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범고래 아기님 (98)화 (98/275)

제98화

콰앙!

어두운 응접실.

본래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웠을 장소가 현재 엉망진창이었다.

한때 아름다운 무늬를 뽐냈을 도자기는 산산조각 난 채로 흩어져 있고, 카펫은 술인지 물인지 모를 액체로 흥건했다.

아니, 바닥을 적신 액체 중 저 검붉은 자국은 방금 전까지 사람 몸 안에서 흐르던 따끈한 피가 맞았다.

“컥, 쿨럭, 큽, 아…….”

바닥에 쓰러진 이는 이제 열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어린 범고래 방계 아이였다.

“쓸모없는 새끼.”

“큽, 쿨럭! 한 번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바, 바이얀 님!”

간절한 어조였으나 아이의 입은 더는 열리지 못했다.

잔인한 발이 짓밟았기 때문이었다.

“감히, 약한 주제에 내게 말대꾸를 해? 너도 내가 우스워 보이는 거지? 그렇지?”

“아악, 아닙니다, 아아아악!”

아이는 곧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게 되었다.

바이얀의 발길질이 정확히 급소를 가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 한구석. 묶인 채로 벌벌 떠는 아이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바이얀보다 현저히 약한, 동시에 반항조차 할 수 없는 힘없는 일반 수중 동물 수인 가문의 아이들이었다.

바이얀이 마음대로 데려간다 해도 아무 소리 못 할 존재 말이다.

“흡, 음, 엄마, 마마…….”

이 중 멸치 수인의 아이는 흐끅흐끅 울음을 참기 바빴다.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어린 이 아이는 고작해야 세 살밖에 되지 않았다.

주변 아이들 모두 약하기 짝이 없는 수인이었지만.

다들 암묵적으로 멸치 아이만은 살리자고 마음먹은 듯 훌쩍훌쩍 우는 아이를 슬쩍 제 등 뒤로 숨겼다.

“하아…….”

바이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그의 얼굴은 피로 낭자했다.

번들거리는 눈은 잔인한 웃음과 광기로 가득했다.

흡사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흥미를 위해 밟아 죽일 장난감을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다음은 누가 좋을까?”

이 모습을 지켜보던 로데센이 조용히 입을 가렸다.

현재 바이얀이 있는 방에는 특별한 조치가 되어 있었다.

로데센이 자리한 곳에서는 바이얀을 볼 수 있지만 바이얀은 이쪽을 볼 수 없게 했다.

그는 바이얀이 갇힌 밀실을 바라보며 침음을 삼켰다.

‘하, 저따위로 망가질 줄이야…….’

로데센은 자신의 장자가 벌이는 일을 똑똑히 지켜보는 한편.

얼굴을 짚고 한탄 섞인 한숨을 쉬었다.

“바이얀 아콰시아델에게 중급 기관에서 3년간 퇴소, 1년간 근신을 명한다. 모든 대외 활동, 사람을 만나는 일, 모든 것을 금지한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