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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공녀님 (19)화 (19/166)

19화

“키르릇.”

“응?”

“키르륵. 키르르릇.”

“……카멜레온?”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엄청나게 작은 카멜레온 한 마리가 긴 혓바닥을 내민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것 같다고 생각한 순간……. 힐데가르트는 똑똑히 보았다.

카멜레온의 긴 혓바닥이 가주 인장 반지를 날름 물고 있는걸.

“……잠깐! 기다려!”

어르거나 달래 볼 기회도 없었다.

카멜레온은 그녀가 숨을 쉬기 무섭게 쏜살같이 도망쳐 버렸다.

“야! 멈춰!”

힐데가르트는 덩달아 카멜레온을 쫓아 뛰었다.

하지만 사방이 어두웠고, 카멜레온은 재빠르게 나무와 나무 사이를 타고 움직였다.

“기다려!”

도중에 뭔가가 뺨을 스치고 갔다.

감촉으로 봐서는 아마 나뭇잎이었던 것 같다.

여긴 대체 어디지?

숲인가?

하지만 밤의 숲은 이것보다 훨씬 어두울 텐데.

게다가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이 감촉은 분명 대리석이었다.

“키르릇.”

“기다려! 기다리라니깐?!”

일단 그건 나중에 알아보고!

카멜레온은 요리조리 도망치며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이리 온? 응? 이리 와! 그거 먹는 거 아니야! 중요한 거라고!”

“키르릇!”

“먹지 마! 먹으면 죽어!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빠직!

“윽……!”

그녀는 맨발로 나뭇가지를 밟았다.

가는 나뭇가지라서 발바닥이 찢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통은 생생했다.

모래사장에서 날카로운 조개껍데기를 밟은 것처럼,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무릎이 푹푹 꺾였다.

“아야야야…….”

결국, 힐데가르트는 아픔을 못 이기고 멈춰 섰다.

“으으…….”

좌절하는 자세로 웅크린 몸이 바르르 떨렸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이지?’

난데없는 순간 이동도 모자라, 웬 카멜레온?

기다가 반지를 물고 도망치다니?

환생 이후로 자꾸 살면서 겪어보는 어이없는 경우를 갱신하고 있는 거 같은데, 착각인가?!

‘추적 마법……. 추적 마법이라도 써야겠어.’

아직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니 마력은 온존해 두는 게 현명할 테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이대로 반지를 잃어버리면 무슨 얼굴로 미하일을 보냐고!

“키르릇.”

또다시 카멜레온의 울음소리가 들렸기에, 힐데가르트는 재빨리 마법을 외우려 했다.

그 순간.

“넌 누구지?”

스르릉,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목에 차가운 검날이 닿았다.

경계하는 낮은 목소리.

피 맺힌 석류처럼 새빨간 눈동자.

어스름 속에서도 서도 반지르르 빛나는 금발까지.

은색 검날을 타고 흐르는 달빛이 어둠 속에 서 있는 소년의 윤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힐데가르트는 상황도 잊고 감탄을 흘렸다.

“누구냐고 물었다.”

……와.

여기서 황족이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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