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233화 (234/374)

233. 우리 편(3)

“내가 강해져야 너도 책임을 덜 수 있고.”

“그렇군요.”

“이건 전적으로 제자를 위한 사부의 숭고한 희생이니라.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나같이 헌신적인 사부가 요새 없어요.”

“아~~! 대단하시네요.”

무진의 감흥 없는 호응에 교장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몰랐으면 모를까, 듣고 나니 욕심이 난다. 가장으로서도, 남편으로서도, 무인으로서도.

대연무장에서 권왕의 무위는 실로 놀라웠다. 사위를 압도하는 무위는 ‘나때는’을 초월하고도 남았다. 건방진 MZ 세대에게 꼰대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 줄 때였다.

가타부타 말만 많아졌다. 궁상을 이만큼이나 떨었으면 줄 때는 됐지 않느냐.

“그래서 줄 거야, 말 거야?”

“드세요.”

“지금?”

“드시고 나서 특별 서비스 들어갑니다.”

무진은 아공간에서 [신의 정화]를 꺼냈다. 인벤토리엔 가사 도구를, 아공간엔 영약, 포션, 장비, 아이템을 넣어 두었다.

됫병에 들어 있는 [신의 정화]였다.

얼마 없다고 들었는데, 교장은 할 말을 잃었다. 효력이 약하면 부족할 수도 있으나, 한 방울만 해도 거의 다 해독이 되었다. 그걸 참기름 넣듯, 빈 병에다 보관할 줄이야. 저 귀한 약이 상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건 대체 어디서 난 거냐?”

“아카데미 보고에 있던데요.”

“……복을 타고났구나.”

“완성품이 아니라 재료일 뿐이에요. 연성이 필요했거든요. 물론, 다시 만들기는 재료가 부족해서 어려워요.”

보고에서 보물만 빼먹고 있었다. 아직도 자유이용권이 3장이나 남아 있었다. 교장은 보고를 물갈이해야 하나 고민을 해 봤다. 하나, 그 넓은 공간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은 무진의 행운이었다.

후륵!

[신의 정화]를 마셨다. 양은 간에 기별도 안 가기는 했다. 하지만 곧 효과를 나타내는 [신의 정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교장은 본인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전성기는 지났고, 과거의 부상으로 전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럴 수가.

부자연스럽게 흐르던 마나가 원래의 흐름을 찾아가더니 최적화를 이루고 있었다.

파파파팟!

무진은 두고 보지 않았다.

[신의 정화]가 온전히 흡수되도록 추궁과혈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 교장의 운기행로를 파악했다. 풍력공(風力功)의 완성형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쳤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이전의 풍력공보다 업그레이드가 되자 풍신의 육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투득, 뼈가 어그러지며, 피부가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완성형의 투귀 어르신과는 변화 자체가 다르다. 이미 환골탈태를 거친 무인과 달리, 부상으로 현업에서 은퇴한 풍신이라 효과가 극대화되었다.

투드드득!

굉장히 극적인 효과였다. [신의 정화]를 마신 생도들도 성취를 보이긴 했어도, 풍신처럼 환골탈태를 하진 않았다.

연유는 등가교환에 있었다. 무혈지독은 해독이 없는 치명적인 극독이었다.

[신의 정화]였기에 망정이지, 하급이나 중급 엘릭서였다면 치료가 수월치 않았을 것이다. 한 방울로 해독하고, 여력으로 전력의 상승을 이뤘으면 남는 장사였다.

하나, 가장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다.

‘교장 선생님도 포기하진 않았군요.’

현업에서 멀어지고,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안주하는 삶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것을 가지고 게으르다, 어리석다고 비난할 순 없다. 사람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생로병사였다. 하지만 많은 나이와 부상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건 본을 받아야 마땅했다.

풍신은 과거에 함몰되어 있지도, 현실에 안주하지도 않았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단련했다. 그것을 환골탈태로 몸소 보여 주었다.

화르르, 푸스스스!

무진은 교장의 육신에서 빠져나오는 노폐물과 탁기를 삼매진화로 깔끔하게 태웠다. 수십 년의 노폐물이라서 그런지 냄새가 심하다. 이를 방치하여 나중에 치우게 되면 교장실이 아니라 화장실이 되어 버린다.

이는 환골탈태 전문가로서의 소견이다. 어설프게 한두 번 환골탈태를 경험하면 꼭 탈이 난다.

우우우웅!

결계를 쳤으니 마나파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지막을 향해 내달리던 교장의 기운이 활화산처럼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가 안정화를 이룬다.

환골탈태로 인한 기변의 극의에 도달하면 기폭 현상이 일어나기에 결계, 디펜스, 실드는 기본이었다.

후우우우!

호흡과 동화된 기운이 갈무리되어 간다. 잠시 후 서서히 눈을 뜬 교장은 변화된 내력과 육신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활력이 넘친다.

사랑과 정열을 아내에게.

겉으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반박귀진처럼. 설령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전성기의 성취는 확실히 넘어섰다.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구나. 고맙다.”

“물약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수양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작금의 성취는 교장 선생님이 이룬 노력의 결과입니다.”

“이젠 빼도 박도 못 하겠구나.”

“당연한 말씀을, 여기서 못 하겠다고 하면 가만두지 않습니다. 전 아낌없이 베푸는 호구가 아닙니다. 사람의 관계는 공평하게 주고받아야 유지된다고 보거든요.”

