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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323화 (324/374)

323. 분배(2)

‘포맷하고 다시 까는 편이 나았으려나.’

완전 포맷과 빠른 포맷의 차이였다. 내부에 강인한 자아가 남아 있으면 언제든 포렌식으로 불러올 수 있었다. 성좌도 바보가 아닌 이상, 만들어 놓은 판에서 놀아났다는 걸 알게 될 테지.

‘정 안 되면 깽판이라도 치겠지.’

일단은 프락치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내 편이 아니면 최소한 누구 편도 들 수 없게 할 능력은 되었다. 자아 카피에 심어 놓은 핵우산 플러그였다. 탑과 성좌는 되도록 뽑지 않는 편이 이로웠다.

당분간은 탑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다. 망가진 시스템을 복구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성좌도 탑이 안정화가 된 후에나 개입할 수 있었다.

‘성좌력이 줄었으니, 속성 개입도 어려울 테고.’

무진은 벌어 놓은 시간 동안 성좌력을 스텟과 권능으로 치환하는 데 주력했다. 10%로 시스템의 제한을 받는 성좌력을 최대한 본인의 역량으로 흡수해야 한다.

편법이 막혔다고 해서 방도가 아예 없진 않다. 궁구하다 보면 답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다.

‘꼼수는 하나가 아니거든.’

던전화를 사용한 결계의 영역화는 당장 사용하기 힘들지만, 수양을 통해서 역량을 늘리는 건 가능했다. 성좌력을 온전히 녹여 낼 수 있다면 누가 됐든 자신할 수 있었다.

‘남은 건 어쩐다?’

개인의 보유 한계를 넘어선 성좌력이었다. 나중을 위해서 쌓아 놓은 성좌력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

‘나만 강해질 순 없지.’

소유한 한계 내에서 최대치를 뽑아내고, 나머지는 주변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성좌가 사도를 두는 원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 전에 최대한 뽑아낸다.’

평소에도 수련을 게을리하진 않았지만, 지금처럼 전심전력으로 노력한 적이 언제였던가? 벽을 느껴 본 적이 까마득하다.

‘세 살 때는 한창 과도기였었지.’

무려 17년 전, 질풍노도의 철없던 시간이었다. 그때의 설레는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되레 행복했다. 주변은 어떨지 몰라도. 더는 발전하지 못하는 줄 알았었다. 다들 한계를 체감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나도 너희들같이 평범하게 수련하며 강해지고 싶다.’

친구들이 무진의 푸념을 들었다면 세상이 망하기를 간절히 소망했을지도.

산하는 당분간 출근하지 않았다.

아들이 탑의 기현상으로 수면 상태에 빠졌는데, 아비가 돼서 출근 도장을 열심히 찍는다면 이상할 수밖에 없다.

의도치 않게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위로 전화가 꽤 왔었다. 당연하게도 아들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선 오지 않았다. 꾀병 부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권왕 어르신은 조만간 진짜 환자로 만들어 주겠다며 호언장담하셨다.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투귀 길드장이 수고를 해 주었다. 성운 길드 내 업무는 투귀와 그 제자를 통해서 전달받았다.

진 회장이 하루 한 번씩 전화해 안부를 묻기는 했다. 자기 집에 들어와서 살라고 하는 걸 간신히 뜯어말렸다. 일전의 사고로 생긴 의존증이 좋아져서 이 정도였다.

‘내가 며느리도 아니고.’

찾아오는 이들은 없었다. 집 주변으로 아들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기자들이 있기는 해도. 대부분 초인종도 못 누르고 돌아가야 했다. 대체 누가 이딴 결계를 쳤냐며 투덜거릴 뿐이다.

‘그나저나 수련이 길어지는구나.’

탑의 기현상에 휘말렸다기에 겉으로는 놀랐어도, 속으론 1도 걱정하지 않았다. 아들이 탑에 이상한 짓을 했으리란 아비의 예리한 촉이 있었다. 아들을 걱정하느니, 탑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편이 남는 장사였다.

반면, 아들의 연공은 뜻밖이었다.

내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무진은 태어날 때부터 완벽했다. 어떤 일이든 손쉽게 척척 해낸 다재다능 만능 박사로.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엄마 없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했던 때가 무색해진다.

박학다식 절대무쌍.

아들을 뜻하는 확실한 표현이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만.’

성좌의 선택을 받지 않았을 때도 아들은 한국 제일이었다. 대충 세계 제일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아들이 성좌의 선택을 받고, 연공에 매진하고 있었다.

산하는 아들이 얼마나 강해질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연속극 중독자들인 투신과 무신께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기연을 얻었으면 푹 쉬면서 놀고먹어야지. 그샐 못 참고 연공을 해!”

“강호의 도리를 모르는 놈이로다.”

“알면 더 문제 아닌가?”

“……그렇군.”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다. 지적하고 탓하기엔 ‘나 때는’이 적합한 인간들이었다.

이해는 하지 않는다.

강호 무림의 신화인 두 사람을 현대인의 시각으로 봐 봤자 속만 터지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궁금하긴 하군.”

“티 내지 말게.”

“그런다고 모를 놈이던가. 능구렁이 같은 녀석이라 분명 수작을 부리고 말 걸세.”

“우릴 데려온 것부터가 상식을 깨는 터무니없는 놈이긴 하지.”

그들조차 각기 다른 무림에서 무진에게 강제로 스카우트를 당했다. 차원을 넘나드는 일을 아무나 할 수는 없을 테고. 그만한 능력에도 쉬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걸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무신과 투신도 무공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편이지만, 무진을 만난 이후로는 드라마에 몰입하게 되었다. 이게 다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결과였다.

