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76화좀비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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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ㅎㄷㄷ 총알 어케 피했누
리얼 난이도로 저게 가능한 움직임임?
알고보니 숨겨진 상태창이 있었던거임 ㅋㅋ
나는 달궈지고 있는 채팅창을 잠깐 흘겨보고는 눈 앞에 있는 남성에게 다시 집중했다.
제임스라는 이 남성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니 그 누구도 검성에게 함부로 다가오지 못했다.
“자, 잠깐!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지?”
“……상당히 당황스러워. 그냥 온 것뿐인데 갑자기 총을 겨누면서 위협하니까.”
눈앞에 있는 두 명의 여성이 있다.
한 명은 단발이었으며 다른 한 명은 긴 생머리다.
단발의 여성, 페일이라는 여성이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했다.
“일단 진정해. 제임스가 사나운 구석이 있어서 그런 거야. 결코 나쁜 의도로 그런 건 아닐 거라고.”
나는 페일의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페일은 그런 내 얼굴을 보고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무, 물론! 많이 당황스러웠겠지! 하지만 시국이 시국이잖아?”
물론 페일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좀비에게 작은 상처라도 입으면 곧바로 감염되는 이 세상에서 사람을 조심하는 건 좋은 자세다.
“그래도 그건 내 알바가 아니고……. 난 지금 기분이 매우 나빠…….”
인성 보소
ㄹㅇㅋㅋ
내 알빠는 아니지 ㅋㅋㅋ
아니 좀 용서해주라 ㅋㅋ
제임스라는 새끼는 죽이자
“크흑…….”
페일은 설마 내가 이런 태도로 나올 줄은 예상 못 했는지 당황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뭐, 농담이고. 그냥 잠깐 둘러보고 싶어서 말이지. 얼마 안 되어서 이런 베이스캠프를 벌써 만들었다는 게 놀라워서 말이야.”
나는 제임스의 머리에 갖다 붙이고 있던 총구를 때어놓고는 자연스럽게 내 주머니에 꽂았다.
“야……! 그거 내 초──”
“당신은 닥치고 있으세요.”
“…….”
제임스가 내 행동에 태클을 걸려는 순간 엘리스가 휴대용 나이프를 꺼내 들며 제임스의 목에 갖다 댔다.
역시 개새끼는 매가 약이다.
“……이제 제임스를 놔줄 수 있어?”
“뭐, 상관없겠지. 대신 우호적으로 나와줬으면 좋겠어. 좀비에게 공격은 안 당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건 물론이야.”
페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나는 제임스를 밧줄에 묶인 채로 밀어서 페일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잠깐 들어가도 되겠지?”
“어. 일로 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대피소를 만들었냐고 물었지? 알려줄게.”
그렇게 나와 엘리스는 처음으로 마주하는 베이스캠프에 입장했다.
[챕터 1최초의 베이스캠프]
이런 루트도 있었구나
나 여기 아는데 다른 스트리머가 할 때는 전부 무너져 있던데?
시간 제한인가?
일단 보자
“그런데 챕터는 순서가 다 정해져 있는 거에요?”
ㄴㄴ
그냥 발견한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됨
괜히 갓겜이 아니지 ㅋㅋ
자유도가 엄청 높음
유저가 가는 루트에 따라서 이야기가 전부 달라지니까 ㅋㅋ
나는 시청자들의 친절한 설명에 감사의 말을 하며 페일을 계속 따라갔다.
긴 생머리의 다른 여성은 어느새인가 다른 곳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 베이스캠프가 어떻게 이리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지?”
내가 설명을 독촉하자 페일이 말했다.
“어지간히 궁금한 모양이네. 사실 이 베이스캠프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어. 정확히는 그냥 오두막 몇 개랑 캠프파이어용 나무만 있었지.”
설명을 들어보니 사실 이곳은 그냥 어떤 사람들이 여기서 놀기 위해 따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마시멜로도 굽고 고기도 굽고 오두막에서 자면서 놀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닥터 프렐리오 님이 이곳을 대피소로 만든 거야. 참고로 베이스캠프가 아니라 대피소라 불러줘. Dr(닥터).프렐리오 님이 거점이 아니라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대피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들었다고 하니까.”
들어보면 Dr.프렐리오라는 사람은 참으로 선한 사람인 것 같다.
물론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Dr.프렐리오 님이 도망쳐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을 모아서 목축을 짓고 경비 체재를 만들어주었어. 진짜 고마우신 분이지. 게다가 강자가 지배할 수 없는 환경도 만들어주었어.”
나는 페일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이 제각각 일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목축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있고, 또 누군가는 나무를 패고 있다.
“아무도 저를 경계하지 않네요.”
ㅇ? 그렇네?
보통 처음 보는 사람이면 경계할 것 같은데
여기 있는 사람들도 서로 얼굴 모르는 거 아님?
