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14화 (14/648)

제14장: 수련은 끝났다.

어느덧 열이틀이 지났고, 두변과 백천의 내기는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두변은 꿈속의 황하에서 아흐레 동안이나 고된 수련을 했지만, 아직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두변이 안을 수 있는 바위가 여전히 너무 가벼워서, 거대한 홍수에 휩쓸려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수련을 마치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런 진전이 없던 건 아니었다. 꿈속에서 안을 수 있는 바위가 매일같이 커지고 무거워졌기 때문에, 두변은 자신의 힘이 계속 세지고 있으며 근력 향상이 매일 이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직 황하를 건너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근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시험해볼 생각이 없었다.

열사흘째, 두변은 여전히 황하를 건너지 못했고, 백천과의 내기는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열나흘째 저녁, 이날은 두변이 꿈속에서 황하를 건널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고, 내일 아침이면 백천과 내기하러 가야 했다. 두변은 아직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지 못했다. 황하를 건너기 전까지 자신의 근력을 시험해 보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이위는 두변을 찾아와 새로운 약탕을 끓여주고는 두변이 깰 때쯤에 자리를 먼저 떠났다.

두변은 따뜻한 약탕 속에 편하게 몸을 담갔고, 몸을 약탕에 완전히 맡겨 약탕의 기운이 체내로 최대한 흡수되도록 했다. 두 시간 정도 몸을 담근 후에는 자신의 몸에 표태유를 발랐다.

이 모든 것을 마치니 저녁 10시였다. 두변은 간편한 반바지만 입고 편한 자세로 이불 속에 누운 뒤 꿈의 세계로 들어갔다.

백천과의 내기를 앞두고 하는 마지막 수련이었고, 이 수련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늘 밤에 달렸다.

두변은 꿈속에서 연옥과도 같은 수련에 들어갔고, 다시 한번 거대한 홍수 속으로 던져졌다.

콸콸콸콸!

홍수의 물살이 거대한 망치처럼 온몸을 때렸고 곧 피를 토할 것 같았다. 현재 상황은 그나마 많이 나아진 것이다. 며칠 전 처음 황하에 내던져졌을 때는 몇 초 만에 목숨을 잃었으니까.

꿈속에서 두변은 속으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두 발이 강바닥에 박힌 것처럼, 이전처럼 휩쓸려가지 않고 제대로 서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 버티기 위해서는 거센 물살에 부딪치는 1분 1초마다 많은 힘을 쏟아부어야 했다.

두변은 허리를 굽혀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는 거대한 돌을 힘껏 들어 올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들어 올린 돌들이 모두 물살을 이기지 못해서 걸음을 떼는 순간 바로 물살에 휩쓸려갔었다.

이번에 들어 올린 돌은 물살을 헤치며 건너가기에, 충분한 무게일까?

두변은 거대한 돌을 끌어안고 온 힘을 다해 강기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매우 놀랍게도 이번에는 휩쓸려가지 않았다. 방금 들어 올린 돌의 무게가 아주 무거워 홍수의 거대한 물살을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돌이 너무 무거워서 안고만 있기에도 버거웠고, 물살을 헤치며 건너가는 것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정말 많은 힘을 쏟아부어야 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세 걸음 동안 2미터도 이동하지 못했는데, 신체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 두변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전신의 근맥도 파열된 느낌이었다. 정신이 혼미해져 자칫하면 꿈속에서조차 기절할 것 같았다.

네 걸음, 다섯 걸음!

두변은 이미 모든 힘과 정신력을 다 쏟아부었다. 눈앞이 거메지더니 그대로 기절했고, 거대한 홍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오늘 저녁의 첫 번째 수련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몇 걸음이나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곧이어 두변은 다시 황하에서 되살아났고 수련을 재개했다.

이곳은 꿈속 세계이기 때문에 두변은 매번 되살아날 때마다 정력이 회복되었고, 심지어 그 전보다 강해지기도 했다.

콰광!

꿈속의 두변은 다시 한번 거대한 황하 속으로 빠졌고, 거센 물살이 두변을 계속해서 압박했다.

두변은 짧은 신음을 뱉으면서 온몸의 힘을 다해 자신을 강바닥에 고정시킨 후 균형을 잡았다. 그다음 방금 들었던 돌을 다시 들어 올리고 강기슭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곧 한계에 부딪힐 것만 같았다.

다섯 걸음, 여섯 걸음, 일곱 걸음.

두변은 그대로 기절했고 역시 홍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그래도 두 번째 수련에서 걸었던 것보다 두 걸음이나 더 나아갔기 때문에 진전이 있었다.

두변은 되살아났고 곧 세 번째 황하 수련을 시작했다.

이렇게 두변은 죽고 되살아나기를 반복했다.

