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 61화쿼드라킬
* * *
#61화
솜사탕 저거 뭐하는거임?
저거 고의 트롤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솜사탕 이거 나락가나요?
나락
나
나
락
하필 트롤짓을 해도 결승전에 하냐ㅋㅋㅋㅋㅋ
나
현재 대회의 결승전을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와 이걸 바로 들어오시네요?”
“이제 그 잘단 콧대 꺾어 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말 그대로 솜사탕의 트롤짓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반복되는 라인전.
아니, 그것을 라인전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지 의문이 들 만큼 전투밖에 없었다.
‘무슨 태어날 때마다 무지성으로 대가리를 박아 넣는 거야!’
검성은 솜사탕의 행태에 그저 어이가 출타할 뿐이었다.
솜사탕은 검성에게 죽고 또다시 부활하고 덤볐다.
그것도 라인으로 복귀하자마자 바로.
[솜사탕(방랑 무사) : 0/4/0]
[검성(헨리) : 4/0/0]
“진짜 그렇게 무지성으로 싸울 거에요?”
“넌 내가 무조건 이겨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하지만 시청자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는 대상은 솜사탕뿐만이 아니었다.
근데 검성은 킬먹은 돈으로 왜 저딴템 사는겨?
마나 저장고를 산다고?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가 안되네;;
시청자가 언급한 ‘마나 저장고’.
그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마법공학자의 마나 저장고]였다.
[마법공학자의 마나 저장고]
마나 +600
체력 +200
마나 재생력 +100%
최대 마나량 50당 최대 체력 +30
아이템 사용 시 최대 마나량의 50%가 회복됩니다. (쿨타임 60초)
***
“저거저거. 드디어 하는 모양이네.”
블렛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블렛이 로밍을 잠깐 와있었기에 옆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은 감튀가 물었다.
“무슨 소리에요? 혹시 형은 성아가 왜 저렇게 가는지 알고 있는 거에요?”
“두고보면 알거야.”
“아니 도대체 대회에서 하나같이 전부 급발진을 하는거야!”
브렛은 감튀의 절규에 피식 웃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검성도 검성이지만 블렛 그 또한 갑자기 라인을 교체하고 상의 없이 하오린을 선택한 것은 맞으니까.
“아 이제 시작이다.”
블렛은 비록 라인전에서 패배했지만 결국 게임은 이길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
‘자……. 하던 대로…….’
나는 마나를 심장에 꾹꾹눌러 담았다.
하지만 결론을 내자면 마나를 마력만큼의 힘을 만든다고 해서 오러나 마법처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 예상과는 달리 마나의 용도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판타즈마의 마력은 모든 힘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나는 달랐다.
오직 스킬을 발현하기 위한 소모값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엄연히 가상현실 속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마나를 마력만큼의 힘을 만들고.
“변환.”
그 정제된 마나를 바깥으로 내보낸다.
“출력.”
그 후에는 바깥으로 발현된 마나를 붙잡는다.
“고정.”
그리고 허공에 붙잡은 마나의 형태를 새로 잡는다.
“조형.”
그러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감각으로는 느껴지는 무언가가 허공에 생겼다.
“가보자고.”
나는 마나를 원판으로 만들고 바로 내 앞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그 원판 위에 올라 탔다.
“오오! 이게 진짜 될 줄은 몰랐는데.”
사실 이전의 게임에서는 내가 했던 단계는 그저 조형까지였다.
그 이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설마 올라탈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럼 이동을 해볼…… 어어!”
그래도 마나원판을 앞으로 이동시켜 하늘 스케이트보드를 만들어 보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원인은 내가 마나 컨트롤을 실패한 것이었다.
애초에 마나 자체가 많이 불안정하고 너무 큰 정신력을 요구했다.
아마 판타즈마에서 마력을 많이 써본 경험이 없었더라면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
마나가 부족했지만 기지에 있으니 다시 마나가 가득 찼다.
“어쩔 수 없이 걸어서 가야지.”
나는 그대로 라인으로 복귀했다.
그러자 나를 무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솜사탕과 마주했다.
“하……. 또에요?”
나는 슬슬 그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처음 마약을 접하고 중독 증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마약 복용자의 그것과도 같았다.
“무슨 싸움 처음해요? 뭐이리 싸움에 미쳤어!”
“어! 처음 한다! 넌 꼭 이길거야!”
“아니 무슨!”
이해가 안 되는 그녀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지만 싸움을 피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다른 것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솜사탕의 중얼거림과.
