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검성은 방송한다-47화 (47/81)

〈 47화 〉 42화­12강(2)

* * *

#42화

‘제기랄! 제기랄!’

현재 유진은 정글 몹을 잡으면서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풀리는 게 없어…….”

분명 시작은 매우 좋았다.

비록 정글몹을 꽤나 희생했지만 바텀에서 무려 2킬이나 달성시키고 바텀은 사실상 이제 완전승리나 다름이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미드였다.

우리팀 미드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적 미드가 문제라는 것이었다.

‘우리팀이 너무 못한 것도 있지만…….’

적의 미드.

방랑 무사가 너무 잘했다.

‘맵리딩이나 로밍이나 라인 유지는 하나같이 그저 골드 수준으로 평범하지만…….’

문제는 그 평범함조차 비범하게 보일 정도의 컨트롤이었다.

그저 잠깐 들른 로밍조차도 그녀의 컨트롤이라면 날카롭고 타이밍 좋게 들어간 로밍으로 바뀌었다.

‘어떤 미친놈이 커맨드를 안 외치고 스킬을 쓰냐고!’

속으로 분명히 핵을 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커맨드를 스킵 시키는 핵조차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술까지는 완벽히 구현시키지는 못했으니까.

애초에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해도 그녀의 [바람 베기]스킬을 사용하는 속도는 인지능력을 초월했다.

‘[바람 베기]의 쿨타임은 0.001초…….’

물론 허울뿐인 쿨타임이지만 그녀는 그 쿨타임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었다.

[아군 트렌이 처치당했습니다.]

“제기랄! 또 죽었어!”

킬로그를 확인해보니 이번에도 적 ‘방랑 무사’가 죽인 것이다.

어느새 적 ‘방랑 무사’의 킬은 무려 9킬.

“모두 그냥 닥치고 사려! 방랑무사가 맵에 보일때만 싸워. 방랑 무사가 안 보일때 미니언을 먹는다? 그때는 그냥 바로 죽는다 생각해라.”

유진은 다소 강압적인 말투로 팀원들에게 명령했다.

­네, 네!

­네 형.

하지만 이미 그래도 상관없다고 합의가 된 상황이었기에 그 누구도 그에게 따지는 이는 없었다.

“어……?”

정글몹을 먹고 라인을 밀러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적 방랑무사와 마주쳤다.

“큰 건 너 뿐만이 아니라고!”

방랑무사가 9킬을 먹은 것처럼 이테미넘, 유진도 마찬가지로 무려 7킬이나 먹은 상태였다.

유진은 곧바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기계 팔]!”

기계로 이루어진 오른팔이 앞으로 발사되었다.

적 방랑무사는 유진의 기계 팔을 옆으로 굴러서 피했지만 목표는 방랑무사가 아니었다.

콰악!

기계팔은 그녀의 뒤에 있던 나무를 붙잡았다.

“[기계 팔]!”

끈으로 이어진 팔에서 뜨거운 기체가 뿜어나오며 기계가 가동되었다.

취이이익!

기계가 유진의 몸을 끌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방랑 무사의 옆까지 입체기동으로 날아왔다.

“[파워 필드]!”

유진이 스킬을 발동시키자 반투명한 막이 그의 몸을 감쌓았다.

그 다음 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캉!

하지만 유진의 오른팔은 적 방랑무사의 검에 막혀버렸다.

곧바로 빠질려고 했지만.

퍼억!

“크흑!”

적 방랑 무사가 다리를 휘둘러 옆구리를 찼다.

바로 자세를 고치려 했지만 적 방랑무사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캉! 캉!

이테미넘의 패시브는 [기계로 이루어진 팔].

기계로 된 이 오른팔로 적의 공격을 막을 경우 데미지가 경감되어 들어온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오른팔로 검을 막아내며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카캉! 키기킥! 캉! 퍽!

적 방랑무사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런 순간.

“어!”

적 방랑무사가 발을 헛딛기라고 한 건지 멈칫하며 지금까지 정확하게 유진을 노리던 검이 이상하게도 허공을 베었다.

‘지금!’

유진은 곧바로 궁극기를 발동시켰다.

“[100만 볼트]!”

옛날 만화에서나 보던 그 스킬이 발동되자 유진의 몸에서 강렬한 전기충격이 퍼졌다.

하지만 전기충격이 퍼지는 그 타이밍에.

“어……?”

적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깐……!”

유진이 이상함을 눈치채는 순간 위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치켜드니 허공에서 몸을 돌리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푸와아아앙!

그와 동시에 그녀의 검에 감싸여있던 강렬한 폭풍이 유진의 몸을 덮쳤다.

강렬한 폭풍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사이.

서걱.

몸 어딘가가 베였다.

사사삭!

또다시 몇번이고 베이고.

퍼억!

강렬한 충격과 함께 몸이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벽에 부딪히고 유진의 얼굴은 그대로 바닥과 키를 했고.

[당신이 사망했습니다.]

죽어버렸다.

