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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229화 (230/374)

229. 니 건 내 거, 내 건 내 거(3)

여친은 마녀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정령과 하나 되어 놀고 자빠졌다. 하지만 논다고 하기에는 절묘하다. 요나의 워터 밤, 워터 캐논, 워터 캐틀링이 마녀의 빈틈을 정확히 요격했다. 위력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펑, 퍼어엉, 촤아아!

미츠키, 하야토, 카즈마는 정령사도 만만히 봐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빌어먹을, 이 치사한 연놈들이!”

“벌건 대낮에 대회장을 습격한 건 올바른 거고? 마녀답지 않게 징징대기는. 이럴 때일수록 쾌감이 죽이잖아. 스릴도 있고. 안 그래? 크크크크!”

누가 악당인 거냐?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마녀조차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바뀌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무진은 끊임없이 마녀를 농락하고, 괴롭히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미츠키, 하야토, 카즈마조차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누가 보면 연약한 여인을 괴롭히는, 그야말로 극한의 이지매를 보고 있었다.

‘잘한다고 해야 할지? 너무해야 한다고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네.’

‘교관님의 원수, 응당 저리되어야 마땅해!’

‘타이밍이 아주 절묘하다. 정말 대단해!’

각자의 성향대로였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하다. 괴롭히는데도 재능을 타고나야 한다는 것을. 방해하기가 너무 잘돼서 쉬워 보일 뿐, 타이밍을 맞추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자칫 지수의 공수를 방해할 수도 있었다. 최적의 타이밍을 노려서 지수의 공격에 시너지 효과를 주었다. 한두 번 해서는 나오지 않을 완벽하면서도 요상한 합격술이었다.

‘뭐가 이렇게 딱딱 잘 맞아!’

미츠키는 그 점이 아주 맘에 들지 않았다. 저 정도로 손발이 맞으려면 하루 이틀 훈련해서는 불가능했다.

‘둘이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막 하고 그랬겠지.’

거친 호흡과 비 오듯이 흐르는 땀, 근접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저렇게나 찰떡궁합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훈련이 끝나고 힘들어서 연무장 바닥에 누울 테고, 팔베개를 한 채 천장을 보며 미래를 꿈꾼다.

‘어머, 그러면 안 돼!’

공주는 황실에서 할 일 없으니 만화를 너무 많이 봤다. 특히 SF 판타지 이계 빙의 환생 회귀엔 껌벅 죽는다.

요나를 자동 사격 시스템으로 전환한 후, 무진은 돌아봤다. 미츠키가 두 손으로 홍시처럼 붉은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저기, 뭔 상상을 하기에 얼굴이 그렇게 빨개?”

“내가 뭘?”

“딱 야동 보다 걸린 얼굴인데? 설마, 아니겠지. 명색이 공주가. 아닌가?”

“……아니거든!”

순수한(?) 동인지만 봤어!

격렬한 외침에 요나가 움찔했다. 요조숙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며 눈을 흐리는 요나도 요물이 다 됐다. 표정만 봐서 다 안다는 눈빛이었다.

“빌어먹을! 다 죽여 버릴 거야!”

화가 머리끝까지 폭발한 마녀의 살기 어린 외침에 미츠키에 대한 관심은 멀어졌다.

로즈의 상태는 처음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머리카락은 산발이 된 채 고슬고슬 타 버렸고, 옷은 군데군데 찢어져 태초의 모습을 돌아가는 중이다. 시청자의 연령층을 고려한 지수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난감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내 남자의 눈은 내가 지킨다는 건가?

“날 가지고 논 걸 후회하게 해 줄게!”

목표물을 농락하며 유린해도 부족한 판국에 도리어 철창 속의 원숭이처럼 조련당하고 있었다. 분노에 눈이 먼 로즈는 상부의 명령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욱이 이대로는 명령을 이행하기는커녕 속절없이 당할 판이었다.

