오늘 점심 뭐 먹을까? 정도의 뉘앙스다. 곰곰이 생각하지 않고 무심결에 ‘난 짬뽕’이라고 할 뻔했다. 한데, 내용은 삭스핀 곱빼기였다. 이쯤 되면 둘이 먹다 셋 다 죽어도 호상이었다. 결국, 태수 선배는 계산은커녕 말문이 막혔다.

‘그럴 수 있어서 더 무섭네.’

혜진, 유정, 상원, 4인방은 무진의 실체를 일부만 알고 있었다. 태수도 전체를 안다고 자신하지 못하지만, 보여 준 단면만으로 중국이든, 일본이든 순삭이었다.

“농담 한번 살벌하게 하네.”

“너희들,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는 거야.”

상원과 유정이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 누가 들어도 농담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대화였다.

‘농담은 무슨.’

예슬도 무진의 실체를 조금은 안다. 그 조금 안다는 실체가 9계식이었다. 무공이 아닌, 마법만으로도 애들 전부 화장시킬 수 있었다.

태수와 예슬은 될수록 무진과 지수 앞에서는 농담이라도 실언은 하지 않기로 했다. 농담을 진실로 만들고도 남을 미친 애들이었다.

‘모를 때가 좋았나?’

‘좋기도 하고, 이상하네.’

진실을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되어 가고 있었다. 널리 이 흉포한 애들을 알려 무고한 사람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나, 자신들은 단군 조상님이 아니었다.

‘조상님도 일본과 중국까지 챙기시진 않겠지.’

‘우리만 아니면 되는 거지, 뭐.’

북문에 도착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문이 열리고, 생도들은 인공 던전에 들어섰다.

[무장 고블린 던전]

[산성 슬라임 던전]

[중력 개구리 던전]

탑의 기운이 출렁이더니 던전이 오픈되었다.

***

인공 던전은 탑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여 던전의 종류와 등급을 인위적으로 조절한다. 총 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인공 던전은 이번 교류전을 위해서 팀전 전용인 4, 5구역을 통합했다. 또한, 던전의 등급은 조정하되, 종류는 무작위로 바꾸었다.

c등급으로 조절한 무작위 던전으로 최대한 공정성을 기했다고 볼 수는 있다. 하나, 등급이 같아도 종류에 따른 상성을 무시하긴 힘들다. 전력만 놓고 보면 던전의 공략에 무리는 없지만, 시간과 노력은 곧 점수로 직결되었다.

인공 던전 곳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고, 불미스러운 일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나, CCTV를 만능처럼 여기면 곤란하다. 대체로 던전은 공간과 공간을 단절시키는 굴곡을 일으키고, 무수히 많은 파장을 생성한다. 던전의 코어, 즉 보스방에 가까워질수록 전파 방해가 심해진다.

현재에 이르러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신형 모델로 대체하여 사각지대를 없애고 있으나 완전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던전은 항상 위험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상황을 확인이라도 하려면 개인용 액션캠을 장착해야 한다.

아카데미는 인공 던전에 사각지대가 형성될 걸 염려하며 교관을 배치해 놓았다. 교관이 전부를 통제하진 못하더라도, 생도를 위험에서 구할 수는 있었다. 다만, 교류전은 한·중·일의 교관이 따로 파견되었다.

이유는 알다시피 공정성 때문이다. 자국 교관으로만 배치할 경우, 유리한 방향으로 생도를 도와준다고 해도, 사태 파악이 어려웠다.

-슬라임은 분노해도 귀엽네, 죽는 것도 불꽃처럼 터지고.

-귀엽기는 무슨, 산성이잖아. 이게 무슨 산성빈 줄 아나, 닿기만 해도 넌 뼈도 안 남고 녹을걸.

-개구리 마물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돼, 저 눈깔 봐라!

-뒷다리만 빼서 구워 먹으면 술안주로 죽이겠다.

-그 전에 넌 파리 대신이 될걸.

-단체전은 참, 재미가 없어. 영상도 자주 끊기고 말이야. 보는 맛이 덜하고.

-세상이 변한 지가 언젠데 던전 파동을 극복 못 하냐.