매번 수련할 때마다 한두 걸음씩 더 나아가는 성과가 있었다.

또 몇 번이나 죽고, 몇 번이나 다시 살아났을까.

두변은 황하의 거센 물살을 계속 헤쳐나갔고 조금씩 강기슭과 가까워졌다.

열 걸음, 열다섯 걸음, 스무 걸음, 서른 걸음, 쉰 걸음, 여든 걸음!

그러다 그 숫자는 여든셋에서 멈췄다.

드디어 강기슭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해냈어. 내가 드디어 해냈어!

고통으로 감각까지 무뎌진 두변은 강기슭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쳐다봤다. 미친 듯이 기뻐서 얼른 손을 뻗어 바위를 잡고는 물속에서 빠져나와 강기슭 위로 올라왔다.

드디어 황하의 수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실에서는 꼬박 열이틀이 지났을 뿐이지만, 꿈속에서는 이미 120일 정도,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꿈속에서 자신이 몇 번이나 죽었는지 기억조차 없었다. 천 번? 이천 번?

지옥과도 같은 꿈의 세계가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에 두변은 엄청난 기쁨과 자부심을 느꼈다.

두변은 강기슭에 서서 흘러가는 황하를 보며 포효했다.

그러다 갑자기 선혈을 토했다.

두변은 놀라 잠에서 깨어났고 가슴께가 축축이 젖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 한번 만져보니 피였다. 실제로 피를 토한 것이다.

꿈속 황하에서의 수련이 너무 고된 나머지 현실에서조차 피를 토해낸 것이다. 게다가 몸을 일으킬 때는 온몸에서 통증도 느껴졌다. 온몸의 근맥이 파열되었는데, 손상의 정도가 매우 심각했고 내상까지도 입은 듯했다.

두변은 온몸의 고통을 견디며 다 식어버린 약탕 안으로 몸을 담그러 걸어갔고, 이문회가 준 표근환과 표혈환을 먹으며 근맥과 원기를 회복했다.

약탕에 몸을 담근 지 한 시간이 지난 후 두변은 깨끗한 물로 몸을 씻었고, 온몸에 표태유를 발랐다.

이때가 새벽 3시 정도였고 아침이 밝기까지 네 시간 정도 남았다. 두변은 가장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이불 속으로 들어가 다시 잠을 청했다.

이렇게 상처를 입은 상태로는 절대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릴 수 없으니, 곧 있을 중량 측정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판이었다. 두변은 어떻게 해서든 남은 네 시간 동안 꿈의 세계로 들어가 근맥의 손상과 내상을 회복해야 했다.

잠든 두변은 꿈의 세계로 들어갔다.

꿈의 세계에서 두변은 똑같이 자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따뜻한 약탕에 몸을 담그고 잠을 잔다는 것. 두변의 근맥과 골격 그리고 오장육부는 약탕, 표태유, 표혈환, 표근환의 기운을 최대치로 흡수했다.

손상된 근맥과 오장육부가 빠르게 회복되었고, 현실 세계의 몇십 배의 속도로 몸이 치유되었다.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이위가 두변의 방에 들어왔다. 이위가 들어왔을 때 두변은 여전히 침상에 누워있었는데 이불 위로 선명한 핏자국을 발견했다.

두변이 피를 토했나?

이위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아 바로 두변의 호흡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그의 호흡은 정상이었다.

“두변, 일어나거라. 백천을 만나러 가야지.”

이위가 두변을 흔들어 깨웠다.

두변은 눈을 떴고 잠에서 깼다.

꿈의 세계는 역시 대단했다. 단 네 시간의 수면 시간 동안 몸을 완전히 회복했다. 그 어느 때보다 몸의 상태가 좋았고,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백천, 넌 이제 끝장이다!

“왜 피를 토했느냐? 아직 회복이 안 된 것이야?”

이위가 묻고는 팔을 뻗어 두변의 손목에 대고 맥을 짚었다. 그는 두변의 맥이 정상적인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했다.

“아마도 수련할 때 너무 무리해서 그런가 봅니다. 체내에 고여있던 피를 토해낸 것 같은데 별문제 없습니다.”

“뭐라고? 그동안 계속 수련을 했다는 것이야? 피를 토할 지경이 될 때까지 말이냐? 이놈아, 정말 죽고 싶은 거냐?

내가 가서 산장께 말씀드려야겠다. 우선 내기를 취소하고 패배를 인정하도록 하자. 태형 스무 대는 네 몸이 완전히 회복된 후 그때 맞는 걸로 하고.”

이위의 속마음이 얼굴과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가 말을 마치고 곧장 밖으로 걸어 나가려 하자, 두변이 이위를 막아섰다.

