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14화 (315/374)

314. 한중 수교(1)

츠으으, 화르르르!

융단폭격을 맞은 듯 일대가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내렸다. 주변으로 찢겨 버린 주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온전한 시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바르르르르!

크어어어억!

목을 잡힌 생명체가 비명을 지르다, 미라가 되어 말라비틀어져 버린다. 곧 생기가 다 빨린 썩은 고목처럼 바스러진다.

일대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자들.

4인에 불과했다.

넷이서 결계를 뚫고 수천의 경호원이 겹겹이 철벽처럼 막아선 주석궁을 쳐들어온 것이다. 수적 차이를 보면 결과는 정반대였다. 인구력 하나로 최강을 자부했지만, 각성의 시대가 되면서 바뀌었다.

“……유 중장님!”

“……이 악마 같은 것들!”

적색단과 경호대가 전부 동원되었다. 국가와 싸워도 자신할 전력이거늘. 살아 있는 자는 고작해야 절반도 되지 않았다. 포위 진형만 갖추었지만, 충돌할 때마다 희생자가 늘었다. 겹겹으로 방어를 한 후, 결계와 스킬로 겨우 막아섰다.

“본 천마의 앞길을 막은 대가니라.”

“저놈은 죽어서도 자기를 드러내지 못해서 안달이라니까. 누가 보면 진짜 천만 줄!”

“우리가 죽은 건 맞냐? 그때 대력금강장을 맞고 오장육부가 녹아 버리긴 했는데.”

“이 몸도 나쁘진 않지.”

주변을 피바다로 만들고, 살아 있는 자의 생기와 생혈을 흡수하는 자들. 인간의 범주는 벗어나 있었다. 산 자가 이런다면 능히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었다. 다행히 그들은 살아 있는 자들이 아니라 이미 죽어 있었다.

시체가 시체를 계속 늘려 가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다.

7공적의 남은 이들.

천마, 염마, 검마, 도마가 혈강시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생전의 전투력과 극강의 신체를 가졌으니 무적이라고 할 만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곤색의 멋들어진 슈트를 입은 흑인의 명령을 받고 있었다.

“잡담 그만하고 처리해라.”

“본 천마에게 명령하지 마라!”

명령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입으로만 반박할 뿐, 선글라스를 쓴 흑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망할, 우리가 어쩌다가!”

“깜둥이 노예 새끼가 더럽게 건방지구나!”

“펜타닐 먹여서 염전에 팔고 싶어지네!”

염마, 검마, 도마도 투덜거리면서도 명령을 따랐다.

흑인은 호리호리한 체격에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한 미남이었다. 곱슬 머리카락을 비롯한 흑인 특유의 거친 외향과는 다르게 곱상했다. 노예라고 비하한 것과 달리 왕족 특유의 기품이 있어 보인다.

“입이 화근이군. 벙어리가 되고 싶은가?”

“나, 검마는 주인의 말을 잘 듣겠다. 그러니 쟤들은 없애도 내 입은 없애지 마라!”

천마, 염마, 도마가 의리도 없는 놈이라고 욕하지만, 검마로선 당당했다. 그들은 의리하고는 거리가 먼 족속들이었다. 죽기 직전에는 서로를 미끼로 던지기까지 했었다.

흑인의 말은 효과가 있었다.

비록 강시가 됐지만, 말을 할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4마는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며 남은 먹잇감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먹어 치웠다.

생혈기를 흡수할수록 혈강시는 강해진다. 지금까지 먹어 치운 기운이 혈기로 전환되어 지옥을 선사했다.

흑인은 끔찍한 지옥도에도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별거 없군. 그렇지 않나, 총리?”

-……그렇소이다.

선글라스는 영상 통신이 가능한 스마트글라스로, 영상은 곧바로 왕이 총리와 연결이 되었다. 지옥도를 생중계로 본 총리의 목소리에 굴곡이 심했다.

“끝나는 대로 당권을 장악하도록.”

-그러겠소.

총리는 다른 의도를 차마 품지 못했다. 그는 이제까지 대중화를 관리했던 자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전까지는 동등한 줄 알았지만, 총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더욱이 언제든 손을 쓸 수 있는 상태였다.

그리드1, 블랙프로즌 무르무리.

그로서는 원하지 않은 발걸음이었다. 그리드 넘버의 전멸에도, 마스터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꼴 같지도 않은 장난감에도 속수무책인 버러지를 상대로 죽임을 당하다니, 그리드 넘버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었다.