물론, 노괴들은 포기가 아닌 해탈이라 주장했다.

“우림아, 너는 어째 갈수록 예뻐지는구나. 요즘 뜨는 걸그룹도 네 앞에서는 안 되겠어.”

“당연하죠! 저, 엘프 of 엘프 하이엘프예요.”

“너는 부디 그 악마 같은 녀석에게 물들지 말거라.”

“무진 군이 알면 슬프겠네요.”

“우리 우림이는 의리가 있지 않느냐.”

“할아버지들 하는 거 봐서요. 호호호.”

무신, 투신, 엘프.

조합이 아주 예술이었다.

산하는 그 어울리지 않는 정겨운 광경에 헛웃음을 지었다. 각기 다른 차원에서 만나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가 되었다. 다문화도 아니고 다차원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드륵!

연공실의 문이 열리고, 무진이 나왔다. 혹독한 연공을 했다고 하기엔 평소와 다르진 않았다.

“성취는 있었고?”

“좋은 걸 얻었어요.”

“난 싫다.”

“좋은 건 아버지부터죠.”

“싫다니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나 누구랑 얘기하니!”

이놈의 아들자식을 걱정하지 않는 연유다. 자기만 잘되면 되지, 꼭 아비까지 끌어들인다.

싫다고 해 봤자 거절은 거절했다. 게다가 명분이 너무 좋잖아. 좋은 건 부모와 자식이 나눈다. 이보다 완벽한 명분이 또 있을까. 빠져나갈 구석이란 애초에 없다.

누차 말하지만, 아들은 완벽했다. 허술한 구석이나 인간미를 기대하면 실망만 커진다.

산하는 마지막 발악으로 투신과 무신을 언급하며 경로 우대를 바랐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죽을 때를 바라본다면서 눈치는 더럽게 빨랐다.

“고얀지고! 가려면 무쏘의 뿔처럼 혼자 가거라!”

“어딜 물귀신 작전을 써!”

투신과 무신도 회피 본능이 있었다. 예전이라면 무림의 대선배로서 자존심을 세웠겠으나, 무진을 만난 이후로 쓰잘데없는 짓임을 깨달았다. 벽이란 것도 깰 수 있을 때나 노력을 하지, 다 늙어선 할 짓이 못 되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지만, 늙어서 고생하면 불쌍하다.

“이런, 젊은이의 음지 할 시간이네.”

“두 번째 사랑도 못 참지.”

노망들이 났나.

절대경의 무인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 없군.

산하는 코웃음을 치며, 아들을 따라 연무장으로 들어갔다. 이 나이에 아들의 포옹에 사로잡혀 발버둥을 칠 바엔 손수 가는 편이 낫다.

연무장에 들어선 산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말했다.

“아비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나 보구나.”

“대련은 하지 않아요.”

“대련을 빙자하겠지.”

“아들을 좀 믿으세요.”

이렇게까지 말하니 의문이 든다. 대련하지 않을 거면 대체 연무장엔 왜 데리고 온 건지? 아들의 대련은 항상 압도적인 물리력을 동반했거늘.

“시작할게요.”

“뭘 하려고…… 응?”

산하는 각성하긴 했지만, 아카데미를 다니지 않아서 성좌의 선택을 받지 않았다. 당연히 속성도 희미해 인식하기 어려웠다. 무공을 익혀 절대경에 도달했음에도,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풍혼의 스텝]

산하의 시스템창에 속성이 떡하니 박혔다. 운신을 가볍게 하여 속도를 올리는 버프였다. 단순히 고유 속성이 생긴 것으로 놀라진 않는다.

그 옆에 붙은 단계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3단계.

[풍혼의 스텝]은 5단계까지 올릴 수 있었다. 각성한 후, 속성을 곧바로 3단계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날먹 그 자체였다. 누가 믿을까? 사실대로 말해도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힐 사건이었다.

“내가 생도가 아니길 망정이지, 이건 사기가 아니냐!”

“그래서 싫으세요?”

그렇게 물으면 어떻게 대답을 해!

과한 선물이기는 해도, 주면 싫다고 할 인간이 어디 있을까? 속물이라고 욕해도 인지상정이었다.

“4단계부터는 속성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준비해 놨거든요.”

“……고맙구나!”

속성을 개방해 속도를 올린다고 전투력이 급격히 올라가진 않는다. 본인의 무공에 비추어서 균형을 이루어야 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통제력의 일탈은 당연한 반작용이었다.

산하는 훈련이 아니라는 점과 공짜로 속성을 얻은 것으로 만족했다. 연무장에서 속도 테스트를 통해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만 확인하면 되었다.

그래야 하는데.

[파워 인플레이션]

이게 뭐야?

왜 속성이 또 있어? 방금까지 없었는데, 있는 시스템창이었다. 게다가 발이 가벼워지면서 파워 밸런스에서 문제가 생길 걸 염두에 둔 속성이었다. 마치 균형을 강제로라도 잡아 주려는 듯했다.

[오러의 폭증]

[천상의 육체]

[신안]

[천이통]

이어지는 속성의 개화에 산하는 말문이 막혔다. 보통은 일인 일성이고, 많아도 3개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트리플 속성의 각성자는 손에 꼽혔다. 불현듯 각성하여 잠재력이 격발했다면 그나마 이해라도 할 텐데.

아들이 맘대로 늘려 주고 있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무진은 뭔가 맘에 안 드는지 아쉬움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렇구나, 잘못된 거지?”

“당장은 7개까지밖에 개화를 못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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