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64화과거의 검성
* * *
#64화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미련하군.”
전쟁터에서 어느 적장의 군주가 나에게 말했다.
“어째서 그리도 생존에 집착하는가?”
왜 생존에 집착하냐고?
나는 당시에 이해할 수 없었다.
“때로는 보지 않아야 보이는 것이 있다네.”
그의 눈동자는 정말로 총명하고 순수한 무언가가 깃들어있었다.
명목상 마왕의 수하라고 하는데 과연 이런 남자가 인류를 배신하고 마왕의 편에 섰을까?
나는 그의 말에 잠시 흠칫했지만 나는 곧바로 검을 휘둘러 군주의 목을 베었다.
그러자 적들은 전의를 잃고 무기를 놓으며 항복했다.
나는 그것으로 또다시 하루를 벌었다.
***
자는 눈앞의 남자를 죽이고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세상은 나를 어여쁘게 봐주지 않으니까.
무슨 위협이 존재할지 모른다.
【아아…… 참으로 고고하며 아름다운 영혼.】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분명히 환청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공포를 상기하며 살아갔다.
공포를 잊으면 긴장을 늦추고 죽을 테니까.
이번에는 ‘그녀’가 나를 다시 긴장시켜 줄 공포의 대상일 것이다.
‘그녀’는 절대 이곳에 존재할리가 없을 테니까.
나는 어두워진 시야를 따라서 앞으로 걸아갔다.
앞에 보이는 건 단순해 보이는 가디언.
‘가디언? 뭐였더라…….’
나는 그릿 생각하면서 마력을 운용했다.
아니…… 마력과 비슷한 무언가였다.
‘몸에 깃들지 않아…….’
오러를 사용할 수 없다.
왜지? 확실히 마력과는 성질이 비슷하면서도 다르지만.
‘혹시 위험한 종류의 힘일 수 있다. 최대한 배제하고 전투한다.’
나는 곧바로 가디언을 쓰러트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력해 보이나 매우 단순하며 몸도 약했다.
‘그런데 몸이 왜 이렇게 굼뜨지? 게다가 키도 줄어들었어.’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제기랄. 흑마법사가 한 짓인가? 육체를 다루는 건 신성력을 다루는 신관이나 마기(??) 흑마법사뿐이다.’
하지만 빛과 수호의 교리를 배우는 신관은 육체를 바꾸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분명 흑마법사라는 건데…….
“아흑…….”
갑작스레 머리가 아파온다.
뭔가 기억이 흐릿한데…….
“아 미치겠네…….”
머릿속에서 이질적인 무언가가 느껴졌다.
제기랄. 마력만 멀쩡하면 바로 정화라도 시도해보는 건데.
“애초에 여기는 어디…… 으윽!”
또 뭔가 생각하려니까 머리가 아파온다.
기억을 더듬을 때마다 머리가 아파오는 건가?
아니,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기억을 더듬어도 머리가 아프지는 않았다.
그렇다는 건 다른 조건이 있거나 더듬는 기억이 문제라는 건데.
“그런데 이건 뭐지?”
나는 또다시 몰려오는 가디언들을 보았다.
왜 나를 노려오는 거지?
“으윽!”
머리가 또 아파온다.
【자…… 일단 적들부터 죽여버리죠.】
그래. 일단 나를 노리는 적들부터 죽여버려야 한다.
나에게 위협이 되는 건 모두 없애버린다.
***
와 이걸 검성이 이겨버리네
중간까지 레이든이 이기는 줄 알았는데
사실 레이든을 방심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두둥!
그래도 검성이 개쩔긴하네
나는 레이든이 이길 줄 알았음 ㄷㄷ
현재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이번 전투의 승패가 의외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대다수였다.
애초에 검성은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레이든의 천재성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상태였으니까.
이제 제2의 투신 나오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
위에 사람 선넘네;;
투신도 사람인데 뭐그리 신격화 시키냐;;
솔직히 투신은 신 ㅇㅈ해줘야지 ㅋㅋㅋ
화면 속의 검성은 그저 앞으로 천천히 나아갈 뿐이었다.
뭐지? 겜 끝내려는 건가?
끝낼 수 있나? 이제 부활할 것 같은데
차라리 드래곤이나 먹지
끝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약간 무리하는 건가
사람들은 검성이 그저 게임을 끝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
‘아 짜증나…….’
뭐가 뭔지 모르겠다.
기억을 건드는 능력이 누구거드라…….
“누구지?”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바라보자 벽 건너편이었다.
벽을 넘어 확인하자 커다란 돌덩이였다.
‘그런데 움찔거리는게 살아있는 것 같은데……?’
가디언의 다른 종류인 걸까.
그런데 문뜩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내 기감이 이렇게나 좋았나……?”
게다가 심장의 고동이나 호흡이 없는 이런 골렘 종류의 것은 기척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나는 일정 반경 내로 들어가자 순식간에 기척을 읽어냈다.
“내 경지는…… 읏!”
또 머리가 아파온다.
내 경지는……… 어디였지?
분명히 제 2계……가 아닌데?
뭐지? 나는 죽기 전까지 제 2계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자, 잠만…… 내가 죽기 전까지라고?”
