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58화솜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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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캡슐에 들어가고 가동시켰다.
잠시 눈을 뜨니 나무 원탁을 중심으로 다섯 명이 둘러 않고 있었다.
“밴픽은?”
“회의한 그대로.”
블렛이 먼저 묻고 정삼이 답했다.
그러자 블렛이 빠르게 밴픽을 잡았다.
[워울]
[켈트하르]
[파이어로]
워울은 두 개의 도검을 사용하는 쌍검사 전설이고, 켈트하르는 2m에 달하는 기다란 장창을 사용하는 전설이다.
워울은 당연히 레이든을 대비하기 위함이고 켈트하르는 솜사탕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물론 창이 흔한 무기인 만큼 창을 사용하는 다른 전설들도 있지만 가장 위협적인 건 켈트하르라고 했다.
“그러면 상대 밴픽은……”
적의 밴픽을 기다리자 곧바로 적 팀의 밴픽이 나타났다.
2팀 밴픽
[마스터 소드]
[티마]
[트렌]
“음……?”
뭐지? 이 미묘한 밴픽은?
겉으로 보기에는 견제를 하는 것 같지만 마치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라’라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밴픽이다.
“하하. 재밌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팀도 저런 밴픽은 안 하는 건데.
물론 밴픽을 정하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라서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그러면 파이팅 하자.”
“홧팅.”
“후……. 열심히 할게요.”
정삼이 먼저 파이팅을 외치자 블렛과 지은도 잇달아 의지를 내보였다.
***
“그런데 이런 밴픽으로 괜찮아? 진짜 여동생이라고 봐주는 거 아니지?”
“걔는 뭘 하든 문제야. 그냥 마스터 소드만 밴해도 충분해. 하라는 거 하라지 뭐.”
레이든은 자신의 여동생 주현아, 검성을 떠올렸다.
어디서 배운 건지, 아니면 진짜 천재라서 혼자 터득한 것인지는 몰라도 뛰어난 감각과 검술로 적을 압도적으로 무너뜨린다.
전설의 문제가 아니다.
오직 순수한 승리에 대한 열망과 실력으로 쌓아진 벽이다.
그 벽은 전설을 제한시켜봤자 끄떡없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탑으로 오는 검 맞아?”
“응. 블렛님은 원래 탑라이너가 아니거든.”
“그래……? 지금까지 대회를 보면 아니던데.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레이든은 비록 유일하게 있는 쌍검을 사용하는 전설이 밴을 당했지만,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다.
“그러면 크로노스로 잡겠습니다.”
레이든은 태도를 들고 있는 푸른 머리의 소년, 크로노스를 선택했다.
지금 워울을 사용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리라.
밴픽에 크로노스가 없는 걸 봐서는 아마 이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켈트하르가 밴 됐으니까……. 나는 이거나 할까.”
“그건…….”
“어때?”
“감당 가능하냐?”
솜사탕은 레이든의 말에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너 나 알잖아?”
***
[채팅]
검성 홧팅!
이건 레이든이 이기짘ㅋㅋㅋ
그래도 검성 지금까지 보여준거쉬 있는데?
검성충 OUT
뭔 검성충이야 검성은 갓직히 킹정이지
검성이 아무리 잘해도 레이든만 하려나
어떤 **가 검성님 욕했냐?
와 위에 검빠 좀 살벌하네 ㅎㄷㄷ
검성님 칼질 한 번이면 훅 가버릴 것들이 어딜 짭ㅊㅕ
어이 흥분하지 마시죠!
요즘 검빠들 심하다니까?
검빠란 검성 빠돌이를 약칭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살벌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이 채팅의 주인공은…….
“이 새끼들이…….”
유진이었다.
12강에서 지고 검성에 푹 빠져버린 유진은 가상현실 안에서 대회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 탑은 역시나 검성님인가…….”
인터넷을 보면 예측한 사람이 그리 많진 않지만 유진은 뛰어난 눈썰미를 통해서 블렛이 미드로 향할 것이라는 걸 미리 눈치채고 있었다.
“블렛님 게임하는 걸 보면 항상 건성건성 하더니 이제 진짜로 보여주려나.”
경기를 하고 있었을 당시에는 검성에만 집중하고 있었기도 했고 다소 흥분 상태라 블렛의 태도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제 3자로서 경기를 지켜보니 알 수 있었다.
‘엄청 여유로워.’
상대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지닌 자만이 가지는 그 특유의 오만함이 보였다.
