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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251화 (252/374)

251. 나는 호구였다(3)

고티아가 보기에 다른 인간들은 정상적인 편이다. 전투력이 남다르긴 했어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괴랄하진 않았다. 그래도 무진이 인간임을 의심하진 않았다. 세계수께서 인간이라고 보증했다.

더더욱 주어진 책무가 막중하다.

‘최선을 다해 볼게요.’

중간계의 균형을 책임지는 드래곤과 달리 인간은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능한 존재다. 무진이 평범한 인간이라면 또 모를까. 그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파급력이 달라진다. 어쩌면 세계를 넘어 차원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었다.

정령계에서 보여 준 무진의 파격적인 행보에 세계수는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다.

차원과 차원의 경계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 능히 차원을 무너뜨리고, 자기 맘대로 할 능력이 되었다.

그래서 세계수는 무진과의 연줄을 맺기 위해서 분신인 씨앗을 내어 주고, 하이엘프 고티아에게 관리를 부탁했다.

슥!

스마트 워치로 시일을 확인했다. 시간의 흐름이 달랐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벌써 나왔냐는 정부 요원의 말이 시간의 흐름을 확인해 주었다.

무진은 던전 공략의 뒤처리를 제인 누나에게 부탁했다. 지금쯤이면 정리되었을 테니, 가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사전에 약속한 대로 되었다면 괜찮을 듯싶다.

“누나, 먼저 가 볼게요.”

“수고했어, 이따가 보자.”

제인 누나도 던전의 공략에 대해 마무리해야 했다. 뒤를 따라 진입한 총통 길드와 테라 길드에 관한 것도 있고. 신분을 숨겼다고 해도, 공략 후 인원 체크가 맞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우리와 관계가 없다는 점을 승인받아야 한다.

부릉!

무진은 고티아를 차에 태운 후 쉐도우 길드로 향했다.

고티아는 다른 차원에서 온 이방인답게 차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건물, 자로 잰 듯 정비된 도로,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까지. 평생 숲에서만 단조롭게 살아왔던 고티아에겐 문화적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초롱초롱한 고티아의 눈망울을 보니, 호기심이 궁극에 달했음을 보여 준다. 하긴, 숲과 도시는 차원이 다르긴 했다. 그러나 일일이 설명하기는 귀찮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무공보다 마법이다.

“이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겠지.”

“지식 전이를 하게요?”

“그래, 받을 용의는 있고?”

“당연하죠.”

대마법을 가볍게 시전하는 무진이었다. 고티아도 지식 전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우웅!

무진은 현시대의 축약된 지식을 고티아에게 집어넣었다. 광범위한 지식을 전부 주입하진 않는다. 그리되면 고티아의 뇌에 충격을 주게 된다.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이었다. 나머지는 본인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만 있으면 되었다. 이 세상의 대중매체와 검색 엔진 아이언 위키라면 궁금증을 해결해 주리라.

허!

지식이 안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무진의 마도가 워낙 간결하고 세련되었다. 고티아의 정신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지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말이 없이도 마차가 도로를 달리고, 거대한 쇳덩이가 하늘을 날아가고, 더 나아가 우주라니.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살고 있었네요.”

“우리 말 속담에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하지. 하지만 그마저도 일부일 뿐이다. 우리도 결국은 우주라는 우물 안에 사는 부속물이거든.”

고티아에게 이 세상은 신비 그 자체였다. 기술과 과학에 각성이 더해지면서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수천수만 년을 변화 없이 제자리만 지켰던 엘프의 삶과는 정반대였다.

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차후로 두더라도 인간 세상의 발전은 눈부셨다. 저 끝없이 발전하는 욕망은 실로 두려울 지경이다.

그 전에, 이 세상의 발전된 문명보다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식 전이를 통한 정보라 굳이 거짓을 전할 이유가 없었다.

“당신, 열여덟 살이었어?”

“그런데?”

“그러면서 꼬박꼬박 반말한 거냐고?”

“계속 보게 될 줄은 몰랐지.”

다신 안 볼 엘프라 함부로 대했단 거잖아. 반성은커녕 너무 뻔뻔해서 말문이 막힌다.

‘이게 맞는 거야?’

인간과 엘프의 수명을 비교하면 10배의 차이가 난다. 200살은 되어야 성년이 되는 엘프였다. 187살의 고티아는 아직 미성년자였다. 그렇더라도 열여덟 살이면,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나이 따지면 또 할머니라고 부르겠지!’

