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검성은 방송한다-44화 (44/81)

〈 44화 〉 39화­신들의 이야기

* * *

#39화

마치 현대의 방을 보는 것 같은 5평짜리 방에서 소파에 앉은 채로 체스를 하고 있는 소년과 제자리에서 선 채로 소년에게 말을 하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야. 내가 너한테 해준 게 얼마인데!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냐?”

마치 푸른 파도와 같은 색의 머리칼을 가진 여인이 한 소년에게 따졌다.

“아아! 누나. 솔직히 차원 넘어서 일을 벌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알고 있잖아!”

소년의 중학생 정도의 마른 체구에 금발의 미소년이였다.

하지만 아름다워 보이면서도 장난꾸러기와 같은 인상의 얼굴이었다.

“에잉! 내가 참고 참아서 신력(?力) 줄게.”

“신력을?”

소년은 여인의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소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신력(?力)이란 신 자신 그 자체를 의미했으니까.

신력을 떼어준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내놓는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원래 살다보면 다 그런거란다.”

“뭔 살다보면이야! 신은 살아있다는 개념 자체가 아닌데!”

“어쨌든 좀 해달라고!”

소년은 여인의 칭얼거림에 그저 벙찔수 밖에 없었다.

그녀에게서 이런 모습은 1억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했으니까.

“설마 맹약(??)이라도 한 거야?”

“…….”

“이거 했네 했어! 와아! 천하의 그 누나가 호구 같은 맹약을 해줬다고?!”

“조, 조용히 해!”

소년은 배를 끌어않으며 깔깔 웃었다.

“우씌이……. 그래서 해줄 거야 말거야.”

“그래서 신력 얼마나 줄건 데.”

“어……. 하급 10?”

여인이 먼저 제안했다.

“하아? 하아그읍 10?”

“크흑……! 알았어! 중급 3!”

“하……. 누나. 나한테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거 알잖아.”

“에익! 누구는 탄생할 때부터 초월급이라 상관없겠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점점 신력이 늘어나니! 참으로 좋겠습니다!!!”

소년은 여인의 고음에 두 귀를 막았다.

“아 귀아프게. 뭐이리 소리를 크게 질러?”

“누나는 너와 다르게 하급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단다. 그리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신력이 생기는 부유계층도 아니지.”

“그래서?”

“좀 봐달라고.”

결국 가격 좀 깍아달라는 소리였다.

“흐음……. 좋아. 특별히 해줄게.”

“정말?!”

“응. 특별히 무료로.”

“오오!”

소년은 피식 웃으며 여인이 부탁한 것들을 확인했다.

“애초에 한 차원의 문명을 한번에 발전시키는게 얼마나 힘든지는 알잖아?”

“초월급 신이 뭐이리 말이 많아.”

“뭐……. 내 전문 분야 쪽으로 발전시키자면 말이 다르긴 한데…….”

여인은 소년이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는 말했다.

“어차피 이 차원이 기술력은 거의 최상위 아니야? 그러면 더 쉬울 텐데.”

“그러긴 하겠지. 뭐 원래 몇백년은 더 걸릴 걸 100년 이내로 줄이는 것뿐이니까…….”

“원래는 그냥 그 시간대로 보낼려 했는데…….”

“크로노스가 허락을 안 해준다?”

“응.”

여인은 신율(?)을 떠올렸다.

한 개념(?) 대한 간섭을 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을 담당한 초월신에게 허락을 구해야만 한다.

초월신(???).

어떠한 개념을 모두 담당하는 신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계급을 가진 신을 말한다.

그리고 크로노스는 개념 중에서도 ‘시간’이라는 개념을 맡은 초월신이었고.

“크로노스는 초월신 중에서도 가장 빡빡한 놈 중 하나니까…….”

“애초에 초월신은 빡빡해야한다고. 다들 너처럼 막 놀고 태연하게 지내지는 않아. 개념을 담당한 신 중 하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아아……! 알았으니까 잔소리는 나중에!”

여인은 잔소리에 짜증을 내는 소년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면 바로 시작할게?”

소년은 잡고 있던 체스말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손을 앞으로 쭉 뻗고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본신, 유희(?)의 개념(?)을 담당하고 있는 초월신(???)이 명한다.]

소년이 말하자 허공에 알 수 없는 문자로 이루어진 글귀가 적히기 시작했다.

[본신 ‘타이즈도’가 하나의 차원에 방문하리.]

또 한 줄의 글귀가 완성되자 ‘타이즈도’를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일었다.

[본신이 방문한 차원의 주민들은 모두 본신을 찬양하라.]

또다시 글귀가 새겨진다.

[본신은 차원의 주민들을 기꺼이 귀엽게 여겨 축복을 내리리라.]

또다시 글귀가 새겨지며 글귀에서 빛이 빛났다.

[본신이 존재하고 있는 이상 그 누구도 본신의 축복을 업신여길 수 없으니.]

“말도안돼…….”

여인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본신의 축복을 업신여길 수 없으니.’

이 글귀가 의미하는 것은 차원의 주민은 물론이고 어떤 신조차 자신의 축복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본신이 지켜보는 한 모두가 유희를 찬양하며 유희를 즐기고 유희를 지켜볼 것이다.]