장미의 감옥, 융합.

어둠의 폭주, 블랙아웃!

로즈에게서 어둠이 번지더니 장미의 결계와 감응하여 일순간 칠야로 물들었다.

슈웅!

주먹을 내질렀던 지수는 허공을 치는 허망한 감각을 감지했으나, 몸을 빼기도 전에 어둠에 물들어 버린다.

거리를 두었던 무진과 공주 일행도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난 듯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어둠에 휩싸였다.

“같잖은 짓이야.”

암전으로 인한 시야의 가림은 통하지 않는다는 듯, 지수는 마녀를 향해 정확히 권강을 발출했다.

슈슈슈, 퍼퍼퍼펑!

백청색의 강기에 닿은 로즈의 육신이 폭발하면서 일대를 밝혔다가 사라진다. 산산이 부서지는 육신. 최후의 결전을 시사한 것치고는 허무한 결말을 맞이했다.

-같잖은 짓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어디 맘대로 발버둥을 쳐 보렴.

권강에 폭사한 후 끝이 난 줄 알았다. 곧이어 어둠 속에서 공명하듯 마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봤자 무서워서 숨은 거잖아.”

-이제부터는 얼마든지 지껄여도 괜찮아.

“하라면 못 할 줄 알아.”

-곧, 무의미한 짓임을 알게 될 테니까.

신검합일처럼 결계와 동화된 로즈는 자신감을 찾았다. 일방적으로 밀렸던 걸 되돌려 주려는 듯, 지수를 심적으로 깔아뭉개려고 했다. 이 와중에 자존감을 찾으려는 건 광년의 변태적인 집착으로 비쳤다.

퍼퍼퍼퍼퍼펑!

지수는 전력을 끌어 올리며 강기의 파괴력을 더했다. 결계 전체를 부수려는 듯, 사방으로 빛의 포화가 이어졌다. 충격이 겹겹이 번지며 거센 파문이 물결처럼 번진다.

“거기구나.”

-얼마든지 오려무나.

어둠 속에서 로즈가 오연히 서 있었다. 그녀는 원래대로 돌아온 상태였다. 타격을 입지 않은 처음의 그대로. 그녀의 호언대로 지금까지는 장난인 듯 여유가 흘렀다.

“허세를 떨어 봤자, 소용없어.”

-그런데 왜 망설이지?

“이제까지 처맞은 주제에 건방을 떨고 있네. 아직 정신을 덜 차렸구나, 죽도록 패 줄게.”

-그 말은 좀 전에도 했는데. 호호호.

칠야의 어둠에도 지수는 두려워하기보다는 짜증 서린 기색이었다. 지지부진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마녀에게 쇄도하여 신화천권의 오의를 미친 듯이 발산했다. 내력의 소모 따윈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이기나, 너가 이기나 두고 보자는 사생결단의 살의였다.

파파파파팟!

이번에는 로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모습이 도플갱어처럼 닮았다. 마치 거울을 상대로 주먹을 날리는 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린다.

보통은 자신의 무공을 똑같이 흉내를 내면 당황하기 마련이나, 지수는 이런 쪽으론 경험이 많았다. 자신보다 더 잘하는 녀석도 근처에 있었고, 무신 사부와도 지겹도록 싸웠었다.

“거울 스킬인가 본데, 안 통해.”

-그렇다면 깨 보렴.

지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투로를 유지했다. 하지만 속도와 파괴력은 한층 더 강해졌다.

‘이년, 지치지도 않나? 이상하단 걸 감지했을 텐데. 뒤를 안 보네!’

태연한 척하지만, 로즈는 방심하지 않았다. 어둠의 폭주는 마지막에 사용할 최후의 오의다. 마혈기를 안정화하는 데도 오래 걸리는 데다 자칫 장미의 감옥과 융합이 길어지면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주인이 하사한 이 능력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더욱이 장미의 감옥이 흡수한 생기혈을 고스란히 헌납해야 했다. 그녀는 생기혈을 마혈기로 변환, 흡수하여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불안, 공포, 환영.

