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71화카X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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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방송 시작은 오늘도 7시로…….”
원래 나는 방송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으나 시청자들의 청원(?)으로 인해 7시로 정해지게 되었다.
“현아 님?”
“네?”
나는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답했다.
“점심은 해놨으니까 드시고 싶을 때 드시면 됩니다. 그래도 따뜻할 때 먹으면 좋으니까 지금 드시면 더 맛있고요.”
나를 부른 목소리는 유아영이었다.
차가워 보이는 얼굴에 비해 말은 굉장히 다정했다.
‘처음에 그 녀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뭐, 그럴 리가 없지.’
표정은 매우 닮아있으나 ‘그 녀석’은 이렇게 친절할 리가 없으니까.
1층으로 내려가서 식탁 위를 보니 현우의 몫과 내 몫의 함박스테이크와 샐러드가 있었다.
“아영 님은 밥 안 먹어요?”
“저는 이미 먹고 와서 괜찮습니다. 그리고 ‘님’자는 안 붙이셔도 됩니다.”
“……이게 편해서 그래요.”
‘님’이 아니라면 ‘씨’ 혹은 ‘언니’라고 불러야 하는데 중학생이 ‘~씨’라고 부르는 모습은 다소 어색하다고 느껴지기에 결국 ‘언니’라는 호칭을 써야 하는데…….
‘그건 죽어도 안 되지.’
지금 생각해도 스승님의 친우께서 하던 그 말투는 트라우마에 걸릴 수준이었다.
마음만큼은 여자인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라…….
생각이 딴 곳으로 새어버렸다.
나는 식탁에 앉아서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먼저 내려왔네?”
현우도 내려와서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손맛이 느껴지는 식사였다.
***
유아영은 이제 식사를 시작하려는 전(?) 주현우를 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이 이렇게 변해버리다니…….’
유아영은 알고 있었다.
현재 조그마한 모습의 어린 소녀가 판타즈마에 함께 소환되었던 검성이라는 사실을.
‘그의 습관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자신이 과거에 기계였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걸음걸이, 행동, 심리.
아니, 정확히는 모든 심리를 꿰뚫지는 못했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이라면 잊어도 이상하지 않을 기억량이지만 인조인간 시절의 기억은 전부 간직하고 있었다.
‘몸이 달라져서인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어.’
먼저 그는 주위를 잘 살핀다.
일반인이라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현재 그의 눈동자는 빠른 속도로 시시각각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눈동자를 보고 있지 않은 틈을 타서 말이다.
‘습관인가?’
검성도 자기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에리카가 평화에 찌들었다고 해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완전히는 아닌 모양이네.’
이 시대의 과학 기술은 자신이 살던 곳에 비해서 많이 뒤떨어져 있다.
가상 현실을 제외한다면.
비정상적으로 가상 현실 게임의 기술만 발전했지만 다른 것은 대체로 수준 이하였다.
‘아쉽게도 그 주위에 카메라가 없어서 대화하는 모습을 찍지는 못했지만, 소리를 듣는 것쯤은 간단하지.’
파훼법 정도는 알고 있다.
이전에 말했다시피 인조인간 때의 기억은 전부 가지고 있으니까.
그때 자신은 검성의 핸드폰을 해킹해서 마이크를 통해서 녹음을 틀고 모든 대화 내용을 듣고 있었다.
물론 에리카의 핸드폰 또한 해킹한 상태다.
‘가상 현실까지 꿰뚫을 수 있으면 편할 텐데…….’
아쉽게도 그것까지는 불가능했다.
자신의 세계에도 저런 기술은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검성의 정보에 대해서 전부 꿰뚫은 다음에 어쩌다 보니 현재 검성의 오빠인 주현우가 가사 도우미를 구한다는 걸 보고 곧바로 신청했다.
물론 그 과정 중에서 다른 신청자들은 강제로 취소 시켜서 결국 유일하게 자신만 남도록 만들어서 이렇게 고용되었다.
시급 3만 원의 가사 도우미.
딱히 안 할 이유도 없다.
물론 자신이라면 은행을 털어버릴 수 있지만 그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기에 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윤리적이다 아니다를 따지자면 윤리적이지 않다 쪽이지만 스케일이 다르기에 돈을 버는 방법 중에서 은행 털기는 뺐다.
“아영 님은 집은 어디세요?”
“용인 쪽입니다.”
“그러면 어디서 지내는 거에요?”
“현우 님께서 방을 하나 내주셨기에 거기서 지내려고 합니다.”
