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57화남매의 싸움
* * *
#57화
내 탑 라인의 상대는 바로 트렌이었다.
하지만 내가 집중해야 할 상대는 트렌이 아니었다.
‘일단 마나를 모아보자.’
판타즈마의 마력과 비슷해도 엄연히 다른 힘이다.
마나는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가볍지만 마력은 다루기 까다롭고 무겁다.
‘대신 그만큼 마력은 다루는 방법만 알고 있다면 효과가 확실해.’
하지만 마나는 너무 가벼운 탓에 움직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예시를 들자면 불어오는 바람을 손으로 쳐내는 느낌?
마나라는 물을 손으로 퍼 올리고 싶어도 안개처럼 다시 손 바깥으로 흘러내린다.
‘이걸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압도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를 모아서 마나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면 마력과 비슷해지겠지.
일단 먼저 마나를 올리기 위해서는 마나를 올려주는 아이템을 사야하고 그 아이템을 사기 위해서는…….
“골드를 모아야지.”
나는 적 트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Gold : 6457]
“이제 집을 가야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게임 진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팀의 KDA를 확인하려 하는데.
“어?”
나는 블렛의 KDA를 보고 꽤나 당황했다.
[블렛(하오린) : 17/0/0]
“17킬 0데스 0어시라고?”
현재 내 킬이 9킬이다.
그런데 블렛 혼자서 17킬이라고?
너도 킬 많이 먹었네?
“아, 아니. 킬 언제 그렇게나 먹었어요?”
현재 게임의 진행 시간은 아직 19분이다.
그렇다는 건 거의 처음 2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1분당 1킬을 했다는 뜻.
바텀이 꽤나 쏠쏠해.
로밍을 했다는 의미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납득하기 힘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런 느낌이었으려나?’
그만큼 경악스러웠다.
“일단 아이템부터…….”
나는 먼저 상점에 가서 아이템을 구매했다.
전무 마나를 올려주는 아이템으로.
뭐야? 갑자기 템을 왜 그렇게 가는 거야? 그것도 헨리로?
“글쌔요.”
일단 이 방법이 맞는 건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공격력이고 뭐고 전부 무시하고 일단 마나 아이템부터.’
내가 고른 아이템은 2가지였다.
다행히 딱 맞게 최종 아이템 두개를 일시불로 구매가 가능했다.
[여신의 성배]
마나 +500
주문력 +30
마나 재생력 +200%
적 처치 시 처치한 영혼을 성배에 담을 수 있습니다. 영혼 1당 주문력 10, 마나 50. (현재 스택 : 0)
마법사가 자주 가는 아이템이지만 주문력보다는 마나를 중시하는 아이템이다.
대부분 스킬을 자주 써서 마나가 부족한 전설이 자주 가는 아이템.
“아직…….”
하지만 이정도로는 부족했다.
[마법공학자의 마나 저장고]
마나 +600
체력 +200
마나 재생력 +100%
최대 마나량 50당 최대 체력 +30
아이템 사용 시 최대 마나량의 50%가 회복됩니다. (쿨타임 60초)
마나를 자주 사용하며 탱커 포지션에 있는 전설들이 자주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그냥 보면 체력과 마나만 조금 올려주는 매우 구데기 같은 아이템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매우 좋은 아이템이다.
지금 스킬 탱커라도 하려고?
스킬 탱커.
예전에 잠깐 조사한 바로는 ‘마법공학자의 마나 저장고’를 이용한 하나의 메타였는데.
스킬은 스킬대로 엄청 쏴대면서 겁나 딴딴해서 죽이기 힘든 메타다.
하지만 내 노림수는 그게 아니다.
“후우…….”
나는 얕게 심호흡을 한 다음 몸 안의 마나를 한곳으로 모았다.
오러연공법은 마력을 온몸에 퍼트리는 호흡법이다.
지금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방법.
‘마법사들이 사용하던 방법을 써야해.’
마법사들은 허공에 있는 마력을 자신의 심장에 가둔다.
물론 허공에 있는 마력을 주워다 바로 사용할 수 있지만, 마법도 각자 몸에 맞는 마력을 이용해야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온다.
그래서 자신의 심장에 마력을 모아 마력을 자신의 몸에 맞게 정화 시킨다.
‘그리고 그 심장에 모을 때 사용하는 방법을 쓰는 거지.’
심장 안에 마나를 꾹꾹 눌러 담으면 뭉치고 뭉쳐 마력과 같은 질량을 지니게 될 것이다.
물론 현실이라면 심장이 터지기에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방법이지만 이곳은 게임.
심장이 터질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
“크흑……!”
현재 내가 산 아이템으로 오른 마나는 온몸에 퍼져있다.
마치 오러 연공법과 같은 형태지만 그것도 형태만 그럴 뿐이다.
아쉽게도 마나가 너무 가벼운 탓에 오러와 같은 효율을 보일 수 없다.
“더…… 더…….”
나는 몸 곳곳에 퍼진 마나를 최대한 심장 안에 꾹꾹 눌러 담았다.
심장이 마나로 가득 차버리자 마나가 더 들어갈 곳이 없어졌다.