장미의 감옥을 통한 저주 스킬이 발동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수는 흔들리기는커녕 자신의 투로를 유지했다. 일개 생도의 정신력을 아득히 초월했다.

시간을 오래 끌어서는 자신도 휘말릴 수 있었다. 로즈로선 어떻게든 지수의 정신을 무너뜨려야 했다. 그토록 권공을 펼쳤는데, 아직도 내력이 남아 있었다.

-네년의 친구들은 걱정이 되지 않나 보구나.

“알 게 뭐야.”

-살려 달라는 동료를 버릴 셈이야? 그러고도 네가 인류를 지키는 각성자랄 수 있어!

“인류애 나셨네. 너나 지키세요. 난 내가 제일 중요해. 이거나 처먹어.”

흔들리기는커녕 미동도 하지 않는다. 흥분했다면 권로가 흐트러져야 할 텐데, 거리끼기는커녕 완벽했다.

인간은 자신의 목숨이 가장 소중할지는 몰라도, 고작 열일곱 살의 생도였다. 동료를 인질로 삼으면 빈틈이 생겨야 마땅하거늘.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을 견고함이었다.

‘이년 대체 뭐야?’

로즈는 짜증이 치밀었다. 지금까지 받은 모욕, 수치심을 돌려주고 싶은데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아서 다급해진 쪽은 자신이었다. 게다가 생도치고는 전투력이 지나치게 강했다.

어째서 더 강해지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 봤자 버티는 게 전부야!’

장미의 감옥과 하나가 된 로즈는 공간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강력한 권능으로 지수를 압박하며 짓눌렀다. 결국, 내외력을 소진하면 제풀에 무너지게 될 터.

퍼퍼퍼펑!

로즈는 지수의 내외력을 갉아먹으면서 무진과 공주 일행도 압박했다. 지수도 짜증 나지만, 이놈도 만만치 않게 화를 돋웠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원치 않은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등가교환의 법칙을 줄이려면 생기가 필요했다.

-살려 달라고 빌어. 이년은 몰라도 너희들은 살려 줄게.

“누가 누굴 살려 달란 건지 원. 아직도 모르겠어? 그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닐 텐데.”

무진과 공주 일행은 요나를 중심으로 수막(水幕)을 펼쳐 마녀의 공세를 막아 내고 있었다. 버티고 있는 형국으로, 지수가 끝내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계집을 기다려 봤자 소용없어, 이미 끝났거든.

“그렇다고 하기엔 외형이 불완전하잖아. 형태를 유지하기도 벅찬가 봐. 그래 가지고 되겠어?”

-이년이나 저놈이나! 잘난 척해 봤자, 너도 곧…… 어?

“어때? 기운을 흡수한 것치고는 별로였지.”

요나의 수막을 거울처럼 반사했더니, 마녀는 본인의 외형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결계의 기운으로 만들어 놓은 인형임에도 형태가 조금씩 흔들렸다. 군데군데 생겨난 주름이 나이 들어 보이게 한다.

-이게 무슨, 왜?

“기운이 점점 빠지고, 그러지 않아?”

-이럴 리가 없어…… 어째서?

“들어오기 전에 손 좀 봤지.”

-웃기지 마, 너 따위가 어떻…… 허억!

“힘을 아껴야지.”

로즈는 그제야 장미의 감옥이 이상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융합하여 공간을 통제했음에도, 마나와 생기의 흡수가 되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의 기운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간다.

꽈아아아앙!

그걸 증명하듯, 지수의 권공이 상대적으로 더 강해졌다. 이제 보니 어둠이 지수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신화공으로 정화된 어둠이 권공으로 발출되었다.

-또, 개수작을 부렸겠다. 하지만 더는 안 돼!

“미안하지만, 이미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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