나는 순수한 눈빛으로 질문을 해오는 검성에게 하나하나 친절히 답했다.
‘그 공허한 눈동자와는 다르네…….’
하긴, 자신이 그를 얼마나 망쳐놓았던가.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라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전생의 죄를 현생에서라도 갚아야지…….’
비교적 안전한 지구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이 밀집해있는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위협이 존재할 테니까.
환생하여 새로 태어나고, 성장을 하며 감정을 깨달은 이후 매일매일 죄책감을 가지며 살았다.
검성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죄를 지었다.
‘유일하게 내 죄를 갚을 수 있는 사람…….’
그를 알게 되고 무거웠던 죗값을 조금이나마 청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구원으로 여겨졌다.
과거에는 자신이 망쳐놓았던 그의 순수한 눈동자를 지켜낼 생각이다.
평생을 바쳐서라도.
***
“26살……. 그런데 오빠랑 한 지붕 아래에 같이 지내도 되는 건가?”
들어보니 유아영은 26살이라고 한다.
약간 불안하지만 설마 사고라도 일어낼 리는 없으니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하……. 전전 생에 운전면허 정도는 따놓을걸…….”
나는 그리 중얼거리며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캡슐을 가동하겠습니까?]
“응.”
그렇게 가상현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왕의 침실처럼 꾸며있는 금색으로 가득 있는 방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그 게임이 분명히…….’
사실 어제 나는 게임을 했고 위기를 맞이했다.
그건 바로 내가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 운전!
시도를 해본 적 없던 것이다 보니 결국 연습이라도 해봐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여러 생각을 한 끝에 어느 결론에 도달했다.
“연습하자!”
현실에서는 면허가 없기에 할 수 없지만 가상 현실이라면 말이 다르다.
그리고 그 연습을 위해 가져온 것이 바로 이 게임!
“카 라이더!”
전전생의 삶에서 보았던 ‘넥X’ 회사의 ‘카X 라이더’와 이름이 비슷해 보이는 게임이다.
하지만 화면 너머로 하는 게임과 가상 현실로 하는 게임은 엄연히 다르다.
게다가 쪼꼬마한 차로 운전하는 것도 아니니까.
딱히 부스터라는 것도 없고 점프대 같은 것도 없다.
그냥 완전히 운전 기술로 승부를 보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먼저 방송을 키자.”
나는 방송을 켰다.
그리고 몇 초를 기다리자 순식간에 많은 시청자가 몰려왔다.
“기하(기사단 하이). 기하.”
검하
검하
안녕하세요
오 7시에 딱 맞춰서 켰네
검하
ㅎㅇ
“안녕하세요.”
어제 하던거 마저 갈거임?
라데(라스트 데이)?
그래서 운전 언제 해줌? ㅋㅋㅋ
면없찐 ㅋㅋㅋㅋ
면허 없는 찐따 어디있누?
“………오늘은 그 면없찐을 위해서 게임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
라데 안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안 해주네...
그래도 리얼 난이도인데 제대로 해야지
연습 정도는 해두는 게 맞다고 봄
원래 그런 게임은 죽으면서 배우는 법이다!
“오늘은 라데 안 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대충 시무룩했다는 글)
아쉽
운전 못 해서 좀비한테 몰려버리는 거 보고 싶었는데 ㅋㅋㅋ
나는 미리 다운을 해두었던 ‘카 라이더’에 접속했다.
“제가 가져온 게임은 이 게임입니다.”
게임에 접속하자 게임 로고가 나타났다.
레이싱 게임...?
유로 트럭 가져오는 줄 알았는데 ㅋㅋㅋㅋ
첫 운전인데 카 라이더를 가져온다고?
이거 고인물 겜 아닌가...
괜찮음?
“뭐 고인물이라고 해봤자. 얼마나 차이 나겠어요?”
음? 차이나(China)?
윗놈은 뭐하는 놈임?
고인물 얕보면 안 됨 ㅋㅋㅋㅋ
고인물이 아니라 석유들이 있는 게임이 카 라이더 인데...
잘 할 수 있음?
시청자들은 영 불안한지 나를 계속 만류하고 있었다.
“어허. 괜찮다니까요? 그럼 바로 튜토리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먼저 앞에 있는 차량에 탑승하세요.]
나는 앞에 있는 차에 탑승했다.
군데군데 녹슨 것이 약간 오래되어 보이지만 게임이니까 중간에 터지거나 그럴 리는 없겠지.
[특정 행동을 하면 폭파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
뭔가 처음부터 이상한 게임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