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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검성은 방송한다-68화 (68/81)

〈 68화 〉 63화­열등감

* * *

#63화

[크로노스의 쿼드라킬!]

“하…….”

나는 허공에 있는 홀로그램 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으로는 흥분이라는 감정이 점점 자리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번에 복수해줘야지.’

판타즈마 n년차의 실력을 보여줘야겠다.

내가 겨우 평화에 찌들어있는 젊은이들한테 당할 것 같아?

나는 곧바로 레이든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얼마 걸리지는 않았다.

도착하고 보니 호읍을 가다듬고있는 레이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둘만 남았네?”

나는 자연스레 도발적인 억양으로 말을 걸었다.

하지만 레이든은 다른 상념을 품고 있는지 아무 반응도 없었다.

“이번에는 이겨 줄게. 내가 짬밥만 몇 년인데 저번에 진 게 억울해서 말이야.”

마치 제대로 이기지 못하면 내 판타자마에서의 시간이 헛세월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사선을 몇 번이고 넘기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성장했다.

그런데 그 내 모든 시간들이 겨우 재능이라는 것 하나에 진다고?

내 모든 노력이?

레이든도 뒤늦게야 전투를 준비하려는 찰나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복제 무기가 산화되었다.

“그럼…… 아.”

하지만 나는 그냥 지켜보지만 했다.

나는 겨우 이런 틈을 노리고 싸울 생각이 없다.

내가 레이든과 제대로 싸우려는 이유는 내 노력을 증명하기 위함이지 승리를 하기 위함이 없기 때문이다.

“기다려줄게. 다시 복제해.”

현재 게임으로 보고 있는 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오만하게 보일 수 있는 발언이지만 나느 개의치 않았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건 오직 레이든 하나뿐.

“이번에도 이겨 줄게. [무기 복제].”

레이든은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도발하며 무기를 복제했다.

“이번에는 절대 안 져.”

그래. 이번에는 절대로.

***

서로의 검이 부딪혔다.

하지만 내 검은 하나뿐이지만 레이든의 검을 두 자루였다.

부웅──!

나는 재빠르게 검을 회수하고 뒷걸음질을 치며 나를 노려오는 레이든의 검을 회피했다.

그리고 빠르게 걸음을 바꿔 레이든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

그리고는 검을 들어 레이든을 향해 찔러 넣었다.

후웅─!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레이든의 옷깃만 스치며 내 검은 허공만 지나갈 뿐이었다.

검이 빗나갔지만 내 공격수단은 검뿐이 아니었다.

훙! 퍽!

나는 다리를 휘둘러 레이든의 다리의 측면을 공격했다.

내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던 까닭일까.

레이든은 손쉽게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고 했다.

“다리와 검의 형이 없으니 그리 쉽게 틈을 보이는 거야.”

나는 나지막이 말하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큰 동작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

레이든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분명히 균형을 잃고 검에 무기를 실을 수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넘어지는 와중에도 나를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것도 매우 위협적인 검을.

깡──!

나는 급하게 검을 틀어서 그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구였기에 잔상처를 만들었다.

물론 게임이라 그저 데미지만 입고 육체적인 피해는 없지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뭔데…….’

나는 감탄했다.

아니, 감탄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공포를 느꼈다고 해야 할지.

‘분명히 나를 보고 있었어.’

나는 보았다.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고 명확하게 나를 노려오는 그의 눈동자를.

그리고 보기 좋게 상황을 역전시켰다.

“뭔데! 시발!”

나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해소하고는 레이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내 검들은 전부 레이든의 검에 의해서 막혔다.

처음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멀어져만 갔다.

점점 내 검이 그의 검을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검이 난잡해.”

뭐 검이 난잡해?

나는 순간 레이든의 말에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만으로 짜증이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캉! 파지지직! 팟─!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네. 너는 검을 그냥 휘두르는 게 아니야.”

뭔데.

네가 뭔데 나를 다 파악했다는 듯이 말하고 있는 건데.

“검을 휘두르는 것에 전부 형(?)이 담겨있어. 발걸음에 호흡까지──”

“닥쳐!”

나도 모르게 레이든의 말을 끊고 아무 생각 없이 검을 휘둘렀다.

“고맙다. 너의 힌트 덕분에 알 것 같아. 그래. 그냥 단순히 효율만 생각해서는 안 되었던 거였어.”

나는 순간 레이든의 움직임이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왠지 전장을 구르는 베테랑 용병의 움직임에서 체계적인 검사의 그것으로…….

“때로는 적에게 빈틈을 보여주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

닥쳐.

“네 호흡을 느끼고 알았어. 지금도 통제를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돼. 사소한 호흡 하나가 검의 모든 걸 바꾸고 있어.”

제발.

“발걸음…… 흔히 보법이라고 하지? 그건 네가 하는 걸 보고 대충 감이 오고…….”

왜 너희들은 전부 할 수 있는 건데.

“역시 중요한 건 심리인가…… 현아야.”

