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밝혀지는 비화 (1)
동자승을 진맥하던 나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점혈을 당한 것 같은데?”
“대체 누가…….”
소림사에서 가장 깊숙한 참회동이었다.
이 근처에서 동자승이 점혈을 당해 쓰러질 이유가 뭐가 있다는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한 줄기 불안감이 그들의 뇌리를 스칠 찰나.
“내가 그랬다!”
다짜고짜 터져 나온 일갈.
동시에 유진산의 손날이 눈앞에 있는 무승의 목젖을 가격했다.
쩌억-!
불시의 기습에 십팔나한 중 일인이 어이없게 쓰러졌다.
동자승을 둘러싼 나한들이 화들짝 놀라며 유진산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
두 눈을 부릅뜬 나한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움찔거렸다.
기껏해야 막내 항렬로 보이는 동자승이 하늘 같은 나한을 공격한 것이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그러나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유진산에게 쏠린 그때, 나한들의 등 뒤에서 숨 막히는 기(氣)의 폭발이 일어났다.
쏴아아악-!
“……?”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엄청난 기운.
유진산에게 정신이 팔린 나한들은 또 한 명의 동자승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는 후회해도 늦은 상황이었다.
이미 그들의 등 뒤에서 유설이 장법을 쏟아내고 있었으니까.
어찌나 빠른지 수십여 개로 늘어난 양손은 흡사 마흔 개의 손을 가졌다는 천수관음보살 같았다.
투콱-! 콱-! 콰콰콱-!!
거센 돌풍이라도 몰아치고 간 듯 여섯 명의 나한이 동시에 튕겨 나갔다.
비명을 지를 틈조차 없었다.
어느새 그들의 틈새로 파고든 유설은 오른발을 축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동시에 머리 위로 솟구친 왼발이 눈앞에 있던 나한의 턱을 후려찼다.
쩌억-!!
벼락처럼 빠르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일격.
목이 부러질 듯 꺾인 상대는 정신을 잃었는지 볼품없이 고꾸라졌다.
그리고 그가 움켜쥐고 있던 죽봉은 어느새 유설의 손으로 옮겨져 있었다.
“칠(七)!”
눈 깜짝할 사이 자신이 쓰러트린 숫자였다.
참회동을 지키던 나한들은 지금의 상황이 마치 꿈만 같았다. 아니,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던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남아있는 나한들의 숫자는 열 명.
진법을 온전히 펼치기엔 한참이나 부족한 숫자였다.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굴복할 나한들이 아니었다.
그들 중 배분이 가장 높아 보이는 자가 사제들에게 명령했다.
“방심하지 말고 공격해!”
다섯 명씩 나뉜 그들은 각각 유진산과 손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유설의 표정은 여유로움이 가득했지만, 문제는 유진산이었다.
다섯 명의 절정고수가 펼치는 협공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재빨리 죽봉 하나를 주어든 그는 정신없이 방어에 몰두했다.
콰쾅-! 콰콰쾅-!!
내기가 가득 실린 죽봉이 서로 부딪치며 끊임없이 굉음을 토해냈다.
서로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승패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싸움이었으나,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팔!”
또다시 이어지는 손녀의 외침.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유설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자신을 압박하는 나한들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들, 아주 똥줄이 타겠지.’
유진산은 차분히 방어에만 치중하며, 손녀가 모두 정리해주길 기다렸다.
“구!”
순식간에 끝날 줄 알았지만, 시간이 무척 지체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오랜만에 몸을 풀게 된 유설이 전투를 즐기고 있는 것이리라.
당장 위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었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적들이 등장해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빨리 끝내라, 이러다 할배 죽어!”
그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쩍-! 쾅-! 콰직-!
연달아 들려온 둔탁한 타격음. 곧이어 손녀의 의기양양한 외침이 들려왔다.
“십, 십일, 십이!”
유설을 공격하던 다섯 명의 나한이 모두 쓰러진 것이다.
사태가 이쯤 되자 유진산을 압박하던 자들은 몹시 다급해졌다.
“모두 흩어져!”
일단 몸을 빼낸 후 지원군을 요청할 심산이리라.
그러나 그들의 등 뒤에는 모용성을 쓰러트린 음괴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도망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죽봉을 움켜쥔 유설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그들의 틈새로 파고들었다.
빛살처럼 빠른 움직임.
섬전 같은 속도는 유진산과 싸우던 나한들이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쩌저적-! 투콱-!!
“크악!”
“컥!”
“끄윽!”
십팔나한이 모두 쓰러지는 데 걸린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쓰러져 신음하는 그들의 틈새로 유설이 어깨를 으쓱하며 다가왔다.
“나는 십칠이야. 할배는?”
알면서 왜 물어본단 말인가. 아마도 칭찬해달라는 의미일 터.
“잘했다. 아주 수고했어. 할아버지는 저놈까지 두 명이로구나.”
자신이 점혈을 시킨 동자승까지 포함한 숫자였다.
유진산은 잠시 나한들의 처분을 고민했다.
‘음. 전투 불능이 된 녀석들을 굳이 죽일 필요까지는 없겠지.’
