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검성은 방송한다-75화 (75/81)

〈 75화 〉 70화­인조인간

* * *

#70화

“아으…….”

나는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키며 눈을 비볐다.

그다음 양치를 하고 세수를 했다.

머리?

나가는 것도 아니니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일어났어?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니 현우와 마주쳤다.

“응. 어제 일찍 자서.”

“어제 일찍 방종했었지? 그럼 그럴 수 있겠네.”

나는 그대로 주방으로 향했다.

“먹을 게 있으려나…….”

나는 두 손으로 냉장고 손잡이를 붙잡은 다음 힘껏 당겼다.

덜컹…….

“쓸데없이 커다래서는…….”

나는 내 약골 체질을 욕하는 대신 애꿎은 냉장고를 욕하며 냉장고 내부를 살폈다.

“어? 치즈케이크 어딨지?”

“응? 치즈케이크? 그거 내가 어제 먹었는데?”

“……!”

나는 현우의 말에 순간 심장이 덜컹 떨어지는 감각을 느꼈다.

“아 먹고 남긴 거 아니었어? 남은 것 같길래 내가 먹었지.”

“아침에 먹으려 했는데…….”

“미안해. 그런 줄은 몰랐지. 내가 다음에 사줄게.”

뭐.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나는 너그럽게 현우를 용서하며 냉장고를 다시 살폈다.

“먹을 거 없나?”

“딱히 사놓은 건 없는데. 오빠가 해줄까?”

현우가 직접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으나.

“아니. 괜찮아.”

거절했다.

“아니야. 오빠가 해줄게. 안 해준 지 오래되지 않았나?”

“아니야. 진짜 안 해줘도 돼.”

“오빠 의지해도 되니까 오빠가 해줄게.”

나는 최대한 거절하려 했지만, 현우는 끝까지 요리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절대 현우의 요리를 먹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오빠 요리 맛없어.”

“…….”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었던 걸까.

현우는 (ㅠㅅㅠ) 같은 표정을 지으며 주방을 터벅터벅 나갔다.

“그래도 오빠 요리는 절대 못 먹지…….”

나는 그때를 기억한다.

간단한 라면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상상하기 힘든 무언가가 만들어졌던 그 보라색 라면(처럼 보이는 무언가)을…….

“아. 밥 어떻게 하지…….”

나는 잠시 고민을 한 끝에 결정했다.

“직접 해보자.”

나는 큰 결심을 하듯 양손에 주먹을 쥐며 혼자 중얼거렸다.

‘일단 귀찮으니까 계란 후라이 해야겠다. 프라이팬이 어디 있지?’

나는 식기가 들어있는 사물함 옆에 있는 사물함을 열어보니 여러 주방 기구들이 들어있었다.

가장 앞에 계란 후라이 하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프라이팬이 하나 있었기에 꺼내…….

“무거워.”

왜지?

“……하지 말자.”

한 손으로 들려고 하니 팔이 벌벌 떨리는 것이 영 불안했다.

“오늘도 시켜야 하나…….”

그렇게 배달 앱을 열려고 하는 그때.

딩동.

“응?”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집은 단독 주택이다.

딱히 이웃이 올 것 같지는 않은데 무슨 일일까.

‘일단 확인이나 하자.’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가서 옆에 있는 모니터를 열었다.

그러자 모니터에 카메라로 찍고 있는 문 앞의 상황이 비추어졌다.

“여자?”

모니터로 비추어지는 문 앞의 상황은 검은 머리의 한 여성이 다소곳하게 손을 모으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인터폰을 연결하고는 말했다.

“누구세요?”

­혹시 주현우 님 계신가요?

문 앞의 여성은 주현우를 찾고 있었다.

“네. 있는데 불러드릴까요?”

­아. 저는 이번에 집 가사 도우미로 고용된 유아영이라고 합니다. 혹시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가사 도우미?’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으로 주현우에게 연락했다.

­왜?

“오빠. 가사 도우미 불렀어?”

­아아. 엉. 우리 항상 밥도 시켜 먹고 가사도 잘 안 하잖아.

“…….”

생각해보니까 매우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아무래도 둘 다 캡슐에 쳐박혀서 게임에 인생을 바치고 있는 인간이라서인지 그 외의 일에는 많이 소홀히 했다.

‘엄마가 있었을 때가 좋았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인터폰에 입을 가까이 갖다대며 말했다.

“네. 그러면 문 열어드릴게요.”

나는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으로 문의 잠금 장치를 풀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열리자 검은 머리의 여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 예쁘다.’

긴 생머리에 차가워 보이는 표정의 외모.

뭔가 시크해 보이는 것이 드라마에 나오는 비서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뭔가 익숙한 얼굴이다?’

얼굴의 생김새가 아니라 표정이나 행동거지가 익숙하다는 것이다.

