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51화신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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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이야! 우리가 4강이라니!!!”
“얌마. 당연히 올라와야지. 뭘 이 정도 같고 감격이야?”
감튀가 쌍수를 들고 환호하는데 옆에서 정삼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것보다 성아 엄청났단 말이지~”
“아 맞아. 이야 오늘의 하일라이트 보니까 너 엄청나더라?!”
지은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슬쩍 말하자 감튀가 아차 하며 소리쳤다.
“별……거긴 한데 진짜 우연이였어요.”
“커맨드 스킵도 제 맘대로인데 그 플레이 마음대로 사용 안 되는 거야?”
“당연하죠.”
내가 말한 것은 진심이었다.
순간 경지가 오르면서 정신이 잠깐 각성하는 현상 같은데 그걸 또다시 하라고 한다면 ‘지금 당장’은 못 할 것이다.
찰나가 1시간 같고 내 몸은 한계를 넘어서 돌파했다.
‘아마 현시에서 경지가 상승했다면 내 몸은 산산조각 나지 않았을까…….’
게임에서 내가 쓴 기술은 강제로 근육을 부풀리고 뼈를 움직이며 강제로 몸을 움직인 것이다.
방금 말했듯이 현실에서 했다면 곧바로 몇 초 되지 않아서 뼈마디 하나하나가 부서지고 근육이란 근육은 전부 찢어져서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한거야?”
옆에서 블렛이 물었다.
항상 말이 별로 없던 그가 먼저 의문을 내뱉은 것이 의외였기에 나도 모르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 아니에요. 그냥 딴 생각 좀 해가지고.”
블렛은 의아해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으나 그의 손에 묻은 것은 없었다.
“음……. 그냥 강제로 몸을 움직였어요.”
“몸을 강제로 움직인다고?”
정삼이 내 말이 이해가 잘 안되던 것인지 다시 물었다.
“음……. 흔히 몸이 유연하지는 않지만 강제로라도 다리를 찢을 수는 있잖아요?”
“그렇지? 엄청 아프지만.”
지은이 호응했다.
“제가 쓴 방식이 그런거에요. 강제로 뼈를 옮겨서 몸을 유연하고 움직이기 쉽게 만들고 근육을 강화시켜서…… 응?”
계속 설명을 하려는데 모두가 나를 이상한 것 쳐다보듯이 나를 보았다.
“무,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냥 사람이 그런걸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서.”
나는 순간 의아했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판타즈마에서는 마력을 이용해서 강제로 몸을 유연하게 만들거나 근육을 강화 시키는 마법, 무술 정도는 당연하게 존재하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순수하게 정신력과 육체 능력만으로 몸을 그렇게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게임이라서 그런거죠. 게임이라.”
“그래?”
“참…….”
감튀와 블렛은 가만히 생각하듯이 눈을 감고 있었고 지은은 납득(?)한 듯 적당히 넘겼고.
정삼은 내 설명에도 납득이 안 가는지 탄식을 내뱉었다.
“이제 시간도 늦었는데 밥이나 먹고 헤어지자.”
블렛이 먼저 제안했고 다른 이들도 시간을 확인하자 블렛의 말에 긍정하고는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하고 식사를 했다.
***
나는 현재 숙소 건물 뒤에 있는 공터에서 단검을 든 채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참고로 내가 들고 있는 단검은 이전에 이벤트에서 받은 그 단검이었다.
날은 없지만 무게나 그립감은 진짜 단검 같았다.
“그때 그 감각이…….”
나는 게임에서 느꼈던 그 감각을 상기했다.
온 세상이 피부로 느껴지던 그 감각.
“쓰읍…….”
숨을 삼키고 몸을 긴장시키자 전투 감각이 되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그대로 집중을 한 채로 몇 초가 지나자 순간 피부가 짜릿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아…… 이거구나.’
제 2계의 능력은 바로 이것이었다.
세상을 전부 꿰뚫어 보는 듯한 감각.
“끄아아악!”
제 2계를 연지 몇 초가 안 되어서 온몸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으으……! 으악! 허억! 후아!”
다행이 고통은 금세 가라앉았으나 피부는 그 감각을 기억하고 있는지 아직도 찌릿찌릿했다.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제 2계는 세계를 온몸으로 촉감처럼 느끼는 것이다.
마치 새로운 감각기관이 생기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안 그래도 약한 몸에 너무 강렬한 자극을 주니 몸이 망가지는 모양이다.
“역시 현실에서는 못 쓸 능력이네.”
물론.
게임에서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
너의 소원은 무엇이더냐?
