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화 (4/648)

제4장: 자구책. 충성의 찬가.

이각이 지나자, 바깥의 수위가 말했다.

“이제 갈 시간이다.”

그러더니 지하 감옥의 철문이 열리고, 엄당 무사 둘이 들어왔다.

“미안하게 됐다.”

그들은 앞으로 와 두변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지하 감옥에서 나온 두변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눈부신 햇살을 피했다.

환관 학원의 수많은 학생이 가는 길을 배웅해줬다. 그들의 눈에는 경멸과 동정, 그리고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꿈속의 장면과 똑같았다.

일각 정도 지난 뒤, 마침내 환관 학원의 대문에 도착했다. 밖에는 최씨 가문의 무사들이 빼곡하게 서 있었다. 완전 무장한 상태로 차가운 표정에 잔인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이, 이 역시 꿈속과 똑같았다.

두변의 시선은 문밖에 있는 중년 남녀를 향했다. 꿈속에서처럼 자신의 유모와 그녀의 남편이 길에 꿇어앉아 목놓아 울고 있었다. 그들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는데, 그 눈빛에는 사랑과 절망이 담겨 있었다.

그 익숙한 감정이 다시금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어쨌든 지금 두변의 몸은 이 세계의 것이기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유모, 난 죽지 않아. 내가 살아서 평생 유모에게 효도할게.

두변이 속으로 말했다.

두변은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남부러울 것 없을 정도로 출세해서 보기 좋게 경성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자신을 매정하게 버렸던 가족들을 짓밟아 줄 것이다.

“두변, 이 세상은 참혹하다.”

익숙하고도 낯선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모든 사람이 일사불란하게 무릎을 꿇었고 숨소리 하나 없었다.

저벅. 저벅. 장내에는 무거운 발소리만 들렸다.

두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다.

광서성의 엄당 거두, 환관 학원의 산장이자, 대녕 왕조 동창의 만호 이문회.

아직까진 이 모든 게 꿈에서 본 것과 같았다.

두변의 생사가 결정될 시간이 곧 다가온다!

두변은 마음속으로 거꾸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죽을 것인지, 살아남아서 출세까지 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모든 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달렸다.

“네가 죽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만, 살려둘 가치는 없는 거 같구나. 엄당이 네게 미안하게 되었다. 잘 가거라.”

이문회가 천천히 말했다.

이문회가 손을 휘젓고는 몸을 돌리자, 엄당 무사 둘이 다가와 두변의 팔을 잡았다.

지금이다! 바로 지금이야! 자객이 화살을 쏠 때가 됐어!

속으로 숫자를 세느라, 두변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목에 있는 솜털마저도 삐쭉 곤두섰다.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군중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자객이 드디어 화살을 쏜 것이리라!

“산장, 조심하십시오!”

두변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이문회 쪽으로 생각해둔 거리만큼 몸을 날려 대신해서 화살을 맞았다.

이 모든 것이 천둥 번개가 치듯 순식간에 일어났다.

푸슉!

피가 튀고, 화살이 두변의 가슴을 관통해 이문회의 등 쪽으로 그대로 날아갔다.

화살의 위력이 이처럼 대단하다니!

두변은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저 거대한 힘이 짓누르는 것처럼 앞으로 꼬꾸라졌다. 새빨간 피가 그의 가슴에서 솟구쳤다.

대문 밖에서 유모가 아연실색해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유모는 두변에게 달려오려 했으나 몇 걸음 오지 못해 혼절했다.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두변은 원래 가슴이 아닌 어깨로 화살을 받으려고 했다. 가슴엔 심장 아니면 폐가 있으니, 가슴에 활을 맞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빌어먹을.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설마 이대로 내가 죽는 건가.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던 두변은 눈앞이 순식간에 흐려지기 시작했다.

푹!

날카로운 화살은 두변을 관통한 후 그대로 이문회의 등으로 날아가 1촌 깊이로 박혔다.

사람들은 몹시 놀랐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소리쳤다.

“자객이다!”

