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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55화 (55/648)

제55장: 첫 번째 임무 개시

천하의 백성이 우러러보는 제국의 보물이자 황실의 자랑이며 제일의 미녀로 칭송받는 영설 공주가 곧 경성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녀는 이번에 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분명 입지를 단단히 굳히며 본인의 부활을 알릴 것이다.

장기간의 힘겨루기 끝에 황제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영설 공주는 마침내 자신만의 군대를 갖게 되었다. 인원수가 많지 않아서 겨우 만 명 정도의 규모지만, 하북에서 양성 후 머지않아 산해관(山海關)에 주둔해 경성을 지키는 정예 부대 중 한 곳이 될 것이다.

이 고귀한 제희(帝姬)를 누가 아내로 맞이할 수 있겠는가. 바로 그자가 천하제일의 남자가 될 것이다.

지나가던 새도 똥을 누지 않던 누추한 이곳 연화사는 이제 공주를 배웅하기 위한 유명인사들로 떠들썩했다.

이강 서원의 산장 구양담은 광서의 해원 최부를, 남해 도장의 산장 축무애는 여식인 축옥쌍을, 광서 동창 진무사는 당엄을 데리고 왔고, 전 태자 소부 계동앙, 광서 순무 낙문 등의 인물들도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철저히 은거에 들어간 장양명이나 이문회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엄당의 차기 수령을 자처하는 당엄은 문무 집단의 권력자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것이 문관 사대부 가문 출신이자 광동의 해원인 당엄이 가지는 이점이었다. 문무 집단의 권력자들은 줄곧 왕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나, 이문회가 세력을 키워가자 계동앙과 낙문 등의 원로들이 광서 진무사 왕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왕인은 당엄과 연화사로 들어오다가 두변을 보고 흠칫 놀랐으나 애써 외면했다.

왕인은 심지어 바깥쪽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무사에게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와있구나. 다 쫓아내라.”

“알겠습니다.”

그래서 경성에서 온 천호 무사는 두변을 외부인으로 간주해 멀리 내쫓았다.

연화사에 와서 공주를 배웅하는 인물들이야 하나같이 신분이 높았기에 이문회가 없는 상황에서 두변을 챙겨줄 사람은 없었고 결국 두변은 산 아래의 민가까지 떠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대우는 당엄과 비교해보면 천지 차이였다.

하지만 대종사 영종오는 두변의 성격을 강인하게 키우기 위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두변이 쫓겨나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다.

산 아래 민가에서 머물고 있던 두변은 저녁에 기이한 꿈을 꾸었다.

꿈의 세계에서 두변은 경국지색의 미녀를 보게 되었는데 외모나 분위기, 몸매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어 가히 신이 빚은 최고의 창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꿈의 세계에서 두변은 그녀의 얼굴을 아주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고귀한 기풍에서 곧 날아오를 봉황인 영설 공주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잠시 후 뇌의 깊은 곳에서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 두변의 최종 목표 2: 영설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라. 행동 개시!

- 지금 공주의 호감도는 5이다.

- 영설 공주를 공략하는 첫 번째 임무: 첫 만남을 가져라.

- 임무 목표: 내일 있을 송별연에서 다른 청년들을 제치고 공주에게 잊지 못할 강한 인상을 남겨라.

- 임무 보상: 공주의 호감도가 15 상승하고 두변의 양기는 10 상승한다.

- 영설 공주의 호감도가 100에 달하면 그녀를 가질 수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고 그녀를 두변의 아내로 맞이하라.

내일 있을 송별연에서 방검지와 원정, 최부, 당엄 등 걸출한 준걸들을 재능으로 압도해 공주의 호감을 얻으라고?

괜찮은데!

하지만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는 게 임무라고?

게다가 최종 목표 2라는데, 과연 이게 동창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인가?

하지만 임무에 대한 보상은 정말 좋군!

혈관음을 구했을 때는 고작 양기 5 상승이 보상의 전부였고, 졸업시험에서 1등을 해도 양기가 10밖에 오르지 않을 텐데, 이번 공주와의 첫 만남에 대한 보상이 양기 10 상승이라!