‘손이 많이 가게 하는구나.’

그리드 넘버는 무르무리가 만든 소모품이었다. 마스터는 그저 명령을 내렸을 뿐. 계획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행할 시간을 얻기 위해서 조직했었다. 한데,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말았다.

‘비웃음을 살 일이군.’

실패의 연속으로 무능함을 드러낸 데다가 성공적이었던 계획도 어긋나기 시작했다.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당장의 문제부터 확실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드러나지 않아야 하거늘.

무르무리는 짜증이 치밀었다. 오늘 안에 중국 내 문제를 끝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도망친다고 될 일은 아닐 텐데.’

무르무리의 시선은 주석이 머무는 방을 향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마치 한 채널이 아닌 다채널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꽈아아앙, 푸아아앙!

크아아악!

……악마다!

천마를 필두로 한 공적들은 파죽지세였다. 살아 있을 때 다 죽이지 못한 한을 원 없이 풀고 있었다.

“크크크, 좋구나, 좋아!”

“죽여도 죽여도 줄지를 않아, 이게 바로 대중화의 저력이지!”

“우리의 거름이 되어 영광을 누리거라!”

“깜둥이가 노려본다, 노가리 까지 말고 어서 죽여!”

마중마라고 불리는 4마, 그 악명과는 다르게 주둥이가 매우 저렴했다. 하지만 딱히 이상하진 않았다. 그들의 출생 자체가 비천했다. 고등교육을 받기는커녕 어릴 때부터 발랑 까져서는 깡패의 길로 가다 운이 좋아 각성하여 최악의 공적이 되었다.

“……으아아악!”

이년은 사지를 찢는 맛이 있네.

입맛을 다시며 피를 나눠 마시는 모습은 흡사 지옥에서 올라온 야차와 다르지 않았다.

바르르! 떨다가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요원의 최후에 일대로 공포가 밀려들었다. 하는 말들은 삼류 깡패 양아치지만, 무력시위는 중화 공적에 오를 만했다.

하물며 혈강시가 되면서 생전의 무력보다 강해졌고, 육체는 능히 금강불괴에 이르렀다.

“괴물 같은!”

“제발 죽으란 말이다!”

대중국 각성 병기공업 집단에서 제작한 마력 레일건을 맞고도 흠집조차 나지 않는 광경에 사기가 박살 났다.

미국의 레일건을 고대로 배긴 대가인가?

각종 스킬, 아이템, 장비로 무장하여 최종 병기라고 불리던 적색단도 허망하게 찢겨 나가고 있었다.

“저럴 수가!!”

“관운장이시여, 악마를 단죄하소서!”

전통적으로 중국은 종교를 통제하는 편인데, 이때만큼은 간절히 소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염마가 그 모습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병신들이 신을 찾고 지랄이네! 그럴 거면 나한테 빌어. 누가 알아, 살려 줄지?”

“진짜로 살려 줄 거야?”

“당연히 아니지…… 응?”

“나도 그래.”

아는 목소리가 아닌 데다, 뒤에서 들렸다. 혈강시는 혈기를 사방으로 분출하여 기감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혈기를 뚫어 내고 안으로 접근할 때까지 몰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어떤 놈이 감……!”

푸스스스스!

대답은 주먹으로 대신했다.

언제 주먹을 뻗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고개를 반도 돌리기도 전에 염마의 머리가 사라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모래 인간이 되어 버린 듯, 매끄럽게 머리통이 사라졌다. 사지가 잘려도 움직이는 혈강시도, 머리통은 남아 있어야 했다. 근원을 잃은 육신이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엎어진다.

“이놈!”

“죽어랏!”

검마와 도마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고수의 반열에 들수록 위기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다. 염마의 죽음과 함께 검강과 도강을 빗살처럼 휘둘렀다.

투까깡!

댕강!

도강과 검강이 수수깡처럼 부러지며 반 토막이 되었다. 일순간 반진력이 되돌아오며 검마와 도마의 육체에 충격을 준다. 강시화가 되어 고통을 느끼진 못하지만, 촌음간 움직임이 멈추었다.

“……안 돼!”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는 걸 인식한 순간이 마지막이 되었다. 검과 도를 든 채로 머리통이 사라졌다.

쐐액!