수많은 엄당 무사들이 이문회에게 달려왔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문회는 곧장 몸을 돌렸으나, 꿈에서처럼 바로 자신에게 박힌 화살을 뽑지 않았다. 그는 화살을 등에 꽂은 채, 음험한 눈빛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변을 쳐다봤다. 이문회는 두변의 곱상한 얼굴과 계속 피가 솟구치는 가슴의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이문회는 내심 깊게 감동했다.

최씨 가문을 벌하기 위해 이번 자객 사건을 계획한 자가 그 자신인 만큼, 누구보다도 사건의 내막은 잘 알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쓸모없는 두변의 목을 벤 후 그의 목을 건네주며 최씨 가문에게 선전포고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환관 하나가 이처럼 깊은 충심과 뜨거운 피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목숨을 걸고 내게 날아오는 화살을 막으려 할 줄이야.

이런 충심을 그 어떤 단어로 형용할 수 있을까. 자신의 목숨으로 나를 지키려 하다니. 이 세상에 이보다 더한 충심이 무엇이 있을까.

방금 이 일은 순식간에 일어난 것이니, 두변으로서는 머뭇거릴 시간도 득실을 따질 시간도 없었을 테지. 저 아이가 몸을 날린 것은 오로지 무의식적인 본능 때문일 뿐!.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조금 전, 이문회는 두변을 매정하게 버렸다. 두변의 목숨을 개미 목숨으로 여겼고, 두변에게 어떠한 연민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문회가 두변을 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자객이다. 자객을 잡아라!”

엄당 무사들이 무기를 뽑아 들고 밖으로 쏟아져나와 최씨 가문의 무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이문회는 아직 화살을 등에서 뽑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층계를 내려와 두변의 앞에 섰다. 그는 재빨리 손가락으로 두변의 점혈을 눌러 지혈했고, 그의 맥을 짚으며 심장박동을 확인했다.

심장박동은 미약했지만, 다행히 화살이 급소를 빗겨나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1촌만 더 어긋나서 들어왔어도, 두변의 심장은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산장, 저, 저는 결백합니다. 부디 제 유모를 부탁드립니다.”

두변이 유언처럼 말을 남겼다.

“걱정 마라. 너는 죽지 않을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라도 내가 너를 구해 올 테니까.”

이문회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두변, 우리는 지금부터 부자의 연을 맺은 셈이다.”

두변은 그의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지만,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는 못했다. 곧이어 두변의 눈앞이 흐려지더니 그대로 기절했다.

두변을 안고 일어난 이문회는 바깥에 있는 최씨 가문의 무사들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최씨 가문이 대담해졌구나. 나를 암살하려고 하다니, 우리 엄당이 우스워 보이더냐?”

쿵. 쿵. 쿵.

엄당의 무사 수백 명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최씨 가문의 무사들을 겹겹이 둘러쌌다. 이어서 몇백 명의 궁수들이 위치를 잡고는 최씨 가문 무사 수십 명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무기를 내려놓고 자객을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밖에 있던 최씨 가문 무사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그저 최씨 가문의 소저를 욕보인 두변을 데려가려고 왔을 뿐이다. 자신들이 환관 학원의 수장인 이문회의 암살을 기도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러나 화살을 쏜 자객은 자신들 사이에 있었다. 시커먼 진흙 덩이가 바지에 묻었을 땐, 그것이 똥이 아니라고 울부짖어도 소용없는 법이다.

“전부 죽여라!”

이문회의 명령이 떨어지자, 학원의 궁수들이 팽팽히 당겼던 활시위를 놓았다.

슉. 슉. 슉.

최씨 가문 무사들이 하나둘씩 죽기 시작하자, 남아 있던 무사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고 자진 투항했다.

이문회는 머리를 숙여 피범벅이 된 두변을 한번 바라본 뒤, 다시 고개를 들어 천천히 말했다.

“가서 최씨에게 전해라. 광서성 전체를 피로 물들이지 않으면, 나 이문회는 경성으로 돌아가 창공(廠公)을 뵐 낯이 없다고.”