단지 첫 만남만으로 이렇게 풍부한 보상을 주다니, 공주가 두변에게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란 말인가?

두변은 내일 있을 임무에 기대감이 충만해졌다.

다음날, 영설 공주는 광서를 떠나 경성으로 돌아가게 된다.

배웅하러 온 권문세가들이 너무 많아서, 계동앙과 낙문이 연화사에서 공주의 송별연을 책임지고 도맡기로 했다.

영설 공주는 이런 겉치레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제국의 공주로 백성들과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기에 저녁 연회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격이 높고 중요한 연회인 만큼 아무나 들어올 수 없었으며 초청장을 받은 사람도 십여 명에 불과했다. 오주 지부조차 연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어서, 연화사에 들러 절을 한 번 올리고 떠나는 것이 전부였다.

당엄은 미래의 엄당 수령을 대표해서, 최부는 이강 서원을 대표해서, 영충요는 계왕부를 대표해 연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축옥쌍은 여자인 데다 영설 공주를 숭배하고 있기 때문에 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두변은 이 연회에 참석할 자격도 없었다. 하물며 초청장 명단은 문무 집단이 작성했다.

진남공은 이곳에 오지 않았지만 영설 공주에게 진귀한 보검을 보내왔다.

영설 공주가 검을 들고 입으로 휙 바람을 불자 검날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으로 전장에 나설 땐 이 검을 들고 나가야겠군. 검의 이름은 용음검(龍吟劍)이면 좋겠어.”

그때 시녀가 들어와서 아뢰었다.

“공주 전하,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할 명단입니다. 낙문과 계동앙 대인께서 확인 부탁드린다고 하셨어요.”

영설은 명단을 받아들지 않고 대신 시녀에게 명단의 이름을 불러보라고 했다.

명단에 광서 진무사 왕인과 광서 환관 학원의 당엄이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영설은 갑자기 눈썹을 찌푸렸다.

문관 집단과 엄당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사이인데 문관 집단에서 작성한 초청 명단에 엄당 쪽 사람이 적혀 있다는 건 무슨 뜻일까.

당엄도 광동의 해원까지 한 인물이니 대단하긴 했지만, 지금의 신분으로는 이번 연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었다. 당엄은 최부처럼 광서 해원도 아니었고 축옥쌍처럼 여자도 아니었기에 영설 공주의 배객(陪客)이 될 처지도 아니었다.

당엄이 이번 명단에 포함된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에게 당엄이 차기 엄당 수령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 때문. 더욱이 문관과 무장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은 엄당 수령 후계자라는 걸 확실히 하고자 하는 것 때문이 아닌가.

“언제부터 문관 집단과 엄당이 이렇게 가까워졌지?

이번 초청 명단에 두변을 추가해야겠다.”

영설 공주가 차갑게 말했다.

“그 가엾은, 가족과 정혼녀에게 버려진 고자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맞아.”

시녀는 붓을 들어 영설 공주에게 건네주었고, 공주는 초청장에 ‘두변’이란 이름을 추가했다.

그녀의 글씨는 아름다웠고 힘이 넘쳤으며 그 와중에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낙문과 계동앙은 명단을 집어 들고는 안색이 굳었다.

“공주가 어찌 두변을 초청하려는 걸까요?”

낙문이 묻자 계동앙이 대답했다.

“아마 공주가 보시기에 우리가 왕인과 너무 가깝게 지내니 경고하시려는 뜻일 겝니다. 어찌 됐든 전하가 직접 이름을 작성하셨으니 두변을 부르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 망할 놈은 각종 금기서화에 능하니 오늘 저녁에 절대 두변이 주목을 받을 기회를 줘서는 안 됩니다.”

“두씨 가문에서 두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이미 보내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화초와 동물을 좋아해 이것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하더군요. 음악도 좋아해서 금을 다룰 수 있었던 게지요. 하지만 바둑은 두가의 사람들도 조금 의외라더군요. 누군가에게 배운 적도 없고 다른 사람과 대국을 한 적도 없이 그저 멍청히 혼자 대국을 두었다고 하던데요.”

“자신과 대국을 둔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는 겝니까? 도대체 두변의 약점은 뭐랍니까?”