그가 상대를 죽이는 데에는 확실한 기준이 있었다.
자신과 손녀의 안위에 위협이 된다거나, 그러할 만한 죄가 있다거나.
쓰러진 나한들은 둘 중 하나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아가, 이놈들을 점혈시킨 후 한쪽으로 모아놓고 있거라.”
“알았어. 할배는 어디 가?”
“잠깐 안에 들어갔다가 올 테니깐, 아무도 못 들어오게 입구 잘 막고 있어.”
“내 보물 있나 보러 가는 거야?”
“응. 금방 다녀오마.”
시간을 오래 끌 수가 없었다.
나한들을 쓰러트렸으니 언제 어떻게 발각되어도 이상할 게 없을 터.
유진산은 참회동의 입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타탓-!
사찰의 감옥이기 때문일까?
내부의 벽면에는 이름 모를 경문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게다가 입구 근처에는 불경을 외우는 선승들까지. 이곳에 오래 있으면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유진산은 우선 선승들부터 제압하기 시작했다.
나한들도 제압한 마당에 불경이나 외우는 선승들 따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상대는 세 명.
유진산의 신형이 섬전처럼 움직이며 그들의 사이를 스쳐 지나쳤다.
쩌억-! 콱-! 투콱-!
선승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정신을 잃으며 고꾸라졌다.
풀썩-!
더는 방해할 자들이 없는 듯했다.
동굴의 곳곳에는 어둠 속에서 광채를 발하는 구슬들이 박혀있었다.
하나하나가 매우 진귀하고 값비싼 야명주였다.
부유한 속가제자들이 시주라도 한 것일까? 출처가 어디이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우선 우리 손녀 줄 선물부터 챙기고.’
야명주를 하나 뽑아 품속에 갈무리한 그는 계속해서 전진했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일정한 간격으로 감옥이 늘어서 있었다.
재질을 알 수 없는 쇠창살은 검기에도 쉽게 잘리지 않을 듯했다.
그리고 팔다리가 묶인 채 가부좌를 튼 죄수들.
하나 같이 살기(殺氣)와 마기(魔氣)가 뒤섞여 기분 나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많이도 잡아 가뒀군.’
마두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유진산은 감옥들을 빠르게 훑어보며 원강대사로 짐작되는 인물을 찾아보았다.
우려와는 달리 그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죄수 중 유일하게 양손이 포박되지 않은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감옥의 문까지 활짝 열려있다니. 자신의 의지로 들어온 것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
그자는 벽을 보고 앉아 쉼 없이 불경을 외우고 있었다.
가사 위에 먼지가 자욱한 것으로 보아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은 듯했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무공이 경지에 이르면 몸속의 노폐물을 기(氣)로 태울 수 있기에 변소조차 가지 않을 수 있다.
“네가 원강대사로군.”
미친 사람처럼 불경을 외우던 승려의 입이 정지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그가 등 뒤로 나직이 한마디를 토해냈다.
“기다리고 있었소.”
오히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무슨 뜻이지?”
“오래전부터 이날이 올 줄 알고 있었소. 저항하지 않을 테니…… 어서 나의 업보를 끊어주시오.”
가문의 원수 창룡대.
그리고 그들의 훈련을 지도했던 자들 중 한 명인 원강대사가 눈앞에 있었다.
대단한 고수인 듯했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등을 돌린 지금이라면 죽이는 것이 어렵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달랐기 때문일까?
유진산에게 먼저 찾아온 것은 분노보다는 혼란스러운 감정이었다.
“나는 유가장의 가주인 유진산이다. 네가 우리 가문을 멸문시킨 창룡대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고하거라.”
“나는 대원들의 교관 중 일인이었소. 그러니 나 또한 당신의 가문을 그렇게 만든 죄인이 맞소.”
그는 분명 극도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무엇이 이자를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마치 속죄라도 하듯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고 있었으니,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야 했다.
“그렇게 당한 게 비단 유가장뿐만이 아니겠지. 어찌 정파의 탈을 쓰고 그리도 잔혹한 짓을 해왔단 말인가.”
“다음 기수의 창룡대를 키워내기 위해 특출한 자질을 가진 아이들이 필요했소.”
무림맹의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비밀조직 창룡대.
원강대사의 말대로라면 그들 중 대부분은 어렸을 때부터 납치되어 키워졌을 것이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식솔들은 왜 죽였지?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마교의 잔당이나 사파가 한 짓으로 꾸밀 필요가 있었소. 단지 아이들만 데려간다면, 무림맹 또한 의심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테니까.”
유진산의 주먹이 동굴의 벽면을 후려쳤다.
콰앙-!!
동굴이 흔들리며 흙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그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내 자식들이, 우리 며늘아기들과 손주들이 단지 그따위 이유 때문에 살해당했다고?”
원강대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 업보를 어찌 살아서 갚을 수가 있겠소. 지옥에 가서 그분들께 사죄드리리다.”
마음 같아선 단번에 목을 꺾고 싶었지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유진산은 겨우 마음을 추스르며 물었다.
“창룡대의 목적은?”
