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외전유일한 빛(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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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유일한 빛(3)
인간끼리 뭉쳐서 만들어진 질퍽하고 이질적인 소리를 내는 그것은 한두명만으로 만들어질 존재가 아니었다.
슬라음에 이용할 수 없는 뼈를 제거하고 저정도 덩치가 되가 위해 뭉쳤다고 가정하면 최소 십수명.
“허억... 허억...”
숨이 가빠졌다.
‘설마 전부...?’
그런 불안이 머릿속을 스쳤으나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다른 몬스터는 탐지되지 않아. 저녀석 혼자다.’
나는 마력을 집중했다.
그리고 빠르게 슬라임 키메라를 향해 돌진.
스커어억...
진짜 사람의 살과 내장을 베는 것 같은 불쾌한 감각이 검신과 손잡이를 통해 손까지 전달되었다.
“슬라임은 생명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러니 살아있기 위해서라면 몸 어딘가에 심장의 역할을 하는 핵이 있을겁니다!”
뒤에서 성녀가 조언을 건네주었다.
“제기랄...!”
그러면 핵을 찾기 위해서라면 찾을 때까지 계속 베어야한다는 뜻이다.
그 기분나쁜 감각을 여러번이나 느끼라는건가?
하지만 지금은 그 방법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컹! 서걱! 스커어억!
“우욱...!”
베어넘길때마다 튀는 살덩이와 핏덩이를 볼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그렇게 스라임 키메라의 몸집을 줄여가며 핵을 찾기 위해서 십수번 베어넘길 때쯤이었을까.
캉!
핵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드디어...!”
꾸륵꾸구구르륵...
“개같은 흑마법사새끼들....”
슬라임 키메라는 핵을 잃자 마치 바람빠지는 풍선처럼 축 처졌다.
“일단 더 들어가보죠.”
미약하게 빛나는 횟불이 길을 밝혀주었다.
그렇게 점점 깊숙히 들어갔다.
그 길에는 수많은 철창들이 있었지만 그 안에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은 있어....”
흔적으로 보았을 때 적어도 열흘전까지는 사람이 있었다.
말라서 찐득하게 덜 마른 피웅덩이.
먹다 남아 썩은 과일조각들.
“그런데 도대체왜...?”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건 단 ‘한명도’없다는 것과.
몬스터 조차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뒤에서 성녀가 조심스레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설마하지만 이미 전부 실험에 쓰인게....”
“그럴리가 없잖아!”
나도 모르게 성녀의 말에 소리지르며 부정했다.
“죄, 죄송합니다. 잠시 흥분해서...”
“...아니요. 저야말로 죄송하죠. 벌써부터 희망을 잃어서는 안되는데.”
성녀는 괜찮다는듯 나를 바라보며 상냥하게 웃어주었다.
제기랄.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뭐이리 못되먹은걸까.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고....’
어째서 이 세상은 이리도 잔혹한 걸까.
“현우님. 희망을 잃지 마세요. 저도 힘내고 찾도록 하겠습니다. 현우님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테니까요.”
“....네. 그렇네요.”
그래 희망을 잃기에는 아직 이르다.
분명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거야.
“후.... 더 들어가볼까요? 흔적이 남아있는걸보면 여기에 사람이 갇혀있었다는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깊숙한 곳에는 사람이 남아있을 지도 몰라요.”
“네. 그러면....”
성녀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려했지만 그 말은 갑작이 일어난 진동에 끊겼다.
쿠구구구궁!
“갑자기 무슨...!”
하하하하! 이런 멍청한 용사같으니라고!
“이, 이 목소리는!”
“현우님 정신차리십쇼! 온 모양입니다!”
“오, 오다니?”
성녀의 말에 뒤를 돌아보자 수많은 스켈레톤과 좀비, 그리고 슬라임 키메라가 보였다.
“언데드가 저렇게 많이.... 거기에 인간으로 만들어진 슬라임 키메라가 저렇게 많이...?”
1미터가 넘는 슬라임 키메라가 최소 수십은 되어버였다.
그렇다는건 슬라임 키메라를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인간이 최소 수백명....
“말도안돼....”
하하! 내 언데드 군단에 의지를 잃었나?
좁은 길이라 모든 몬스터가 전부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도 언데드 군단의 수가 엄청나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함정이군요...”
옆에 성녀가 중얼거렸다.
‘그 가능성도 파악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몬스터도, 인간도 없다는건 이상했다.
함정을 팠다는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곧바로 빠졌어야했다.
얼마전에 나를 토벌한다는 의뢰를 용사파티가 받았다며? 그런데 내가 아무 생각없이 있었겠냐!
이번 토벌은 대대적으로 밝혀진 임무다.
그런데 설마 그 토벌대상인 본인에게까지 그 소식이 전해졌을 줄은 생각 못했다.
그런데 어때? 이번에 내가 새로 개발한 키메라야! 휴면 슬라임이라고 이름을 붙였어! 인간의 뼈로는 스켈레톤! 나머지는 슬라임을 만드는데 쏟아부었지! 재료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흑마법사의 목소리는 들뜬듯 흥분하며 말했다.
이야! 이곳 사람들은 전부 재료가 하나같이 품질이 좋더라! 영주가 착한놈이여서 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굶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곳이였어!
이번에는 영주 이야기를 하던 시점부터 갑자기 화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짜증나는 족속들이지.... 그래서 일단 영주라는 놈부터 먼저 죽였어! 그리고 다음에는 마을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고 천천히 연구할 생각이었는데 나를 토벌한다고? 그래서 바로 전부다 언데드를 만드는데 쏟아부었지!
“전부...?”
응! 전부!
어째서 흑마법사라는 존재들은 하나같이 이리도 미친놈들인 걸까.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도대체 왜냐고!”