“서로 얼굴을 모르는 눈치는 아니에요. 사람들도 전부 저를 잠깐 흘겨보는 걸 보니 처음 보는 얼굴이라는 것 정도는 인식하는 것 같고요.”
하지만 딱 그 정도에서 그칠 뿐.
경계나 두려움, 위협과 같은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만큼 이 대피소라는 곳을 신뢰하고…… 평화로운 이 상황에 안주하고 있는 것 같네요.”
나는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혼자 중얼거리는 도중 이상함을 느꼈다.
“저기 페일.”
“네?”
“이 근처에 좀비는 전부 죽여버린 건가?”
“아니요. 애초에 좀비는 많아봤자 넷까지만 봤어요.”
뭔가 이상하다.
이곳까지 오면서도 많은 좀비를 보았다.
아무리 이동을 하느라고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너무 심했다.
‘그러고 보니 차로 이 근처에 도착하니 좀비가 보이지 않았어.’
자동차는 비교적 소음이 심하다.
심지어 현재 자신이 운전하던 차는 대형이기에 엔진음이 더 심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좀비가 몰리지 않을 수 있지?
‘게다가 사람들이 조용히 있는 것도 아니야.’
그런데 좀비가 가만히 있는다고?
이건 확률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뭔가 수상해.’
아무래도 Dr.프렐리오라는 사람을 만나봐야 할 것 같다.
“Dr.프렐리오는 어디 있습니까?”
“당신이 오기 전에 잠시 주변을 탐색하겠다고 나가셨는데……. 그렇고 보니 벌써 3시간은 지났잖아? 원래라면 지금쯤은 돌아와야 하는데?”
페일이 이상함을 감지한 순간.
“좀비다! 좀비야! 도망쳐!”
“수가 엄청나! 저건 절대 못 이겨!”
외벽에 있던 사람들이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급하게 뛰어다녔다.
“좀비? 그냥 죽이면 되잖아.”
페일이 횡설수설하는 남성을 향해 말하자 남성이 소리쳤다.
“닥쳐! 언뜻 봐도 100마리 이상은 되었다고! 저걸 어떻게 상대해! 모두 죽을 거라고! 도망치는 게 답이야!”
남성은 그리 말하며 어디론가 뛰쳐나갔다.
“100……?”
페일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바닥에 있는 알루미늄 야구 배트를 챙기며 감시탑으로 보이는 무언가로 올라갔다.
나도 사다리를 따라 올라갔다.
“마, 말도 안 돼…….”
나는 중얼거리고는 입을 뻐끔거리는 페일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을 따라 경치를 확인하니…….
“저게 100이라고?”
나는 감시탑을 통해서 보이는 전망에 순간 압도되었다.
“아무리 봐도 500은 넘어 보이잖아! 심지어 변이종도 있어!”
나는 페일의 말에 물었다.
“변이종?”
“Dr.프렐리오 님이 알아낸 건데. 가끔 특수한 힘을 가진 변이종이 있어. 저기 저놈 처럼 덩치가 비상적으로 큰다던가 말이야. 가끔은 입에서 불을 뿜는 놈도 있어.”
저 멀리 확인하니 압도적인 덩치로 눈에 띄는 좀비 한마리가 있었다.
대충 봐도 3m는 될 것 같은 압도적인 크기의 좀비.
다행이라면 살이 너무 두꺼워 움직임이 느려 보이는 것 정도려나.
“아까 그 녀석의 말이 맞았어. 이건 절대 못 이겨. 도망치는 게 답이야.”
[챔터 2좀비 군단]
[알 수 없는 이유로 좀비 군단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우선 생존을 확보하고 원인을 파악해보자!]
홀리몰리....
저거 뭐임?
난 저딴 시나리오는 본 적 없는데?
난이도 미쳤네
아니 애초에 못 이기는 이벤트인 듯
ㄹㅇ 그냥 도망가라고 만든 챕터다
필패 이벤트인듯 일단 도망 ㄱㄱ
“수가 엄청나기는 하네요.”
“검성 씨! 일단 도망가야 할 것 같아요!”
페일은 도망간 지 오래였고 엘리스가 옆에서 나를 독촉했다.
“검성 씨?”
“…….”
나는 저 멀리에 있는 좀비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 순간 들려오는 하나의 후원 메시지.
[‘흑우맨’님의 1000원 후원!]
[미션 하쉴?]
“미션이요?”
[‘흑우맨’님의 1000원 후원!]
[좀비 1마리=2천 원, 변이종 1마리=3만 원. 콜?]
나는 미션의 말에 순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지금 저보고 저 좀비때 사이로 들어가서 잡으라고요?”
[‘흑우맨’님의 1000원 후원!]
[ㅋㅋㅋ 안전자산 ㄲㅂ ㅋㅋㅋㅋ]
흑우맨이라는 시청자가 나를 조롱했다.
물론 악의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농담이라는 걸 알고 있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후원받았습니다. 오늘 지갑 텅텅 비워둘 각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