“중원을 수호하는 것이오. 천축이라는 새외무림을 일통한 일천교로부터.”
“일천교?”
유진산도 처음으로 들어본 이름이었다. 이곳의 세력이 아니었으니 그럴 수밖에.
“창룡대는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비밀 조직이었소. 주요 목적은 천축국에서 넘어온 첩자들을 색출하고, 침공을 대비하는 것이오.”
그들의 힘이 얼마나 강하기에 무림맹이 이토록 경계한다는 말인가.
유진산은 무림의 제일고수였던 검후를 만났던 일을 기억해냈다.
그녀 또한 모종의 일 때문에 금분세수식을 마치고 천축으로 떠난다고 했다.
검후의 행보 또한 무엇인가의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조상님도 천축의 고수들을 경계하라 했지.’
살풍창의 비급을 남겨준 가문의 역대 제일고수. 창귀(槍鬼)라는 별호로 유명했던 조상님조차 그들에게 당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얼마 전 무림맹에서 급하게 사파를 말살하려 했던 이유도 그들 때문이었을까? 만약 짐작대로라면 일천교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것일 터.
분명 알 수 없는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일천교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복수의 대상이었다.
“그 빌어먹을 놈들을 움직이는 자가 누구인가.”
“창룡대는 오직 무림맹주의 명령으로만 움직이는 조직이오.”
무림맹주라니. 진정한 흉수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대였다. 정파인들을 호령하는 신과 같은 존재.
지금의 실력으로는 감히 넘볼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유진산은 상대가 설령 신이라 하더라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가 품속에서 미리 챙겨온 소도(小刀)를 꺼내는 찰나였다.
쩌엉-! 쩌어엉-!
어디선가 웅장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간격은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었다.
‘이런! 벌써 발각되었단 말인가?’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참회동의 밖에서 입구를 지키고 있을 손녀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유진산이 소도에 기를 불어넣자 날카로운 도기가 솟구쳐 올랐다.
그는 망설임 없이 참수를 기다리는 원강대사를 향해 그어버렸다.
서컥-!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상대의 목에 걸려있던 굵은 염주알들이었다.
“……?”
원강대사는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그를 향해 유진산의 나직한 한마디가 이어졌다
“나는 이미 너를 베었다.”
의미심장한 한 마디.
등을 돌린 유진산은 뒤에서 그의 마지막 한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아미산의 소천봉으로 가시오. 가여운 아이들이 그곳에 있으니 부디 가서 구해주시오!”
어딘가에서 살인귀로 길러지고 있을 다음 기수의 창룡대원들이리라.
유진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래야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오직 손녀의 안위뿐이었다.
타타탓-!!
동굴 밖을 향해 나아가던 그는 어느 감옥 앞에서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소름 돋는 음성이 자신을 불러 세웠기 때문이다.
“내가 도와주겠다.”
뼛속까지 오싹해지는 서늘한 음성이었다.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백발의 노인. 다른 죄수들과는 달리, 그는 온몸이 쇠사슬로 칭칭 감겨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몸의 곳곳에 십여 개의 대침까지 박혀 있는 모습이었다.
원강대사와 나눴던 얘기를 들었다면, 자신과 무림맹이 적대관계라는 것도 알고 있을 터.
“뉘시오?”
서늘한 음성이 다시 한번 동굴 안을 메아리쳤다.
“내 이름은 적운이다. 한때는 혈염신마라 불렸지. 우린 적이 아니니, 어서 나를 풀어다오.”
유진산의 기억에도 있는 이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정마대전에서 멸문당한 마교의 대호법이었으니까.
생각보다 거물급의 마두였다.
그러나 혈염신마를 이렇게 풀어줘도 되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밖에 있는 조력자를 믿는 모양이로군. 소림이 그렇게도 우습게 보였나? 너희들만으로는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해.”
밖에서 벌어지는 상황까지도 파악하고 있다니,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길게 고민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서로의 목적이 같은 이상 협력관계가 될 수도 있을 터. 위험한 인물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결론이 나왔다.
유진산이 움켜쥔 소도가 강기를 일으키며 창살을 갈라냈다.
써컹-!
한가하게 그를 풀어주고 있을 틈이 어디 있겠는가. 유진산은 그의 오른팔에 박힌 대침 하나를 뽑아내고는 소도를 건네주었다.
“내가 지금 좀 급하니, 나머진 알아서 풀고 나오시오.”
그대로 몸을 돌린 유진산은 참회동의 입구를 향해 벼락처럼 달렸다.
잠시 후 그는 밝은 햇살과 함께 다시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눈앞으로 펼쳐진 광경에 그의 입이 반사적으로 떡 벌어졌다.
‘어느새 이렇게까지…….’
이미 주변에 쓰러져 뒹구는 승려들의 숫자가 백 명을 넘어 보였다.
그리고 그보다 많은 숫자가 사방에서 참회동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맞서 굳건히 버티고 있는 손녀의 등이 오늘따라 더 작아 보였다.
유진산은 자신이 늦었다는 죄책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가…….”
그때 유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등 뒤로 물었다.
“내 보물은 가져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