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검성은 방송한다-40화 (40/81)

〈 40화 〉 35화­트라이 대회

* * *

#35화

“흐아암…….”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아침부터 너무…힘든 거…… 아니냐……. 헉헉…….”

아침이라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더러운 계단.

미래인데 에스컬레이터 같은 거 설치 안하나?

그렇게 계단을 다 내려오고 물을 마시기 위해 주방으로 가려는 찰나 오빠와 마주쳤다.

“현아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네?”

“어. 오빠 먼저 일어나 있었구나.”

나는 슬쩍 복도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해보았다.

시침은 7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분침은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 이 냄새는…….”

그런데 주방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이 냄새는…… 된장찌게?

“밥 해놓은 모양이네.”

“아, 오빠가 한건 아니고 엄마가 나가기 전에 해주셨던 모양이야. 그래서 데우기만 했어.”

“아…….”

오빠는 먼저 주방에 들어가서 국그릇에 된장찌게를 퍼 넣고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밥까지 퍼서 나에게 주었다.

“고마워.”

“이정도 갖고 뭘. 평소에 해주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나는 순간 오빠의 ‘해주지 못해서’라는 말에 무언가 감정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건 이 본래 육체 주인의 감정일까.

“……밥이나 먹자.”

“응.”

그렇게 오빠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씻은 다음에 방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어제 오빠가 나에게 주었던 옷으로 결정했다.

“음……. 이정도면 괜찮은 건가?”

나는 옷을 모두 갈아입은 다음에 방에 있는 전신 거울을 통해서 내 모습을 보았다.

내가 여자인 것도 아니고 이런 걸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도 외모가 받쳐주니 아무래도 상관 없어보였다.

“으음……. 이런 얼굴은 캐주얼보다는 그냥 하늘하늘하게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나는 혼잣말로 스쳐가는 생각을 내뱉었으나 금새 관심을 끄고 방 밖으로 나왔다.

내가 밖으로 나오자 오빠와 마주쳤다.

“현아도 준비 된 거야?”

“어, 어 응…….”

나는 오빠와 마주치고 순간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잘생겼거든.

제기랄.

적어도 전생에 판타즈마에서의 천마는 옷을 차려입지는 않았었다.

그저 천마의 취향대로 검은 색으로 깔맞춤했을 뿐 패션에 관심은 1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오빠를 보아라.

나와 비슷하게 캐주얼한 옷으로 차려입은 그의 모습은 그저…….

아니다 더 이상 이야기는 하기 싫어졌다.

환생할거면 저런 몸으로나 주지 왜 갑자기 여자로 시켜가지고…….

“그럼 출발하자. 두고 온 거 없지?”

“응.”

나는 대충 목이랑 쇄골 부분에 붙인 투명 패드를 확인하고 자외선 완전 차단제를 얼굴에 덕지덕지 바른 것을 다시 한 번 체크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보니 환생하고 처음으로 밖으로 나오는 거 아닌가?’

그 사실을 눈치채자 밖으로 나온다는 사실이 왠지 두근거렸다.

“하연아 몇 번이나 말하는 건데.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안 되고. 완전 차단제는 30분마다 발라줘야 해.”

“응.”

“참고로 차단제 따로 제작 한 거라 엄청 비싼 거니까 잃어버리면 안 된다?”

비싸면 얼마나 비싼다고 주의를 주는 걸까.

궁금증에 물었더니 터무니없는 가격이 나와버렸다.

“500만원.”

오우야.

이건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겠다.

절대로.

나는 이 기회로 우리 집이 부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계기가 되었다.

“그럼 가자.”

문을 열어보니 그냥 마당이 보였다.

창문을 통해서 보는 것으로 대충 눈치 챘던 거지만 개인 주택이었던 모양이다.

오빠가 옆으로 발걸음을 옮겨 차고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삐삑!

오빠가 차키를 꺼내 차의 잠금을 풀자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차고 안에 있는 차는…….

‘스, 스포츠카?’

그리고 슬쩍 차고 안쪽을 더 자세히 보자 수대의 차가 더 보였다.

“진짜 부자네…….”

“응?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야.”

***

인생 처음으로 스포츠카를 탔다.

심지어 오픈카라 그런지 느낌이 새로웠다.

“어때? 피부 아프지는 않아?”

모자나 차단제 덕분인지 딱히 피부가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빠는 그걸로는 안심이 안 되는지 오픈카였던 상태를 바꿔서 그냥 일반 스포츠카 상태로 바꾸었다.

“너 병 있는 거 알잖아. 조심해야지.”

하긴.

잘못되면 죽기 일보 직전으로 가는데 조심해야하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윗천장을 막은 건 좋은 선택이다.

솔직히 바람 맞고 있는데 약간 아팠거든.

그런데 차를 타면서 부산으로 향하는 도중 느낀 점이 있었다.

‘미래인데 별로 변한 게 없어…….’

거리가 그리 변한게 없다는 점이다.

굳이 하나 꼽자면 건물의 구조나 위치들이 전부 깔끔해졌다는 정도?