“선생님, 저는 괜찮습니다. 제 근력도 상당히 강해졌으니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피까지 토했는데 괜찮다니! 이 철딱서니 없는 놈을 봤나! 어른으로서 네가 고집부리는걸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 선생님, 저를 아껴주시는 점은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도 며칠간의 수련으로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제 근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제 맥을 짚어보셔서 아시겠지만, 제 상태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두변의 진지한 대답에 이위는 오랫동안 그를 응시했다.

“선생님, 한 번만 절 믿어주십시오. 절대로 선생님께서 실망하시지 않게 하겠습니다!”

이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하지만 절대 무리해서는 안 돼.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오면 바로 포기하도록 해라. 더는 근맥을 손상시켜선 안 돼. 일전에 근맥이 심하게 손상되었기 때문에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을 거다. 만약 여기서 또 다친다면 정말 큰일이 날 게다.”

"알겠습니다.”

“따라오거라.”

두변은 세수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이위를 따라 보름 동안 머물렀던 방을 나섰다.

이제 자신을 증명할 시간이었다.

이위는 두변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 갔다. 두변이 허겁지겁 밥그릇을 비우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식욕이 왕성한 걸 보면 몸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밥을 다 먹으니 아침 7시 정도가 되었다.

이위가 두변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는 근력 측정을 위해 역실로 갈 거다. 준비는 되었겠지?”

두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준비되었다 뿐이겠는가? 온몸의 세포들이 흥분으로 날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근력을 측정해 봤을 때가 135근이었기에 그후로 근력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자신도 알지 못했다.

“가자.”

이위가 말했다.

이위와 두변은 환관 학원의 역실에 도착했다. 역실 안에는 석쇄들이 2근 단위로 세분되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이번 내기의 또 다른 주인공인 백천도 도착했다. 백천은 두변을 본 후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승리를 확신하는 듯 표정이 매우 밝아서, 이전에 두변을 철천지원수로 여기던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략 일각의 시간이 지나고 이문회와 낭정이 같이 도착했다.

부산장 낭정이 말했다.

“다시 한번 얘기하겠다. 만약 두변이 근력 측정을 통과할 경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것으로 간주하고, 백천은 자신의 시기와 질투에 대해 두변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또한 학원 교사직에서 제명되며 잡역 환관으로 강등된다. 하지만 만약 두변이 근력 측정에서 실패할 경우, 두변은 태형 스무 대를 맞고 학원에서 쫓겨난다. 두 사람, 이의 있나?”

“없습니다.”

두변과 백천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럼 서명하도록 해라.”

두변과 백천은 앞으로 나와 각자 자신의 이름을 쓰고 지장을 찍었다.

이때, 이위가 이문회에게 말했다.

“산장, 두변은 상처 입은 몸으로도 계속 방에서 석쇄로 근력 수련을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제가 두변을 깨우러 갔을 때 피를 토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만약 두변이 지더라도 태형은 두변의 몸이 완전히 회복된 후 집행하는 것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백천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그건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닥치거라.”

낭정이 차갑게 백천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문회 쪽으로 허리를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

“모든 것은 산장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백천이 잘 모르고 지껄인 말이니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혹시 두변이 지더라도, 태형을 집행할지, 그리고 학원에서 쫓아낼지는 다시 상의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산장의 말이 곧 법이니까요.”

낭정은 매우 저자세로 나갔지만 이문회로 하여금 이미 내린 결정을 쉽사리 바꾸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이문회가 낭정을 향해 말했다.

“낭정, 자네 표현에 잘못된 부분이 있군. 내 말이 곧 법이라니? 내가 황제 폐하도 아닌데 어디서 그런 권력이 나오겠나?”

이어서 이문회가 두변을 보며 말했다.

“우리 엄당은 내뱉은 말은 반드시 시킨다. 두변이 지면 약속대로 태형을 맞을 것이고 학원에서도 쫓겨날 것이다.”

“알겠습니다.”

낭정이 허리를 더 깊게 숙이며 대답했다.

백천도 크게 대답했다.

“현명하신 말씀입니다.”

역실에 있는 모든 사람은 두변이 질 것이라 확신했다.

예전에는 이문회도 두변에게 나름 기대를 걸었었다. 두변이 불세출의 인재이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내기를 허락한 것이다.

하지만 두변의 첫 번째 근력 수련을 보고는 헛된 기대를 접었다. 25근 물통 두 개에 자칫하면 근맥이 다 파열될 뻔하다니. 이런 신체 능력을 가지고서 어찌 무학의 기재(奇才)가 되기 기대할까!

이문회는 일찌감치 두변이 졌을 때의 상황에 모두 대비해 놓았고, 두변이 앞으로 나아갈 길도 정해 놓았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두변, 어느 정도의 중량을 선택하겠느냐?”

“190근입니다.”

두변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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