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7화 (7/648)

제7장: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시험 결과.

그리고 다시 한 번 기적이 나타났다. 두변은 꿈속에서 <현기 기초 이론> 1권을 공부하고 외우기 시작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열 배의 시간과 열 배에 가까운 두뇌 영역을 활용하며 공부했다.

여덟 시간의 수면시간 동안 두변은 <현기 기초 이론> 1권의 공부를 마쳤을 뿐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며 이론을 더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다음날 깨어난 두변은 꿈속에서 공부한 것들을 점검했다. 점검해보니 완벽하게 내용을 외웠을 뿐 아니라 이론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를 하고 있었고 또 이를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도 있었다. 현기 이론은 근맥 혈위와는 달리 외우는 것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해해야 했다.

그 후 사흘 동안 두변은 낮에는 열심히 공부했고, 밤에는 꿈속에서 더 수월하게 공부했다.

총 나흘 동안, 두변은 무학 입문의 이론 지식 서적 네 권을 완전히 이해하고 외웠다. 내용을 막힘없이 줄줄 외웠으며 완벽한 이해를 통해 응용까지 해낼 수 있게 됐다.

장장 30만 자에 달하는 글과 그림 몇백 장 을 포함한, 상당한 분량을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꼬박 반년을 공부해야 무학 기본 이론을 익힌다지만, 두변으로서는 나흘 만에 끝냈으니, 꿈의 세계라는 능력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기본 이론 지식을 다 익혔으니 기초 무학 실습에 들어가야 했다. 이는 혼자 해내기에 역부족이라 무학 선생의 가르침이 필요했다.

두변은 이전의 기초 무학 교관이었던 백천(白川)을 찾아갔다. 그는 지금 신입생인 1학년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백천이 놀라서 물었다.

“1학년 2학기 내용인 기초 무학을 배우고 싶다고? 내 기억이 맞다면, 너는 지금 5학년일 텐데? 2학기를 마치면 곧 졸업할 테고 말이다. 환관 학원에 유급은 없어. 네가 산장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해도 불가능하다.”

백천의 말에 두변이 대답했다.

“저는 유급할 생각이 없습니다. 6개월 후에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를 생각이에요.”

백천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6개월 후에 졸업시험을 보는데 지금 기초 무학을 배운다고?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나를 놀리는 게냐?”

백천이 비웃으며 물었다.

“전 진지합니다. 도와주십시오.”

백천은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냉랭하게 대답했다.

“저리 비켜라. 수업하러 가야 한다.”

백천은 두변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어쩔 수 없이 두변은 산장 이문회를 찾아가 부탁했다.

“진심인 거냐? 6개월 후에 시험인데 지금 기초 무학을 다시 배우겠다고?

내가 백천이었으면 네 뺨을 후려쳤을 거다. 지금 무학을 뭘로 보는 것이냐? 무학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실력향상을 바라는 것은 무학에 대한 모욕이란 말이다!”

이문회가 차갑게 질책하자, 두변이 대답했다.

“산장, 저는 높은 수준까지 단기간에 도달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6개월 후에 있을 시험까지 열심히 배워 최대한의 점수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 그저 무학 과목에서 또다시 0점을 받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이문회는 두변을 자세히 살피더니 결국 수락했다.

“알겠다. 내가 백천에게 얘기해 놓을 테니, 저녁에 다시 그를 찾아가 보아라.”

“산장, 감사합니다!”

두변이 허리 숙여 감사를 표했다.

두변은 저녁에 교실에서 기초 무학 교관 백천을 다시 만났다. 그의 안색은 꽤나 좋지 않아 보였다.

이문회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서 나왔지만, 그는 두변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1학년 1학기의 무학 기초 이론 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지?”

백천이 물었다.

“21점입니다.”

“수치로군. 학원의 수치야. 이미 배울 시기를 놓쳐놓고 인제 와서 어떻게 해보겠다고? 이미 늦었어!”

두변은 반박하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기초 무학을 가르쳐주겠다고 산장과 이미 약속했지만, 조건이 하나 있다.”

“네, 말씀하세요.”