이제, 계림부(桂林府)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깊은 상처로 기절한 두변은 또 다른 꿈속 세계를 걷는 기분이었다. 주변은 칠흑처럼 검었고 그 중심에서만 빛이 반짝거리면서 얼굴 형상을 만들어냈다.

두변이 물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나를 이 빌어먹을 세계로 데려온 게 당신입니까?”

기이한 불빛의 얼굴이 대답했다.

“여기가 마음에 안 드나? 너같이 교활한 사내한테는 천국일 텐데?”

“나를 여기에 데려온 이유가 뭡니까?”

“아직 알려줄 때가 아니다.”

“그럼 일단 나를 정상적인 남자로 만들어 주시지요. 여자 없이는 못 살겠습니다. 나는 1년 365일 내내 여자를 품어야 살 수 있다고요!”

“네가 엄당의 일인자가 된다면, 자연히 정상적인 남자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너에게 10년의 시간만 주어진다는 것을 명심해라. 10년이 지났음에도 엄당의 일인자가 되지 못한다면 내가 너의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니까.”

기이한 불빛의 얼굴이 낸 목소리에서는 음의 높낮이도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가 한 말들이 모두 실현될 거라는 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10년이라니, 지금 장난합니까?”

두변이 화를 내며 따졌다.

“내 기억으로는 대녕 왕조 엄당의 수장들은 모두 마흔다섯 살이 넘었습니다. 10년 후면 나는 겨우 스물여덟 살인데, 동창의 천호(千戶)가 되는 것도 기적이라고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고. 네 다음 목표는 환관 학원의 최종시험에서 1등을 하는 것이다. 1등을 해서 동창에 들어가서 출세 가도를 걸어라. 물론, 1등을 못 한다면 처참하게 죽게 될 테지만.”

꿈속의 두변은 깜짝 놀랐다.

환관 학원의 마지막 시험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만 남았다. 두변의 현재 성적은 꼴찌인데, 단기간에 1등이 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 않은가. 이것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다들 5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했는데, 자신은 이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지 않은가!

“6개월 만에 꼴찌에서 1등이 되라고요? 차라리 그냥 죽여줘요!”

두변이 화가 나서 소리치자, 기이한 불빛의 얼굴이 천천히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라. 최종시험에서 1등을 못 한다면 그때 죽여줄 테니까. 학원에서 1등도 못하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거든.”

“제기랄. 제기랄!”

분노하던 두변이 뒤이어 물었다.

“엄당의 1등이 되는 것 말고, 내가 진정 남자 구실을 제대로 할 방법은 없습니까? 난 1년도 도저히 못 기다린다고요!”

“방법이야 있지. 불가능에 가깝지만 말이야. 그리고, 환관도 아내를 들일 수 있을 텐데? 돈과 권세가 있는 환관들은 여러 아내를 거느리지 않나? 낄낄낄.”

기이한 불빛은 말을 하면서 서서히 어두워졌고, 두변은 그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젠장. 저 새끼가!”

두변은 이렇게 외치면서 허공에 주먹질하다가 눈을 번쩍 떴다.

몇 날 며칠 동안 누워있던 두변이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 그는 자신이 화려하고도 부드러운 침상 위에 누워있음을 깨달았다. 주변에서는 향긋한 향기도 났다.

이렇게 오랫동안 혼수상태일 필요는 없었지만, 혼수상태에서 하는 치료 효과가 더 좋았기 때문에 깨어나는 것이 좀 늦어졌다. 최고의 치료를 받은 덕에, 두변은 깨어났을 때 그렇게 쇠약해진 느낌을 받지도, 큰 아픔을 느끼지도 않았으며, 상처에는 이미 딱지까지 앉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이 세계에서 가장 특수한 능력을 지닌 약재의 효능 덕분이었다.

두변이 눈을 뜨고 처음 본 것은 유모의 아름답지만 초췌해진 얼굴이었다. 어찌나 울었던지 그녀의 두 눈은 빨갛게 부어있었다. 그녀는 이미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였다. 초반에는 두변이 걱정돼서였고. 나중에는 두변을 간호하기 위해서였다.