개인전과 달리 단체전은 영상 송출 문제로 인해 관심도가 떨어졌다. 교류전의 우승이 개인전이 끝나면 대부분 가려지는 것도 문제였다. 실제로도 개인전에서 성적이 우수한 국가가 교류전의 우승을 해 왔었다. 더욱이 역전하기에는 한국의 개인전 성적이 압도적이었다.

우리나라만 신나 있고, 일본과 중국은 의기소침해 있었다. 여론도 중국과 일본은 자국 생도를 까는 기사만 나오고 있으니, 볼 맛이 덜했다.

여하튼 화력이 개인전보다 덜하기는 해도, 다른 프로그램보다는 인기가 있었다. 안 보려고 해도 간간이 들어와서 확인하려는 건, 사람의 심리였다.

한·중·일 단체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c급 던전에 고전하기엔 생도들의 역량과 전략이 워낙 뛰어났다. 5개의 지점 중 2개 지점을 벌써 통과했다.

지나치게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을까, 인공 던전의 마나 파동 수치가 2배로 올라갔다.

-던전 각성.

던전의 2차 각성이 이루어졌다. 뜻하지 않은 변수의 발생이었다. 그로 인해 영상의 송출이 일시 중단되었다.

아카데미 상황실에선 부랴부랴 던전의 변화를 파악하고, 2차 각성의 등급을 조정했다.

즉시 교장에게 보고되었다.

“얼마나 상향이 됐지?”

“b등급입니다.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됩니다. 교관도 있으니 얼마든지 통제 가능한 수치입니다.”

c등급과 b등급의 차이는 컸다. 위험도가 거의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기에 대비는 하고 있었다.

“상황을 숨기지 말고, 최대한 사실대로 전달하게.”

“알겠습니다.”

각국에서 파견된 교관의 등급은 백작급 이상은 되었다. b급 던전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공략할 능력이 된다. 과거의 전례가 있기에 과할 정도로 안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틀어지기는 했어도 사실대로 전하는 편이 낫다. 나중에 문제가 되었을 때, 정보의 은폐는 국제적 마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었다.

“방심은 금물일세. 전원 개입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놓게.”

“물론입니다.”

교장의 지시에 남궁천과 시게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바뀌었다. 그들도 보고를 같이 받고 있었다.

‘이제야 돌려줄 수 있겠군.’

‘당신이야말로 방심할 때가 아니란 말이오.’

급조된 계획이기는 해도, 무작정 행하지는 않았다. 일정 부분은 납득할 만한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남궁천과 시게노는 후일을 걱정하지 않았다. 한국이 억울함을 호소해 봤자 다수결에서도 밀린다. 국제적인 위상이 많이 올라간 한국이지만, 아직은 부족했다.

‘곧 당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볼 수 있겠군.’

‘웃을 수 있는 것도 얼마 안 남았소.’

남궁천과 시게노는 최대한 염려하는 표정을 지으며 교장에게 돌아가는 사태를 캐물었다. 조금이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최대치가 b등급일 테니, 던전에 파견된 교관을 믿읍시다.”

교장의 대응에 남궁천과 시게노는 탐탁지 않은 눈빛을 보냈다.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되었던 답변이었다. 누구도 책임을 온전히 떠안고 싶지 않을 테고, 개인이 감당할 범위를 넘어섰다.

‘문제가 되진 않겠지.’

교장은 인공 던전의 안전성을 의심하진 않았다. 파견된 교관도 있는 데다, 그 녀석이 있는 한 심각한 상태로 번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썩을!’

무진이 있어서 안심되자, 교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말년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시키는 녀석인데도 든든했다. 앞으로 무진의 잘난 체를 계속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심기가 불편해졌다.

흠칫!

교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노려보자, 남궁천과 시게노는 긴장했다.

혹시, 눈치챘나?

***

무장 고블린을 처리하며 다음 지점을 향해 가던 중 던전이 각성했다. 등급이 올라가면서 마나의 파장이 거세진다.

두드드드드!

녹색이었던 무장 고블린이 적색으로 바뀌고 덩치가 2배로 커져 인간과 비슷해졌다. 근력, 스피드, 내구력이 배로 강해지며 자신감을 불태웠다.

