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50화 (351/374)

350. 지략 대결(3)

우우우웅!

차오른 분노만큼이나, 거악의 살의가 휘몰아쳤다.

그들의 분노를 이해하고 있는 프라이드였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분해야 했다. 이마저도 심리적으로 흔들어 보려는, 권왕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면 곤란하다.

“프라이드, 자네는 왜 말이 없지?”

“권왕가를 불태우고 싶은 심정은 십분 이해하네. 나조차도 권왕의 목을 잡고, 그 앞에서 혈육을 찢어 죽이고 싶으니 말일세. 그러나 권왕가는 지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네.”

“이제 와 무슨 상관인가?”

“로드께서 바라시는 목표는 아니지 않나.”

“모든 걸 제자리에만 돌려놓는다면 로드께서도 이해하실 거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전에 권왕의 무위를 알아야 하네.”

“우리가 권왕 따위를 이기지 못할 것 같아?”

“그럴 리가. 그러나 그리드, 레쓰, 엔비가 당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

그들 모두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마스터가 죽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권왕을 세계 초인급 정도로 봐선 안 되었다. 12대 초인이나 사도 정도는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었다. 권왕은 초인이나 사도와는 결이 다르다고 봐야 했다.

“프라이드, 권왕을 올려 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

“올려 친다고 하기엔 그간 권왕의 무위가 정상적이지 않아. 단순히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하기엔 감추는 점이 있다고 봐야겠지.”

“세상이 변했으니 갑자기 강해질 수도 있겠지만, 당장 싸워 보지도 않고 어떻게 판단을 한다는 거지?”

“권왕이 먼저 기회를 내어 주지 않았나.”

권왕가의 선포로 동아시아만이 아닌 세계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험해 볼 도구가 차고 넘친다.

“권왕이 알아챌 수도 있지 않을까?”

“확실한 증거도 없이 공개적인 대결에서 손을 쓸 순 없어.”

그렇게 나온다면 오히려 좋았다.

권왕가를 세계 공적으로 몰 기회였다. 역공을 펼치기엔 최선의 답안이었다. 다만, 권왕이 그리 나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자신의 무위를 입증하는 선에서 끝내려고 할 것이다.

“가장 위에 올라 있을 때 처리하자 이건가?”

“그것만큼 통쾌한 복수도 없긴 하지.”

프라이드 말대로였다.

권왕은 천하제일무인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었다. 싸움에 미친 귀신이지만, 인간인 이상 공명심을 버리진 못한다. 화가 나서 권왕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면 세계는 권왕을 의인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

‘어디 맘대로 설쳐 봐라.’

곧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

***

투명청룡오관을 통과한 무인이 권왕과 비무하게 되었다. 비무는 권왕가의 연무장에서 행해져 도전자 외엔 참석하지 못한다. 이리되면 공정성에서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모든 비무는 생방송으로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서 송출된다.

그럴 거면 대회장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할 수 있으나 투명청룡오관의 도전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었다. 지금이야 몇 명에 불과하나, 나중에도 그런다는 보장은 하기 힘들었다.

대회장을 열고 공개적으로 하게 된다면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비무를 하는 데도 복잡해진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 그걸 통제할 인력을 따로 배치해야 하고, 행여나 사고가 났을 땐 책임을 져야 했다. 그럴 바엔 연무장에서 시간 나는 대로 하기로 한 것이다.

귀찮은 걸 배제하고 실용성을 따르는, 어찌 보면 참으로 권왕다운 행태였다. 투쟁을 위해 태어난 인간처럼 싸움을 위해 시간 낭비를 최소화했다.

유성권객 진하오.

무적철검 총유.

열혈패도 사오창.

첫 도전자로 중국 무인이 뽑혔다. 인구 대국답게 구대문파나 팔대세가 소속이 아님에도 투명청룡오관을 통과했다는 점은 놀라웠다. 요행을 바라며 도전한 자들 대부분이 일관도 통과하지 못하고 떨어졌었다.

오관을 통과한 자들답게 그들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권왕이 한국을 대표하는 초인이긴 하나, 장강의 앞물결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권왕의 만행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대중화의 기상을 보여야 했다.

‘이기기만 하면 나는 대중화를 대표하는 무인이 된다.’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돼.’

‘경합을 최대한 길게 끌어서 내 비기를 만천하에 선보여야 해.’