엘프와 인간의 연령대를 비교하면 같은 나이는 맞지만, 고티아는 어딘지 모르게 억울했다. 대접해 달라고 하면 할머니, 하지 말라고 하면 반말이었다.

‘그나마 반말이 낫네.’

그야말로 빌어먹을 놈의 십팔청춘이었다.

한편으로 이 인간의 실체를 알수록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고작 열여덟 살이면서 인간인지 드래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경지에 도달했다. 이 세상의 잣대로 이해를 해 보려고 해도, 간극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

더욱이 만으로도 아니고 그냥 열여덟 살이면?

“……무면허잖아!”

고티아는 안전벨트를 꽉 맸다.

***

쉐도우 길드는 평온을 되찾았다. 한밤에 전투를 펼친 흔적은 지워졌다.

다만, 길드 내부는 곳곳에 독으로 인한 상처가 남았다. 어찌나 지독한지 주변을 차단하고 제독제를 통째로 뿌려 댔는데도, 일시적일 뿐이다.

무진이 포션과 제독 마법을 사용하고 나서야 독기를 처리할 수 있었다.

쉐도우 길드 지하 5층.

외부와 이중 삼중으로 완전히 밀폐된 공간, 독마는 앉아 있었다. 구속구가 채워졌고, 점혈이 되었고, 마나가 폐쇄된 상태로 의식이 없었다.

파팟!

무진은 독마의 정신을 깨웠다. 내력을 집어넣어 혈을 자극했고,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던 의식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크으으으!

가래 끓는 신음을 내며 독마는 고개를 들었다. 흐릿한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 번지는 불빛에 초점마저 잡히지 않았다.

흐억!

그제야 끊겼던 의식이 현실을 파악하며 숨을 토한다. 주변을 돌아보다 구속된 자신을 살폈다. 함정에 빠져 속절없이 당했으니, 살아 있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을 깨운 상대를 보았다.

“네놈이 여길 어떻게?”

“사리 판단이 안 될 만큼 어리석진 않을 텐데.”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교장은 어디 있느냐? 당장 이걸 풀지 못해!”

“제대로 먹히긴 했구나.”

독마는 구속구를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 핏발을 세우며 몸부림을 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결국, 제풀에 지쳐서 무진을 죽일 듯이 노려볼 뿐이다.

“이제 다 했나?”

“이놈, 존장에 대한 예의도 없느냐!”

“그러시다면 원하는 대로 해 드리죠.”

“……확실히 보통이 아니군.”

수십 년의 세월을 본성을 숨기고 신의로서 살아왔다.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존경받는 위인으로 꼽히기까지 했다.

그런 자신이 독마라는 걸 알았다면 존대는커녕 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화를 내기는커녕 되레 존대를 해 주고 있었다. 비아냥거리는 차원을 넘어 보통내기가 아님을 직시했다.

독마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되짚었다. 냉철한 판단력을 가졌다고 자부했던 자신이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놀아났었다. 마치 하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조롱하는 느낌이었다.

“교장이더냐? 아니 투귀인가? 그도 아니면 그래, 마제구나.”

이 와중에도 권왕 사부님은 꼽히지 않는 걸 보면 참! 사부님다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존경스러운 장점이었다.

“접니다.”

“……뭐?”

“제가 꾸민 겁니다. 당신이 여기에 오도록.”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감히 나를 조롱하는 것이냐?”

“나이가 전부는 아닐 텐데요.”

독마는 코웃음을 쳤다. 어린 생도답지 않은 심기는 놀랍지만, 이 모든 상황을 조장하고 유도했다니 가당치도 않다.

분명 마제가 뒤에서 흉계를 꾸민 것이다. 그래야 타당하다. 새파랗게 어린 생도의 계략에 철저히 농락당했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다.

‘나쁘지 않군.’

독마가 진심으로 오해하자, 무진은 기꺼웠다.

사람이란 이처럼 본인이 정한 잣대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상식과 한계의 무서움이다. 정해진 상리를 초월하여 경계의 인식을 넓히려면 범인의 잣대는 무의미했다. 결국, 독마도 범인의 상식에 얽매이는 자였다.

하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사람이란 배우고, 경험하고, 쌓았던 연륜에 비추어 상황을 파악한다. 그 범위를 아득히 초월해 버리면 사술, 비현실, 거짓으로 치부했다.