“먼저 무학 기초 이론을 독학한 다음에 오거라. <근맥 혈위>와 <현기 기초 이론> 1, 2, 3의 내용을 완전히 통달한 다음에 내 시험에서 85점을 넘으면, 그때 가서 네게 기초 무학을 가르쳐 주겠다.”

백천은 두변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었다. 무학 기초 이론 시험에서 85점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는 합격선인 60점만 넘으면 기초 무학을 배울 수 있는 수준이며, 85점 정도이면 고득점이어서 10등 안에 들 만한 점수였다.

백천은 두변이 85점을 받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4년 전에 21점이었는데 85점을 받으려면 최소 반년 이상은 공부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반년이 지나면 이미 졸업시험이 끝난 뒤일 것이고.

그는 두변이 스스로 포기하게끔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두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백천은 조금 놀랐으나 곧이어 말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으마. 가서 <근맥 혈위>부터 공부해라. 다음에 보자.”

“선생님, 무학 기초 이론 네 권은 이미 공부를 끝마쳤습니다. 지금 이론 시험을 봐도 좋습니다.”

“며칠 만에 공부를 다 끝냈다고? 말도 안 돼. 허튼수작 부릴 생각 말아라.”

“못 미더우시면 지금 시험지를 제게 주십시오. 바로 풀겠습니다.”

백천은 두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곧바로 가서 1학년 무학 기초 이론 시험지를 가져왔다.

“시험 시작이다. 시간은 한 시진 반을 주겠다. 85점을 넘으면 너를 가르쳐주마. 하지만 60점도 받지 못하면, 나를 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테니, 즉시 내 눈앞에서 사라지거라.”

백천은 두툼한 시험지 한 묶음을 두변의 앞에 내려놨다.

오늘 오후에 1학년 신입생들의 무학 기초 이론 시험이 막 끝났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시험지가 때마침 있었다.

“만약 60점도 넘지 못한다면, 다시는 나한테 가르침을 청할 생각은 말아라.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산장께 가르쳐달라고 직접 말하거라.”

“알겠습니다.”

두변은 대답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붓을 들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백천은 위쪽에 앉아서 시험을 감독하면서, 한 시진 반의 시간을 재는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았다.

환관 학원과 문인 서원, 그리고 무원 도장 모두 무학 기초 이론 시험을 쳐야 했다. 세 곳의 경쟁은 매우 치열했고 모두 자기 쪽의 시험 난이도가 다른 두 곳보다 높기를 원했기 때문에 난이도는 점점 올라갔다.(그렇다. 문인 서원에서도 무학 시험을 봤다.)

올해 1학년의 무학 기초 이론 시험은 시험지 총 여덟 장을 풀어야 했는데, 올해 난이도가 유난히 높았다. 1학년 학생의 시험 성적이 오늘 저녁에 발표되었지만, 최고점이 89점이고 평균 점수는 61점이었다.

백천은 두변을 난처하게 할 요량이었다. 두변이 성적을 아무리 좋게 받는다고 해도 85점을 넘기기란 거의 불가능할 테니까. 몇몇 문제는 너무 어려웠고, 두변도 스스로 나흘밖에 공부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두변은 시험지를 받아들고는 ‘이거지!’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명문대생의 면모를 보여줄 기회가 온 것이다.

문제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니 다 아는 내용이었다. 문제를 보자마자 정답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감정은 매우 흥분되기도 했다.

이번 시험은 이전 세계에서의 대입 시험이나 대학원 입학 시험보다 더 수월했다.

문제를 봤는데 문제의 90%는 정답이 바로 떠올랐고 나머지 10%의 문제는 머리를 약간 쓰니 바로 해결됐다.

두변은 빠르게 붓을 놀리며 답을 써 내려갔다. 집중하느라 시험 시간을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첫 번째 시험지, 두 번째 시험지, 세 번째 시험지…….

마침내 여덟 번째 장까지 모두 풀었다. 두변이 고개를 들어 보니 모래시계의 모래가 아직 4/5 정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4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모든 문제를 푼 것이다.

두변은 마지막으로 10분을 더 할애해 답안을 검토했다.

“선생님, 답안지를 제출하겠습니다.”

두변이 몸을 일으켰다.