[본신이 명하리 이 차원만의 유희를 발전시키고 어떤 누구도 유희를 지켜보리라.]

[본신, 아해들이 그러한다면 본신도 너희들과 함께 걸어주마.]

“칠구(七?) 가호(??)라니…….”

글귀가 많으면 많을수록 가호의 힘은 강해진다.

그리고 신마다 글귀를 늘릴 수 있는 개수에는 제한이 있다.

하급신은 일구(一?).

중급신은 이구(二?).

상급신은 삼구(三?).

최상급신은 사구(四?).

초월급신은 최소 오구(五?)였다.

“그 크로노스조차 구구(九?)가 한계인데…….”

심지어 이 가호는 무려 차원 단위로 하는 가호였다.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차원을 위해 하는 대규모 가호.

“휴…….”

소년, ‘타이즈도’가 숨을 내뱉고 뻗었던 손을 내리자 일었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허공에 떠있던 글귀들이 사라졌다.

“와……. 너 성장 많이했구나? 초월신은 초월신인가.”

“누나. 나 초월신이야! 어디에 있는 최상급이랑은 다르다는 말이지!”

타이즈도가 말하자 여인이 말했다.

“하하. 그럼 나는 아니겠네.”

“엥? 왜?”

여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신력을 너무 소모했어.”

“뭐? 설마 오구(五?)까지 간거야?!”

여인은 신 중에서도 최상급에 해당하는 신이었다.

그런 신이 신력을 써서 내려왔다고 한다면 가호를 너무 무리하게 내렸다는 소리.

“에이 그러니까 상급으로 내려왔지. 다시 최상급으로 올릴 때 까지 시간 좀 걸리겠다?”

“별로 안 걸릴 것 같은데.”

“응? 왜?”

“사도를 만들었거든.”

타이즈도는 여인의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아니 아직 초월급도 안된 신이 무슨 사도야! 그렇니까 상급으로 내려온거 아니야!”

“중급인데?”

“으아악! 설마 가호랑 같이 내렸어?!”

“응.”

“%@#^#$^@$#@%!”

타이즈도는 미쳐날뛰기 일보 직전이었다.

“누나가 최상급까지 올라오는데 얼마나 걸렸는데 도대체 왜 그걸 포기하는 거야!”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였거든.”

“잠만……. 설마 누나…….”

타이즈도는 순간 멈칫하다가 여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발……. 그것만은 아니라고 해줘.”

“…….”

“제발 형이랑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해줘.”

“…….”

“누나. 나랑 맹약 하나만 맺어줘라. 그러면 내가 누나 최상위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신력 줄게.”

타이즈도가 여인에게 떨리면서도 빠르게 말했다.

하지만 여인은 타이즈도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제발……. 아니라고 해!”

“타이…….”

[맹약을 맺으며 시작한다! 맹약 첫째!]

“누나가 알아서 잘 해볼게.”

여인이 뭐라 말하건 타이즈도는 계속해서 맹약을 시작했다.

[맹약을 맺은 둘은 절대로 서로에게 거짓을 고하지 않는다!]

“진정해…….”

[맹약 둘째! 절대로…….]

“누나는 절대 소멸하지 않아.”

[절대로……. 필멸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

[본신 타, 타이즈도는 이 맹약에 절대적으로 따를 것이라 신 ‘데일라’와 약속한다.]

타이즈도는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으나 꾹 참아내고 말했다.

[신 ‘데일라’. 맹약을 맺겠는가?]

타이즈도가 맹약을 맺는 마지막 구절을 말했으나 그 ‘데일라’는 입을 열지 않았다.

[맺겠는가?!]

타이즈도는 신력을 뿜어내며 소리쳤으나 데일라는 그저 타이즈도를 바라보기만 했다.

“제발……. 필멸자만 아니라고 해줘. 제발.”

타이즈도는 옛날에 소멸한 형을 떠올리며 말했다.

“타이. 원래 신이든 필멸자든. 서로에게 이끌릴 수 있는거란다.”

“신은 필멸자와 사랑을 나누지 못해! 애초에 필멸자와 마주치기 만해도 필멸자는 죽는다고!”

침묵이 공간을 가득채웠다.

“이딴 가호! 다시 회수할거야! 뭐가 사랑이야! 다시 가져갈거야!”

“타이! 이 가호를 회수하면 신력 소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잖아.”

“그래도 막을 거야! 포기해야만해! 누나는 필멸자와 마주치면 안 된다고!”

데일라는 타이즈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누나가 말했잖아. 나는 절대 소멸되지 않을 거라고. 누나 하급에서 최상급까지 올라간 성공신화 알잖아? 절대 손해볼만한 일은 안 해.”

“형도 그렇게 말했어.”

“오빠는 원래 워낙 멍청했잖아? 이름부터가 전투의 신인데. 애초에 돌머리였다고.”

데일라는 그리 말하고는 웃었다.

“믿을게. 그러니까 절대 소멸하지마.

“응. 걱정하지 마.”

타이즈도는 결국 끝끝내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날 지구에서는 비가 한동안 내리기 시작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