‘뭐 상관 없겠지.’

나는 그리 생각하는 사이 현우가 내려왔다.

“아 오셨어요?”

“네. 연락도 없이 와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러면 잠시 일로 와주세요.”

그렇게 현우와 아영은 거실로 갔다.

“……방이나 가볼까.”

약간 출출 했지만, 지금은 뭘 시켜 먹을 타이밍은 아닌 것 같아 결국 방으로 돌아갔다.

***

지금은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먼 과거.

자신은 매우 냉정하고 인정이 없었으며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은 한낱 ‘인조인간’에 불과했으니까.

『“네 이름은 ‘네블리아’야!”』

자신의 이름을 지어주었던 발명가.

발명가라기보다는 로봇공학자라 불리는 것이 더 어울렸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그렇게 칭했다.

하지만 자신은 이름을 지어주었던 주인에게 이리 말했다.

『“저에게 이름은 필요 없습니다. 간단하게 지어주십시오.”』

지금에서야 그 이름이 소중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20년 동안 그녀의 옆을 지켜주었다.

음식을 해주고, 발명을 도와주고,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 정부의 군대가 쳐들어왔다.

『“사살이다. 이 여자는 너무 위험해.”』

이상하게도 자신은 그날에만 전원이 꺼져있었기에 그녀를 지켜줄 수 없었다.

뒤늦게 그녀의 위험을 눈치채고 그려에게 달려갔으나 이미 상황은 늦었다.

『“……한가지 명령을 부탁해도 돼?”』

자신에게 단 한 번의 명령조차 하지 않았던 그녀가 마지막이 되자 명령을 부탁했다.

참으로 모순적이다.

명령을 부탁한다니.

『“인간이 되어봐. 감정을 지닌 인간이…….”』

그녀는 그렇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자신은 그날.

아주 조금이지만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았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그 이후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했다.

인간의 감정을 공부하고, 인간의 식습관을 알아갔으며, 사람들이 사는 곳을 다 찾아가보았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시스템상 절대 빛에 의해서 시야가 완전히 가려질 리 없는 자신의 시야가 빛났다.

처음에는 경험한 적 없던 일이라 당황했으나 금새 냉정을 되찾고 주변을 둘러보니 완전히 장소가 다른 곳이었다.

이세계.

차원을 뛰어넘고 이동한 것이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목적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일 뿐.

그렇게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알았다.

마왕을 쓰러트린 자에게는 ‘소원’을 빌 수 있다는 사실을.

원래라면 인간을 최대한 이해하고 어느 정도 인간이라는 것답게 행동을 취하려 했으나.

그 사실을 알아낸 이후로는 최대한 인간의 감정을 배제하고 행동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최단 시간으로, 완벽하게.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으나 문제는 없었다.

단 한 명만 희생하면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었으니까.

나는 그 희생의 카드로 하나의 쓰레기를 골랐다.

이미 그보다 훨씬 좋은 수단이 존재하였기에 버리든 말든 상관없는 존재.

이상하게도 명령을 잘 수행하는 꼭두각시.

지금 생각해도 왜 그리 충실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다른 동료를 구하고 마왕에 도전할 수 있었을 텐데.

아마 그는 무언가가 망가져 있던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마왕성 안에서 마왕을 죽였다.

딱히 큰 어려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마법사 하나가 희생되었을 뿐.

오히려 잘 되었다.

소원의 능력은 한계가 존재한다.

인원수가 많아질수록 자신이 빌 수 있는 소원의 한계가 좁아진다.

천마는 마왕에게 다가가더니 보라색 수정을 줍더니 그걸 입에 넣고 씹었다.

잠시 혼란이 존재하였으나 곧바로 여신이 나타나 우리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천마는 갑자기 사라지고, 에리카는 시련에 도전하겠다 하더니 둘 다 사라져버렸다.

“둘 다 소원을 빈 건가요?”

나는 물었다.

여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둘 다 소원을 빌지 않았습니다.”

희소식이다.

“그러면…… 저를 감정을 지닌 인간으로서 환생시켜줄 수 있나요?”

여신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인공 생명체를 인간으로라……. 다른 두 분의 소원 분량을 충당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네요. 알겠습니다.”

드디어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아마 인간이 되면 불편한 점이 많아지겠지.

하지만 자신은 드디어 인간의 감정을 알게 되는 것이다.

과연 주인은 나에게 칭찬을 해줄까.

‘자신의 명령을 수행해줘서 고마워.’라고.

그렇게 시야가 암전되고 눈을 뜬 순간.

“어라? 왜 안 우는 거죠?”

“어?”

자신이 알아듣기 힘든 어떤 언어가 들려왔다.

하지만 약간 익숙한 언어 체계.

검성이 사용하던 ‘한국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은 ‘유아영’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고 지구에 환생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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