‘진짜 조금만 더 따라잡히면 진다.’
속으로 중얼거리는 나.
이 말대로 그 원인은 바로 어마무시한 그녀의 성장 속도 때문이었다.
이전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유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유진이 아무리 날뛰어도 그와 나 사이에는 경험이라는 커다란 벽이 존재하였으나 그녀는 달랐다.
경험이라는 벽조차도 부셔버릴 것 같을 정도로 폭발적이며 폭력적인 재능.
“간다!”
그녀는 기다란 검을 나에게 휘둘렀다.
나는 그대로 검을 쳐냈다.
엄청난 반동이 느껴졌으나 그건 솜사탕도 마찬가지일 것…… 일 텐데!
훙!
검을 쳐내자마자 날아오는 그녀의 검.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해냈으나 위험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검의 조예가 무슨…….”
“어딜 빠지려고!”
내가 거리를 벌리기 위해 살살 뒷걸음질을 하자 곧바로 따라오는 솜사탕.
그녀의 검이 계속해서 나를 위협했으나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검을 피해내고 있었다.
나는 교전이 오가는 도중 검을 앞으로 찔렀다.
솜사탕의 검이 내 목을 노리는 와중에 공격해온다?
그냥 보기에는 멍청한 판단이었지만 검성은 결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실수를 했구…… 어?!”
그래로 검으로 목을 치려는 순간.
깡!
“어라?”
솜사탕은 순간 뇌가 정지되었다.
검 끝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감각.
목이 아니라 무언가 막힌 것 같은 이 진동.
솜사탕은 이상함을 느끼고 검성의 얼굴을 보았다.
‘어어?!’
입꼬리가 약간 올라간 검성.
그녀의 얼굴을 보자 솜사탕은 이 상황은 검성이 의도했다는 걸 깨달았다.
“제기랄!”
푹찍!
검성의 검이 솜사탕의 배를 관통했다.
그 후에 검을 다시 빼고 이어서 날아오는 검격.
서걱!
“제기랄!”
솜사탕은 발악하며 검을 휘두르려 한 순간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발을 움직이려 했으나 발 또한 움직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미안합니다.”
솜사탕은 그저 몸이 굳은 상태로 그녀의 공격을 모두 받을 수밖에 없었다.
***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게임은 20분에 가까워졌다.
그 사이 검성은 풀템이 되었다.
그리고 그 풀템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템들이었다.
[마법공학자의 마나 저장고]
[여신의 성배]
[마나 소드]
[소피아의 망토]
[저항의 신발]
[매직 건소드]
신발을 제외하면 전부 마력으로 떡칠한 잡템들이었다.
하지만 템을 채워 넣을수록 검성의 싸움은 이상하게도 점점 안정적이었다.
물론 그녀가 안정적인 만큼 적은 뇌정지가 왔지만.
“아니 왜 공격이 안 먹힌 건데!”
“이건 버그잖아!”
“씨발 스타더스트 버그 안 고치냐! 뭐하냐고!”
중간에 발이 잡힌다던가.
갑자기 공격이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다던가.
갑자기 그녀가 허공으로 떠오른다던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천지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녀의 마나 조작 때문이었지만.
***
[적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검성은 맵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포탑을 깨부시고 다녔다.
다른 팀원들은 미드로 향해서 최대한 미드를 밀고 나는 외각을 돌고 있었다.
“야 지금 아무도 안 보이는 데?”
그런데 갑작스러운 지은의 보고.
그러고 보니 와드가 많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니맵에 적들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다.
“여기 있네요.”
현재 적탑 3차 포탑을 파괴하려는 순간 적 4명이 전부 보였다.
“저 하나 잡으려고 이렇게 모인 거에요?”
내가 물었으나 적들은 인정사정없이 스킬을 난사했다.
“[마기 화살]!”
적 원딜 비루스가 날린 화살이 내 볼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그리고 다음으로 날아오는 것은 스킬이 아니라 바로 솜사탕이었다.
“[찌르기]!”
그녀의 검 끝이 재빠르게 나를 노려왔다.
나는 찔러오는 검을 검으로 튕겨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시 검을 휘두르는 솜사탕.
“칫!”
나는 뒤로 빠져 검을 피했다.
하지만 나를 노려오는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적 이테미넘이 스킬로 나를 노려오자 나는 재빠르게 움직여 피해냈다.
그리고는 적 서포터를 향해 달려갔다.
적 서포터는 아이리스.