나는 결코 게임에서는 나를 불러서는 안될 이름이 들려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지금 매우 조급해하고 있어. 너 같은 천재가 왜그러는 거야?”

“뭐……?”

나는 순간 레이든의 말을 듣고 정신줄이 뚝─! 하고 끊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누가 나한테 천재라는 소리를 하는 걸까.

겨우 검을 몇 번 부딪힌 것 같고 내 모든 걸 가져갈 수 있는 천재가 나를 천재라고 부른다고?

“기만 하지마!”

나는 검성인데…….

왜 지는 거냐고.

“일단 머리를 식히는 게 좋겠다……. 승부는 다음 기회를 노리자.”

이미 승부가 났다는 듯한 그의 말투가 짜증났다.

‘하하…….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건가…….’

순간 허무함이 나를 덮쳤으나.

【뭐야. 내가 알던 현우가 아니잖아.】

머릿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나한테 하는 소리일까.

그러고 보니 현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건 판타즈마 이후로 처음이던가.

【내가 알던 현우의 눈빛은 그런 눈빛이 아니었는데…….】

내 눈빛?

【내가 알던 현우 씨는 재능도 없고 바닥을 기는 쓰레기라 처절하게 싸우는 남자였는데…….】

그래.

나는 바닥을 기어 다니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이 천재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던 걸까.

【현우 씨는 쓰레기처럼 살아서 살아남았는데……. 지금의 너는 절대 살아남지 못하겠네.】

그렇게.

내가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남았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자…… 다시 떠올려봐…… 그때의 지옥을.】

‘그래……. 지옥에서 살아남으려면 쓰레기처럼 살아야지.’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사선을 넘어가며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수많은 만남?

내 만남은 나를 더 지옥으로 빠트리려는 존재만이 있었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던 진짜 이유는 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는 ‘사선(死?)’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 내 모든 것이 검게 물들여졌다.

【아아── 그래야 제 현우 씨죠…….】

***

레이든은 생각했다.

‘무언가 이상해.’

방금까지 호승심에 가득 차 있던 여동생의 눈동자가 분노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초조함 때문일까.

그렇게 끝을 내고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검성의 움직임이 갑작스레 멈추었다.

‘포기한 건가?’

그런 의문이 드는 순간.

현아의 눈동자가 심상치 않다.

방금까지는 여러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면 지금은 마치…… 마주 보고 있으면 무저갱에 빠져버릴 것만 같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갑자기 무슨 우왓!”

갑작스레 검이 휘둘러왔다.

아까와는 다른 빠르기.

더 빠르며 날카로운 검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섬뜩하게 느껴지는 검.

“후우…….”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순간 강렬한 무언가가 내 몸을 덮쳐왔다.

물리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강렬한…… 살의(??)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서걱──!

검 한 자루가 내 왼팔을 베었다.

“……!”

현실이었다면 벌써 팔 한쪽이 날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순간 또다시 강렬하게 느껴지는 살의.

나는 가쁘게 호흡을 하면서도 검을 휘둘러 겨우 막아냈다.

‘뭐지? 의지라는 게 이렇게나 사람을 힘들게 하던가?’

물론 의지가 사람을 힘들게 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건 자의(??)가 아니라 타인의 의지에 의한 것이었다.

“지금.”

나지막이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

얇고 고운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어째서인지 차갑고 날카롭게만 들려왔다.

서걱─!

또다시 검성의 검이 내 몸을 갈랐다.

이건 기술의 영역이 아니었다.

광기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몰입에 의한 것이었다.

마치 생과 사가 오가는 전쟁터가 떠오르는 감정이 내 몸을 옥죄었다.

“제, 젠장!”

나를 향해 엄습해오는 검을 막기 위해 검을 휘둘렀으나.

타다다닥!

갑작스레 아래에서 날아온 돌멩이가 내 시야를 막았다.

실눈으로 발밑을 내려다보자 검성의 발등 위에 자그마한 돌조각 몇 개와 먼지가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서걱──!

또다시 몸이 베였다.

“끄어억!”

그런데 왜일까.

이상하게 통증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가상현실인데?

나는 그런 의문을 품음과 동시에 눈앞에 있는 검성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아아…….

나는 내 몸이 아픈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고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된 것에 불과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손목을 붙잡고 있는 것 같은 구속력이 느껴졌다.

‘이건……?’

나는 뒤늦게 이게 뭔지 깨달았다.

같은 팀들이 말하던…… 검성이 사용하던 정체불명의 기술.

‘진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 앞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서 어디에서도 승리의 쾌감과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상대를 죽여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무엇을 경계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강렬한 긴장감도 함께 느껴졌다.

[HP : 4%]

“현아야.”

“…….”

나는 떨리는 입술을 겨우 떼어내 말을 걸었으나 그녀는 여전히 침묵한 채로 검을 들었다.

서걱──!

[아군 크로노스가 처치당했습니다.]

무언가가 망가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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