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화
묵직한 언어폭력에 얻어맞은 아게노르는 갈비뼈가 아릿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했다.
어디 저 피에르의 기준에 차는 사람이 있기야 하겠나.
“칼립소를 제외하면 내게 딱히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 놈은 거의 없다만.”
“네…… 그러실 거라 생각했어요.”
압도적인 재능의 차이다. 이를 외면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아게노르는 최근 들어 영입되는 이들을 보며 조금 움츠러든 것이 사실이었다.
이를 바라보던 피에르가 이어서 말을 툭 던졌다.
“하지만 네게 중요한 건 내 기준이 아닐 텐데?”
“네?”
“내 딸은 네가 필요하다고, 너를 내 앞으로 데려와 기어이 두 번째 제자로 만들었지.”
“…….”
“네게 중요한 건 이것뿐 아닌가.”
아게노르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사실 피에르에게 이런 말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그 피에르 아콰시아델이었다. 칼립소가 제 앞에 나타나기 이전 시절, 피에르는 그야말로 이 범고래 집안의 괴짜이자, 가주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자였다.
‘괴짜’, 혹은 ‘또라이’, 혹은 ‘병으로 미친놈’이란 단어와 강자가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몸소 보여 준 사람.
칼립소가 아니었다면 두 부자는 평생 볼 일이 없을 거라 자부할 수 있었다.
아게노르로서도 딱히 아쉬움을 가지진 않았다. 성인이 될 때까지 쭉 그러했을 것이다.
그저 자신과 형들은 부모운이 다소 없었을 뿐이다.
이 정도로만 생각했겠지.
‘그래도 대단한 힘과 재능을 물려주었으니까. 그걸로 됐다고.’
본인 편할 대로 생각하는 건 범고래들만의 사고방식이었다.
특히나 아게노르를 비롯한 아틀란, 벨루스 삼형제는 이러한 사고방식에 특화된 아이들이었다.
푸르른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푹 한숨을 쉬었다.
“스승님, 저 사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한때 스승님을 정말이지 없어도 상관없을 형편없는 부모라고 생각했습니다.”
아게노르가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얼굴 어디에도 이런 말을 본인 앞에서 한다는 가책은 보이지 않았다.
피에르 또한 담담했다.
“사실이니, 부정할 생각은 없는데.”
“네. 하지만 그래도.”
“…….”
“지금은 아니라는 이야기였어요, 스승님.”
피에르는 작게 미소하는 아게노르의 모습을 보면서 제 아들들은 역시나 하나같이 칼립소를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정녕 강해지고 싶은 거라면 성심껏 굴려 주지. 엎드려라.”
그럼에도 칼립소의 모습이 슬쩍 뒤로 보이는 기분이 드는 것 또한 신기하다고도.
“……잘못했어요, 스승님.”
그리고 이날, 아게노르는 딱 죽지 않을 만큼 굴렀다.
* * *
“끄응, 끄으응…….”
레바이와 웨일을 영입한 지도 한 달여가 흘렀다.
그 사이 나는 몇 번이나 웨일을 아빠가 사는 곳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일단은…….
‘내게 시선이 너무 집중됐어.’
어째서인지 최근 나를 향한 관심이 집중되다 못해 폭발한 까닭에, 교육 기관 어디를 가더라도 시선이 모여들었다.
“야, 둘째야. 너 때문이잖아.”
“뭐? 내가 뭘?”
“네 덩치가 어디 눈에 띄지 않을 덩치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