그들은 근래에 들어 떠오르는 신성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비록 권왕이 무력에선 앞서도, 속성, 스킬, 아이템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면 승산이 없진 않았다. 초인도 결국은 인간,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한국을 대표하는 권왕이 먼저 손을 쓰진 않을 것이다.

두둥!

연무장에 권왕이 들어섰다.

상의를 입지 않은 원초적인 마초 그대로였다. 오늘 비무가 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거리끼지 않는 자유로움이었다. 어제, 오늘, 내일의 일과처럼 대수롭지 않았다.

꿈틀!

본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권왕의 권태로움에 미간을 찌푸렸다. 소국의 무인이 알량한 힘을 얻더니 대국의 무인을 깔보고 있었다. 안일함의 대가를 확실하게 심어 주지 않고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

“시작할 테니, 순서대로 덤벼. 나중에 방심해서 졌다는 말 나오지 않도록 처음부터 최선을 다해라.”

“그대가 한국을 대표한다지만, 우리도 엄연히 대중화를 대표하는 무인이오. 그에 걸맞은 예의를 갖추시오!”

“오냐, 최선을 다해 주마.”

“당연히 그리해야…… 크윽!”

권왕의 눈빛이 바뀌자 돌연 연무장이 기압골의 영향으로 소나기와 태풍이 몰아치는 공간이 되었다.

연무장 전체가 영향권에 있었다.

크윽!

그들은 갑작스러운 권왕의 변화에 놀라 대응하려고 했지만, 미천한 내력과 속성으론 턱도 없었다.

“넌 3방.”

“무슨…… 크아아아악!”

어린놈이 초면에 예의를 차리라고 깝죽거리면 어른으로서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겠어.

권왕은 어른답게 감정을 주먹에 한 움큼 실었다. 몰라서 그렇지, 어른이 애들보다 훨씬 옹졸하다. 하물며 권왕은 태생적으로 분을 삭이거나, 주관을 감춘 적도 드물었다. 수십 년을 자기 멋대로 살아왔으니 변하기엔 애초에 글러 먹었다.

퍽퍽퍽, 소리가 났다.

유성권객은 지구에 떨어지지도 못하고 대기권에서 소멸한 운석이 되었다. 연무장 벽면에 달라붙었다가 바닥으로 미끄러지듯 떨어져 내리며 남긴 기둥 같은 핏줄기가 인상적이었다.

헉!

대중화의 무인으로서 자신감 넘쳤던 유성권객의 최후는 등장과 동시에 퇴장이었다. 뭘 보여 주기도 전에 피 칠갑이 되었다. 미약한 숨을 보지 않았다면 생방송 중 살인 사건이었다.

“너는 2방, 너는 1방.”

권왕의 견적에 무적철검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가만히 있었는데 왜 자신은 2방이냔 말이다.

“어째서 저는 2방…… 크악!”

“재수 없는 놈 옆에 가까이 있지 말았어야지.”

“1방이라서 다행…… 크악!”

“다 같은 1방은 아니란다.”

1방이든, 2방이든, 3방이든 사실 상관은 없었다. 맞고 버틸 수 있는 성질의 주먹과는 괴리가 있었다.

주르르르!

야구의 스위퍼처럼 변형 궤도를 완성했더니 엉망진창으로 날아가 연무장을 더럽혔다.

“클린 마법이 제대로 작동하는군.”

핏줄기가 새겨지기가 무섭게 클린, 보존 마법이 발동해 원래대로 돌아갔다. 강화된 연무장이라 부서질 위험도 거의 없으며, 복원력까지 빼어났다. 잘 키운 제자를 둔 덕이었다. 이게 다 좋은 스승이라 가능한 공덕이 아니겠는가.

다다다다!

주르르르!

권왕가의 무인들이 쓰러져 있는 도전자들을 끌고 나갔다. 당연한 결과이기에 놀라는 기색 따윈 보이지도 않았다.

-하, 씨발! 컵라면 익기도 전에 끝났네.

-권왕께서 명하신 이상 끝난 거지.

-저럴 거면 대체 무슨 깡으로 도전한 거야?

-투명청룡오관이 그리 만만하지 않아. 깡이라기보단 자신감이겠지.

-자신감을 보이기엔 전부 1방감도 안 되잖아. 권왕이 강한 거야? 쟤들이 약한 거야?