무언가 이상하다.
이런 저런 기억이 뒤섞였다.
내가 모르는 또다른 다의 기억.
이건 전생인가?
“어? 전생……?”
단 하나의 단어만 내뱉었을 뿐인데.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파칭────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마치 자물쇠가 풀리는 듯한 소리다.
“아…….”
나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기억이 혼란스럽지만 일단 눈앞의 일부터 해결해야 한다.
“넥서스를 부신다.”
기억이 아직 혼란스럽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해야할 일 정도는 떠올릴 수 있었다.
앞으로 뛰어가며 미니언들을 베었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미니언들을 인도하며 쌍둥이 포탑 앞까지 당도했다.
“저거 잡아!”
저쪽 끝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허공에서 튀어나오더니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부활……? 아닌가? 에라이. 아까부터 이 이질적인 목소리는 계속 거슬리네.”
나는 그리 혼잣말을 내뱉으며 적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눈앞의 남성은 움찔하며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 무슨 애 눈빛ㅇ──.”
서걱.
나를 죽이려하던 남자는 하려던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목이 날아갔다.
하지만 아직 3명의 적이 남아 있었다.
“시간을 끌어! 레이든이 나올 때까지만……!”
서걱.
“[마기 화살]!”
기술 이름인지 모를 무언가를 외치며 나를 향해 커다란 화살을 쏘아냈다.
‘마기 덩어리인가? 그러면 저놈은 악마?’
생김새만 보면 악마가 맞았지만 느껴지는 힘으로 봐선 최하급 악마임이 분명했다.
최하급 악마는 저런 마기를 이용한 기술에 미숙할 테지만…… 저놈이 특이 개체라 생각하면 편하겠지.
커다랗고 새빨간 화살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검을 강하게 쥐고는 휘두를 준비를 했다.
“쓰읍…….”
황실 기사단장, 제이드류(?) 검술.
1식 바위의 검.
내가 검을 우측에서 좌측을 향해 횡으로 검을 베자 마기로 만들어진 화살이 파괴되며 산산조각 났다.
“아니 무슨 스킬을 부셔버리는 거야!”
악마가 경악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하지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악신(??)의 비호라도 받고 있는 걸까?
신체가 절단되지도 않으며 치명적인 곳을 찔렸음에도 일정량의 충격만 입는 것 같았다.
“제기랄!”
서걱! 서걱!
하지만 마력을 이용해 적의 발을 묶고 검을 몇번 휘두르니 적이 순식간에 죽었다.
[적 비루스가……]
허공에 이상한 글씨가 보였지만 무시했다.
이런 영문 모를 환상을 계속 보면 환영술사의 계략에 빠질 수 있으니까.
현재 마력으로 정신과 신체를 강화하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저런 걸 보면 안된다.
“그럼…… 넥서스를…….”
나는 검을 들고 넥서를 내려쳤다.
파각!
다시 한번.
파각!
넥서스를 계속 내려치니 어느새인가 넥서스가 허공으로 떠오르며 터졌다.
그리고 곧바로 시야가 암전되었다.
***
“잘했다!!!”
시야가 암전되고 눈을 다시 뜨자 나는 이상한 상자 안에 있었다.
그런데 내가 쓰고 있는 이 헬멧은 뭐지?
마치…… 지구의 현대 기술을 떠올리는 모습이다.
치이이이이익……….
그리고 눈앞의 유리막이 열렸다.
이게 뭔가 하고 보니 어느 중년의 남성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야! 성아야 수고했다!”
“서, 성아……?”
나는 그 이름을 듣자 순간 머리가 아파왔다.
“응? 왜그래 혹시 어디 아파?”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그냥 머리가 아플 뿐……입니다.”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왔다.
내가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마치 상황상 꼭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혹시 이것도 알 수 없는 기억의 영향일까?
“저 잠시 먼저 자리 좀 뜰게요.”
“어? 이제 시상식 시작하는 데?”
“머리가 생각보다 많이 아파서…….”
내 말을 들은 중년의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아프면 어쩔 수 없지. 가서 쉬고 있어.”
“네.”
나는 먼저 자리를 벗어났다.
모르는 길이지만 왠지 익숙했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오자 지구의 건축 양식들이 많이 보였다.
“설마…… 나는 지구로 온 건가? 아니, 난 이미 지구로 와 있던 거였어…….”
또다시 기억의 조각이 떠올랐다.
나는 걷고 걸었다
그렇게 태양 빛을 향해 앞으로 걸어 나갔다.
‘뭐지 피부가 약간 따끔 거리는데…….’
설마 내가 뱀파이가 되기라도 했다는 걸까.
나는 불안한 마음에 최대한 태양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골목 깊은 곳에서 다가오는 한 명의 여성.
“너는…….”
나는 저 여성을 알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충 20대 정도로 보이는 금발의 여성은 그냥 보면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저 걸음걸이나 웃음…… 그리고 기척이 나에게 알렸다.
저 여성은……….
“오랜만이에요. 현우 씨.”
“우리가 오랜만인가?”
나는 한번 호흡을 삼키고는 말했다.
“에리카 럭스.”
판타즈마에서 만났던 내 동료이자…… 세상에서 가장 미친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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