나는 검에 마력을 두르고 언데드 군단을 향해 돌진했다.
“보조하겠습니다!”
성녀가 나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마력의 흐름이 원활해지며 근육이 더더욱 강화되었다.
딱딱! 딱딱!
구워....
꾸럭. 꾸르럭!
수많은 언데드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계속 베었다.
썩은 살점을 베어내고.
스켈레톤의 뼈를 부러뜨렸다.
어느 스켈레톤은 아이처럼 조그만했고.
빠각!
어느 스켈레톤은 노인이었던건지 심하게 구부러진 허리에 삭은 듯한 뼈.
빠각!
어느 좀비는 힘쓰는 일을 하는 건장한 남성이었던 건지 죽어서도 굵직한 근육을 지니고 잇었다.
스컹!
어느 존비는 아이를 배고 었던 여성이었는지 볼록하게 나온 배를 가지고 뒤뚱뒤뚱 나에게 다가왔다.
“너라는 새끼나! 천마 새끼나! 도대체 왜이리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거냐고!”
한때 살아있었던 흔적을 남긴 시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때마다 가슴이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걸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 있는거지?
도대체 왜이리 남의 고통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거냐.
“허억... 허억...”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었다.
도대체 이 군단을 만들기 위해서 몇이나 되는 사람들을 희생시킨 걸까.
너는 절대 이 군단을 이기지 못해!
흑마법사가 소리쳤지만 나는 묵묵하게 몬스터들을 부러뜨리고, 베고, 쳐냈다.
뒤에있는 성녀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길을 막았다.
상처를 입어도 되에있는 성녀님이 나를 치유하고 강화시킬 것이다.
“허억... 허억...”
숨이 가빠진다.
강렬한 의지로 계속 서 있었지만 슬슬 한계였다.
“현우님.”
“...네!”
성녀님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네?!”
“신성교에서 바로 몸을 피할 수 있는 비술을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비축해둔 신성력이라면 가능합니다!”
다행이다.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하지만 나갈 수 있는건 단 한명입니다.”
“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현우님. 이곳에서 도망치십시오. 저는 이곳에서 버티고 있겠습니다.”
“자, 잠만 그러면 성녀님은...!”
“천마를 부르세요. 천마가 오기전까지 버티겠습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희생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이 수많은 몬스터 군단을 제대로 훈련도 받지 않은 소녀 한명이 어떻게 버티겠다는걸까.
“걱정마세요. 제 신성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방어막도 만들 수 있고, 버티는건 특기라구요?”
지금까지 진중한 여성의 모습과 다르게 이번에는 다소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상황이니 안심하라는 듯.
하지만 나는 그녀를 냅두고 갈 수 없었다.
“아니요! 성녀님! 제가 아니라 성녀님이 가셔야합니다! 도망치고 싸우며 버티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비술을 발동시키기 전까지 버텨주세요.”
“....네.”
그녀는 결국 수긍했는지 뒤로 더 이동하고는 제자리에서서 은은한 빛을 뿜어내며 중얼거렸다.
“꺼져 이 언데드 새끼들아!”
그렇게 얼마나 버티고 있었을까.
뒤에서 성녀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 되었습니다.”
“그럼.”
나는 그녀를 보며 살며시 웃었다.
이제 나는 이 곳에서 죽겠지.
하지만 성녀는 죽지 않을것이다.
그녀는 이 판타즈마의 희망이 되어주어야만한다.
“후우.... 현우님. 빨리 천마를 불러줘야해요?”
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들었던 말은 생각과 다른 말이었다.
“네? 그게 무슨...!”
바로 의문을 제기하려고 하는 때에 내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안돼! 기달리라고! 이러면 안된다고! 성녀님! 제발!”
“부디....”
그렇게 내 시야가 뒤바뀌었다.
***
“마, 말도안돼....”
주위를 둘러보자 이곳은 성에 들어오기 전에 성녀님과 함께 작전을 짜던 그곳이었다.
“안된다고.... 안된다고...! 차라리 내가! 내가! 그냥 내가 희생하면 되잖아! 왜 하나같이 자기가 희생하려는 거냐고! 스승님이나 성녀님이나! 남겨진 사람의 기분은 생각했냐고!”
나는 바닥을 내려치며 울분에 휩쌓였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녀의 말.
“그래. 희망을 잃으면 안돼! 아직 안 늦었어... 안 늦었다고...! 제발! 제발!”
나는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도 못하고 무작정 천마가 있을 숲 속으로 뛰어갔다.
“천마! 천마! 어딨어! 어딨냐고! 나와!”
숲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제발 어서 천마가 보이길.
내 목소리에 응답하길.
“무슨일이지?”
“현우. 리더의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부르다니. 무례합니다.”
“천마...!”
천마가 보이자 내 눈에서 눈물이 더 나오는것이 느껴졌다.
“제발! 제발...! 성녀님을 구해줘.... 제발....”
천마는 내 말에 얼굴이 구겨지며 혐오가 가득한 표정을 지은게 보였다.
“한심한놈. 그런것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하는게 나에게 울고빌며 도움을 요청하는거냐?”
“제발....”
천마는 혀를 차며 성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여기서 기달리도록.”
천마는 그대로 하늘위로 도약하더니 다시한번 하늘을 박차며 성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나는 그대로 천마가 그녀를 구해오기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단 3분도 안되어서 돌아온 천마는 성녀님을 안으며 돌아왔다.
나와는 다르게 단 몇분만에 그 거리를 도약해서 그 수많은 몬스터들을 무찌르고 그녀를 구해온 것이다.
“앞으로 너는 그냥 닥치고 지내도록.”
“....”
나는 그저 자신의 한심함에 고개를 숙이며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그저 스승님의 그늘 아래에서 보호받고 있던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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