쉴드랑 힐을 하는 포지션이기에 계속 냅두면 게임이 힘들어질 것이다.
내가 적들 사이를 파고들이 아이리스를 향해 내 등 뒤로 수많은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날아오는 공격들.
우우웅!!
나는 순간 몸 안에 있는 마나를 움직였다.
‘변환. 출력. 고정. 조형.’
순간 엄청난 연산에 머리가 아파왔으나 가까스로 내 등뒤에 커다랑 장판을 까는데 성공했다.
탕! 깡 파팡!
순간 등 뒤에서 무언가 막힌 듯한 소리가 여러번 들려왔다.
“[축복의 방패]!”
아이리스가 허공에 방패를 소환해 내 앞을 막았으나 나는 점프해 그녀의 방패를 디딤발 삼아 한번더 점프했다.
그리고 이어서 아이리스의 등 뒤로 이동하고.
[성검]
스킬을 발동시키고 그녀를 베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론 데미지가 부족하니 여러 번.
[적 아이리스가 처치당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비루스를 향해 달렸다.
서걱!
순식간에 검격을 가하자 먼지가 되어 산화된 비루스.
[적 비루스가 처치당했습니다.]
그리고 서포터와 원딜이 사라지니 이제 남은 것은 탑라이너인 솜사탕과 정글인 이테미넘 뿐이었다.
[적 이테미넘이 처치당했습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야! 좀 당하라고!”
솜사탕이 나에게 검을 휘둘러왔다.
압도적인 속도의 검격.
캉!
나는 검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아 흘려보냈다.
그리고 이어서 반격을 가하려는 순간.
캉!
솜사탕의 검이 내 검을 막았다.
‘템 때문인가?’
내 템은 오직 마나 아이템으로 떡칠된 아이템들이지만 그녀의 아이템들은 달랐다.
정석적인 방랑 무사의 템트리.
힘과 민첩, 공격력과 치명타로 떡칠된 아이템들이었다.
민첩 능력치가 낮으니 검을 회수하는 속도도 빠른 것이다.
하지만.
“읏!”
나는 마나를 조작해 검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솜사탕은 검을 놓고는 또 다른 손에 검을 옮겼다.
서걱!
“읏!”
[HP : 40%]
단 한 번의 공격일 뿐인데 순식간에 60%나 떨어진 HP.
지금부터는 공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힘들지만 어쩔 수 없나.’
나는 머리를 최대한 굴려보기로 했다.
비록 마법에 재능이 없는 몸이었지만 어차피 필요한 건 하급 마법 정도에나 쓰이는 수식 정도일 뿐이다.
‘변환!’
마나를 마력으로 변환시켰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엄청난 대용량이었다.
‘출력!’
그리고 몸 안에서 변환된 마나가 바깥으로 나온다.
다음은 고정이지만 내가 하는 것은 고정 뿐만이 아니었다.
‘고정! 그리고 [마법공학자의 마나 저장고]!’
[마법공학자의 마나 저장고]의 사용 효과.
아이템 사용 시 최대 마나량의 50%가 회복됩니다. (쿨타임 60초)
스킬을 발동시키자 내 마나가 절반으로 채워졌다.
‘다시 변환!’
몸 안의 마나가 마력으로 변환되었다.
‘또다시 출력!’
이미 바깥에서 고정된 마나와 이제 막 출력된 마나가 융화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조형!’
허공에 고정된 마나가 조형되어 솜사탕의 온 몸에 달라붙었다.
지금까지는 조금씩만 몸 일부분에만 붙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몸 전체를 한 번에 구속시킨 것이다.
“우웁……!”
나도 모르게 입도 고정시켰는지 웅얼거리기만 하는 솜사탕.
이제 끝이다.
깔끔한 연계로 그녀의 몸을 베어냈다.
[적 방랑 무사가 처치당했습니다.]
“끝났다!”
이제는 포탑을 밀어버리기만 하면 끝난다.
─라고 생각한 순간.
[아군 잭프로스트가 처치당했습니다.]
[아군 로즈가 처치당했습니다.]
[아군 하오린이 처치당했습니다.]
[아군 혼돈목이 처치당했습니다.]
팀이 죽었다는 알림이 허공에 띄워졌다.
그리고 그 범인은 바로.
“레이든……?”
바로 오빠였다.
[헨리의 쿼드라킬!]
[크로노스의 쿼드라킬!]
둘의 쿼드라킬이 동시에 알려졌다.
“제기랄.”
아직 마지막 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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