-움직임이 굼뜨지 않았나? 연무장에 우리가 모르는 함정을 팠을지도 모르겠어.

-잡았다, 짱개! 어딜 감히 우리나라 사람인 척하는 게냐! 썩, 짱국으로 꺼져라!

-권왕과 같은 초고수는 기세부터가 인간이 아냐? 어지간한 경지가 아니면 마주 보고 버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그걸 바로 무형지기라고 하지.

-요즘 시대에 무형지기 모르는 인간도 있냐? 다들 아는 설명 또 하는 TMI는 좀 사라져라.

권왕과의 비무는 싱겁게 끝이 나고 있었다. 비기, 스킬, 속성을 쓰기는커녕 1방에 쓰러지니 맥이 빠질 지경이었다.

투명청룡오관을 통과는 했지만, 권왕의 일상에 작은 변곡이라도 줄 만한 도전자는 없었다. 비무가 끝나면 주구장창 권왕의 헬창 영상이었다.

하루 루틴을 꼬박꼬박 지키는 권왕의 끈기에 감탄이 터져 나온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필요한 이유였다.

저 허벅지 봐라.

영상으론 무게감이 전해지지 않았지만, 적혀 있는 중량에 시청자는 기겁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주작 판독기들이 나설 때였다. 그러나 누구도 감히 권왕의 아성에 도전하진 않았다. 주작 판독하기 전에 일생이 아작 날 수 있었다.

-남의 일상은 잘도 파괴하면서 본인은 계획대로네.

-중량 봤냐? 제일 작은 덤벨이 10t인 거? 이거 레알 운동 맞아? 혹사를 넘어 압사 아냐?

-중력 마법을 걸어서 실제는 30t이라는데.

-예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걸 알겠다. 권왕의 강함은 헬스였어! 진정한 근육비기, 초월근육경에 들어선 거야. 압도적인 물리력 앞에 마법이나 스킬은 잡기일 따름이지.

-비기, 속성, 스킬, 장비는 사실 기교에 불과해. 진정한 강함은 육체에서 나온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는 저 몸이 너무 개사기 아닌가? 여태 권왕가의 무공을 쓰지도 않았잖아.

-같이 하는 폭군도 말이 안 되지.

-원래 운동은 같이 해야 빨리 늘어.

-아니 근데, 남 운동하는 걸 왜 계속 보고 있는 거냐고?

-별거 없는데, 어째서 중독성이 강하지?

-씨발, 오픈 챗 수익 레알 실화냐?

정작 비무에서는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헬스 할 때만 땀을 흘렸다. 천하제일가임을 증명하기 위한 비무는 중요하지 않았다. 영상 송출로 들어오는 후원금이 말도 못 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걸 탓하진 않았다. 후원금을 전액 기부하기로 했으며, 기부 단체와 내역을 밝히기로 약속했다. 권왕가가 나서서 차후 검증까지 한다고 했으니 어떤 미친놈이 기부금을 함부로 쓰겠는가. 벽면에 피칠 한 도전자들의 상태가 본인들의 미래가 되는 수가 있었다.

기부를 직접 하는 이유였다.

-사부님, 오늘도 맛있게 해 보죠.

-오늘따라 진수성찬이구나.

-흐음, 맛있다!

-저도 맛있습니다.

-맛있구나.

영상은 계속 송출되고 있었다. 대화만 들으면 먹방 찍는 줄 알겠지만, 상의를 탈의한 괴수 둘의 운동 영상이었다. 책임지지 않으니, 절대 따라 하지 말라는 자막이 압권이다.

-볼수록 대단하네. 저게 인간이 만든 육체랄 수 있나?

-로이드로 만들었다고 해도 믿기 힘들겠다.

-무인에게 로이드가 얼마나 치명탄데, 정신에 영향을 주면 경지를 개척하기도 힘들어.

-풀약 절대고수가 나올 수도 있지 않나? 약 먹은 무인, 마법사, 정령사도 없진 않을걸.

-이 지겨운 영상에 왜 실시간 시청자가 폭발하는 거냐고? 차라리 내 방송을 봐.

구독자까지 늘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2천만의 구독자가 생겼다. 한국만으로 가능한 수치를 넘어섰다. 댓글 대부분이 외국어로, 한글을 찾기 힘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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