다만, 등급 상향에는 한계가 있었다. 개미가 강해져 봤자 개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듯.

고블린은 올려치기를 해 봤자 고블린이었다. 오크만 되었어도 위협적이었을 텐데.

펑, 펑, 펑!

화르르르!

태수, 예슬, 지수, 무진은 여전히 선봉이었다. 등급이 올랐다고 해도 a등급이 아닌 이상, 어렵지 않게 부수고, 베고, 태웠다.

선봉이 기선을 제압하니, 따르는 생도들도 힘이 날 수밖에 없다. 사냥이 순조롭다고 해서 통제를 벗어난 행위를 용납하는 건 아니었다.

선봉을 필두로 한 진형은 유지하되, 체력 보존을 위해서 교대로 바꾸었다. 꿀 빨고 싶거나 반발할 것 같을 때마다 고기 방패로 불만을 민주적으로 해소했다.

무진은 마지막 고블린의 머리통을 박살 낸 후, 태수 선배에게 전음을 보냈다.

‘선배, 지금이야.’

‘하여간 이것들 진짜.’

교류전은 한·중·일의 화합을 위한 자리인 만큼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승리가 중요하긴 해도, 규칙을 어겨 가면서까지 이겨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담담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면 어쩌겠어.’

‘그래도 사지는 보존하자.’

태수는 즉시 생도들을 멈춰 세우고, 사전에 연습한 디펜스 진형을 갖추었다. 공격적으로 빠르게 끝을 냈고, 손쉬운 사냥이었다. 생도들은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태수를 의심하거나 반발하진 않았다. 지금까지 보여 준 태수의 역량과 지휘력을 인정했다.

차자자작!

생도들이 진형을 갖추는 사이, 무진은 아무도 모르게 아이템을 발동했다. 몸에서 빠져나간 그림자가 주변에 동화되어 사라진다.

‘적당히 활약해.’

‘결국 나만 총알받이잖아.’

‘영웅은 원래 그런 거야.’

‘지 일 아니라고.’

지수의 활약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거늘, 소통의 부재가 살짝 있었다. 확실히 전음보다는 주먹으로…… 말로 해야 대화의 전달이 잘되었다.

“협공에 대비한다.”

“협공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중국과 일본이 밀약을 맺었다.”

“……이 치사한 놈들이!”

태수의 전언에 생도들은 디펜스 진형의 의아함을 풀 수는 있었지만,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중국과 일본이 교류전에서 우승할 마지막 묘수긴 해도, 이런 식으로 치사하게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중국과 일본의 연합에 우리 생도들은 가슴이 옹졸해지는 충격을 받았다.

촤자자작!

두둥!

디펜스 진형을 갖추고 각자의 아이템과 장비를 최적화했다. 그러자 태수의 전언대로 위기감이 조여 오더니 양방향으로 중국과 일본의 생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츠키와 일룡이 전면에 나섰다.

태수가 맞서는 형국이다.

“눈치가 빠르군.”

“우승을 포기했다면 모를까, 너희들이 할 짓은 뻔하지.”

“알고서도 기다렸다? 자신감이 과하구나.”

“너희들 좋을 짓을 내가 왜 해야 하지.”

흔들리지 않는 태수의 대응에 미츠키와 일룡은 편치 않은 심경을 드러냈다. 더욱이 자신들의 수를 알고 있다는 듯 대응을 해 왔다. 다음 지점으로 가는 길에서 기습하려고 했는데, 틀어진 것이다. 시간이 불리한 쪽은 정해져 있었다. 오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갈 수밖에 없다.

“수를 안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아.”

“개인전도 그랬지만, 별거 없던데.”

“어차피 말은 필요 없겠지.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오늘 일 실수한 거야. 아마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걸.”

일룡과 미츠키는 대화를 길게 하지 않았다. 기습이 통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끝내야 했다. 전력으로 결판 짓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건 자신들이었다.

‘지수 봇, 가랏!’

‘시끄러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무진은 지수의 활약을 보조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쿨럭!

주르르르!

막 최후의 결전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일룡과 미츠키의 입에서 핏물이 흐른다. 그들을 따르는 생도들도 다르지 않았다.

‘엿 됐네.’

무진의 예상과 다른 전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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