감당하지 못할 현실에 정신을 놔 버리는 것처럼.

무진은 그러한 사람의 심리를 철저히 이용했다. 이제는 연관성을 찾기가 더더욱 난해해졌다. 상황과 심리를 이용한 완벽한 트릭이었다.

‘아직은 모른다는 거겠지.’

이제까지와 달리 무진이 본인을 거론한 연유는 독마를 통해서 흑막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금제가 있다면 발동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언제부터 신의로 행세한 겁니까?”

“내가 말할 것 같으냐!”

“순순히 말하지 않겠지요.”

“교장을 데려와라. 그러면 아는 대로 말해 주마.”

“교장 선생님은 모니터로 보고 계십니다.”

“개수작 부려 봤자, 나에겐 통하지 않아!”

독마는 독인답게 고통에 익숙했다. 죽더라도 발설하지 않으려는 기백이 전해졌다. 무공과는 다른 분야기는 해도, 만류귀종의 맥락은 비슷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나 보군요.”

“닥쳐랏!”

정곡을 찔리자, 독마가 발끈했다. 제압된 상태긴 해도, 독의 대가로서 자부심이 있었다. 생도에게 조롱당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곧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해질 겁니다.”

“마치 네놈이 나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나!”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재주는 없습니다.”

“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금제를 가하고, 세뇌를 할 겁니다.”

“흥, 그딴 겁박에 넘어가진 않는다!”

독마는 교장이 그간 본인이 당한 걸 일개 생도를 통해 되갚으려는 것으로 봤다. 믿고 의지했던 수십 년의 세월을 보상받으려는 인간의 얄팍한 심리였다. 그런 저급한 겁박에 넘어가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선택의 기회를 줄 겸, 맛보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내 몸에 수작을 부려……?”

손을 어깨에 올렸을 뿐이다.

독마는 말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부로 스며든 은은한 기운이 전신의 대맥과 세맥을 훑었다. 믿기지 않았다. 인체는 우주와 같았다. 혈맥의 하나를 일주천해야 소주천을 이루고, 기경팔맥과 십이정경을 전부 돌아야 대주천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은은한 기운이 한순간에 모든 혈맥을 장악했다.

지독한 환영이나 악몽이 아니고서야.

일반적으로 본인의 육체를 대주천하기도 간단하지 않았다. 무공으로 따지면 최소한 절정에는 도달해야 한다. 강기의 바로 아래 단계에 해당이 되었다.

하물며 남의 몸을 이처럼 한순간에 파악하다니! 운기행로가 비슷하긴 해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그뿐인가? 자신은 심장과 간의 위치가 일반인과 달랐다.

타인의 마나로드를 간섭하는 행위는 무척이나 위험하다. 자칫 폐인이 되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삐끗했다면 혈맥이 터져 버렸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치 자신의 마나로드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부르르르!

독문의 심법이자 마나로드였다. 외부에 알려 준 적이 없기에 독마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놈 뭐냐?”

일련의 사태를 돌이켜 본 독마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음모의 주재자라고 했을 땐 조롱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방금 보여 준 수법은 신의 한 수처럼 강렬한 인상을 새겼다. 일개 생도는 꿈도 꾸기 힘든 신기였다.

“그럼 버텨 보세요.”

무진이 손을 떼고 앞의 의자에 앉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유의미한 실험체의 반응을 지켜보려는 과학자의 마인드였다. 과학은 감정이 아닌 증명이 먼저라고 했으니.

“버티다니 무엇을 하려…… 흐억!”

독에 정통하려면 육체의 고통은 잊어야 한다. 어지간한 고통에는 면역이 될 만큼의 정신력을 갖추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불길의 눈꽃처럼 허무하게 녹아내렸다.

상정했던 고통과는 질이 다르다.

크아아아아아아~~~~!

폐부 깊숙이에서 솟구쳐 오르는 고통은 인내의 범주를 벗어났다. 전신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데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고통이란 일정 수위를 넘어가면 더는 통하지 않는 법이거늘.

일신우일신으로 경신했다.

크아아아아…… 그만~~~!

10분을 넘지 않았다.

독마는 차라리 죽여 줬으면 했다. 전신의 혈맥에 세밀한 침을 박은 채 뇌기를 집중시킨 것 같았다. 찌르는 통증을 폭발시키며 유지했다. 항거할 수 없다는 공포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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