***

“뭐야. 이게 그랜드 마스터라고?”

나는 인게임에서 처음으로 만난 그랜드 마스터의 실력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날 피해다닌 것도 아마 의도했던 거겠지…….”

내가 생각해도 그의 게임센스는 뛰어났다.

하지만.

‘전투실력은 영…….’

싸우는 도중에 혼자 분노하며 난리를치고.

누가 봐도 의도한 것 같은 실수에 바로 걸려서 들어온 것도 그렇고.

적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고 그대로 모든 공격을 받아준 것도 웃겼다.

“그래도 감 자체는 좋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면 이런 실력으로 그랜드 마스터까지 올라갈 수 있을리가 없었다.

딱히 배운 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경험은 그대로 몸에 녹아내렸다.

아마 지금까지 게임을 하는 것 만으로도 실력이 쑥쑥 늘어났던 거겠지.

“일단 이테미넘 처치완료. 바로 라인 밀어버리죠.”

지금까지는 이테미넘의 견제 때문에 맘 편히 라인을 밀 수 없었으나 이테미넘이 죽어있는 지금은 달랐다.

[적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시스템 알림에 미니맵을 보니 블렛이 이미 탑에 고속도로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럼 미드도 고속도로 가자!”

­이야!!!

­드가자~ 드가자~

내 말에 지은과 감튀도 호응해주었다.

***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죽음 상태에서는 유령형태로 맵을 떠다닐 수 있다.

물론 아군만 볼 수 있는 상태로.

그리고 그 죽어있던 유진은 무릎을 꿇은채로 절망하고 있었다.

“이 내가 여기서 진다고?”

프로게이머만 아니라면 최강일거라 생각했다.

전체 게임에서 지더라도 그것은 팀의 문제지 내 개인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1대1을 하더라도 난 절대 질 일이 없을 것이다.〉

이 마음속의 한 문장이 내 모든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뭐야. 이게 그랜드 마스터라고?”

영혼 상태가 되기 직전에 들려왔던 그녀의 한마디.

그녀의 한마디가 내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이 내가 골드 따위한테 이렇게 처참하게 진다고?’

그녀의 실력이 골드의 수준이 아니라는 건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 실력이면…… 어쩌면 챌린저에서도 먹힐지도 몰랐다.

그들만의 리그.

전 세계 통틀어서 약 700명밖에 없다는 그 티어.

챌린저부터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전 세계 단위로 큐를 돌린다고도 한다.

“절대 못 이겨…….”

압도적인 실력 차를 맛보았다.

나는 절대로 못이길 거라는 너무나도 큰 벽.

마치 그때 보았던 투신(?)과도 같았다.

‘쯧 그냥 구경이나 해야지.’

그렇게 부활하고도 기지에 박혀서 넥서스가 부셔지길 기다리고 있을 때.

­유진씨! 뭐하세요!

­형! 지금 앉아있을 때에요?!

­유진씨! 일어나라고!

보이스챗을 통해서 팀원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아군 잭프로스트가 처치 당했습니다.]

[아군 루이드가……]

[아군……]

팀원들이 죽어가고 있었지만 의욕 따위는 없었다.

­형! 형이 일어나야지 이기죠!

­유진씨 갑자기 왜그래요? 평소답지 않게!

­그냥 평소처럼 소리치면서 명령이나 하라니까?

옆에서 유령폼이 된 아군들이 나에게 말했다.

“이건 못 이긴다고…….”

부정적인 말을 꺼내며 다리를 오므리며 고개를 다리 사이로 숙이려는 그때 팀의 말이 들려왔다.

­형. 형이 나한테 대회 시작하기 전에 한 기억나요?

분명히 기억난다.

분명히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못하는 걸 내가 하게 해준다! 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내가 희망을 보여준다!’

분명히 나는 팀원들에게 이런 식으로 불러들였다.

내 실력에 매료된 팀원들은 내말에 따라서 들어왔었고.

­형이 지금 우리들한테 할 말이 있을 텐데요?

­유진씨. 항상 하던 대로.

항상 하던 대로.

나는 순간 이상함을 눈치채고 옆에 상점에 걸려져있는 거울을 통해서 비춰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초췌하고 의지빈약해보였다.

품고 있던 야망들은 어디로 갔는지 그것들은 전부 약자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 약자라고?’

이 몸이?

단 6개월이라는 시간 만에 그랜드 마스터까지 올라오고 챌린저의 자리까지 올라가겠다고 결심한 이 내가?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적 5명이 이제 2개밖에 남지 않은 포탑을 부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여기서 무너질 내가 아니지.”

진정한 최강이 무엇일까.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게 최강이지.”

지금생각하면 내가 한번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이미 투신에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그저 이미 명성이 있었기에 자기합리화를 하며 일어났을 뿐.

검성이건 투신이건 변하는 건 없었다.

그저 내가 졌다는 것.

“한 번 졌다고 무너질 내가 아니라고!”

나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앞으로 내딛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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