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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10화 (10/648)

제10장. 의부의 권위와 백천의 운명

두변은 여기서 자신을 변론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이문회의 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문제는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이문회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네 선생인 백천이 너에 대해 내린 평가가 정확하냐?”

“아닙니다.”

“너는 나흘 동안 무학 기초 이론을 공부해 만점을 받았다. 하루 만에 마보를 완전히 터득했고 역시 만점을 받았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는 네가 영악하게도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네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제가 천재죠.’

두변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말을 아끼고, 입 밖으로는 내지 않고 그저 눈빛으로만 표현했다.

“나도 천재들을 제법 봐왔지만, 이 정도의 수준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네가 처음이다.”

이문회의 말에 백천이 끼어들었다.

“소관(小官)이 보기에 두변이 너무 영악하고 지나치다는 생각에 이렇게 산장을 찾아뵈러 온 것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지켜보면 정확히 알 수 있겠지. 두변이 계속 배울 수업은 무엇이냐?”

“기초 무학의 제2과 연력(煉力)입니다. 인상(引上) 190근, 용상(聳上) 260근을 성공하면 합격입니다.”

확실히 들어 올리기 쉬운 무게는 아니지만, 현대 지구의 역도 선수라면 누구든 들 수 있는 무게였다. 또한 무학 입문에 필요한 기초 근력일 뿐이었다. 학원의 학생들은 모두 거세를 당했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힘이 약했지만, 이 세계에서 무학의 조예가 얼마나 깊은지는 근력으로 판가름 나는 게 아니었다. 핵심은 근맥 안에 있는 기도(氣道)에 있었다.

“지금 너는 인상과 용상을 얼마씩 들 수 있느냐?”

이문회가 두변에게 물었다.

“인상은 39근이고 용상은 60근입니다.”

이 대답을 들은 이문회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정말 형편없는 무게이지 않은가. 지금의 두변은 열네다섯의 소년들보다 못한 약골이었다.

“알겠다. 역실(力室)로 가자.”

세 명은 역실로 향했다. 안에는 몇십 근부터 몇백 근에 이르는 석쇄(石鎖: 돌로 만든 운동기구)들이 있었다.

“여기 70근짜리 석쇄다. 용상으로 들어봐라.”

두변은 앞에 서서 70근 석쇄를 들어 올리려 했으나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안간힘을 쓰고 나서야 석쇄를 가슴까지 들어 올렸으나, 가슴에 있던 상처가 그 덕에 터졌다. 식은땀을 쏟아내며 힘을 쓰느라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고 더는 조금도 들어 올리지 못할 게 자명한 상황이었다.

“백천, 네가 보기에 이게 진짜인 것 같으냐 연기인 것 같으냐?”

백천은 두변의 근맥과 근육을 확인했다. 두변은 확실히 모든 힘을 쏟아부었고, 이건 연기가 아니었다. 두변의 근육과 근맥은 파열되기 일보 직전이었고, 온몸을 떨고 있어 곧 땅으로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정말 힘이 달려 보입니다.”

“그럼 두변이 완력으로 40근 밖에 못 드는 것에 동의하느냐?”

“그렇습니다.”

“좋다. 두변, 그만 내려놓거라.”

두변의 팔에 힘이 풀리자 석쇄가 곧장 바닥으로 떨어져 박혔다. 두변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곧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두변의 신체 능력은 두말할 것 없이 최악이었다.

“보통 얼마나 연력을 수련해야 인상 190근과 용상 260근을 들어 올릴 수 있지?”

“보통 약초 목욕과 표근환(豹筋丸)의 도움을 받는다면, 3개월 정도 지나 용상을 200근까지 들 수 있습니다. 이건 기본기라서,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실력향상을 할 수 있습니다.”

“두변, 네가 천재가 맞느냐?”

“네. 그렇습니다.”

“확신하느냐?”

“확신합니다.”

“좋다. 네가 스스로 천재라고 했으니. 다른 사람처럼 3개월의 시간은 필요 없겠지. 네게 보름을 주겠다. 보름 후에 시험을 보겠다. 만약에 인상 190근, 용상 260근을 들게 된다면 네가 거짓을 말하지 않았음을 믿어주겠다. 백천 교관이 너에게 사과하도록 할 것이며 그를 선생직에서 해임해 하등 잡역 환관으로 강등시키겠다. 그리고 최고의 교사를 불러 네게 무학과 단학을 가르쳐 졸업시험에서 네가 얻을 수 있는 최고점수를 얻도록 해주겠다.

이 일을 나한테까지 가져왔으니, 둘 중 한 명은 책임지고 여길 떠나야 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백천은 표정이 굳었다. 환관 학원을 졸업하고 직조국이나 광무사 등 실권을 쥘 수 있는 부서에 가지 못하고 기초 무학 교관이 된 것도 달갑지 않은데, 만약에 잡역 환관으로 강등된다면 평생 가망이 없으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이문회가 이어 말했다.

“두변, 보름 후에 네 근력이 방금 말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태형 스무 대를 맞은 후 환관 학원에서 쫓겨날 것이다. 이래야 공평한 조건이니까 말이다.”

두변도 이 말을 듣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두변은 ‘꿈의 세계’에서 근력을 얼마나 향상할 수 있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공평한 조건을 내걸어야 백천도 순순히 응할 것이다.