그리고 이전의 유진이 하던 태도였기에 더욱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게다가 블렛의 트위치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블렛과 비슷한 티어의 방송인의 유튜브를 보면 가끔 블렛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부 블렛이 하오린을 플레이 했던 영상들이다.
“허! 참나!”
뭔가 짜증이 났다.
비록 검성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경기 때 나를 상대로 여유를 부렸다는 뜻이 아닌가.
자자 게임이 시작됩니다!
방송에서 해설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유진은 다시 방송에 집중했다.
‘문제는 솜사탕인데…….’
예측이 불가한 변수 덩어리.
그 이유는 솜사탕이 자신과 같은 종의 인간이기에 더 잘 알고 있다.
‘천외천과 천외천의 싸움이라.’
재밌을 것 같다.
물론 검성님이 이기겠지만.
***
게임이 시작되었다.
각 팀에서 선택한 챔피언이 이러했다.
정삼 팀
[헨리(탑)]
[잭프로스트(정글)]
[하오린(미드)]
[로즈(원딜)]
[혼돈목(서포터)]
레이든 팀
[방랑무사(탑)]
[이테미넘(정글)]
[크로노스(미드)]
[비루스(원딜)]
[아이리스(서포터)]
“방랑무사?”
옆에서 지은이 놀란 듯 말했다.
“이거 놀랐네요.”
나는 지은의 심정에 동감했다.
설마 나를 상대로 방랑무사라는 카드를 꺼내 들 줄이야.
뭐 딱히 내가 방랑무사를 잘 상대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내가 방랑 무사를 잘했던 이유는 건 커맨드 스킵이랑 검술 때문이었으니까…….’
그냥 대인전을 잘했기에 방랑무사‘도’ 잘했던 것이지 방랑 무사에 특화된 것은 아니다.
“그럼 저는 올라가겠습니다.”
“오케이.”
나는 망설임 없이 탑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곧바로 솜사탕, 방랑 무사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
“…….”
“이런 너무 과묵한걸. 긴장했니?”
솜사탕은 다소 도발적인 말투로 말했다.
지금 그녀와 말을 하다 보면 왠지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버릴 것 같아 굳이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내 대답은 이것 뿐이지.’
나는 1레벨 스킬로 [성검]을 찍고 곧바로 솜사탕을 향해 뛰었다.
“바로냐?!”
깡!
내가 검을 휘두르자 솜사탕이 같은 검으로 응수했다.
“[연속 베기].”
솜사탕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솜사탕의 기다란 도신이 푸르슴하게 빛나더니 사라졌다.
‘온다!’
검을 고쳐잡고는 적의 공격을 대비했다.
그러자.
카가깡! 캉! 카카깡!
순식간에 여러 번의 공격이 내 검을 공격했다.
마치, 일부러 검만을 노리는 듯한 공격들.
그러자 내 검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다행히 검을 강하게 붙잡고 있어서 멀리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그로 인해 틈이 생겼다는 것이다.
“빈틈!”
중심을 잃고 자세가 틀어진 나를 공격하려는 솜사탕.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일부로 넘어지고 옆으로 굴러 포탑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와 이거 너무 추한데.”
“이기는 게 중요하죠. 뭐.”
게임 속이라 그런지 이 바닥은 자갈이 별로 없기에 약한 몸으로 굴러도 딱히 아프지 않았다.
아니, 게임이라 안 아픈 건가?
[성검]
나는 스킬을 발동시키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방랑무사의 [연속 베기]는 비교적 쿨타임이 상당히 긴 스킬이다.
스킬의 유무를 따진다면 내가 더 우위에 있다.
캉!
다시 솜사탕과 내 검이 부딪혔다.
나는 검을 옆으로 밀어내며 다리를 솜사탕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솜사탕은 타이밍에 맞춰서 뒤로 빠져서 내 발차기를 피하고 다시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
나는 횡베기를 하려는 솜사탕의 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쳤다.
그러자 그녀의 검이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 허공을 날아다녔다.
‘지금이다!’
무기를 놓친 지금이 절호의 기회.
나는 그녀를 향해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내 검이 그녀의 몸을 벨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찰나, 그녀가 몸을 살짝 뒤로 돌리더니 등을 보인 채로 다리를 위로 올려 발 뒤꿈치로 내 검의 옆면을 쳐 올렸다.
‘칫!’
상상도 못 한 공격이었기에 대비하지 못하고 검을 놓쳐 방금 솜사탕과 같은 실수를 해버렸다.
“이제 우리 둘다 맨손이다?”
솜사탕은 그리 말하며 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격투술에 자신이 있는지 망설임 없이 나에게 붙으려는 움직임.
하지만 자신이 있는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