“두변!”

유모가 깨어난 두변을 보며 기쁜 목소리로 그를 부르더니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하지만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

“미안해. 걱정 끼쳐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돼요.”

유모가 눈물을 훔치며 두변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녀는 미리 끓여둔 삼탕(参湯)을 가져오면서 말했다.

“어서 이 혈치(血雉: 꿩의 종류) 삼탕 좀 먹어봐요.”

유모가 두변에게 삼탕을 정성껏 한 숟가락씩 떠먹이기 시작했다.

거의 다 먹었을 때쯤,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이문회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침상 앞에 서서 두변을 지그시 바라보았으나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유모는 마지막으로 몇 숟가락을 더 먹인 뒤 이문회에게 깊이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두변은 급히 자세를 고쳐 앉았으나 침상에서 내려가 절을 하진 않았다.

환관 둘이 들어와 화려한 장식의 의자를 침상 앞에 놓았고, 이문회가 그 의자에 앉았다.

“작년 시험에서 500점 만점에 40점을 받았더군. 어찌 된 일이냐?”

이문회가 엄격한 목소리로 물으며 두변의 성적표를 침상 위로 던졌다.

“말해 보아라. 어떻게 된 거지? 누구한테 항의하는 거냐? 아니면 누군가에게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냐? 너는 경성에 있는 두씨 가문의 아들이지?”

“죄송합니다.”

두변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윗사람이 꾸짖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아낀다는 뜻이니, 윗사람의 꾸중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두변은 그 점을 아주 잘 해냈다.

“그래. 두씨 가문에서 너에게 잘못했을지언정, 우리 엄당은 너를 어떻게 한 적이 없다. 이런 자포자기식의 학습 태도는 엄당의 귀중한 인력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임을 아느냐?

너도 우리 엄당이 떳떳하게 당파를 만들고, 또 환관 학원을 설립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힘이 들었는지는 알 것 아니냐. 얼마나 많은 선배의 희생을 담보로 쟁취한 것이냔 말이다. 그런데 네가 그들에게 감히 먹칠을 해?”

“죄송합니다.”

두변이 진심 어린 표정으로 정중히 대답했다.

이문회가 이어서 말했다.

“모두가 다 너처럼 행동한다면 우리 엄당이 대녕 왕조에서 제 몫을 담당할 수 있을 거 같으냐? 또 어찌 거세당한 가엾은 이들을 돌봐 줄 수 있으며, 황제가 하사하신 녹봉을 받을 수 있겠느냐? 우리 엄당은 무능한 사람은 원하지 않고, 무능한 인재를 키울 생각도 없다. 그러니 너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야!”

천둥소리와도 같은 이문회의 목소리는 두변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말해 보아라.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네 삶을 자포자기했음에도 목숨을 걸고 나를 구했는지!”

이문회의 목소리가 점차 누그러졌다.

두변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제 목숨은 보잘것없지만, 엄당에는 산장이 없으면 안 되니까요.”

“네 목숨이 큰 가치가 없는 건 맞다. 그렇지만 내 목숨 또한 네 생각처럼 값어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엄당을 위해, 그리고 황제 폐하를 위해서라면 그 누구도 희생할 수 있어야 하지. 물론 나도 그래야 하고.”

잠시 침묵이 흐르고, 이문회가 말을 이었다.

“나를 구해준 네 행동에 나는 무척이나 감동했다. 그렇지만 내가 너한테 특별히 대우해 줄 거란 헛된 기대는 말아라. 6개월 후에 너를 광무사, 직조국이나 선박사로 따로 빼주진 않을 것이다. 그런 건 꿈도 꾸지 말거라. 나 이문회는 공과 사의 구별을 철저히 하며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다.”

“알고 있습니다.”

두변이 대답했다.

“네 성적은 정말 최악이구나. 이후로는 내 곁에 남아 잡역을 도맡거라. 그러면서 여러 가지 일도 배우고. 만약 원한다면, 나를 의부라고 불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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