“나는 지금 둘에게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명령하는 거다. 보름 후에 보자.”

이문회는 이 둘에게 생각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둘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백천은 사실 순간의 분노와 질투 때문에 이문회를 찾아온 것이지, 자신이 뭔가 책임을 질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보름 후, 둘 중 한 명은 완전히 끝인 셈이었다.

백천이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두변, 환관 학원의 태형은 가혹하다. 스무 대를 맞으면 죽을 수도 있지.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학원을 떠나는 게 좋을 거다. 연력은 기본기여서 제아무리 천재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너같이 닭 잡을 힘도 없는 애가 보름 만에 200근 가까이 무게를 늘린다는 건 헛된 망상일 뿐이다.”

이에 질세라 두변도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백천 선생님은 걱정하실 게 없겠습니다?”

“관을 보기 전까지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거냐? 끝까지 해보자는 거구나!”

백천은 차갑게 대답하고는 가버렸다.

역실에 혼자남은 두변은 바닥에 널브러진 석쇄를 보고는 온몸이 저렸다. 비록 말은 있는 척했지만, 내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꿈의 세계’는 뇌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기억력 향상이나 이치를 깨달음에 있어서는 도움이 되지만 근력을 기르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만약 근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두변은 보름 후에 완전히 끝난 목숨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미 다른 선택은 없었다.

백천은 심란한 마음으로 부산장인 낭정을 찾아가 지금까지의 일을 자세히 알렸다. 낭정은 백천의 선생일 뿐 아니라 그가 비빌 언덕이었다.

“어리석기는! 고작 학생 한 명 때문에 정녕 자신의 앞길을 망칠 셈이냐?”

낭정이 크게 꾸짖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산장이 내린 결정은 누구도 무를 수 없으니까요. 그때는 분노에 휩싸여 잠시 이성을 잃었습니다. 별 같잖은 놈이 감히 저를 농락하지 않았습니까!”

“두변이 별 볼 일 없는 놈이라면 뭘 그리 걱정하느냐?”

백천은 할 말이 없었다.

“사실대로 말해 보아라. 두변이 정말로 연기를 한 것이냐? 반드시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이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상식적으로 두변이 하룻밤 만에 마보를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마보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지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니까요.”

백천은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두변이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어서 화가 치밀어 올랐고, 두변이 저를 농락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하룻밤 만에 근맥과 골격의 힘의 균형을 깨우쳤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두변은 천재인 게지.”

낭정이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유유히 말했다.

백천은 말이 없었다. 백천은 이성으로든 감성으로든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연력을 수련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근맥을 하룻밤 만에 깨닫는 거랑 차원이 다르지. 약해빠진 두변이 보름 만에 200근 무게를 들어 올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거다. 두변이 설령 천재라고 해도 말이다.”

“저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성공하면 어쩝니까.”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선생님, 만약에 두변이 천재라면 틀림없이 이문회의 사람이 될 겁니다. 천재라는 조력자가 생기면 10년 후에 이문회는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 되겠죠. 그러면 선생님이 불리해집니다.”

낭정은 눈을 감았다. 두변 같은 아이가 혼자라면 거들떠볼 가치도 없었다. 천재라고 해도 나약한 존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천재인 두변이 이문회의 의자가 된다면 향후 이문회와의 경쟁에서 낭정이 매우 불리해질 것이다.

10년 전에는 낭정과 이문회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이문회보다 한 발짝 뒤처졌다. 이문회에게는 이미 뛰어난 의자가 한 명 있는데, 계왕부에서 부총관을 맡은 환관이 바로 그였다. 만약 또 한 명의 천재가 이문회의 의자가 된다면 낭정은 무엇으로 이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물론 낭정이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두변이 출세하려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세월이 지나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엄당 내부에서는 천재에 대한 갈망이 대단했다. 엄당 내부에서는 권력 사다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후계자는 반드시 이문회의 좋은 패가 될 것이다.

“좋은 계책이 있느냐?”

낭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의 의자 염세가 지금 두변과 같은 숙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둘은 사이가 안 좋았으니, 서로 싸움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둘이 싸우다 두변의 팔이 부러지기라도 하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 아닙니까?”

“모자란 놈! 만약 그렇게 된다면 두변이 바로 이기는 것이다. 그러면 염세도 너도 끝이고, 심지어 나도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어! 이건 이문회의 뺨을 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거 같으냐? 네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할 텐데? 똑똑히 들어라. 두변이 환관 학원 내에서 조금이라도 다치면 네가 관여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책임은 너에게 있는 거다!”

낭정이 소리치며 말했다.

백천도 그 말의 뜻을 바로 이해하고는 낭정에게 사죄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분노로 머리가 멍해져서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 너는 이성을 잃은 게 아니다. 너는 천재를 시기하고 있는 거다. 10년 전에 너는 환관 학원에서 중위권 성적으로 졸업했을 뿐이니, 어마사도 가지 못했고 군대의 감군(監軍)도 맡지 못했지.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남아서 기초 무학을 가르치게 됐으니 아직도 불만이 많은 것 아니냐.”

“아닙니다.”

백천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잊지 말아라. 네가 학원에 남아 선생직을 맡도록 힘써준 사람이 나라는 것을!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능묘나 지키고 있었을 거다.”

백천이 즉시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의 크신 은혜는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어쨌든 학원에서 두변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낭정이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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