진짜 눈꼽 만큼도.
‘여기가 중요하다.’
나는 심장 안에 있는 마나를 최대한 구석으로 눌렀다.
그러자 마나들은 서로가 서로를 묶어 하나가 되러고 한다.
서로 조금씩 떨어져 있던 마나들이 서로 붙으려 하는 것이었다.
‘좋았어! 이걸로 심장에 빈 공간이 생겼다!’
나는 다시 심장 안에 마나를 담아 넣었다.
그리고 방금과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뛴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조금 호흡이 가빠지지만 죽지는 않는다.
조금 더 모을 수 있다.
“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아’소리를 내뱉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걸 눈치챘다.
아니 게임이 지고 있다는 건 아니었다.
내가 잠수를 타고 있는 동안 블렛이 알아서 게임의 승리까지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놀란 이유는…….
“이건 생각도 못 한 건데?”
대회가 기대되었다.
***
드디어 대회 마지막 날.
트라이 사이트에서는 시청자들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누가 이길 것 같음?]
내가 봤을 때는 레이든 팀이 이길 것 같은데?
댓글
아니 당연히 레이든이 이기짘ㅋㅋㅋ
아니 검성 피지컬 세계 2등 모름?
└그래봤자 꼬맹이짘ㅋㅋㅋㅋ
└검성을 그냥 꼬맹이라 하는 ㅁㅊ놈은 첨보네 ㅎㄷㄷ
그런데 검성하고 레이든 남매아니었나?
└ㅇㅇ
└생각하니까 남매 둘다 천재네 ㅋㅋㅋ
└남매가 너무 강함 엌ㅋㅋㅋㅋㅋㅋ
[이거는 내가 봤을 때]
블렛이 캐리함 ㅋㅋㅋ
댓글
블렛이 누군데?
└검성이랑 같은 팀임
└겜 잘함?
└모르겠음 딱히 활약한 것도 아니라;;
블렛을 모르넼ㅋㅋㅋㅋㅋ
└아니 지혼자 아는 것같고 쳐웃네 ㅡ.ㅡ
└상위권 티어인 애들은 블렛 아는 사람 많을걸?
└그정도임?
블렛보다는 솜사탕이짘ㅋㅋㅋ
솜밑검
└고도의 악질인가? ㅋㅋㅋㅋ 솜사탕이랑 검성 비교시키려하넼ㅋㅋ
트라이의 시청자들은 이 경기의 승리자가 누가 될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않은 솜사탕과 블렛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일단 가장 핵심적인건]
이번 경기는 ㄹㅇ 개꿀잼이라는 거임 ㅇㅇ
댓글
아 이건 당연한거고 ㅋㅋ
ㄹㅇㅋㅋ
ㄹㅇㅋㅋ
무조건 생방송 지켜봐야한다
나 지금 회사에서 몰래 보려고 준비함 ㅋㅋ
아 이건 치킨 시키고 봐야지 ㅋㅋ
***
“후! 하! 후! 하!”
옆에서 지은이 심호흡인지 그냥 거친 호흡인지 모를 호흡을 하고 있었다.
“넌 긴장 안돼?”
“당연히 긴장되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태연한 얼굴로 상대팀을 마주보고 있었다.
“하긴, 너는 이길 자신이 넘치는 거겠지.”
“제가요?”
“그럼 아니야? 딱 얼굴이 ‘이건 무조건 이겼어’하는 얼굴인데?”
나는 부정하려 했지만 차마 할 수 없었다.
실제로 반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뭐 비장의 수단도 있지만 블렛님의 실력을 봐버렸거든요.”
“블렛 오빠?”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블렛에 대해 잘 모르는 모양이다.
블렛과의 게임을 마친 후에 잠깐 블렛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정보가 별로 없는 게 이상하다…… 했는데 이유가 있었어.’
일단 첫째로는 U튜브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렇니 U튜브를 통한 유입도 없어 방송으로만 시청자를 모아야만 하다는 것이다.
물론 오빠를 통해 인기를 얻은 나는 예외지만.
그리고 둘째로는 인기가 그리 많지는 않다.
트라이 다시보기를 통해서 그의 방송을 보았으나 그냥 묵묵하게 게임을 하는 게 다였다.
방송의 특징이라고 하면 뛰어난 실력이 다였다.
‘이번에는 진짜 실력을 보여주려나?’
나는 이번에는 미드가 아니라 탑에 서기로 했다.
그냥 피지컬로 찍어 누르는 나는 아무 라인에 서도 상관없기도 했고 블렛과의 연습을 통해서 그가 탑보다는 미드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아아!! 드디어 마지막 게임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진행자가 마이크에 소리를 지르자 무대 아래에 있는 트라이 시청자들이 함성을 질렀다.
마지막 결승이라 그런지 모인 사람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았다.
그러면 먼저 각 팀의 리더는 앞으로 나와서 악수를 하고 각자 캡슐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팀의 리더인 정삼이 앞으로 나오고 상대 팀의 리더인 레이든 또한 앞으로 나와 서로 마주보았다.
그리고는 악수를 하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자 그러면 바로 캡슐에 들어가서 시작해주시길 바랍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