천마영(天魔影)을 밟아 어둠을 꿰뚫는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더니 사전 동작도 없이 장력을 뻗는다.

천마삼보멸천장(天魔三步滅天掌).

속성 [단명] 발동.

세상을 멸하는 천마의 십성 공력이 실린 장력과 일순간 생명력을 극한으로 깎아 버리는 속성이 결합했다. 맞는 순간 칠공에서 피를 토하다 육신이 버티지 못하고 폭발하는 수법이었다.

퍼어어어엉!

무진의 가슴에 적중했다.

천마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삽시간에 3마를 죽인 솜씨는 실로 놀라웠다. 솔직히 정면 대결을 벌였다면 쉽지 않은 승부였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었다.

“네놈은 이제 삼보 안에 죽는다.”

당문의 3대 극독 칠보단장산에서 영감을 얻어, 그보다 더욱 진일보한 천마삼보멸천장이었다.

본좌의 진신절기를 쓰게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으로 알고 죽어라.

“병신.”

푸스스스스스!

재차 공격해도 부족한 판국에 시간을 주었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받았다. 내지른 섬광, 소멸력이 실린 무진의 권격에 천마의 머리통이 사라졌다.

“중2병 말기면 답이 없지.”

화르르르!

의념으로 혈강시를 허공으로 들어 올린 후, 삼매진화를 발동했다. 일대를 뒤덮는 순도 높은 백염이 혈강시를 한 줌의 불꽃으로 만들었다. 강시는 땔감으로 나쁘지 않았다.

스윽!

무진이 주변을 돌아봤다.

허!

다들 망연한 표정을 풀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사위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누구 하나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방금까지 무인들을 일방적으로 도륙했던 도살자가 불쏘시개가 되어 사라졌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기적으로, 강함의 척도로 경계를 둘 수 없는 괴력난신이었다.

부르르르!

안전거리를 확보한 채 조심스럽게 따라왔던 장 주석과 장위도 얼어붙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에 나올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홀려서 따라왔고, 정신을 차렸을 땐 경악이 자리했다.

‘……이게 권왕가?’

권왕의 악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 일어난 과거의 빛바랜 악명으로 치부했다. 소국이 한때 높이 오르긴 했어도 결국은 대국을 넘어설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저게 뭔가?

장 주석은 그간 알고 있었던 본인의 잣대가 한순간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인간의 영역으로 판단할 수 없는 절대자의 현신이었다.

‘너무나 하찮구나!’

그 압도적인 광경을 보고 나니, 권력을 끊임없이 탐하며 제국을 건설하려고 아등바등했던 지난 시간이 허망해졌다.

저자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은 국가를 이길 수 없다는 일반론은 무의미해졌다. 차원이 다른 강함은 국가마저 발아래 두고도 남는다. 저것이야말로 누구와도 나눌 필요가 없는 완전무결한 제국이었다.

“아빠!”

“……응?”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겁니다. 이 와룡이 말입니다!”

“……잘했구나!”

장 주석도 순간 아들을 와룡으로 볼 뻔했다. 한데, 아니라고 하기에는 눈앞에 버젓이 증거가 있었다.

꽈득!

무르무리는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주먹을 세게 쥐었다. 비록 버러지에 불과하긴 해도, 4마를 이토록 간단히 처리하다니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해가 되긴 했다. 그리드5와 상하이 본부가 구대문파의 습격에 당한 연유가.

“네놈이구나.”

“너는 아닐 것 같아?”

“제법 빠르긴 하다만 내 눈을 속일 순 없다.”

“보였나 봐?”

“그렇다면.”

“어디 피해 봐.”

“막아 주지.”

간결한 대화에 함축된 내용은 A4 용지로 최소 100장 분량이었다. 네놈의 수준을 안다, 모른다로 깜지처럼 빼곡하게 써 놓았을 것이다.

‘네놈의 주먹은 결코 내 눈을 벗어날 수 없다.’

무르무리는 일반적인 흐름을 슬로모션처럼 보이게 하는 아이템을 눈에 이식하고 있었다. 게다가 슈트에 착용한 각종 아이템이 마력과 능력치를 5배까지 상향했다.

츠으으으!

그렇다고 장비, 아이템, 스킬에만 의존하진 않았다. 무르무리는 마사이 부족 왕자로서 완전무결한 전사가 되기 위해 한계를 넘어선 수행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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