교장은 좋다고 해야 할지, 싫다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자신이 여전히 무인이자 각성자임을 실감했다.

전성기 시절엔 나름의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항상 10대 초인과는 비교가 되었다. 다가서기 어려운 격차, 그 벽을 깰 기회가 찾아왔다.

“권왕님과는 어떠냐?”

“아예 상대가 안 됩니다.”

“이만큼이나 강해졌는데도?”

“그 이상으로 강해지셨거든요.”

“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야?”

“교장 선생님이 한 100명쯤 되면 얼추 될까요?”

“자신감이 쪼그라드는구나.”

물론, 수적으로 비교하면 100명이 아니라 30명이면 될 수도 있다. 이는 사부님이 정면 대결을 한다는 조건에서다.

성향상 정면 대결을 선호하기는 해도, 사부님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 유리한 고지를 점할 줄 알았다.

무진은 교장의 투지에 불을 붙여 주었다.

“한 20명 안팎으로 줄일 수도 있는데요.”

“어떻게?”

“제가 만든 가상현실이 있어요. 이걸 사용하면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가상현실이라면 아카데미에도 있을 텐데.”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상 트레이닝 시스템이 있었다. 단계에 따라서 훈련과 대련을 병행하는 시스템이다. 점수 스코어가 있어 게임하는 맛이 난다.

“그런 거 말고요. 하실래요?”

“음, 안 하면?”

“어쩔 수 없죠.”

한 번 튕겼던 교장은 애가 달았다. 이미 [신의 정화]로 환골탈태의 맛을 보았다. 여기서 더 강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 포기할 각성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는 무인으로서 당연한 호승지심이었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젊은 날의 혈기를 되찾은 것이다.

“하면 되지 않느냐.”

“그러실 줄 알았어요. 이미 검증도 끝나서 안전할 거예요. 제 눈을 보세요.”

“잠깐……?”

투귀를 시험 삼아 이전보다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이제는 시간 조절도 일정 부분 가능했다. 투귀 어르신처럼 100년의 차이는 생기지 않을 테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르르르르!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왔다. 교장의 육신이 부들거리면서 가상공간에 적응하고 있었다.

“제 성의입니다.”

무진은 교장과 완전히 한배를 탄 사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 주어야 했다. 신뢰를 쌓기 위해 서로에 대해서 숨기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장의 전투력이 향상될 필요가 있었다. 어설프게 강하면 도리어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이제는 바람의 신으로 불렸던 시절을 넘어서야 했다.

5분이 흘렀다.

“……흐억!”

가상공간에 갇혔던 영혼이 돌아왔다. 육체에 안착한 교장은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그곳이었다. 도무지 깰 방도가 없는 존재와 시도 때도 없이 싸워야 했다.

시간은 또 왜 그렇게 안 가는지.

군대를 10번 더 간 느낌이다. 얼마나 지났는지 시간관념마저 잊었었다.

“올해가 몇 년이더냐?”

“5분 지났습니다.”

“5개월도 아니고 5분이라고? 나는 무려 10년이었다고!”

현실을 파악할수록 교장에겐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방금 자신이 겪은 일들이 뇌리에 생생하게 남겨져 있거늘. 고작 5분이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10년 동안 두들겨 맞은 기억이 화인처럼 남아 욱신욱신했다.

“얼마 안 지났네요.”

“네 일 아니라고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다!”

“투귀 어르신은 100년 걸렸는데요.”

“넌 악마다!”

“강해졌잖아요. 이제는 자신감이 생기죠?”

“……젠장!”

아니라고 하기에는 육체의 활용성이 남달라졌다. 환골탈태한 상태에 최적화를 이루고 있었다. 지옥 같은 생사 대련의 성과는 확실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따님분에게도 기회를 드릴까요?”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

“평안 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지만, 강해지고 싶은 건 교장 선생님만이 아닐걸요.”

“물면 도무지 놓지를 않는구나.”

“누차 말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말로만 강요가 아니지, 현실적으론 강요였다. 달라진 아빠를 보면 딸은 무지 궁금해할 테고, 아빠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당분간은 이걸 쓰고 다니세요.”

“이게 뭐냐?”

“변형 아이템이에요. 갑자기 젊어지면 이상하게 볼 거 아니에요.”

“그도 그렇군.”

환골탈태를 한 교장은 노인네에서 젊은 중년으로 바뀌었다. 하루아침에 모습이 바뀌면 환골탈태를 의심할 수 있기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편이 효과적이었다. 환골탈태는 스텟의 향상을 의미하며, 자신의 패를 굳이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는 없다.

“옷부터 입으세요.”

“아…… 그렇지. 너 이 자식, 일부러 그랬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옷은 입히고 보냈어야지!”

셔틀그라운드 처음 로그인한 모습 그대로였다.

가상현실로 투영할 때 최대한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환골탈태를 보정을 통해 현실적으로 구현해 내었다. 교장실에 지수를 데리고 오지 않은 연유였다.

“그래도 사이즈가 좀 작네요.”

“……작기는 누가 작아!”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세요?”

“나 정도면 평균이야.”

근골(筋骨)의 규격이 작다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평균을 거론하다니. 공감이 부족했던 당당한 무진은 교장실에서 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