계동앙의 물음에 낙문이 대답다.

“두가에서 보낸 자료를 살펴보면 무도와 시사가부(詩詞歌賦)에 약하다더군요. 이 두 가지에 흥미가 없을뿐더러 자폐증 증상도 있다고 합니다.”

“송별연에 무력을 쓰는 건 보기 좋지 않지요. 더욱이 두변의 무도가 터무니없이 약하니 정당하지 않은 방법 같고. 시사(詩詞)에서 끝장을 보도록 합시다.”

일찍이 두변 때문에 명성이 땅에 떨어진 두 원로는 두변에게 맺힌 한이 뼛속까지 박혀 있었다.

영설 공주의 송별연 초청장을 받은 두변은 초청인에 적힌 이름이 뜻밖에 계동앙과 낙문인 걸 확인하고는 자신에게 이런 호의를 베푼 데에 무슨 꿍꿍이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두변이 초청장을 받았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고 저녁 연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단정한 옷 하나 준비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이곳에 온 이유가 대종사에게 무도를 배우기 위해서였으니 가져온 게 전부 무도복이었고 그나마 평범한 복장조차도 삼베옷이 전부였다.

검소하게 생활하는 이문회는 두변에게 능라주단을 준비해 준 적이 없었다.

두변은 어쩔 수 없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삼베옷을 입고 연화사로 향해 영설 공주의 송별연에 참석했다.

두변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연회가 시작한 후였고, 두변도 초청장을 보여준 뒤에야 연화사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주 전하께서는 지금 금을 타고 계십니다. 연주가 마무리되면 들어가시지요.”

환관이 말했다.

두변은 정원에 서서 영설 공주의 금 연주를 들었다. 이제 그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며 감상에 젖는 것을 뒤로한 채 손에는 검만 쥘 운명이었다. 그러니 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연주인 셈이었다.

그 짧은 순간, 두변은 영설 공주의 연주에 매료되었다.

금 소리가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그녀가 연주하는 곡이 너무 호기스럽기 때문이었다. 위풍당당한 군대 같기도 하고, 소슬한 가을바람 같기도 하고, 전쟁터의 비가(悲歌) 같기도 하고, 세차게 흐르는 강물 같기도 했다.

금 연주에서 최고의 경지는 듣기 좋은 연주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연주해 청자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리라.

이 곡은 현대 지구에서라면 <창해일성소(沧海一声笑)>(영화 소오강호에 처음 등장하여 무협 영화의 상징과도 같이 자리 잡은 곡)가 유일할 정도로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영우의 연주는 실력을 겨루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모든 기녀를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의 연주는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었다.

소별리의 연주는 무도의 실력 증진을 위한 목적이었으므로 소리에서 검기가 강하게 느껴졌기에 그의 연주도 좋은 작품이 아니었다.

이에 반해 영설 공주의 연주는 사람들을 격양시키고 원대한 마음을 품게 하니 가히 예술의 최고 경지라 할 만했다.

몇 분 후 영설 공주의 연주가 마무리되었고, 두변도 대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심지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충분히 마음의 준비가 된 후 그 여인을 쳐다보고 싶었다. 그 여인은 이번 생에서 그의 가장 중요한 여인이자 운명의 여인이 될 것 같은 예감이었다.

입구에 다다랐을 때 두변은 고개를 들어 영설 공주를 바라봤고, 순간 몸이 굳어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비록 영설 공주는 두변을 처음 본 게 아니었지만, 두변은 공주를 처음 보는 순간이었다.

현대 지구에서 두변은 꽤 많은 여인과 숱한 밤을 함께 보냈다. 심지어 천하 절색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 정도면 누구라도 싫증이 나서, 두변을 붙잡아 둘 수 있거나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는 여인은 한 명도 없었다.

두변은 자신이 한눈에 반할 만한 여인을, 자신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는 여인을 찾고 있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하지만 바로 지금 두변은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게 첫눈에 반한다는 건가?

두변은 이런 느낌을 주는 여인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절세 미녀였으며, 의협심과 호기를 지닌 매서운 칼날이었다.

두변은 이토록 고귀한 그녀를 감히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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