백천은 깜짝 놀라 두변을 쳐다보면서 속으로 크게 실망했다. 이번 문제가 아무리 어려웠다지만, 한 시진도 못 버티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렇게 빨리 포기한다는 것은 문제의 4/5 이상은 내용을 전혀 모르고, 문제를 풀지도 않았다는 말 아니겠는가.

백천이 두변에게 다가와 시험지를 가져가며 말했다.

“너에게 분명 기회를 줬는데,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구나. 앞으로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말고…….”

백천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두변의 답안지가 정갈한 글씨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장, 그리고 마지막 여덟 번째 장까지 한 문제도 빠짐없이 답이 적혀 있었다. 대충 훑어봤는데 정답률이 상당히 높아 보였다.

백천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두변을 바라보고는, 다시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와 정답을 꺼내 답을 맞혀봤다. 백천도 솔직히 몇 개의 문제는 정답을 써낼 자신이 없었다.

정답과 맞춰보면서 백천의 안색은 점점 놀라움으로 변했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눈을 부릅뜬 채 시험지를 보고 있었다.

반 시진이 지나고 나서 백천은 채점을 마쳤다. 혹시나 두변이 낸 시험지에서 틀린 부분이 있진 않을까 하며 몇 차례 다시 확인했지만 결국 어떠한 실수도 찾지 못했다.

채점 결과는, 만점이었다!

만점이라는 점수를 보고 백천은 두 손이 떨리면서, 시험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너무 대단하잖아! 너무 비범하잖아!

백천은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번 무학 이론 시험은 1학년에서 최고점이 89점일 정도로 어려웠는데, 두변이 만점을 받아?

백천은 자신이 직접 문제를 푼다 해도 만점을 받을 자신이 없었다. 많이 쳐줘야 95점 정도였다. 그 정도로 문제 몇 개는 지극히도 지엽적인 부분을 다뤘으며, 일부러 틀리라고 낸 문제였다.

한참 동안 백천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여 시험지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두변을 볼 뿐이었다.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되는 거다. 절대 이럴 수가 없지. 두변, 혹시 미리 시험지와 답안지를 받아보는 부정행위를 한 건 아니냐?”

백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두변과 이문회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문회 산장의 인품을 믿고 또 그를 존경했지만, 눈앞에서 발생한 일은 정말이지 믿기 힘들었다.

오직 이 합리적인 의심만이 두변이 불가능해 보이는 만점을 받았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겠는가.

두변은 조급해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설명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따로 준비해두신 다른 시험지가 있으면 재시험을 쳐도 좋습니다.”

백천은 잠시 침묵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나갔다.

일각도 지나지 않아 백천이 황급히 돌아왔다. 손에는 따로 준비해뒀던 예비 시험지가 들려 있었는데, 이 시험지만은 절대 유출될 리 없다고 확신했다.

이번에는 두변의 옆에 서서 그가 문제를 푸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두변은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고는, 저번 시험지보다 비교적 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문제의 답이 바로 떠올랐다.

두변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물 흐르듯 답을 써 내려갔고, 이 각도 지나지 않아 시험지 여덟 장의 답을 모두 써냈다.

오랜만에 공부의 신이 된 느낌은 정말 끝내주는군!

이런 시험문제라면 여덟 번 더 해도 거뜬하지!

두변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심지어 답안은 고칠 부분도 없었다. 백천은 시험지에 쓰여 있는 답안이 모두 정답일 뿐 아니라 표준답안보다 더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점수는 당연히 만점이었다.

백천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4년의 세월 동안 두변은 도대체 뭘 한 거지? 설마 4년이라는 시간을 전부 무학 기초 이론을 공부하는 데 썼나?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만약 두변이 말한 것처럼, 공부 시간이 나흘이라는 게 사실이라면?

말도 안 돼, 이건 불가능해. 두변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고!

“내일 오전에 1학년 학생들과 같이 무학 기초 제1과인 세근(洗筋)을 듣도록 해라. 너에게 따로 시간을 내서 개인수업을 해줄 시간이 없으니, 1학년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걸 개의치 않는다면 수업에 나오도록 해.”

백천이 말했다.

이건 고3 학생이 초등학교 수업에 참여하는 것과 같으니,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하지만 두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알겠습니다. 꼭, 내일 뵙겠습니다.”

두변은 대답하고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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