예전의 한국이라 한다면 건물이 이리저리 쌓여있고 어지러운 경우가 많았는데 하나같이 정돈되어있고 깔끔해졌다.

게다가 중간 중간에 있는 풀잎이나 나무가 잘 정돈되어있는 것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이건 무슨 차야?”

“응? 무슨 차라니?”

이건 솔직히 약간 궁금했다.

“그……. 전기차라든가 기름 쓰는 차라든가…….”

내가 묻자 오빠는 잠깐 고개를 숙이더니 끅끅 웃었다.

“하하하! 전기차랑 기름 쓰는 차는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냥 에어폼인데?”

“어, 어? 그, 그런가?”

에어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거리감 멀다는 건 알았다.

지금이 몇 년 후더라……

예전에 날짜를 본 기억대로라면…….

“60년…….”

상당히 많은 것이 변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보자니 그리 변한 것이 없었다.

기술력 자체는 많이 변한 것 같으나 사람들의 생활은 그리 다를 것이 없었다.

아, 아니 생각하니까 직장이나 학교는 가상현실로 대신한다는 것 정도려나.

하지만 현실의 공복을 가상현실로 대신할 수 없다.

육체의 건강을 가상현실로 대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생활은 그리 달라지는 것은 없던 것이겠지.

그렇게 차를 타며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으로 가는 도중에 바닷가도 보았다.

옛날 한국에 비하면 깨끗하고 투명하고 예쁜 바다였다.

***

­스트리머 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티켓은 여기서 끊으시면 됩니다! 아, 거기 멈춰주세요!

­오늘 트라이 대회장에서 다른 이벤트들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이벤트 장으로 왔다.

커다란 돔 형태의 건물이었는데 그 건물을 트라이가 전부 쓰고 있었다.

“BOL 대회라고 BOL만 하는 건 아니었구나…….”

“딱히 조사하지는 않았나봐?”

“응. 귀찮아서.”

그냥 대충 ‘이정도겠지~’라고 추측만 하고 있었지만 이거 생각 이상으로 규모가 컸다.

BOL대회 준비 말고도 수많은 이벤트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출시할 게임의 테스트라든가.

어느 팀이 이길지에 투표하고 그중 당첨 한 명 뽑아서 상품을 주는 것도 있었다.

“스트리머 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어딘가에서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그쪽을 쓱 보았더니 [streamer zone]이라는 팻말이 붙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너 사전에 받은 뱃지 있어?”

“뱃지? 무슨 뱃지? 혹시나 지금 실수한 건가?!”

설마 여기서 미리 챙기고 왔어야 하는 것이 있던가 싶어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오빠가 말했다.

“딱히 챙겨오는 건 아니고 그 트라이 어플 켜봐. 거기서 설정에서…… 어 거기 누르면 뱃지 인증이 있어.”

오빠는 나에게 설명을 다 마치고난 후에 먼저 스트리머 존으로 향했다.

스태프가 먼저 뱃지를 보여달라고 하자 오빠가 뱃지를 보여주고 바코드 찍는 기계랑 비슷한 걸로 뱃지를 ‘삑─’하고 찍자 절차가 끝났다.

나는 오빠를 따라 스트리머 존으로 향했다.

“여긴 스트리머 존입니다. 뱃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여기요.”

삑─

“확인되었습니다. 검성님. 여기 있는 동안에는 가능한 이걸 써주시길 바랍니다.

스태프가 내 목에 끼워준걸 확인했는데 그건…….

[검성]

내 이름표였다.

“누군지 알기 위한건가?”

나는 아까 오빠와 같은 절차를 마치고 난 후에 스트리머 존으로 들어갔다.

스트리머 존에는 휴식을 위한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소파라든가 커피머신이라든가, 마실 것들, 과자 등.

“혹시 따로 만나기로 한 사람 있어?”

오빠가 나에게 물었다.

글쌔…….

이번에 BOL대회에 참가하는 팀과 만나자는 이야기는 했지만 자세한 약손은 잡지 못했었다.

그래도 일단 만나기로 했긴 했으니까…….

끄덕.

“음……. 오빠랑 같이 만날래? 아니면 따로 있을래?”

“그냥 혼자 돌아다녀 볼게. 오빠는 만나기로 한 사람 없어?”

“아……. 있긴 한데…….”

오빠가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여어! 여기 있었구나!”

저 멀리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야! 내말 쌩까는거냐!”

상당히 거친 여자였다.

염색을 한 건지 붉게 물들여져있는 긴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머리 묶었네?”

“난 원래 자주 묶는데?”

“그랬나?”

“이새끼 봐라. 나한테 관심 없지?”

오빠와 대화를 하는 걸 보니까 서로 친한 모양이다.

나는 그녀가 목에 걸은 이름표를 확인해보았다.

[솜사탕]

거친 말투와는 다르게 상당히 귀여운 이름이었다.

솜사탕은 오빠와 대화하다 말고는 나와 오빠를 번갈아서 보더니 입을 열었다.

“니가 그 소문의 검성이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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