하늘이 태양처럼 강렬히 빛나고 그 빛 아래에는 머리카락부터 복장까지 온몸이 검은 색을 띄고 있는 한 남성이 있었다.
남성은 자신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오자 얼굴이 찌푸려졌다.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내 머릿속을 함부로 건드리려 하다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
지금 소원이 무엇이냐 물었다.
“소원? 내게 소원을 물었나?”
그렇다. 내가 자네의 소원을 이루어주도록 하지.
“그딴 건 없군.”
남자가 태연하게 말하자 빛을 뿜어내고 있던 하늘의 밝기가 잠깐이나마 어두어졌다.
분명히 자네는 소환되었을 때 귀환의 욕망을 심어졌을 터. 참으로 이상하구나.
남자는 무얼 말하는 건지 모르던 눈치더니 생각났다는 듯이 ‘아하─’라며 탄성을 내뱉고는 말했다.
“기억났다. 그 약하디약한 욕망 따위는 내가 치워버렸지.”
뭐라? 약하다고? 비록 인간이 만들었다지만 신언(??)이 썩여져 있는 소환 마법이었을 텐데?
알 수 없는 존재, 빛의 말에 남자는 한 손을 들고는 두 손가락을 피며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욕망은 두 개뿐이다.”
음?
“투()와 식(?)뿐이리라. 어이쿠. 나도 모르게 옛날 말투가 나왔군. 아무튼 그 둘 외의 욕망 따위는 나를 자극시킬 수 없다.”
허허. 과연 신의 조각을 얻은 인간 답군. 그렇다면 그 투()와 식(?)을 만족시켜주마. 어떤가?
빛이 다시 제의했다.
하지만 그 말에 남성은 마치 가소롭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뭐? 하하하하! 크큭! 하하하하하!”
뭐지? 뭐가 그리 웃기지?
“이 몸이 그딴 것도 스스로 못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나? 둘 중 하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룰 수 있건만.”
음? 둘 중 하나라고?
“내게 투()란 무(?)의 성장을 의미하지. 그리고 나는 지금 투()를 이루려고 한다.”
지금 그게 무슨……!
천마신검 제 1식, 천파참(???)
검은 의복의 남성, 천마(??)가 하늘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하늘이 둘로 나뉘었다.
으아아악! 네놈!!! 지금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냐?! 아무리 네놈이 신의 조각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건 결국 희석되고 패배한 신의 조각일 뿐이다!
“신의 조각? 그딴건 쓰지 않는다.”
뭐라?
“내게 있어서 투()는 무(?)의 성장이니 무(?)를 써서 강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금 인간의 힘만으로 나를 이길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못 할 것 없지.”
천마강림보(?????), 억압(??).
천마가 발을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세상이 전부 바닥으로 꺼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정체불명의 빛도 마찬가지로.
“끄아아아아악!”
빛으로만 대화를 하던 신의 정체가 들어났다.
온 몸이 새하얗고 긴 금발을 지닌 미중년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게 감히 신을 바닥으로……읍!”
“닥쳐라.”
천마기(???), 마언령(???)
마기에 물들여진 언령이 신의 행동을 제한시켰다.
“으읍! 으으읍!”
“그러고 있어봤자 재미없군, 그 주둥이를 놀려보거라.”
“푸하아! 이게 어떻게 인간 따위의 힘으로 이런 위력을 낼 수 있는 거지?!”
신은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게 바로 본좌의 힘이며 권위이다. 부처든 다른 세계의 신이든 내 앞을 막을 수 없도다. 내가 걷는 길은 투쟁의 길! 무를 쌓고 더욱 강해지는 것이 바로 본좌다.”
“아니 싸우는 것과 별개로 이미 강하지 않은가?”
신은 천마의 말에 따지고 들었으나 천마는 싸늘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건 네놈이 약할 뿐이다.”
“마, 말도 안──.”
신이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천마가 검을 한번 휘두른 것으로 신의 몸이 세로로 이등분이 되었다.
그리고 신이 임시로 창조한 세계도 마찬가지로 반으로 나누어지며 차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파앗─!
그러자 신의 시체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천마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하하! 이게 바로 신의 내공인가? 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주지. 잠만…….”
천마는 잠깐 골똘히 생각하고는 ‘씨익─’ 웃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알기로는 다른 차원의 신들도 있을 텐데……. 다른 신들의 내공까지 흡수하면 재밌겠군.”
천마는 그리 말하고는 내공을 운용했다.
천마강림보(?????), 월(?)
한 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차원을 제 맘대로 넘으며 천마는 또 다른 신을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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